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
미국으로 (1)
월시 제독은 위성을 통해 제주의 상황을 면밀히 감시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일본은 자신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군대는 해산되어 있었고, 무장 또한 모두 해제한 상태였다.
사실상 무력저항은 애당초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더군다나 일본은 미국에 먼저 군사 지원을 요청해 길을 터주었고, 이로 인해 지상군과 함대는 총성 한번 울리지 않고 무혈입성할 수 있었다.
현재 동아시아에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는 제주가 유일했다.
만 하루가 가깝도록 제주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여독을 풀라는 의미로 월시 제독은 도노반의 허가를 받아, 장교와 일반 장병에 이르기까지 한정된 지역인 요코스카항에서 반나절의 휴가를 주었다.
헌데.
웨애애애앵!
잠시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월시 제독의 귓가에 최고 수위의 경계경보가 울려 퍼졌다.
“제독님!”
그와 동시에 제독의 찾는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이 경계경보는 누가 울린 것인가?”
30여 분 전까지 위성과 무인정찰기를 통해 인근에 이상 징후가 없음을 확인했고, 또한 제주의 움직임에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
경계경보가 오작동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던 차에 참모장이 제독을 찾아왔다.
“알파 입니다! 알파로 추정되는 물체가 지금 도쿄로 오고 있습니다.”
“사실인가? 하필이면···. 놈의 위치는?”
“지금쯤이면 도쿄 상공에 도착했을 겁니다.”
“······무, 무슨 말인가! 아무리 휴식을 명령했다 한들 최소한의 경계 인원들은 있었을 텐데,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다? 경계에 태만했다는 말인가!”
월시 제독은 휴식을 취하느라 벗어놓은 제복을 급하게 차려입다 멈칫했다.
제주와 도쿄 사이의 거리는 못 잡아도 1,200km의 거리에 있었고, 이를 이제 와 알았다는 것은 경계에 태만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제독의 말에 급히 참모장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아닙니다. 알파의 이동속도가 그만큼 빨랐고, 마침 정찰기는 연료 재보급을 위해 돌아온 시점이라 경계 범위가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시기가 좋지 못했습니다.”
“당장 휴가 중인 전군에 복귀 명령을 하달하고, 전투기와 드론부터 출격시키게!”
알파의 확인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필승을 자신할 수 있는 제독이었다.
하지만.
꽈과과광!
참모장에게 긴급명령을 하달하던 월시 제독은 귀청을 찢어발기는 폭발음과 함께 크게 흔들리는 선체로 인해 크게 넘어졌다.
“크억!”
바닥에 나둥그러진 제독은 넘어지며, 가슴이 크게 부딪혀 고통스런 비명을 내질렀다. 참모장도 벽에 머리를 다쳐 재빨리 일어나지 못했다.
* * *
“이것들도 당나라 군대네.”
성현은 도쿄에 이를 때까지 미군의 공격이 없자, 방향을 바꾸어 위성정찰을 통해 미 함대가 정박한 요코스카로 향했다.
도쿄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보다 놈들의 전력에 타격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요코스카는 도쿄와 불과 50km에 불과했고, 성현에게 지척이나 매한가지였다.
요코스카 상공에 도달한 성현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이제야 부랴부랴 전투준비에 들어간 함대를 내려다봤다.
“잡아 잡숴달라는데 그러는 게 예의지.”
이미 주고받은 게 있는 상황에서 적들을 배려해줄 이유가 없었다.
불과 3km 상공, 성현은 수직으로 함대를 향해 내리꽂히듯 하강했다.
그리고 맹공을 퍼 붇기 시작했다.
푸슈슈슈슈!
레일건의 총구에서 연신 탄환들이 발사되며, 항구에 정박 중인 함대를 향해 가공할 속도로 파고들고 있었다.
성현의 비행속도에 힘입은 탄환의 속도는 더욱 가속되어 일순간 마하 10이라는 경천동지할 속도로 발사되었다.
전날과 달리 근접 전투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놈들이 미친 척하고 핵폭탄으로 자폭한다 해도 두려울 게 없었다.
‘이제 내 목숨은 3개나 있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거기다······’
〔초월 스킬〕
【 근력 4차 한계돌파 】
[거인의 공격]
- 공격력 500% 증가
- 치명타 적용시 추가 500%의 공격력 적용
- 격투계열, 육체적용 및 모든 무기 상시적용
【 민첩 4차 한계돌파 】
[광속 돌파]
- 공격속도, 이동속도 500% 증가
- 관통력 500% 증가
- 격투계열, 육체적용 및 모든 무기 상시적용
【 내성 4차 한계돌파 】
[신성한 방어]
- 내구성 500% 증가
- 일정 확률로 공격대상 방어력 무시 5%
- 격투계열, 육체적용 및 모든 무기 상시적용
【 체력 4차 한계돌파 】
[궁극의 회복]
- 최대 HP 및 자연회복력 500% 증가
- 최대 체력 500% 증가
【 마력 4차 한계돌파 】
[절대 무적]
-HP 20% 미만일시 30초간 무적, HP 100% 회복(1일 2회)
-마력의 총량에 비례해 방어력 증가(468%증가)
국왕에 올라 모든 스텟이 400을 돌파하면서 초월스킬도 함께 진화를 했다.
그중 가장 성현이 기뻤던 것은 기존 무적시간이 10초 증가함은 물론 1일 1회였던 스킬 사용이 1회가 더 늘어 2번의 무적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이는 무적시간이 끝나는 30초가 지나 시차를 둔 두 번의 핵 공격을 받는다 해도 어찌 되었든 절대 자신이 죽을 염려는 없다는 점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공격과 방어에 모든 방면에서 어마어마한 성장을 한 이상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쿠콰쾅! 콰쾅!
레일건의 공격에 항공모함의 선체에 어른 몸통만 한 구멍이 숭숭 뚫리더니 내부에서부터 큰 폭발이 일어났다.
내부에 적재된 미사일들이 유폭되어 2차 폭발에 거대한 선체가 크게 들썩였고, 좌측의 선체가 굉음을 내며 터져나갔다.
성현은 함대 주변을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이동하며, 3척의 항모와 9척의 구축함들을 벌집으로 만들고 있었다.
“와! 이 미친 화력 보소.”
자신도 스스로의 공격에 삽시간에 초토화가 되는 전장을 바라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레일건의 관통력이 스킬에 의해 5배나 증폭되어 구축함을 뚫고, 그 옆에 자리한 항모의 측면까지도 찢어발기며 파고들고 있었다.
어제의 참패는 이제 잊은 지 오래였다.
거대한 이지스함이 연속된 레일건 공격으로 허리가 양단되듯 끊어져 두 갈래로 나뉘어 침몰하는 중이었고, 거대한 항모는 옆으로 크게 기울어 갑판에 대기 중이던 기체들이 바다로 빠져들고 있었다.
불과 2, 3분 만에 어지간한 국가를 상대로 필승을 장담할 수 있는 전력이 고철 조각이 되어 버렸다.
쿠화화확!
반파된 이즈스함 한 척이 최초의 반격을 시도했다. 70개에 달하는 수직발사대에서 10여 발의 미사일들을 발사했다.
“한번 맞아봐?”
지금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할 시간조차 없이 일본으로 온 상태였다.
이전이라면 미사일 공격에 일정 부분 타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계까지 시험해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궁금했다.
제주 복귀 후 테스트를 해도 되지만, 지금 한다 해도 어려울 것 없어 보였다.
그리고 제주에서 한가하게 그런 테스트를 하겠다고 여러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것도 문제였다.
쿠콰쾅! 콰콰쾅!
도합 12기의 미사일들이 성현에게 직격했다.
근접신관을 장착한 미사일들은 성현의 지근에서 폭발하며 무수히 많은 자탄들을 토해냈다.
아마도 미사일을 발사한 당사자들은 환호성을 지를만한 일이었다.
“단 1%도 안 빠졌네.
정작 공격당한 당사자는 폭발의 화마에서 태연자약하고 있었다. 충격에 일정부분 밀려나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이런 공격이라면 테스트를 더 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음이었다.
“이쯤에서 끝내자.”
성현은 반파되었음에도 자신을 공격한 구축함에 레일건의 총구를 들어 연속발사 모드로 탄환들을 쏟아부었다.
쭉 그어내다시피 발사한 탄환에 구축함의 옆구리는 일직선으로 선이 그어지듯 뻥 하며 뚫려버렸고, 곧이어 큰 폭발을 발하며 선체가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다.
그리고 성현은 다 쏜 탄창을 빠르게 갈아 끼우고, 남은 함대에 대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공격을 가했다.
푸슈슈슈! 꽈과과과광!
두 개의 탄창을 추가로 갈아 끼우며 최종 마무리에 돌입한 성현은 선체가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완벽하게 함대를 지워버렸다.
눈앞에는 항구에 정박 중이던 위풍당당하던 함대는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선체의 일부분만이 해수면에 겨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였다.
항구에는 선체에서 빠져나온 잔해들이 떠다니며 이곳에 함대가 있었다는 사실들을 보여줄 뿐이었다.
-주인! 모두를 데려왔다. 지시를 내려달라.
‘사룡이냐?’
성현이 제주를 출발하기에 앞서 먼저 제주 상공에 있던 스컬 드래곤 중 절반을 이곳 일본으로 출발시켰다.
처음 계획은 500마리가 넘는 스컬 드래곤들과 함께 전투에 돌입할 생각이었지만, 미군의 변변한 공격이 없자 즉흥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었고, 스컬 드래곤들이 도착도 하기 전에 성현 단독으로 전투를 끝내버렸다.
‘사룡아. 지금 내가 지정한 위치로 애들 데리고 이동해서 너희를 공격하거나 무기를 든 놈들만 골라서 공격해.’
-알겠다. 주인!
성현은 저 멀리 깨알 같은 수백의 스컬 드래곤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지시를 내렸고 자신도 도쿄로 향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의 손으로 가신으로 삼고 일본 총리로 만든 이의 한도 풀어줘야 했고,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아키꼬를 구해야 했다.
* * *
도쿄에 진입한 도노반은 긴급 무전을 받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알파가 재차 일본으로 향한 것은 물론 수 분 안에 도쿄에 도달한다는 소식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놈은 우리를 어쩌지 못해.”
솔직히 도노반은 알파를 이길 자신은 없었다.
극초음속에 도달한 속도로 날 수 있고, 어지간한 미사일 공격도 버텨내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었다.
자신의 무력이 절대 물리력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를 보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놈도 자신을 해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물리적인 타격에 피해면역을 가진 도노반과 그의 친위대는 현대의 병기를 사용하는 알파에게는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할 수 있었다.
잠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놓고 생각 중이던 도노반에게 친위대 한 명이 급히 다가왔다.
“항구에 정박 중이던 함대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입니다.”
“뭐시! 놈은 도쿄로 오고 있다 하지 않았던가?”
“놈이 방향을 바꾼 듯합니다. 함대가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공격이 시작되었고,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후 무전이 끊어진 상태로 통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잘것없는 놈들, 그따위로 당하다니······.”
도노반은 핏기없는 얼굴이 친위대원의 보고에 더욱 창백해졌다.
그리고 월시 제독을 비롯한 군 지휘관들에 대한 분노를 표했다.
“······저건!”
와장창!
도쿄 청사 대연회장의 한쪽 창이 크게 부셔져 나가며, 눈조차 뜨기 힘든 강한 풍압에 옷들이 찢어질 듯 펄럭였다.
“어라, 니들 인간이 아니네.”
“······”
난데없이 창을 뚫고 나타난 이는 성현이었다. 그런 성현이 도노반을 날카롭게 응시하며 말했다.
성현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들이 인간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들의 머리위에는.
[뱀파이어 Lv35]
[뱀파이어 Lv16]
[뱀파이어 Lv12]
좀비와 구울과 같은 표식이 떠 있었다.
30레벨이 넘는 뱀파이어와 10레벨대의 뱀파이어 30마리.
“이젠 하다하다 흡혈귀들도 나와?”
“네놈이 알파구나.”
도노반은 전혀 긴장된 기색이 없이 되물었다.
성현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잠시 말문을 닫고 있었다.
이놈들은 틀림없이 미 함대와 함께 왔을 것이고, 어쩌면 미국은 뱀파이어들에게 조종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