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
보이지 않는 위험 (4)
미국 남서부의 항구도시 샌디에고.
지중해성 기후의 쾌적한 기후로 인해 미국 굴지의 관광지이자, 임해(臨海) 휴향 도시로 유명한 곳이었다.
켈리포니아 남부의 항구도시이기도 한 샌디에고는 미 태평양 해군의 중요한 거점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제럴드 포드의 원자로 수리는 끝났나?”
“네. 제독님. 문제가 되던 A1B 2호 터빈의 교체가 완료되었고, 테스트 가동 중입니다. 현재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보고입니다.”
미국의 차세대 항공모함(CVNX)인 제럴드 포드함은 100MW급 핵발전기 3기가 장착된 최신예 항공모함이었다.
핵발전기를 3기를 장착한 이유는 엄청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무기를 탑재한 때문에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미국이 지난 50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개발한 무기들을 장착한 제럴드 포드함은 지금까지의 재래식 무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무장 정도는 200km 이상 떨어진 목표의 5인치(12.7cm) 두께의 철판도 가볍게 뚫어버리는 레이져포(Laser Gun) 3문과 다수의 레일건으로 무장한 SF를 현실화한 궁극의 병기였다.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출항을 서두르도록 해라. 현재 시간 14시 34분 15시를 기점으로 전 함대 출진을 시작한다.”
“네! 제독님.”
오전 일찍 출항을 앞두고, 핵발전기에 이상이 생긴 기함 제럴드 포드함으로 인해 일정에 문제가 생겼지만, 빠른 대처로 수리는 완료되어있었다.
이에 패트릭 월시 제독은 시간을 더는 지체치 않고 함대의 출항을 명령했다.
“제독. 목적지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 걸로 예상되나?”
“네. 도노반 장관님. 기상 문제만 없다면 최대 135시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흐음. 최소 5일은 걸릴 거라는 말인가. 상당히 지루한 시간이 되겠어.”
안토니오의 최측근인 도노반은 유니온(미3국연합)산하 12명의 장관 중 하나였다.
미국을 3개의 개별 국으로 나누어 관할하는 유니온은 서부의 안토니스, 동부의 데니얼, 중부의 산토스 3명의 대의원아래 각 4명의 장관 도합 1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안토니오의 대의원의 권속으로 유니온 제 6장관의 위치에 있는 도노반은 샌디에고에 도착해 태평양 함대의 기함인 제럴드 포드에 올라 있었다.
“좀 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패트릭 제독은 외부적으로 강력한 이능력자로 알려진 도노반 장관의 말 한마디조차 예사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전장의 사신, 피의 살육자라 불리는 도노반 장관이었다.
대 좀비 전투에 있어서 사신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직접 본 일은 없지만 그가 행한 일련의 일들로 인해 피의 살육자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모두에게 공포로 각인되는 사건이었다.
아리조나에서 있었던, 반유니온 세력을 도노반은 자신의 친위대 100여 명만 이끌고 15만에 가까운 이들을 학살했다.
당시 전장 정리를 위해 투입된 군 병력에 의해 그 참상은 암암리에 소문이 나 있었다.
병사들은 지상의 지옥이 있다면 그곳이라는 말로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고, 투입된 장병 대부분이 극심한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고 있었다.
“후훗.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패트릭 제독의 눈에서 두려움과 함께 경외의 시선을 받은 도노반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때 함대 작전참모가 함교에 찾아왔다.
“장관님, 제독님. 세부 작전에 대한 브리핑 준비가 모두 끝나 안내토록 하겠습니다.”
“장관님 가시죠.”
“그러지.”
* * *
“기함 제럴드 포드를 포함해 10만톤급 CVN-79(John F. Kennedy), CVN-80( USS Barry M. RHFEM) 항공모함 세 척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함재기로는······.”
전장이 300미터가 넘는 항공모함이 모두 3척이었다. 3척의 승무원은 도합 1만 명에 이르렀고, 함재기로는 무려 270대에 달했다.
이중 유인기는 F-35를 비롯해 30여 대에 지나지 않았고, 모두 최신예 기종인 F-41 최신예 스텔스 무인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강습상륙함에는 클로킹 전차 80대를 비롯한, 메카닉 컴뱃슈츠를 장착한 해병대 3천 명, 무인 드론 5백 대가 준비되어 있으며, 알레이버크급 신형 이지스함 DDG-134외 14척으로 함대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클로킹 전차는 장착된 정교한 전자 센서들이 주위를 둘러싼 환경 이미지를 차량 외부로 투사해 바깥 배경과 어울리게 만들어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게 만드는 일명 투명 전차라 볼 수 있었다.
가시거리에 있다고 해도 육안으로는 전차의 존재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신개념의 전차였다.
그리고 해병대에 지급된 메카닉 컴뱃슈츠는 진정한 기계화 보병의 탄생임이 분명했다.
외장갑골격으로 이루어진 메카닉 컴뱃슈츠는 7.56mm 탄을 방어함은 물론 12.7mm 탄에도 외장갑이 관통되지 않았고, 600kg 무게의 짐을 지고도 평지를 40km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무인 공격드론 500대까지 포함돼 어 있어, 한 국가를 전복하고도 남을 만한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함대 출항 준비 완료! 현 시간부로 알파함대 발진 출진합니다.”
작전 브리핑이 끝날 때가 되어서 출항 준비가 모두 완료된 일명 알파함대는 미 서해안을 벗어나 태평양으로 출항을 시작했다.
* * *
성현은 가츠미 공안위원장을 시작으로 심문을 시작했고, 어느덧 마지막 한 명을 앞두고 있었다.
가츠미는 심문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지가 몇십 등분으로 나뉘어 그 죄 많은 삶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제주 참사를 주도한 이들 중 하나라는 사실이 그의 입에서 토설되는 순간 그의 삶은 예정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민간인들을 이용한 폭탄테러를 알면서도 묵인했던지, 이를 적극적으로 종용한 놈들이었다.
성현에게는 이들을 살려둘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단숨에 죽이지 않고, 이들을 하나하나 대면해 심문한 것은 죽기 전이나마 너희들이 죽는 이유는 알고 죽으라는 생각에서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심문을 하다 사형을 선고하고 죽는 자가 다수 발생하자 도주자가 나왔지만, 고작 수십 미터를 벗어나지 못했고 성현의 총탄에 머리 없는 시신이 될 뿐이었다.
“제, 제발 모, 목숨만은······.”
“그런 개소리라면 이미 많이 들었고, 따로 더 할 말은 없나?”
공포와 절망에 빠진 이들은 더는 도망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고작 애절한 말로 살려 달라 말하는 게 전부였다.
“이제 끝내자. 너는 죄 없는 무수히 많은 이들을 살상하도록 종용했고, 지금도 그 죄를 뉘우침이 없다. 고로 너도 사형이다.”
사사삭! 서걱!
“끄아악!”
“고통은 네가 지은 죗값에 대해 극히 일부나마 갚고 가라는 뜻이다.”
마지막 남은 자의 사지를 끊어내고, 쇼크로 인한 사망에 이르기 직전 성현은 놈의 목을 잘라버렸다.
김도훈의 지시로 시작된 제주 참사야 놈의 지시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후 이들이 행한 일들은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미친 짓들이었다.
김도훈의 현혹으로 생긴 충성과는 다른 광기가 이들에게는 있었다.
“이놈들은 DNA가 문제인가?”
성현은 어쩌면 민족성과도 연관이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에도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일들을 자행하고도 반성이 없기는 매한가지였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김도훈을 만나지 않았어도 어쩌면 제주 참사와 같은 일을 벌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사룡이 너는 사고 치지 말고, 여기 애들 관리 잘하고 있어.’
-주인. 그럼 언제 다시 오는 건가?
‘내일 아침에 다시 돌아올 테니 내일 보자.’
-알겠다. 주인.
성현은 모든 스컬 드래곤 중 가장 앞 순번이면서 고참 이랄 수 있는 사룡에게 다른 스컬 드래곤들의 지휘를 맡겼다.
일일이 지시를 내리는 것도 일이었고, 사룡에게 전달하면 모두에게 다시 전해져 일을 덜 수 있었다.
성현은 천천히 상공으로 떠올라 수십 킬로는 떨어져 있는 기동 요새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무전을 보내어 제주로 귀환한다는 사실을 최동원에게 알리고 성현은 내일을 기약했다.
* * *
제주로 긴급귀한한 성현은 마침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에 늦은 시간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시간을 아낄 요량으로 직접 찾아가 무슨 급한 용무가 있는 것인지 물었다.
“아-. 벌서 그때가 왔군요.”
“네. 사령관님. 당장 장거리 통신이 가능하도록 송수신 장치를 손보고 있습니다. 위성이 없어도 일본에 있는 부대와는 통신이 내일 중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현은 밤늦은 시간 아직도 연구소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우현 박사를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더는 외부 작전 중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가 없어졌음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위성 발사는 삼일 후로 잡고 있습니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군요.”
“모두 사령관님 덕분이지 않겠습니까? 이미 제반 시설은 모두 복구가 되어 있고, 위성 또한 준비되어 있는 상태이고, 기상이 좋은 이때가 가장 적기로 생각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날은 제가 반드시 참관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성의 필요성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통신의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동향 파악이나 기상관측을 통해 일기예보 또한 가능케 했다.
“저 그리고 일전에 보고 드린 무기 KL-1 초기 생산 분은 모두 100정으로 명일 군으로 인계될 예정입니다.”
레일건의 제식명은 KL-1으로 정해졌다.
연구소의 인력 태반이 매달린 끝에 만들어진 레일건은 제주의 군사력을 수직 상승시키는 일임이 분명했다.
“혹 탄약과 배터리도 함께 입니까?”
“네 사령관님 배터리는 모두 500개이고 300발들이 탄창은 모두 1천 개입니다.”
“크흠. 그중 제가 쓸 것은 좀 빼주시고······.”
성현의 말에 정우현 박사는 환한 미소로 말을 대신했다.
“이리 곧장 오실 줄 알았으면 예쁜 포장이라도 해둘 걸 그랬습니다. 안 그래도 준비는 모두 해뒀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정우현 박사가 스피커 폰으로 어디론가 이야기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플라스틱 박스를 든 연구소 보안 요원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한번 보시죠.”
성현은 눈을 반짝이면서 플라스틱 케이스를 열자 묵광의 기존 총기와는 형태가 다른 총기가 안에 들어있었다.
두꺼운 외형의 총기는 심플하지만, 그 형태로 인해 다소 투박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무려 레일건이었다.
그것도 개인 화기인바 성현은 작게 가슴이 뛰었다.
“이거 너무 큰 선물인데, 전 드릴 게 없어 죄송해서 어쩝니까?”
“주신 게 없다니요. 저희들을 이리 제주에 살게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충분합니다.”
성현은 총신을 한번 쓰다듬으면서 이제 자신의 무기가 될 녀석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