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50화 (150/176)

# 150

이에는 이 눈에는 눈 (2)

쾅! 콰쾅!

기동 요새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큰 충격에 조만호는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이미 작전에 동참한 스컬 드래곤 10마리 중 7마리를 잃었고, 급기야 기동 요새가 놈들의 타깃이 되어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제독님. 요새의 기동 능력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이런 제길!”

조만호는 쓰러지면서 이마가 찢어져 얼굴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선장의 말마따나 기동 요새의 추력에 문제가 생겼는지 이동속도가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표적 역할만 하다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제대로 한 방 먹이지도 못했는데……!”

조만호는 이를 부서져라 갈아대며 말했다.

스컬 드래곤이나 기동 요새의 공격 사거리는 2km와 2.5km에 불과했고, 그 이상의 사거리로 초장거리 공격을 하고 있는 놈들에게 공격한 번 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미사일 세례를 막는데 사력을 다하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무력하게 당해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도 답답해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요새 내구도 완전 회복되었습니다. 최대 속도로 이탈하도록 하겠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조만호는 이유를 물어볼 새도 없었다. 아니, 심상으로 전해오는 스컬 드래곤의 말에 그 의문은 순식간에 해소되었기 때문에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주인이 오고 있다. 놈들은 우리가 막겠다.

성현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일본에 있던 이번 작전에 참여하지 않은 스컬 드래곤들의 지원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니들 이제 좆 된 거야.”

* * *

성현은 제주에서 출발해 가공할 속도로 일본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스컬 드래곤 중 일부가 완전 파괴되어 미니맵에서 사라짐을 확인했다.

어떤 공격을 받은 것인지 수리해 줄 틈도 없었다.

“더 빨리!”

최대 속도로 가고 있음에도 한없이 늦게만 느껴졌다.

“스킬!”

[특수]무기 기술자

-공격력, 속도, 범위, 명중 50% 증가 (적용 시간 10분, 재사용 대기시간 1시간)

10분에 불과 하지만, 성현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음이 터져 나왔고, 마하 5의 속도로 날고 있던 성현은 순식간에 마하 7.5에 도달했다.

제주를 출발해 2분여 만에 대마도 상공을 관통해 1390km가 떨어져 있는 센다이 상공에 도달한 것은 10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을 뿐이었다.

“니들이 시작했지만, 끝은 내가 내주마.”

성현의 눈에 기동 요새와 더불어 온몸으로 미사일들을 막아내고 있는 스컬 드래곤들이 눈에 들어왔다.

“만호는 그대로 도쿄로 남하해 이곳은 내가 맡는다.”

-사령관님! 저희도 거들겠습니다. 이대로 그냥은 못 가겠습니다.

조만호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 이대로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자식이 말 들어! 지금 당장은 너희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조만호의 마음은 알지만, 서로가 가진 무기의 상성이 너무 좋지 못했다.

적들은 오직 초장거리에서 타격을 가하고 있었고, 기동 요새와 스컬 드래곤으로는 이를 상쇄시킬 무장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일단 후퇴해서 상황을 살펴라.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기회는 올 거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도 부디 조심하십시오.

조만호와 무전을 끝낸 성현은 기동 요새가 떠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치열한 전투가 한참인 전장으로 눈을 돌렸다.

‘너희들도 빠르게 이탈해!’

-알겠다. 주인.

성현은 스컬 드래곤들도 과녁이나 다름없는 상태임을 보고 불필요하다 생각해 모두에게 전투 공역을 벗어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창고를 연 성현은 일전에 연구소에서 가져온 레일건을 손에 들었다.

위위위윙.

레일건의 플라즈마 이온 배터리의 전원을 작동시키자 포신의 레일이 푸른빛으로 물들어, 전력 공급이 되고 있음을 알게 해줬다.

그리고 연구소에서 애써 만든 자동조준 스코프의 기능을 껐다.

스코프의 기능은 획기적인 저격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성현에게는 불필요한 부분이었다.

스킬의 능력으로 모든 무기의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내는 것은 물론 공격력, 공격속도, 명중력에 추가적인 보정을 받는 성현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기능이었다.

“모조리 쓸어 주마.”

20km 이상 떨어진 전장으로 성현의 신형이 빛살과 같이 짓쳐 들어갔다.

스컬 드래곤들의 이탈이 시작되면서 전투기와 공격 드론들이 빠른 속도로 뒤를 쫓고 있어 거리는 삽시간에 좁혀졌다.

푸푸푸푸푸슝!

분당 300발을 발출하는 레일건에서 첫 탄환이 발사됨과 동시에 연거푸 탄환들이 발출되고 있었다.

콰콰쾅! 콰쾅!

일순간에 수십 기가 넘는 전투기들이 큰 폭발음을 발하며 산산조각 나버렸다.

적기를 관통한 탄환들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듯 운 좋게 뒤를 따르던 다른 기체들마저 관통했고, 성현이 300발들이 탄창을 모두 사용했을 때는 하늘은 온통 적기들이 폭발하며 내뿜은 화염과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 * *

“C-11, C-14, B-7, G-5, V-3······, 적의 공격으로 격추되었습니다!”

미군은 작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들의 무력이 강력하지만 사거리가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오직 원거리 타격만 고수하고 있었다.

초반에 여러 무인기들을 잃었지만, 이후 적들은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헌데, 갑작스러운 수십 대의 무인기들이 격추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하고 있었다.

“당장 화상연결 해!”

적들은 퇴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레이더 상의 아군 기체들이 점멸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이유를 확인해야 했다.

“화상 연결합니다!”

작전 참모관의 말과 동시에 전면에 배치된 스크린에 영상이 떠올랐다.

“저, 저건?”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가 빛으로 만들어진 날개를 달고 상공에 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기괴한 형태의 총을 들고 있는 모습도 생생히 들어왔다.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다행이군.”

모두가 놀라 자신의 눈을 의심할 때 도노반은 호기심이 가득한 말을 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도노반은 저자가 안토니오 대의원, 자신이 주군이 말한 그 인간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계속해서 아군기들이 격추되고 있습니다. 미사일을 쏘고 있지만,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피격되고 있습니다.”

빛의 날개를 단 인간의 손에 들린 화기에서 무언가가 발사되면 어김없이 아군기들이 큰 폭발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미사일이면 미사일 전투기면 전투기 할 것 없이, 모두가 격추되고 있었다.

“도대체 저 손에 들린 무기가 뭐란 말인가?”

패트릭 제독은 화면으로 가까이 다가가 아군기는 물론이고, 미사일조차 격추시키는 미지의 무기를 자세히 살폈다.

“제독님. 아무래도 소형화된 레일건으로 추정됩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우리 미국도 핵발전기의 도움 없이는 운용이 불가능한 물건을, 소형화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패트릭 제독은 참모장의 추측을 터무니없는 소리로 일축하며, 말했다.

“일반적인 총화기로는 지금 상황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총구에서는 연기는 고사하고 화약반응에 의한 불꽃이 일절 나타나지 않습니다.”

참모장은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근거로 해 자신의 말에 좀 더 힘을 주며 말했다.

“전 함대는 포격을 집중하라!”

제독의 말에 맞추어 레일의 스트레스를 감안해 잠시 포격을 멈추고 있던 레일건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목표거리 86마일(138km) 조준완료!”

“발사해!”

항모와 이지스함에 설치된 레일건의 포신이 정렬했고, 100km 이상 떨어진 목표를 겨냥해 일제히 탄환을 발사했다.

직경 520mm에 이르는 탄환은 무게가 25kg에 육박했고, 초속 2.4km의 속도로 날아갔다.

탄자의 파괴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서 증가하고 속도가 2배가 되면 운동에너지는 4배가 된다.

지금 발사된 탄환의 무게와 속도라면 2,000mm의 강철판도 찢어발길 정도의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목표 도달까지 42, 41, 40··· 3, 2, 1 명중했습니다!”

도합 9발의 탄환 중 2발이 명중했다.

모두 명중하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 *

쾅! 콰쾅!

성현은 일순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눈에 뭔가가 아른거리는 순간 몸을 회피했지만, 연달아 날아오는 무언가에 그대로 타격 되고 말았다.

전방에 폭발한 전투기와 드론들로 인해 연기가 자욱했던 탓에 운도 좋지 못했다.

직격된 탄환의 물리력에 성현의 신형은 수 킬로미터를 튕겨 나가 그대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쿵!

센다이 시가지의 한 건물 외벽을 부수고 건물 안에 떨어져 내린 성현은 신음성을 발하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절대무적’ 발동, 10초간 무적상태 및 HP 100%를 회복합니다.]

HP가 순식간에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내리더니 이내 20%이하에 도달하는 순간 초월 스킬 중 하나인 절대무적이 발동되었다.

“후아! 죽는 줄 알았네.”

성현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즉사를 면하게 만들어 주는 스킬로 인해 두 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것임이 분명했다.

“일본도 실전 배치할 정도인데 미국이라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게 당연한데 너무 안일했어.”

사실 일본의 레일건은 미국에 비하면 조잡할 정도에 불과했지만, 어찌 되었든 레일건은 레일건이었다.

“어쩐다?”

성현은 건물의 잔해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잠시 고심했다.

이미 스킬이 한번 발동된 이상 24시간이 지나야 재사용 시간이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만에 하나 방금 같은 공격을 다시금 받게 된다면, 성현이라 한들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발을 빼기에는 놈들의 피해가 경미한 탓에 일본은 물론 제주까지 침범할 우려가 있었다.

“굳이 정면으로 치고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이미 인간을 탈피했다는 생각에 스스로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고 있었다.

드러내어 정면승부를 고집할 이유는 처음부터 없었다.

해상으로 침투해 놈들의 본진을 타격하던지 고고도에서 폭격을 하던 레일건으로 화력을 투사하던 하면 되는 일이었다.

“제대로 한 방 먹여주마.”

성현은 부서진 건물에서 빠져나와 최대 속도로 상공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상공 5km를 지나 10km, 계속해서 고도를 높인 성현은 어느덧 성층권의 끄트머리인 상공 45km의 높이까지 올라 지상을 내려다봤다.

성현이라 한들 산소 농도가 희박한 대기로 인해 장시간 머물 수는 없지만, 놈들에게 제대로 된 한방을 선사하고 떠날 만큼의 시간은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저기구나.’

성현은 해상에 정박 중인 함대를 확인하고, 위치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강타, 용맹정진, 이연격!’

이동을 완료한 성현은 현재 사용 가능한 버프 스킬과 일반 스킬들을 모두 활성화했다.

그리고

푸슈슈슈슝!

손에 들린 레일건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함대를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레일건의 탄자가 작다고는 하지만, 성현의 스킬로 강화된 공격력과 속도. 그리고 내구성이라면 항공모함이라 한들 결코 무사하지 못할 파괴력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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