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64화 (164/176)

# 164

대격돌 (4)

거창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무력했던 마계의 군주 아리스, 그리고 방금 전 레일건 공격으로 손쉽게 한 놈을 더 해치운 성현은 마계라는 곳을 조금은 얕잡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적에 대한 방심은 곧바로 허점과 빈틈을 주게 되었고, 성현은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지표면 아래 십여 미터 이상을 파고들어간 성현은 일순간 아찔한 충격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만히 봐서는 안 돼.’

짧은 전투지만 지금 성현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마계의 군주 놈들은 아리스와 같은 부류로 치부해서는 안 되었다.

그 당시보다 수십 배는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놈들을 압도하기는커녕 도리어 상당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국왕계급에 오르고 어마어마한 능력의 신장을 경험한 성현은 핵무기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헌데 방금 전의 공격은 상당히 위험한 일격이라 할 만 했다. 한 번의 공격으로 무려 17%에 이르는 HP가 증발하고 말았다.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갈 필요는 없지 .’

땅속에서 상하가 반전된 자세를 바로잡은 성현은 여력이 있다 해도 괜한 위험을 고수할 필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최선을 다해 상대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영지선포!’

미니맵을 열고 지금 있는 위치에서 총면적을 중소도시 규모 정도로 상정해 영지를 생성해냈다.

도합 열 번에 이르는 영지선포를 시행한 직후.

‘왕국선포!’

만든 영지들을 토대로 성현은 연이어 제2의 왕국을 선포했다.

영지의 숫자만 충족되면 왕국을 선포하는 데는 별도의 제한 같은 게 있지는 않았다.

또 왕국을 선포하면서 부수적으로 결계를 생성할 수 있는 바, 혹시 있을지 모를 놈들의 도주를 원천봉쇄 할 수도 있었다.

화근이 될 것이 자명한 놈들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성현의 의지였다.

‘니들 이제 X 된 거야!’

레벨 업을 하고 얻은 보너스 스텟을 모두 권위에 투자해, 현재 성현의 권위는 무려 1,309.

스텟 권위의 상승으로 인해 부가적으로 얻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영토에 대한 지배권 강화는 게임으로 치면 버그라 해도 될 만큼 사기적인 부분이라 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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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위]

-권위가 높을수록 영지선포에 대한 시간이 줄어듭니다.(12시간 → 즉시)

-권위가 높을수록 영토에 대한 지배권이 강화됩니다.(영토 내 아군의 능력 1,309% 강화)

-권위가 높을수록 보다 많고, 넓은 영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654.5㎢, 1억 9798만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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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내 아군의 능력의 강화.

즉, 성현 자신의 능력도 13배나 강해진다는 말과 진배없었다.

‘좋아!’

성현은 영지선포 직후 전신에 넘쳐흐르는 거대한 기운을 이전이라면 최대한 갈무리했겠지만, 지금은 활화산 같이 터져 나오는 기운을 그대로 외부로 방사했다.

쿠콰콰쾅!

지상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함과 동시에 소음이 상공에 도달하기도 전에 성현의 신형이 솟아 올라왔다.

가히 순간이동을 방불케 하는 속도였다.

성현의 비행속도가 현재 극초음속을 넘어서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엄연히 가속에 가속을 거듭해 도달한 속도였지, 출발 직후의 속도라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영지가 선포된 자신의 영토 안에서는 말이 달라졌다.

성현은 상공으로 발돋움하는 순간 ‘찬란한 날개’ 스킬을 활성화해 순식간에 안토니오와 산토스의 머리 위까지 날아올랐다.

그리고 놈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공격을 가했다.

쾅! 쾅!

깍지 낀 양손으로 놈들의 등짝과 머리통에 강력한 스매싱을 선사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물리력을 속성력으로 전환해 저들에게는 천적과 같은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타격순간 공간이 출렁일 정도로 강한 충격파가 발생했고, 거대한 파동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그 충격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낸 두 마계의 군주는 가공할 속도로 지상으로 곤두박질 쳤다.

쿠쿠쿠쿵! 콰쾅!

지상에 성현의 것보다 더욱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며 놈들이 흔적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파묻혔다.

성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창고에 있는 레일건을 꺼내 지하에 틀어박힌 놈들을 향해 레일건을 쉬지 않고 발사했다.

두 개의 탄창을 모두 비워내는 동안 난사를 쉬지 않은 성현은 이걸로도 모자라다 느껴졌는지 700파운드(317㎏)짜리 재래식 폭탄들을 꺼내어 투하했다.

6개의 대형 폭탄들이 중력에 이끌려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번쩍!

눈부신 백색의 폭발.

그리고 수초가 지나 거대한 충격파가 성현이 있는 하늘에 도달했다.

“헐! 이거 모압 이상인데.”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 불리는 미국의 MOAB을 능가하는 위력이었다.

성현이 던져낸 폭탄은 원래 폭탄이 가진 물성을 유지한 폭탄과 광속성으로 전환된 폭탄, 전격속성을 가진 폭탄들이었고, 그것들을 섞어 투하했다.

그런 폭탄들의 폭발 모습은 일견 아름답다 여겨질 지경이었다.

태양을 방불케 하는 빛이 일순간 터져 나왔고, 지상과 공중은 전격의 파도가 강력한 파장을 형성해 폭발의 충격을 더욱 극대화 했다.

어찌되었든 성현이 상정했던 위력을 한참이나 웃도는 파괴적인 장면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2㎞ 상공의 성현이 있는 위치에까지 후끈한 열기가 전달되었음은 물론, 버섯구름의 높이가 그 수배는 높게 치솟고 있었다.

지상에도 빛과 번개를 내포한 유형의 충격파가 계속해서 그 크기를 키워갔다.

“아, 이런!”

지상은 수 킬로미터 이상이 초토화 되고 있었고, 마계 군주들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 있던 장소까지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리고 있었다.

이들은 죽어서도 안식에 들 곳을 얻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후우, 어찌 생각하면 모두 부질없는 거겠지.”

지구가 없어질 마당에 그런 허례허식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푸콰콰!

성현이 잠시 감상에 빠져들려던 그 때, 지상에서 뻗어 나오는 한줄기 검은 광선이 있었다.

자신을 향해 짓쳐들어오는 광선을 보고도 성현은 피할 생각이 없었다.

“아직 살아있다? 그렇다면 직접 처리해 주마.”

성현은 간접적인 방법이 아닌 보다 직접적인 방법으로 놈들을 처단하고자 했다.

죽은 이들에 대한 원한을 대신 풀어주고 자신의 눈에 담아 놈들의 최후를 두고두고 기억할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토록 하찮게 여기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고 싶었다.

우두둑.

모아 쥔 주먹에 속성력으로 치환된 강대한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있지만, 그 기세만은 너무도 흉포해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성현은 뻗쳐오는 검은 광선을 향해 곧장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대로 검은 광선을 뚫으며 지상으로 나아갔다.

상당한 반발력이 느껴졌지만 영지화가 된 영토 안에서의 성현은 현재 가히 무적이라 할 만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쿠콰콰콰!

검은 광선을 찢어발기며 삽시간에 지상에 도달한 성현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있는 놈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줄지 않은 추진력을 더욱 가속하며 슬쩍 뒤로 뺀 주먹을 강하게 내질렀다.

퍼펑!

피하고 자시고할 틈도 없었다.

상공을 향해 전력을 다한 일격을 쏘아낸 안토니오는 두 눈을 치켜뜨다 못해 찢어질 듯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크헉!”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내려다본 안토니오의 시선에 가슴을 관통한 빛으로 물든 주먹이 팔꿈치어림까지 깊이 박혀 있었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성현은 인간이 아닌 놈의 가슴을 뚫고 등 뒤로 빠져 나온 주먹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놈을 향해 거칠게 발길질을 했다.

땅에 긁히고 쓸려 백여 미터를 튕겨져 나간 안토니오는 이 믿기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안토니오는 뻥 뚫린 가슴에 손을 얹고 권능을 발휘해 회복을 시도했지만, 상처에 남은 속성력이  이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공격으로 인해 분신의 육체가 붕괴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고, 고작! 이, 인간 따위에게!”

“지랄! 그런 인간에게 발리다 못해 다 죽게 생겼는데?”

성현은 피도 아닌 거무죽죽한 덩어리들이 묻은 팔을 바닥에 털어내며 놈을 한껏 비웃어 주었다.

“크아아아!”

육체의 고통조차 잊을 정도의 모욕적인 말에 안토니오는 괴성을 질렀다.

마계의 군주로 군림하면서 수만 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수백 번이 넘는 유희를 하면서 지금과 같은 치욕적인 경험은 겪어 본적이 없었다.

타 차원의 신적인 존재들과의 전투에서 몇 차례 패한 적은 있었지만, 이런 수모를 받아본 적은 단연코 단 한 번도 없었던 안토니오였다.

거기다 고작 인간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감히! 이, 이따위 별과 함께 없어질 하, 하등한 놈이. 용서치 않으리라!”

이미 분신을 유지하던 마기들이 흩어지고 있는 안토니오였지만, 남은 마기들을 폭주시키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죽어라!”

구오오오!

안토니오는 분신에 남은 모든 마기들을 일점에 모아 고도로 압축해 일순간에 성현을 향해 폭사했다.

모든 에너지를 소실한 육체는 완전히 붕괴되어 점차 연기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직 정신체만이 본체가 있는 마계로 역소환 되는 수순만 남아있었다.

하지만.

스가가각!

고밀도로 응축된 마기에 의해 성현이 흔적도 남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안토니오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강대한 기운을 머금은 마기가 성현의 손에 들린 빛나는 검에 의해 두 쪽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쿠르르릉. 콰콰쾅!

두 개로 나뉜 마기들이 저 멀리 떨어진 산과 땅에 각기 떨어져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미증유의 현상을 만들어 냈다.

지름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공간이 한순간에 무(無)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풀 한포기, 작은 돌멩이조차 분해되어 빨아들이더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듯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분하다!

분신의 허울을 벗어난 안토니오의 정신체가 서서히 마계로 역소환 되고 있었다.

그는 최후의 일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분기를 참지 못해 괴성을 내뿜었다.

“뭐래? 이건 안 잘리나?”

성현은 놈이 어떤 말로 떠들던 관심이 없었다.

다만, 곱게 놈을 보내는 게 못마땅한 터라 검푸른 아지랑이 같은 안토니오의 정신체에 여러 속성력을 가지고 공격해봤다.

“이건 안 되나 보네.”

어쩌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놈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고차원의 정신체를 벨 수는 없다. 인간 네놈의 최후도 머지않았다, 크하하하. 네놈이 죽게 되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영혼을 가져와…….

“이것들은 꼭 되지도 않는 말들만 지껄이다 가네. 어~ 그래, 또 만나자. 내가 그때는 지금처럼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다. 꺼져, 이 새끼야!”

성현의 말이 효과가 있음인지 안토니오의 정신체는 어느새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레벨 업! 보너스 스텟 12를 획득 하였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스텟 12를 획득 하였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스텟 12를 획득 하였습니다.]

……

무려 9번이나 레벨 업을 했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쿠쿵!

그리고 때마침 들려온 공기를 울리는 육중한 굉음에 성현의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어쭈! 튀려고?”

왕국선포와 함께 만들어진 결계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고 있었다. 동료를 미끼삼아 남은 한 놈이 도주를 선택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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