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40화 (140/176)

# 140

원정 실패 (1)

“성공인가?”

“넵! 각하. 놈들이 타고 온 거대한 비행체와 괴수들이 물러가고 있습니다.”

“크하하하. 역시 통할 줄 알았어.”

이토 관방장관은 가츠미 공안위원장의 보고에 파안대소했다.

가츠미 공안위원장은 군만으로는 저들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함을 느끼고, 적을 이기지는 못하지만 물러서게 할 방법을 생각해 내기에 이르렀다.

혼란과 공포라 명명된 자살 폭탄테러를 계획한 가츠미 공안위원장은 이토 관방장관의 허가를 얻어 이를 시행한 것이었다.

“놈들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자네는 더 많은 민간인들에게 폭탄을 나누어 주게.”

“네. 각하. 지금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도쿄를 비롯한 인근 시가지에 모두 분산시켜, 때를 기다리도록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한뜻으로 천황폐하의 복수를 염원하고 있으니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에 급한 불을 끈 이토 관방장관은 한시름 덜어놓은 얼굴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금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돼. 조센징들에게 천황폐하의 복수를 하려면, 이런 방어적인 수단으로는 부족하다.”

“수일 안에 미국으로 건너간 마크 테일러에게서 기별이 올 것입니다.”

가츠오 공안위원장이 금테 안경을 매만지며 특유의 눈빛을 빛냈다.

“마크 테일러의 말만으로 즉각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겠나?”

“당시 상황을 모두 지켜봤으니 그냥 빈손으로 오지는 않을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조센징들을 억제할 정도의 무력은 동원되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혹시 미국에서 조사한대도 문제는 없겠지.”

“물론입니다. 심증은 있어도 남은 물증은 없습니다. 저희에게 유리한 물증이 많고, 민간에도 모두 그리 알려져 있습니다. 조센징들이 선제공격과 함께 무력도발을 했고, 저희는 수비적인 자세를 취했을 따름입니다. 거기다 천황폐하께서 돌아가신 이상 저희는 피해자일 뿐입니다.”

“정보조작이야 자네 전문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그러면 우리도 미리 준비는 좀 해야 하지 않겠나?”

“네. 각하. 미국의 지원을 기점으로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 군 전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가츠미 공안위원장의 보고를 모두 들은 이토 관방장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노리야마와 황거 집사에 대한 처리를 서둘도록 하게. 힘의 집중이 필요한 시기에 불필요한 이들이야. 더군다나 천황폐하의 안위를 지키지 못한 책임도 물어야 하지 않겠나.”

이토는 자신을 제외한 천황의 측근들에 대한 숙청을 암암리에 계획하고 이를 시행하고자 했다.

김도훈에 대한 충성은 변함이 없지만, 개인의 권력욕은 한층 강해진 상태였다.

노리야마 방위성 대신을 비롯해 자신의 행사에 걸림돌이 되는 이들 모두를 배제하길 원했다.

“네. 각하. 모두 천황폐하 시해 사건과 연관해 구속해서 취조 중입니다. 책임질 자들은 책임을 질 것입니다. 심려 마십시오.”

* *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미국 서부 해안선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는 50개 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었다.

극초신성 사태 당시 가까운 데스밸리 국립공원과 세쿠아 국유림등에 거대한 피난 섹터를 건설해 인근 주에서 수백만의 국민들을 피신시켜 현재 570만에 가까운 주민들이 생존해 있었다.

“계속하게.”

“일종의 정신 장악 상태입니다. 지속적인 암시로 마인드컨트롤 한 것이 아닌, 강력한 이능력으로 단숨에 세뇌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정상회복은 어려운가?”

“현재 SN관리국에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미국은 극초신성 사태 이후 이능력을 각성한 이들을 SN(Supernatural)으로 명명하고, 이들을 특별한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능력을 가진 자가 일본에 있다는 거군, 사전에 방비하는 것도 힘든가?”

“DARPA에서 대뇌 간섭과 외부 링크를 막는 헬멧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24시간 내로 완료할 수 있다는 전언입니다.”

DARPA(고등군사연구계획국)는 NASA(미국항공우주국) 산하 군사기술을 담당하는 기구로써, 극초신성 사태 이전 약 320여 명의 연구원들이 한해 5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소모하는 기구였다.

현재도 그 조직은 와해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고, 사태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마크 테일러는 어찌하는 게 좋겠나?”

“유니온 정보국에서는 기밀 유출의 심각성을 우려해 폐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유니온(Union)은 미연방을 대체하는 기구로써 극초신성 사태 이후 미국의 50개주를 관리 감독하고 있었다.

사태 이후 연방정부의 기능이 유명무실해 지면서 각 피난 섹터를 장악한 이들이 거대 세력으로 뭉쳐 만들어진 기구였다.

또 유니온은 3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3인 위원회가 최고 의결기관으로 존재했고, 이들은 미국을 3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각 관할을 확정 짓고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알겠네. 안토니오 의원님께는 내가 보고토록 하지.”

유니온 대의회의 의원인 안토니오는 미국의 서부를 관할하는 이였다.

극초신성 사태 이전 배관공에 불과한 이였지만, 사태 이후 가공할 이능력을 각성하면서 서부 피난 섹터 중 가장 큰 곳을 장악하면서 급부상한 인물이었다.

* * *

성현은 일본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테러로 인해 대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모든 원정군을 복귀토록 했다.

원정군은 성현의 명령에 따라 복귀를 서둘렀고, 당일 오후 늦어서야 제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총 사망자는 13명입니다. 부상자는 모두 회복해서 현재 치료를 요하는 대원은 없는 상태입니다.”

각 부대의 사상자 집계를 마치고 최동원의 보고가 있었다.

“이 쪽바리 새끼들 그냥 다 죽여 버리면 안 됩니까?”

조만호 2대대장이 핏발선 눈을 들어 말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부대의 지휘관이기도 한 조만호의 목소리에는 가고 없는 대원들의 한이 서려 있는 듯했다.

“일반인들의 저항이 도를 넘어섰습니다. 더는 민간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모두 테러분자일 뿐입니다.”

조만호의 발언이 시발점이 되어 모두가 한뜻으로 말했다.

“안다. 나도 알아. 하지만, 그들이 정말 본인의 의사로 그런 짓을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김도훈 그놈에게 당해서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

김도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일본이었다.

몰랐으면 모르되 이를 알고 있는 이상 무턱대고 그들을 살상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것이 김도훈에 의한 것이라 해도 저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언제 어느 때 어떤 도발을 다시 감행해올지 알 수 없습니다.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최동원은 원인보다 현재 상황에 입각한 대책이 필요함을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 전부가 최동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실어주었다.

“모두의 뜻은 잘 알겠다. 이일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하자.”

군위원회의 뜻이 일치하는 상황에서 성현도 더는 이를 안 된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스스로도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 * *

미국의 17개 주를 관장하는 이른바 서부 독립국은 주도를 캘리포니아로 정하고 수도가 로스앤젤레스에 있었다.

초고층 마천루들이 즐비한 로스앤젤레스의 퍼싱스퀘어에는 서부 독립국의 행정 사무처들이 즐비했다.

그중 가장 높은 빌딩은 현재 미국의 의사결정기구인 유니온 3인의 대의원 중 하나인, 서부를 관할하는 안토니오의 집무실이 최상층에 위치해있었다.

-흐음. 어쩌면 오리스의 역소환과 연관된 자인지도 모르겠군.

-오리스가 있던 중국과 가깝다고는 하지만, 단정하기는 힘들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직경이 1미터 남짓한 두 개에 수정구에는 한 명의 중년인과 그보다 젊은 남성 두 명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현재 미국을 지배하는 유니온의 수장격인 3인의 대의원으로, 각 서부의 안토니스, 동부에 데니얼, 그리고 중부의 산토스였다.

“그보다 일본에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놈은 성가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져오지 못하는 권능에 가까운 능력이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안토니오의 말에 동부의 데니얼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흥! 우리의 권능을 하등한 놈들의 능력과 비교하는 건가?

중부의 산토스가 안토니오와 데니얼의 말에 제동을 걸었다.

“산토스. 인간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렇다 산토스. 이곳의 문명은 우리가 알던 세상과는 그 괴를 달리하고 있다.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 진화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본신의 힘을 일부만 가져와 쓸 수 있는 우리는 인간을 태만히 보아서는 안 된다.

-쳇!

안토니오와 데니얼의 말에 틀린 점이 없었고, 산토스 또한 지구에 소환되고 인간들의 문물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지적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것보다 반도의 작은 나라의 소환물로 보이는 것들은 본 드래곤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동아시아를 담당했던 인간이 가져온 영상에 나온 소환물들은 그보다 덩치도 작고 그 파괴력도 본 드래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아류라 볼 수는 있다.”

-아류라······. 쉽게 볼 일은 아닌 것 같군.

빈정대던 산토스가 본 드래곤이라는 말에 자못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인간들의 무기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고 한다. 이곳 미국의 무기체제가 지구상에서 가장 앞서있고, 강하다는 점을 잊지 마라.”

-그도 그렇군.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서부를 관할하는 안토니오가 입을 열었다.

“이일은 내가 처리하도록 하겠다. 이의 있나?”

-크라토스. 아니 안토니오라 불러야겠군, 그대에게 맡기도록 하지.

-좋다. 동의하지.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다. 수확 일자와 그 수를 결정짓도록 하지.”

-시일을 결정짓는 건 내겐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난 100만 정도면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한 번에 많은 수확은 무리가 따른다. 인간들의 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최소 150만은 되어야 해. 힘의 손실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되어야 적당하다.

이들이 말하는 수확은 인간을 제물로 마계에 있는 본신의 힘을 끌어오는 일을 지칭했다.

공동으로 제물을 사용해 차원의 문을 열고, 이를 유지하는 데 같이 힘을 보태면 보다 효율이 좋다는 점에서 이들은 힘을 합쳤다. 그 결과 이미 두 차례에 걸친 수확을 진행 한 했고, 3차 수확이 있을 예정이었다.

“산토스. 좀 더 멀리 보는 게 어떻겠나. 오랜만의 유희를 난 짧게 끝낼 생각이 없다.”

안토니오의 설득에 잠시 생각에 골몰한 산토스였다.

-알겠다. 이번엔 너희의 뜻대로 하도록 하지.

결론은 언제나 저돌적이고 불같은 산토스보다 냉철한 안토니오를 쫓게끔 되어 있었다.

“고맙다. 그럼 수확에 필요한 제물은 100만으로 정하고, 그 시일은 열흘 후, 캔사스에서 진행하기로 하지. 그때까지 모두 준비를 마쳐주기 바란다.”

-그렇게 하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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