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51화 (151/176)

# 151

이에는 이 눈에는 눈 (3)

“알파 발견! 고도 상승 중!”

“다시 확인해! 알파가 맞나?”

미국은 성현에게 알파라는 코드명을 부여하고 있었다.

패트릭 월시 제독은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이 레일건을 맞고도 건재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영상 전환합니다! 현재 고도 4만 피트(12.19km) 계속해서 상승 중입니다!”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에서 실시간 화상 정보를 보내왔지만, 수초 만에 영상은 끊어져 버렸다.

성현이 글로벌 호크보다 높은 6만 5000피트(19km) 이상으로 상승한 탓에 영상 확보는 불가능해졌다.

“위성으로 연결하고, 당장 요격해!”

고속으로 상승 중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대로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위성 연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현재 추적 중이나 요격은 불가능합니다.”

일정치 않은 방향으로 고속으로 상승 중인 터라 요격 미사일로 타깃팅(Targeting)이 되지 않았고, 설사 미사일을 발사한다 해도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고도 15만 피트에서 정지! 고속으로 수평 이동합니다. 헉! 함대 상공까지 57초면 도달합니다!”

“······”

함대를 향한다는 것은 한 가지 목적이 떠오를 뿐이었다. 요격 불가능한 높이에 함대를 공격하기 위한 이유로 볼 수밖에 없었다.

“알파, 함대 상공에 도달! 다수의 물체를 투하합니다!”

“전 함대 대공망을 형성하고 즉시 이탈한다.”

함대에 비상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서 수병들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푸화화확! 푸확!

이지스함의 수직발사기(VLS)에서 SM-2 블록Ⅲ 함대공 미사일 수십 기가 발사되어 상공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리고 2단계 요격 마시일인 램(RAM) 미사일들이 추가로 발사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종 수문장 격인 팰렁스(CIWS)가 하늘로 포구를 치켜세우며, 근접 방어를 위한 대비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미네르바 발사를 서둘러라!”

* * *

레일건이 초장거리에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개인화기로 만들어진 레일건으로 거대 항모가 무려 3척인 함대를 단시간에 파괴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성현이 가진 레일건의 탄환은 일반 소총탄보다 그 크기도 작았던 탓에 생각보다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걸로는 밤새겠다.”

성현은 탄창이 모두 비워버린 레일건을 빠르게 창고에 수납하고, 일전에 사용하고 남은 수백 개에 이르는 폭탄들에 눈길을 돌렸다.

길이 2.5m, 직경 650mm의 탄두를 장착한 폭탄들이 해상에 있는 함대를 목표로 자유낙하하기 시작했다.

“막아보겠다고?”

성현이 폭탄들을 투하한 직후 해상의 함대에서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수십 기의 미사일들이 발사되어 날아오고 있었다.

콰콰쾅! 쾅!

“귀찮게 하네.”

미사일들이 성현에게까지 미치지는 못했지만, 투하된 폭탄 중 일부가 미사일에 피격되어 공중에서 폭발했다.

거기다 상당히 좁은 지역에 다수의 폭탄을 투하한 탓에 폭발에 휩쓸린 다른 폭탄들도 유폭되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한번 해보자 이거지!”

그리고 그때.

번쩍!

미 군함에서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몇 개의 빛줄기가 성현을 강타했다.

강력한 레이져포 공격에 성현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앗 뜨거!”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HP 수치가 24%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성현이 능력을 각성하고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전투가 아닐 수 없었다.

“아오, 진짜!”

성현은 조금 소극적인 전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도리 없었다.

이미 무적 스킬이 사용된 상태였고, 적들에게는 자신조차도 무시 못 할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거기다 놈들은 틀림없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테고, 자칫 놈들이 핵이라도 터트리는 날에는 지금 상태에서는 목숨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성현에게도 목숨은 하나뿐이었고, 계속해서 모험을 감행할 수만은 없었다.

자신이 짊어진 삶의 무게로 인해 함부로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크게 한몫하고 있었다.

“지금은 돌아간다만, 내 반드시 갚아 주마.”

성현은 고심 끝에 긴급 귀환으로 제주로 복귀할 생각을 굳혔다.

그리고 이를 갈며 다음을 기약했다.

* * *

“장군님 분명 이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콜트 중령은 동부 버지니아에서 출발해 장장 38시간이 걸려 엘도라도에 도착했다.

자신의 수송 부대가 데려온 이주민은 모두 2만 8천 명 정도였고, 도합 800여 대에 이르는 버스와 트럭을 타고 이들을 데려왔다.

하지만,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에 따라 이주민을 데려왔지만, 도착한 곳은 허허벌판에 간이 천막과 임시로 지어진 건물들만이 존재했고, 이주를 위한 준비가 된 곳은 아니었다.

만약 이곳이 이주 전 잠시 머무르는 집결지라 해도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백만 명에 이르는 주민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거주지가 필요했지만, 인근에는 대도시는커녕 중소도시도 없는 지역이었다.

“우리는 명령에 따를 뿐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군님……..”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지휘부대로 돌아가 있게. 유니온 대의회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이리로 이주민들을 모으지는 않았을 거야.”

레밍턴 준장은 동부방면 이주민 수송책임자였다. 자신도 현재의 장소가 이주에 적합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지만, 군인으로서의 사명에만 충실할 뿐이었다.

콜트 중령은 자신의 부대로 복귀 후 직속 부하들을 소집했다.

“중령님,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콜트 중령은 의심스러운 정황을 알리고, 이번 이주 작전에 좋지 않은 의도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전했다.

“혹시 일전 노스캐롤라이나에 있었던 일과 연관 있는 것 아닙니까?”

불과 한 달 전 노스캐롤라이나에 원인 모를 전염병이 창궐해 무려 2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한낱 한시에 모두 목숨을 잃었다.

초기 지상을 장악중이던 좀비와 구울과의 전투 이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은 대 참사였다.

당시 뜬소문으로 유니온에서 어떤 실험을 했고, 그 실험으로 인해 모두가 죽었다는 믿지 못할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이를 직접 본 이들은 없다시피 했고, 소문은 그저 유니온 체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퍼트린 악성 루머로 치부되고 있었다.

“만약 유니온에서 비밀 실험을 한다고 해도 이렇게 대대적으로 할 이유가 있을까요? 수십만을 넘어 백만이 이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해야 할 실험이 뭐가 있겠습니까? 모두 헛소문일 뿐입니다.”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리 없지 않겠습니까?”

직속 수하들의 의견에 콜트 중령 자신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었다.

허나, 이성적인 판단보다 자신의 촉을 믿는 콜트 중령은 분명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했다.

-레밍턴 준장이다. 현 시간 17시 30분 전 부대 금일 21시를 기해 철수하도록 한다. 이주민들은 유니온에서 통합 관리하겠다는 전갈이다. 이상!

시기도 적절한 본부에서 보내온 무전이었다.

“하나는 확실해졌다. 뭔가 꾸미고 있는 게 맞아.”

모두 갑작스러운 지시에 당황했다.

유니온 직속이라고 할 수 있는 부대는 모두 무력을 담당하는 부대뿐이었고, 백만에 이르는 이주민들을 이들이 감독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밤이 늦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부대 철수는 문제가 있음이었다.

“중령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처음 콜트 중령에게 노스캐롤라이나에 창궐한 전염병을 언급했던 이가 물었다.

“제시카양을 만나봐야겠다.”

제시카는 콜트 중령이 동부에서 이주민을 수송하게 되면서 알게 된 아름다우면서 신비한 소녀였다.

이상하리만치 그녀 주위에는 많은 이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콜트 중령에게 그녀는 유니온에 대한 경고를 했었다.

초면의 이름 모를 소녀가 한 경고는 처음에는 치기 어린 행동이라 여겨 무시했지만, 그녀의 경고는 콜트 중령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지막하게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을 찾아오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고, 지금이 그때로 여겨졌다.

* * *

“이제 믿으시는 건가요?”

벽안의 금발이 아름다운 소녀가 콜트 중령과 마주하고 있었다.

호수보다 아름다운 푸른 눈은 한 점 티끌 없이 맑고 투명했다.

“내가 제시카 양의 말을 믿는다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아뇨. 모두는 힘들지 몰라도 상당한 사람들을 구하실 수는 있어요.”

“우리가 돕겠습니다.”

제시카의 곁에 있던 중년인이 나서며 말했다.

“일반인들이 나설 일이 아닙니다. 하겠다면 우리 군이 나서서······.”

스팟!

순간 중년인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콜트 중령의 옆에 서있었다. 그리고 그가 차고 있던 권총을 언제 뽑아 갔는지 손에 들고 있었다.

“중령님. 페일 아저씨는 강력한 초능력자랍니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가지신 분들이 저희와 함께 이곳에 와 계십니다.”

당황한 콜트 중령에게 다가간 제시카가 말했다.

콜트 중령도 극초신성 사태 이후 소수의 사람들이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유니온에서 모든 초능력자를 찾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군요.”

대통합이라는 명제로 유니온이 미국을 장악하고 나서 초능력자들을 별도의 기관으로 불러들여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콜트 중령의 눈앞에 있는 이는 그런 유니온에 속해 있지 않은 이였다.

“모두가 유니온의 정책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랍니다. 그들의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본 저와 저의 말을 믿는 분들은 그들의 손길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그 어둠의 이면이 뭡니까?”

콜트 중령은 제시카가 말하는 게 정확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유니온의 대의원과 그의 직속 수하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제시카가 단언하듯 이야기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인간이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저도 그들이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것 외에는 더 알아낸 것이 없습니다. 더 들여다보려 했지만 짙은 어둠에 둘러싸인 암흑만 보일 뿐이었어요. 그리고 그곳에는 공포와 절망, 세상이 멸망으로 치닫는 순간만을 아주 잠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콜트 중령은 제시카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믿을 수는 없지만, 그녀에게서 거짓이라고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 그걸 어떻게 아는 겁니까?”

“제 능력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시간이 없습니다. 중령님이 돕지 않으셔도 저희는 사람들을 구할 계획입니다. 결단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콜트 중령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금 유니온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절대 좋은 일이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휴우-. 알겠습니다. 여러분들과 뜻을 함께하겠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셨을 텐데 감사드려요.”

“제가 할 일은 뭡니까?”

“군인들을 동원해 사람들을 피신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우리가 나서서 막겠습니다.”

콜트 중령의 질문에 결연한 표정의 페일이 나서서 답했다.

“헌데.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이미 알고 있겠지만, 우리 미국은 유니온에 의해 장악되어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도대체 어디로 데려간다는 말입니까?”

콜트 중령은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전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는 민간인들을 데리고, 정처 없이 떠돌 수도 없는 일이었다.

“걱정 마세요. 서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빛의 전사가 저희를 구원해 주기 위해 오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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