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판멸망한 세계의 게이머-176화 (완결) (176/176)

# 176

멸망한 세계의 게이머 (3)

지구를 떠난 성현의 수송선단은 4시간 남짓한 광속 비행을 끝으로 해왕성에 도착했다.

하지만 기존의 계획과는 달리 해왕성의 대기권으로 진입하지 않고, 위성인 트리톤(Triton)으로 기수를 돌렸다.

“아무래도 이편이 좋겠다. 트리톤으로 가자.”

해왕성은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는 푸른빛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일견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한 아름다운 모습과는 달리 그 내부는 지옥이라 해도 좋을 만큼 극악한 환경을 자랑했다.

물론 수송선 안에 타고 있는 인류에게 그 피해가 직접적으로 작용하지는 못하겠지만, 안정이 필요한 모두에게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이 될 것은 분명했다.

밤낮이 없는 오롯한 암흑과 상상을 초월하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소에 모두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대안은 해왕성의 최대 위성인 트리톤이었다.

트리톤은 드물게 역행공전(행성의 자전방향과 반대로 공전)을 하는 위성으로, 그 크기가 태양계 모든 행성 중 16번째로 큰 천체였다.

60척에 달하는 수송선과 전투함들이 모두 착륙한다 해도 충분한 공간과 여유 공간이 있어 추후 확장을 고려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성현은 수송선이 아닌 전투함의 함교에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막상 지구의 생존자들을 모두 구하고 안전이 확보되자, 해미를 비롯해 차원포탈을 타고 이동한 모두가 걱정이 되었다.

성현이 상당한 준비를 해둔 탓에 외부의 위협으로부터는 안전이 보장되어있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주는 넓고, 상상도 못할 일들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당장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성현이 생각해둔 바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 바로 실행에 옮기기는 지난한 상태였다.

우선은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로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했다.

“식량이 문젠데.”

성현은 대안이 없는 종말로부터 인류를 구해냈지만,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지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탓에 모든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 문제였다. 지구에서 가져온 식량으로는 채 1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마스터, 식량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성현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곳에는 인간형상의 홀로그램이 성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송선단의 대장 격인 전투함의 인공지능이 스스로 형태를 갖춰 성현을 보좌하고 있었다.

-각 함선에는 필수 영양소를 생산해내는 시설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푸드 프린트를 통해 최적의 영양소가 함유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뭐? 그런 게 있어?”

성현은 큰 틀에서 ‘별들의 전쟁’을 알고 있을 뿐, 모든 디테일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게임 상에서 묘사되지 않았던 부분들은 생소할 따름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식단은 모두 127종이 준비되어 있으며, 우주선의 주 에너지원이기도 한 수소만 지속해서 공급된다면 식량부족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대의 과학기술로는 절대 불가능하지만, ‘별들의 전쟁’에서 ‘미래인류종족’은 지금의 인류보다 수십 세기를 앞서있다는 설정을 하고 있었다.

그저 가능하다니 그렇다고 생각할 뿐, 성현은 머리 아프게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다.

“수소? 수소라… 지구라면 널리고 널렸겠지만 당장 해왕성도 그렇고, 우주에서 구하기 쉽지는 않을 텐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주에는 적지만 대략 1세제곱센티미터의 공간에 3개의 수소원자가 존재합니다. 아군의 모든 시설과 유닛에는 일정 반경 안에 있는 수소들을 정제해 저장할 수 있습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직접적인 추가 보급은 필요가 없습니다.

성현의 굳어 있던 얼굴이 풀어졌다.

다행히 죽으란 법은 없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성현은 모든 게 쓸데없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생각한 계획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음을 상기했다.

“좋아! 그렇다면 지금 즉시 플랜 A를 시작해.”

-네, 마스터. 준비된 ‘플랜A’,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정된 행성 002에서 168에 대한 탐사 및 개척 작업을 실행합니다. 단, 최장거리에 위치한 168행성 ‘시리우스’는 5급 수송선 ‘울트론’이 완성된 시점에 개척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별들의 전쟁’은 모두 3단계로 나뉘는 발전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발전의 단계가 상승하게 되면, 보다 고효율의 시설들과 막강한 유닛들을 생산할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

최초 스타팅과 더불어 1단계 발전 형태로 시작해 1급~2급에 이르는 시설과 유닛을 만들 수 있었고.

이후 2단계에서 3급~4급, 마지막 3단계에서는 5급~6급까지 모든 시설과 병기에 제한이 없어지게 되어 있었다.

*     *     *

“무슨 일이냐!”

중급의 마족 엘라흠이 짐짓 노한 음성을 발했다.

천계와 휴전하는 데 합의하면서 현재는 이렇다 할 전투가 없어 무료하기까지 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휴전은 휴전, 전쟁을 잠시 쉬고 있을 뿐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를 전쟁에 대비하는 건 당연했고, 엘라흠은 로드이자 자신의 주군인 데브론의 명을 받아 최전선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당장 전투가 없다고는 해도, 이곳도 엄연한 전장이었다.

지휘계통을 무시한 것은 물론, 마족도 아닌 정찰병에 지나지 않은 한낱 마물 따위가 자신의 처소에 발을 들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엘라흠은 이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위엄가득한 말과 함께 마기를 외부로 크게 발산했다.

“저, 적입니다!”

“…설마! 이 비열한 천계 놈들이 뒤통수를 쳤다는 말이냐?”

엘라흠은 눈앞의 하등한 마물에게 지엄한 벌을 내리겠다는 생각도 잊고 되물었다.

선전포고도 없는 전격적인 기습침공이라 생각했다.

“그, 그것이 아니옵고… 이, 인간들로 보입니다.”

순간 엘라흠은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것도 잠시, 이내 흉포한 괴성을 터트렸다.

“이 돼먹지 못한 미천한 마물이 감히 날 우롱했겠다!”

마계란 결코 인간이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농밀한 마기로 가득 찬 세계에 인간은 잠시만 노출된다 해도 살아남기 힘든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하위 차원의 존재들이 드높은 차원에 도달하면 격의 차이로 발생하는 반발력에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은 당연지사.

영혼조차도 갈기갈기 찢어져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었다.

콰콰쾅!

엘라흠은 눈앞의 마물을 산 채로 씹어 삼키려다 지축을 흔드는 강력한 충격파에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거하는 거처의 외벽을 비롯해 요새의 한 면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터져나가는 것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단단하기로는 마계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울 아다만티움으로 축조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대한 마기로 겹겹이 방비가 되고 있던 성벽이 일순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한줄기 거대한 빛이 지상으로 강림했다.

쿠와와왕! 쾅!

번쩍이는 빛이 일직선으로 쏘아지더니 엘라흠의 지척에 다다라서 굉음을 내며 터져 나갔다.

엘라흠은 백전노장답게 강력한 폭발과 더불어 다가오는 후폭풍을 마기를 돋우어 방어했다.

찰나의 순간 마기로 이루어진 검은 막이 엘라흠의 전신을 에워쌌다.

“네가 여기 대장이야?”

예기치 못한 상황에 생각지도 못한 적을 대면한 엘라흠은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작디작은 존재가 자신을 올려다보며 건방진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정말 인간이… 인간이 어떻게 마계의 언어를?”

무수한 물음표가 그려졌다.

순간 천계에서 온 놈들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놈에게서는 한줌의 신성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이었다.

인간이 마계에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거기다 완벽한 마계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됐고. 너 산토스, 아 산토스라고 하면 모르겠네? 칼이안이라고 알지?”

“…인간. 혹시 칼이안 님의 권속인가?”

엘라흠은 인간의 말에 어쩌면 대군주 중 하나인 칼이안이 유희삼아 만든 권속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이는 천계의 전쟁보다 복잡하면서도 심각한 사안이었다.

“이 문제는 결코 좌시할 수 없다. 동맹 군주의 권역을 침범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공격을 해서 대 천계 방어의 핵심요새를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지금의 행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다. 이곳은 데브론 님의 권역. 만약 네놈의 독단이든 칼이안 님의 도발이든 절대 묵과할 수는 없다!”

“…뭐래? 어쨌든 칼이안 그 새끼를 알고 있다니 다행이다.”

엘라흠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의 대답에 잠시 멈칫했다.

만약 눈앞의 인간이 칼이안의 권속이라면 놈을 반드시 사로잡아야만 했다. 그리고 자신의 로드이자 대군주인 데브론 님에게 보내 그 죄를 묻도록 해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인간은 대군주 중 하나인 칼이안을 비하하는 말을 했고, 이는 곧 마계에 속한 존재가 아님을 암시했다.

누구의 권속이든 대군주가 아닌 마족들은 군주들에 대해 결단코 저런 발언을 할 수가 없었다.

“크하하하. 이 미천하고 하찮은 인간 놈아. 감히 대군주중 하나시고, 실도론의 군주인 칼이안 님을 상대로 망발을 지껄이다니, 스스로가 배척될 존재임을 드러냈구나! 칼이안 님과 모든 마족을 대신해 벌을 내려주마. 죽어라!”

엘라흠의 전신에서 폭발적인 마기가 치솟아 오르더니 유형의 형체로 변환되어 인간에게 짓쳐 들어갔다.

“이 새끼도 혓바닥이 기네. 너도 경험치 좀 많이 줘. 이제 황제도 얼마 안 남았다.”

인간의 정체는 성현이었다.

성현은 도합 168개에 달하는 개척행성, 즉 자원채굴이 가능한 행성을 개발해 ‘별들의 전쟁’에서 최종 테크트리라 할 수 있는 3단계 발전을 이루고 강력한 전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행성 개척에만 무려 26개월이 걸렸고, 이후 자신이 원하는 전력이 갖추어지기까지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모든 게 성현의 뜻대로 이루어졌고, 막강한 전력이 완성된 그날, 성현은 남은 ‘차원의 파편’을 이용해 이곳 마계에 현신했다.

*     *     *

“끄아아아악!”

엘라흠은 뜯겨져 나간 팔을 부여잡고 처절한 비명을 토했다.

“이놈들은 신기한 게 많아.”

성현은 자신의 몸통 굵기보다 굵은 엘라흠의 왼쪽 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오자 한줌의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했다.

엘라흠은 천계와의 전쟁에서 무수한 전공을 세울 정도로 상당히 강한 축에 드는 중급마족이었다.

동급의 마족 중에서는 최강이라 할만 했고, 머잖아 상급의 마족이 되어 지고지순한 존재로 거듭날 예정이었다.

헌데 훅하고 불면 먼지로 흩어질 발가락의 때만도 못하게 생각했던 인간에게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주먹질 한 번에 마계의 창공을 훌훌 날아 끝없이 솟구쳤는가 하면, 발길질에 대지를 뚫고 끝없이 추락해야만 했다.

또 한쪽 팔은 무지막지한 악력에 찢겨져 외팔이까지 되고 말았다.

쾅! 꽈과광!

성현의 주먹이 엘라흠의 안면에 적중했다.

강력한 파괴력에 공간이 터져 나가며, 엘라흠의 거대한 육체가 요새의 건물들을 수도 없이 파괴하며 나가떨어졌다.

-마스터, 주변정리를 완료했습니다. 단, 적의 증원으로 보이는 520,545 개체가 거리 121㎞ 지점에서 다가오고 있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처리해. 정보는 이놈한테서 충분히 뽑아 낼 수 있을 거 같다. 안되면 다른 놈 잡고 물어보면 되니까 다 쓸어 버려.”

-알겠습니다.

쿠쿠쿵!

성현의 지시가 있고, 얼마 뒤 상식을 초월하는 거대한 동체의 전함이 성현의 머리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6급 대행성 정벌 모함 ‘알카디아’였다.

전장 47㎞, 전폭 13㎞, 전고 15㎞에 이르는 초대형 우주전함의 등장이었다.

전함은 등장과 동시에 하부의 해치가 열렸고, 헤비메탈슈트를 장착한 ‘강화해병’들이 끝을 모르고 지상으로 투하됐다.

그리고.

푸화화화확! 푸콰쾅!

10척의 거대 전함의 좌우 날개에서 순간 수를 헤아리기도 힘든 빛들이 터져 나왔고, 까마득히 먼 곳을 향해 발사되었다.

쿠쿠쿠쿵! 콰콰쾅!

백 수십 킬로미터를 격하고 뻗어나간 광선다발에 세상이 온통 환한 빛으로 순간 물들었다.

“허미.”

6급의 전투모함 알카디아 한 척으로 행성을 파괴한다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었다.

“끄어어억, 크헉. 이, 이럴 수… 가.”

강대한 마기로 이루어진 육신은 온데간데없고, 넝마가 된 엘라흠은 지금보다 놀라운 광경을 2만 년이 넘는 세월동안 본적이 없었다.

“너 살고 싶지 않아?”

상위의 마족이고 거의 무한대의 삶을 살아가는 엘라흠이었지만, 이대로 무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마족의 죽음은 생전에 품은 마기를 마계로 환원하고 잊히는 바 이대로 사라지고 싶지는 않았다.

“이, 인간… 무, 무엇을 원하느냐.”

“잠깐만, 너 혹시 이거 알아?”

성현이 비릿하게 웃으며 얇은 양피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성현은 맹약의 신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

*     *     *

성현은 목적은 다른 데 있지 않았다.

산토스 그러니까 마계의 대군주 칼이안을 잡아, 두 개인 ‘차원의 파편’에 원래 지구가 있던 차원의 좌표를 세기고, 남은 하나에 제주의 사람들을 이동시킨 차원으로 향하는 좌표를 다시 새기는 것에 있었다.

그래야만 다시 지구로 귀환해, 인류 모두를 제주의 사람들이 먼저 건너간 차원으로 데려갈 수 있었다.

때가되어 강력한 전력이 갖추어 졌고, 캐릭터 창고를 가득 채운 그날 성현은 마계로 건너왔다.

그리고 첫 전투가 있은 직후였다.

“뭐야!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경험치가 그야말로 말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마족 하나하나가 200레벨은 기본이었고, 마물이라 표기되는 놈들의 레벨 또한 100레벨에 육박하고 있었다.

거기다 적개는 수백만 어떨 때는 천만을 넘어서는 골드를 주고 있어, 부대 단위의 마족을 처리할 때마다 골드는 수십억, 수백억이 넘는 단위로 늘어났다.

부수입이 그야말로 짭짤했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마족과 마물들, 또 소수의 대군주들을 해치우고, 끝내 바라마지않던 장면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어이 산토스, 오랜만이야. 뒤에 떨거지들도 잘 있었지?”

성현은 길이가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허공에서 앞을 가로막고 있는 놈들을 굽어봤다.

모두 레벨이 1,000단위를 넘어 수천 대에 이른 존재들이었다. 이름의 길이만 해도 메시지 창을 가득 채울 정도로 긴 그런 놈들이었다.

전 차원계를 통틀어 이정도의 전력이 모여 있다면 그 누구도 무시 못 할 수준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성현은 그 모습을 보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차라리 뿔뿔이 흩어져 도망이라도 쳤다면 시간이 걸리는 수고로움을 더해야 했겠지만, 놈들 딴에 내린 결단은 오히려 도움을 준 것에 불과했다.

성현은 슬며시 자신의 캐릭터 창을 열고 흐뭇했다. 레벨은 달릴지언정 그 내실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우위에 있음이었다.

고맙기 그지없는 상황을 앞에 두고 웃음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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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레 벨 : 264 (EXP 14.18%)

직 업 : 무기 전문가 [3차 전직]

계 급 : 황제

근력    12 (+30,+1,443) → 1,485 ▲

민첩     9 (+30,+1,443) → 1,482 ▲

내성     9 (+30,+1,443) → 1,482 ▲

마력     5 (+30,+1,443) → 1,478 ▲

체력    14 (+30,+1,443) → 1,487 ▲

권위 2,640 (+30,+1,443) → 4,113 ▲

보너스 스텟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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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레벨이 넘으면서 3차 전직을 완료했고, 이후로 레벨업을 거듭해 권위가 2천을 넘자, 계급은 ‘황제’에 올라 설 수 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은 레벨업은 무려 264라는 믿지 못할 수준에 올라섰고, 성현은 황제 다음 계급이 없다는 것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어찌되었든 ‘황제’에 올라 얻은 특전은 무려 ‘전 스텟+1,000’.

폭발적인 스텟의 증가로 얻은 능력들은 스스로도 아직 그 끝을 헤아리기 힘들 지경이었다,

“마, 말도 안 돼!”

가히 파죽지세라는 말도 모자랄 지경으로 마계를 초토화 시키며 진군한 존재들은 예상과는 달리 천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작 수확물에 불과한 하잘 것 없는 인간이었다.

산토스, 진명 ‘칼이안’은 믿기지 않는 현실을 대면하고 말문이 막혔다.

하급 마족을 종이 꿰뚫듯 꿰뚫어 버리는 추측조차 불가능한 무기로 무장한 수백만의 군세.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거대한 함선.

이 모두를 휘하에 둔 정체불명의 존재가 무려 열여섯에 달하는 대군주를 단신으로 처치하기까지 했다.

“저, 저건 인간이 아닌가! 실도론의 군주 칼이안 그대는 뭔가 알고 있나?”

너무도 놀란 칼이안이 입을 열지 않자, 칼이안의 대답을 기다리던 대군주가 더는 참지 못하고 성현에게 물음을 던졌다.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자여, 그대는 누구인가? 왜 우리를 공격한 것인가?”

이미 인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마계의 대군주 중 그래도 수좌 격이라 할 수 있는 칼라그라스가 물었다.

“나?”

성현이 칼라그라스의 물음에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반문했다.

“멸망한 세계의 게이머. 이렇게 이야기 하면 알려나? 그리고 내가 먼저 공격한 게 아니라 너희들이 먼저 건드렸어. 난 용서할 마음이 없을 뿐이고.”

마계를 공포로 물들이고, 태고 때부터 존재해온 몇몇 존재들조차 무로 환원케 한 이는 다름 아닌 지구의 인간.

그리고 ‘멸망한 세계의 게이머’ 성현이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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