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이에는 이 눈에는 눈 (1)
“이 미친놈들 잘도······.”
조만호는 성현의 지시에 따라 일본이 비밀리에 만들어 놓은 생화학 저장창고를 찾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러고 지금 센다이 외곽 이즈미가타케산 중턱에 자리한 지하 비밀시설에 이르러 있었다.
“이거면 사태 이전 전 세계 인구를 두 번은 전멸시킬 수 있는 양입니다.”
여타의 생화학무기들도 있지만,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보툴리눔이 무려 282그램(g)에 달했다.
치사량이 12~18나노그램(ng)임을 감안하면, 사태 이전 80억에 달하던 전 세계 인구를 전멸시키고도 남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모조리 폐기하고, 이곳 시설은 지운다.”
조만호의 명령에 따라 보툴리눔이 들어있는 기밀 캡슐들은 모두 옮겨져 폐기 절차를 시작했고, 폭파 전문 부대원들은 지하 시설 내부에 폭약 설치를 서둘렀다.
“인원 점검 모두 완료했습니다.”
“알겠다. 모두 기동 요새에 승선!”
폭약 설치를 모두 끝마치고 지상으로 올라온 조만호는 투입 부대원들이 모두 철수했는지 거듭하여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기동 요새에 오를 것을 지시했다.
잠시 후.
쿠쿠쿵!
기동 요새가 상공으로 이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만호는 폭파 스위치를 눌러 마지막 할 일을 했다.
지하에 매설된 폭약이 터지면서 지상에도 상당한 진동이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었다.
산의 중턱이 크게 들썩이더니 지반이 침하되어 주저앉았고, 큰 굉음을 내는 산사태가 발생했다.
“모두 수고했다. 선장 도쿄로 돌아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제독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한 조만호는 도쿄로 돌아가 아직 혼란한 정국을 수습 중인 마사토 총리를 도와 안정화에 힘을 보탤 생각이었다.
-우리를 향해 접근 중인 것들이 있다.
‘······뭐?’
조만호는 기동 요새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스컬 드래곤이 전해오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전 일본 항공자위대가 운용 중이던 3곳의 기지는 자신의 손으로 완벽하게 무력화시켰고,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기체들은 모두 파괴시킨 상태였다.
더군다나 고위 간부를 비롯한 파일럿들은 구금하고 있어 지휘체계와 함께 운용 능력이 남아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상한데···. 숫자는 얼마나 돼?’
-조금 큰 놈들은 일백이 넘고, 작은놈들은 그보다 많다.
‘······방향과 거리는?’
스컬 드래곤이 알려온 숫자의 단위가 심상치 않았다. 이 정도의 전력을 일본이 숨겨두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만약 이런 전력이 있었다면 진작 자신들과 결판을 내었어야 정상이었다.
-동쪽이다. 그리고 상당히 먼 거리다.
조만호는 선창에서 나와 스컬 드래곤이 말한 방향을 살폈다.
그리고 육안으로 식별이 쉽지 않은 탓에 망원경으로 살피던 조만호는 안색을 굳혔다.
“전 부대 전투태세!”
곁에 있던 부관이 조만호의 명령에 따라 무전을 보내 전 부대에 긴급 상황을 타전했다.
* * *
태평양을 건너온 미 태평양 함대는 일본 본토에서 300km 떨어진 해상에 정박해, 공중 조기경보통제기(AWACS)에서 알려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적기 발견! 거리 207마일(333km)! 센다이에서 서남 방향으로 245노트(453km/h)의 속도로 진행 중입니다.”
함대의 기함 제럴드 포드함의 작전 지휘실에 적막을 깨는 보고가 울려 퍼졌다.
“제독 시작하도록 해.”
“넵! 장관님.”
도노반의 지시가 떨어지자 패트릭 월시제독은 전 함대에 작전 개시를 알리고, 3척의 항공모함에 실려 있던 F-41 최신예 스텔스 무인기들을 일제히 출격시켰다.
그리고 공격드론(MQ-15) 200여 기가 추가로 발진했다.
“함대 이동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패트릭 월시 제독의 말에 도노반은 고개만 까닥이며, 말을 대신했다.
해상에 정박 중이던 함대가 항모의 함재기 출격을 필두로 전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상륙함 전개를 시작해.”
함대의 최선두에 있던 강습 상륙함 ‘USS 본험 리처드(LDH-6)’이 빠른 속도로 함대를 이탈에 전속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강습 상륙함에는 최첨단 메카닉 컴뱃슈츠를 착용한 해병대 3천 명, 클로킹 전차 80대를 비롯해 지상 무인병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거리 35마일! 사정거리에 들어왔습니다.”
“개별 유닛별로 전투 개시!”
각 항모의 선내에 위치한 무인기 통제 센터에 제독의 전투 개시를 알리는 붉은 경광등이 켜졌고, 무인기 조종사들의 손이 한층 바빠졌다.
* * *
성현은 정우현 박사를 만나고, 절망적인 소식을 접하고 사고가 정지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친구 정한에게서 이를 타계할 방법을 찾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명일 있을 각성 부여에 한줄기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또 제주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게임 이력을 조사한 자료를 살피며, 더 획기적인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더욱 많은 골드가 필요할지도 몰라.”
한참을 서류와 씨름하던 성현은 정한이 한 게임이 기본적으로 자원을 토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만, 자신이 이를 공유받게 되면 기존의 능력과 합일되면서 어쩌면 대체 자원으로 골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창고를 열고 급히 골드를 확인한 성현은 더 많은 골드를 벌기 위한 투자를 결심했다.
“생성!”
성현은 집무실을 나와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제주참사 당시 생성한 스컬 드래곤 이상의 숫자를 생성해 냈다.
이미 해미에게서 받아온 1천 2백억 골드와 자신에게 남은 2백억 골드를 모두 투입했다.
무려 4천 3백 마리에 이르는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스컬 드래곤들을 생성해냈다.
백 마리 단위로 쪼개어 중국 쪽에 추가로 투입하는가 하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도록 위치를 지정해 주었다.
스컬 드래곤들의 평균 속도를 감안하면, 빠르면 수 시간 늦어도 하루 안에 모두 지정한 위치에 도착에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할 수 있을 터였다.
“이제 기다리면 된다.”
사냥에 투입된 스컬 드래곤은 기존에 생성한 개체들을 모두 합쳐 도합 4,500마리 정도.
제주참사당시 만든 스컬 드래곤들을 빼는 것은 무리라 판단해 이를 남겨두었음에도 엄청난 숫자임이 분명했다.
최소한 스컬 드래곤 한 마리당 시간당 1천 마리의 좀비들을 사냥한다는 가정을 하면, 시간당 450만 마리의 좀비들을 제거해 골드로 전환되게 될 것이었다.
좀비 당 대략 500골드를 획득 가능한바, 하루면 5백4십억 골드를 얻을 수 있었다.
-사령관님!
성현이 스컬 드래곤들을 전 세계로 보내고 다시 집무실로 돌아온 시점에 최동원이 무전으로 급히 성현을 찾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혹시 스컬 드래곤들 때문이라면 별일 아니니 소란 떨 거 없다.”
성현은 최동원이 대량의 스컬 드래곤을 생성한 일로 그러는가 싶어 말했다.
-그것도 있지만, 아닙니다. 지금 일본에 있는 부대가 공격을 받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무슨 말이야? 일본에 남긴 전력이라면 잔존한 일본군 세력으로는 변변한···. 설마?”
-그 설마가 맞습니다. 성조기가 그려진 미국적기들의 파상공세입니다. 거기다 해상을 통해 상륙하는 모습도 일부 목격되고 있다는 전갈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항공모함 다수가 포함된 함대가 이번 작전에 포함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전투기들이 태평양을 건너 미 본토에서 왔다고는 보기 힘든 일이었고, 이는 분명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함재기로 봐야 했다.
성현은 급히 미니맵을 열고 일본 현지에 있는 스컬 드래곤들의 피해유무를 확인했다.
“이런!”
수천 마리가 넘는 스컬 드래곤을 생성하다 보니 제아무리 성현이라 해도 실시간으로 모두를 케어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미니맵 상에 나타난 스컬 드래곤 중 10여 마리가 내구도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지금 공격받고 있다고 들었다. 왜 보고를 하지 않은 거야!’
-주인이 심상으로 대화를 막지 않았나? 우리는 주인의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다.
성현은 아차 했다.
숫자가 많아지자 스컬 드래곤들이 심상으로 전하는 대화를 제한한 것이 화근이었다.
상황에 따라 말을 하도록 해야 했지만, 제한만 하고 추가로 지시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상황부터 말해봐.’
-놈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다수의 동족이 다쳤고, 주인의 부하인 이곳 인간 대장이 후퇴를 결정했다. 놈들을 피해 후퇴하는 중이다.
성현이 심상으로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지시를 하는 사이 최동원의 무전이 들려왔다.
-사령관님! 일본의 부대가 후퇴 중에 있다는 급전입니다.
“알고 있다. 가까운 스컬 드래곤들에게 지원하라는 지시를 보낸 상태다. 나 또한 직접 갈 생각이니 너는 제주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라. 어쩌면 일본뿐만이 아니고 제주에서도 전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 * *
“V-14 피격, 대체기 발진을 요청합니다!”
무인 전투기가 피격되어 추락하자, 새로운 무인기가 발진했고, 조종사는 기존 연결을 끊고 새 기체와 연동을 서둘렀다.
“보고 드립니다. 현재까지 32기의 무인기가 파괴되었고, 55개의 공격 드론들이 피격되었습니다.”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군.”
도노반은 작전 참모의 보고를 듣고 패트릭 제독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 함대 레일건 사용을 허가한다.”
패트릭은 전 함대에 명령을 하달하고, 선창으로 다가가 갑판 한쪽을 주시했다.
갑판의 상갑이 열리면서 거대한 포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레일건인가?”
“네. 장관님. 이걸로 놈들도 끝장날 겁니다.”
“기대 대는군.”
도노반과 패트릭 제독은 갑판을 바라보고 있을 때 주포 통제관이 보고를 했다.
“주포 충전완료! 타깃 설정 완료!”
“즉시 발사해!”
츠츠츠츠. 푸쾅!
항모를 비롯한 이지스함에서 미사일이 아닌 탄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졌다.
핵발전기에서 생성된 전력을 토대로 한 레일건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적기 명중! 추락합니다!”
적기의 이동 속도와 모든 조건을 계산한 탄환이 정확하게 명중되었음을 알려왔다.
그리고 고고도 정찰기 한 대에서 보내오는 영상은 힘없이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모습을 생생히 전달해 줬고, 거대한 뼈로 이루어진 머리 없는 괴 생명체가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 * *
콰콰쾅!
-크윽. 숫자가 너무 많다.
처음 백여 기라 생각했던 전투기는 도합 270여 기에 달했고, 무장 능력도 탁월해 각 기당 8개 이상의 공대공 미사일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공격 드론들이 가진 미사일들을 쏟아 내자 하늘은 온통 뿌연 연기로 가득 차 순식간에 수백 개가 넘는 미사일들이 수시로 날아들고 있었다.
“젠장! 모두 최대한 전투 공역을 이탈한다. 후퇴해!”
그때였다.
꽈과광!
기동 요새의 좌측에서 함께 날고 있던 스컬 드래곤 하나가 굉음을 내며 피격되고 있었다.
“이런 시발!”
조만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최초로 스컬 드래곤을 잃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