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46화 (146/176)

# 146

지진과 기후변화 (1)

전체회의를 파하고 군위원회 소속 인사들만으로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성현은 일본의 주요 지휘부를 심문하던 중 뜻밖의 소식을 접했고, 이 같은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 차후 대책을 논하고 있었다.

“미국이라면 극초신성 사태를 가장 먼저 예견했고, 착실히 준비했다면 충분히 현 상황을 타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외국에 특사를 파견했다는 건 자국의 안전을 어느 정도는 확보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듯합니다.”

미국이 동아시아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특사를 파견했고, 그 특사는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보기도 전에 급박한 일본의 사정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상황이었다.

그것도 거짓과 모순으로 얼룩진 거짓 정보를 가지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방귀 낀 놈이 성낸다더니 이건 뭐······.”

일본이 미국에 거짓 정보를 흘려, 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에 모두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그것도 자신들의 행한 참담한 짓은 모두 숨기고, 도리어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일본이 지원을 요청했다고 해도 미국이 전후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저희를 적대시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저희 또한 미국의 우방이지 않겠습니까? 일방적으로 일본 편을 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최동원은 미국이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고 돌아간 특사의 말 한마디에 휘둘릴 만큼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말했다.

“제 생각에는 만약 미국이 해외에 신경 쓸 만큼 여유가 있다고 해도, 가장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할 겁니다. 무턱대고 무력을 동원하지는 않을 걸로 판단됩니다.”

많은 회의가 있었지만 여태껏 본인의 의견을 따로 피력하지 않았던 해밀턴이 이번만큼은 자신 있게 생각을 말했다.

해밀턴의 모국이기도 한 미국이고, 그만큼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해밀턴의 말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미국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친구인 정한도 해밀턴의 말을 거들면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 보고 있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특사라는 자가 김도훈의 이능력에 당했을 가능성이 높아. 그자가 일본에 유리한 증거와 자료를 가지고 간 이상 최소한의 대비는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성현은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최악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언제 어느 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이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

“경계를 강화하고, 특히 태평양에 대한 감시를 늘리도록 한다.”

““넵! 알겠습니다.””

“정 장관님.”

“네. 사령관님.”

군사 회의나 마찬가지인 회의에 별다른 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정우현 박사를 성현이 불렀다.

“위성 발사에 차질은 없습니까?”

“네. 사령관님. 이틀 후 기상상태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습도나 풍속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위성 발사는 계획대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날은 저도 참관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성 발사가 임박해있었다.

위성을 띄우게 되면 보다 넓은 지역에 대한 정보수집이 가능해지고, 제주에 대한 도발을 사전에 탐지해 낼 수 있었다.

그만큼 제주의 안전이 그만큼 더 확고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 * *

“이게 모두 당장 필요한 것들입니까?”

성현은 회의가 끝나고 따로 찾아온 정우현 박사가 당장 시급한 일이 있다고 말해 독대 중이었다.

“네. 사령관님. 대체가 불가능한 광물들입니다.”

정우현 박사가 필요로 하는 금속들은 바나듐, 몰리브덴 등 모두가 희귀 금속들로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특히 레일건 배터리의 주원료이기도 바나듐은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아무리 마정석이라는 스페셜한 촉매가 있다고 하지만, 기본이 되는 광물은 반드시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현은 정우현 박사 접견을 마치고, 그가 요구한 금속들이 매장된 생산지를 알아오도록 내정위원회 산하 부서에 지시를 내렸다.

“인도라······.”

남부 아시아에 속해 있어 같은 아시아권에 있는 나라였다. 다만, 한 번도 가본 적도 신경 써본 적도 없는 성현에게는 다소 생소한 나라임이 분명했다.

“쇠뿔도 당김에 뽑으라고 했으니.”

성현은 당일로 인도로 다녀올 생각을 했다.

최대한 제주를 벗어나는 것을 자제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자신이 아니고서는 대안이 없는 일을 두고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정한아, 인도 좀 다녀올게.”

“꼭 옆집 가듯이 이야기하네.”

단둘이 남은 탓에 정한은 편한 말로 대꾸했지만, 성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별일이야 없겠지만, 문제 생기면 바로 긴급귀한 할 테니 걱정 말고. 그럼 간다.”

성현은 집무실 창을 개조해 오픈 형식의 만든 창으로 다가가 열어젖히고 말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공으로 날아올라 서쪽 방향으로 향했다.

슈아아앙!

성현의 귓가로 공기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제주를 벗어난 직후 순식간에 극초음속에 도달한 성현은 시속 6천 킬로미터의 속도로 창공을 가로질렀다.

* * *

성현은 인도의 동부에 위치한 즈하르한드 상공에 도착해 있었다.

인도의 29개의 주중 하나인 즈하르한드는 대한민국 면적의 3분의 2정도의 면적을 가진 넓은 지역이었다.

“인도의 사정은 별로 좋지가 못하네.”

인도 전체를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지나쳐온 지역을 살펴본 성현은 지상이 좀비와 구울들에 의해 완전히 점령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13억이 넘는 인구를 보유해 중국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임에도 생존자라고 할 만한 이들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인도도 준비할 시간이 있었던 만큼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보다 제대로 찾아온 거 같기는 한데······.”

성현은 즈하르한드 서쪽 나오겐 지역의 거대한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곳 거대한 인공호수를 감싸고 있는 산맥에 성현이 원하는 광물들이 묻혀 있는 장소였다.

성현은 고도를 낮추는가 싶더니 어느새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산맥의 정상에 발을 디뎠다.

“후딱 처리하고 가자.”

‘영지 관리’ 항목을 열고 먼저 성현은 먼저 ‘영지 선포’를 했다.

그리고 성현답게 ‘광산2’라는 간단한 이름을 영지에 부여하고, 영지의 하위 카테고리에 있는 자원 항목을 오픈했다.

“우선은 자원 확장 등록부터 해야겠지.”

[확장등록을 할 신 자원의 명칭을 부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나듐, 몰리브덴, 백금······”

성현은 이곳 산맥에 필요한 모든 광물이 있지는 않았지만, 미리 광물자원들을 모두 등록시켰다.

3.가용자원(27/27)

1)가죽

2)목재

3)점토

4)석재

5)철광석

6)석유

7)바나듐

8)몰리브덴

.

.

27)로듐

“비싸다 생각했는데.”

신 자원 하나를 등록하는데 2백만 골드가 소모되었다.

도합 20가지의 광물이 등록되고 한순간에 4천만 골드가 증발했다.

“어떻게 보면 싼 거지.”

스컬 드래곤 한 마리가 3천2백만 골드를 들여야 한 마리를 생성할 수 있었다.

20가지의 광물을 신 자원으로 등록하고 나간 4천만 골드는 어떻게 보면 소소한 지출일 뿐이었다.

중국과 한반도 등지에서 스컬 드래곤들이 지속해서 벌어다 주는 골드는 지금도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다.

제주 참사 당시 일천이 넘는 스컬 드래곤을 소환해 모두 탕진하고도 현재 90억 골드 이상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자, 다음은.”

[탐색을 원하시는 자원을 지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원 ‘바나듐’의 탐색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수락, 거부)]

성현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탐색 완료까지 999시간 59분 59초]

[탐색 완료까지 999시간 59분 58초]

“시간은 골드로 채울 수 있지.”

[즉시 탐색 완료 999만 골드]

시간당 1만 골드가 요구되는 일이지만, 이 또한 머뭇거릴 만한 지출은 아니었다.

즉시 탐색을 완료한 성현은 탐색된 자원의 숫자가 늘어났음을 확인하고, 그 즉시 바나듐을 클릭했다.

그리고 바나듐을 채굴할 시설들을 확인했다.

1)바나듐

-매장량 : 210만 톤(t)

1급 시설

생산량 : 시간당 350 톤 (t)

필요자원 : 51,000,000 골드

-설치

( 0 ▲) =

2급

생산량 : 시간당 120 톤 (t)

필요자원 : 24,000,000 골드

-설치

( 0 ▲) =

3급

생산량 : 시간당 46 톤 (t)

필요자원 : 4,100,000 골드

-설치

( 0 ▲) =

“그러고 보니 이거 얼마나 필요한지 묻지도 않았네.”

정우현 박사가 급하다고만 했지 어느 정도의 양이 필요한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1급 하나 만들어두고 더 필요하면 그때 추가하는 걸로 하자.”

채굴 시설들은 그 숫자에 제한이 없었고, 필요하다면 몇 개를 더 만들어도 상관이 없었다.

“어디 보자. 여기 로듐도 소량 있다고 했으니 그것도 등록하고.”

성현은 마침 같은 장소에 다른 희귀 광물이 하나 더 있음을 내정위원회에서 전달해준 자료를 확인하고, 곧바로 로듐도 탐색과 함께 채굴까지 일사천리로 마무리했다.

그때였다.

쿠쿠쿠쿵!

성현이 있는 산맥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산맥이 감싸고 있는 인공호수는 들끓고 있었고, 거센 풍랑이 일 듯 파고가 넘실댔다.

“······지진?”

쿠콰쾅!

산사태와 더불어 지반이 갈라지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들이 연이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성현은 이 원인 모를 사태에 놀라 속히 상공으로 날아올라 상황을 살폈다.

“도대체 무슨!”

거대한 산맥이 주저앉고, 호수에 생긴 싱크홀이 호숫물을 빨아들이면서 강력한 소용돌이가 생겨나 있었다.

광대한 지역의 지축이 끊임없이 뒤틀리면서 지형의 변화가 실시간으로 뒤바뀌고 있었다.

말 그대로 천재지변이었다.

지상은 흙먼지가 비산하고, 크게 울부짖고 있었다.

성현은 전신에 소름이 돋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가공할 천재지변 앞에 성현의 능력은 하등 보잘것없게만 느껴졌다.

“만약 제주에 이런 일이 있다면?”

만에 하나라도 지금 이곳에 일어난 일이 제주에서 일어난다면, 앞서 제주 참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명이 희생될 터였다.

“이건 막을 수 없다.”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성현의 능력이라 한 듯 이런 재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성현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어느덧 지진은 잦아들고 있었다.

‘거기 혹시 아무런 이상이 없어?’

-주인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지진!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지는 그런 일이 없냐는 말이다.’

성현은 혹시나 제주에도 이 같은 지진이 난건 아닌지 제주에 있는 사룡에게 이를 물었다.

-주인의 부하에게 물어보겠다.

사룡은 성현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자, 자신이 아는 성현의 부하에게 그 질문을 했다.

-주인. 이곳에 약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약한 지진?’

-진도 3정도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사룡은 최동원이 전해주는 말을 그대로 전달해주었고, 성현은 그제야 어느 정도 수준의 지진이 발생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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