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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6화 (16/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6화

질문의 대답은 비명이었다.

“으아아아!! 엄마아아아!! 나 죽어!!”

“이봐요, 선배님. 정신 차려요!!”

“정신이고 나발이고 이게 무슨…… 우웨에엑!!”

전투기에 처음 타 보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고속 이동에 익숙지 않은 노바는 착란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 입으로 허연 국물을 쏟아 냈다.

입에서 역류한 토사물이 빗방울처럼 휘날린다.

하나 이길 수만 있다면 똥오줌을 지리는 것도 개의치 않는 것이 전사라는 인종들이다. 김건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토사물을 질질 흘리는 노바에게 침착하게 되물었다.

“노바 선배님, 극대소멸공격이 가능합니까?”

한바탕 속을 비워 내자 조금 정신이 든 모양이다.

노바는 신음 소리와 함께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 해!”

김건은 조금 놀랐다.

S급 영웅 중에서도 소수의 후위들만이 가능한 것이 극대소멸공격이다.

아직 C클래스 학생인데 벌써부터 그게 가능하다니.

아내의 안목을 믿고 물어보길 잘했다. 노바가 계속 말했다.

“대신……!”

“대신?”

“준비시간이 필요해! 이렇게 움직이면서는 준비 못하고!”

“얼마나 걸리죠?”

“30초!!”

“좋습니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김건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는 훌쩍 날아 근처에 있는 공터에 착지했다.

공연을 할 때 사용하는 광장인지 넓은 지대가 깔려 있고 한편에 조명과 음향 장치가 달린 공연장이 크게 서 있었다.

김건은 노바를 내려 주며 말했다.

“제가 시간을 벌죠. 그동안 선배님은 공격을 준비해 주세요.”

비틀거리며 균형을 잡던 노바가 당황해서 외쳤다.

“싸우려고? 저 괴물이랑? 그만둬! 죽을 거야!”

“안 죽습니다. 그 말을 하는 사이 3초 지났습니다.”

채찍을 잡아당기며 자세를 잡는 김건.

노바가 뭐라 다시 말을 하기도 전에, 공연장의 가운데가 산산조각으로 찢어지며 광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와아악!”

무수한 파편을 몰고 다니며 덮쳐 오는 검은색 재앙. 그 앞을 김건이 가로막았다.

“선배님!”

김건이 황소처럼 달려드는 광마의 발목을 채찍으로 낚아채 옆으로 메쳤다.

진득한 채액의 몸집이 내려친 찰떡처럼 퍼졌다가 순식간에 본모습으로 돌아와 김건에게 손을 내질렀다.

김건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한 동작으로 허리를 꺾어 반격을 피해 내곤, 칼날을 흘려보내는 물줄기 같은 움직임으로 광마를 상대했다.

한 사람과 한 괴물이 무시무시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지면이 뒤흔들리고 파공음이 귓가를 찢는다.

“제기랄!”

노바는 욕지거리를 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하여튼 전위라는 놈들은 겁이 없어도 너무 없다니깐!

그녀는 승리의 여신이 가진 저울 위에 목숨을 얹어 두고 그 무게를 저울질하는 전사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안다.

전투를 주도하는 것은 전위지만, 전투를 결정짓는 것은 후위라는 것.

노바의 벨트에는 그녀가 직접 설계하고 개발한 장비들이 네모난 철괴의 형태로 압축되어 줄줄이 꽂혀 있었다. 노바는 그중 가장 커다란 철괴를 꺼내 정면에 던졌다.

압축 마법이 풀리며 원판 형태의 쇳덩어리가 나타났다.

원판의 가장자리에는 마치 시계처럼 1부터 12까지의 숫자가 둥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것을 눈앞에 두고, 노바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해방했다.

“으, 아아아아아!!”

노바의 몸이 태양과 같은 발광체가 되어 빛났다.

빛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온몸이 불타는 것 같은 고통이 치밀었지만, 노바는 고통을 눌러 참으며 빛으로 변환한 마력을 통제했다.

하얗게 물든 부분이 사라진다. 걷혀진 빛의 커튼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바는 양손에 모인 새하얀빛을 앞에 서 있는 원판을 향해 방사했다.

빛의 기둥에 직격당한 원반이 떨림을 일으켰다.

검게 물든 원판이 블랙홀처럼 빛을 빨아들였다.

원판의 가장자리, 1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자리에 불이 들어왔다.

이를 악문 노바가 빛을 쏟아 내는 분, 2, 3, 4…… 숫자 하나하나에 순차적으로 불빛이 들어왔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마력이 빨려 나갔다. 몸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빨대를 박아 피를 뽑아내는 듯한 기분.

눈앞이 노래지고 호흡이 가빠져 왔다. 턱을 벌릴 힘조차 아까운 상황이지만 자칫하다간 같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아군이 죽는다.

원반의 숫자가 11을 향할 무렵, 노바는 여력을 모조리 쏟아 내어 소리를 질렀다.

“김건!!”

노바의 외침을 들은 김건의 움직임이 변했다.

물 흐르듯 흐느적거리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가속해 광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양손이 채찍을 붙잡고 복잡하게 움직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매듭을 형성. 그는 매듭으로 광마의 공격을 받아 내며 채찍의 끝을 잡아당겼다.

넓게 퍼져 있던 채찍이 단숨에 가운데로 모이며 광마의 상체가 채찍에 묶였다.

“캇!”

어설프게 엮은 것이라 광마가 괴성을 지르며 팔을 펼치자 펑 소리와 함께 채찍의 매듭이 풀려 날아갔다.

하지만 김건에게 필요한 것은 그 한순간뿐이었다.

“후우우…….”

옅은 숨을 내뱉으며 광마의 지척에 접근한 그가 오라를 끌어올렸다.

그의 양손에 희뿌연 기운이 모였다. 안개처럼 흐릿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기운.

뿜어낸 담배 연기를 손에 휘감아 뿌려 내듯이, 김건이 양손을 내질렀다.

타닥, 하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광마의 가슴 위를 두들긴다.

마사지 하듯 가벼운 타격.

하나 그다음에 벌어진 일은 막대했다.

우우웅-

광마의 가슴에서 퍼진 진폭이 울려 퍼지기도 잠시.

광마의 몸이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터져 나가며 검은색 점액 덩어리가 사방으로 비상했다.

모든 역할을 마친 김건이 채찍을 회수하며 사선으로부터 빠져나왔다.

그것을 확인한 노바는 마지막으로 발밑의 스위치를 눌러 원반의 방향을 돌렸다.

꾸물꾸물 바닥을 기어 한곳으로 모이고 있는 광마의 몸뚱이를 조준한다.

그와 동시에 원반의 모든 숫자에 불이 붙었다.

원반의 안쪽이 변형한다. 철컥 소리와 함께 쇳덩어리가 나선을 그리며 바깥쪽으로 벌어지더니, 그 안쪽에서 거대한 렌즈가 등장.

공기 중에 노출된 렌즈가 백열하고, 빛이 폭발하며 멸망의 광선이 원반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

눈 깜빡할 사이에 출현한 빛의 기둥이 공간을 가르고 뒤편의 건물에 충돌했다.

하얀빛이 강물처럼 질주했다. 고열로 녹은 건물과 구조물이 녹아내리며 쓰러지고, 쓰러지고, 겹쳐 쌓이고 완전히 융해되어 새빨간 마그마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아아아아아!!”

말로도 표현 못할 파괴의 장면을 눈앞에 보면서도 노바는 빛의 방출을 계속했다. 아직, 빛의 기둥 한가운데에서 휘날리고 있는 검은색 물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끼이이이이이─────!!

찢어지는 괴성이 안쪽에서 들렸다. 전신을 불태워 가면서도 광마는 죽지 않고 폭열 속에 들끓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죽어어어어!!”

노바의 절규와 함께 빛의 기둥이 부풀어 오르자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검은 파편이 찢겨 나가듯이 사라졌다.

“하───.”

그 끝을 확인하고 나서야 노바는 손을 내렸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터져 나오던 마력을 잠근다. 빛의 기둥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앞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광선이 지나간 뒤에 남겨진 잔여물만이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녹아 흐를 뿐이었다.

그야말로 먼지 한 톨, 분자 한 조각 남기지 않는 완전한 파괴.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극대소멸공격이었다.

대부분의 방어와 상성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공격.

싸움을 결정짓는 것은 후위라는 말을 정론으로 자리 잡게 만든 이름.

“으윽…….”

방금의 기술로 모든 힘을 쏟아 낸 노바가 신음을 흘리며 쓰러졌다.

그런 노바를 안아 일으키며 김건은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습니다. 잘했어요.”

“그, 그래. 너도 잘했어.”

노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바로잡으려 했다.

하지만 다리에, 아니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력적으로도, 체력적으로 탈진한 그녀는 줄 끊어진 인형마냥 늘어졌고 그런 그녀를 김건이 붙잡았다.

“아마 곧 영웅협회의 지원팀이 올 겁니다. 하지만 상처도 빨리 치료해야 하니, 의무팀이 있는 곳 까지 옮겨 드릴게요.”

김건은 그렇게 말하며 탈진한 노바를 품에 안아 올렸다.

노바는 뭔가 말하려는 듯이 입술을 벙긋이다가 아무 말도 않고 곱게 어깨를 움츠렸다.

잠깐 걷자 그제야 목숨을 건 전투에서 빠져나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노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는 줄 알았네.”

“결국에는 살았으니 됐습니다.”

“인사가 늦었네. 도와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면 진짜 죽었을 거야.”

김건은 피식 웃었다.

“같은 발할라 학생인데요. 이 정도는 당연하죠.”

“그런데 그 장님을 어떻게 잡은 거야? 갑자기 픽 하고 죽던데. 네가 연구하던…… 오라 사용법과 관련이 있는 거야?”

김건은 애매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그건…… 일단은 비밀로 해 두죠.”

부정은 하지 않고 넘긴다.

그렇기에 김건의 대답은 오히려 긍정처럼 들렸다.

노바는 흥미롭다는 듯이 흐응, 콧소리를 냈다.

“그 사람, S급 중에서도 상위는 되어 보이는 실력자던데 그걸 그렇게 쉽게…… 대단하네. 올해 셉텐트리온은 장난 아니겠어.”

“별건 아닙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모르는 수에는 당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내…… 아니, 서리의 버프도 있어서 다행이었지 정석대로 싸웠으면 제가 졌을 겁니다.”

“별게 아니긴? 남들이 모르는 걸 할 수 있는 게 더 대단한 거야.”

노바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김건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은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오라의 사용법을 연구한다는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흥미가 있었다.

F급의 마력적성을 가졌음에도 A급 몬스터를 홀몸으로 쓰러트린 실력자,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걷는 사람.

특이한 소재는 언제나 연구자의 호기심을 끌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가슴의 고동은 단순히 흥미 때문에 생긴 건 아닌 모양이었다.

노바가 문득 말했다.

“너, 냄새가 좋네.”

“……감사합니다, 고 말해야 하나요?”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김건.

하지만 노바는 개의치 않고 김건의 가슴팍에서 코를 찡긋이더니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 시작했다.

“혹시 무슨 향수 뿌려? 왜 이렇게 향기가 좋…… 아니, 아니, 하아…… 왠지 몸이 뜨거워.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나쁜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이상해. 이상해.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노바는 멍한 눈으로 횡설수설 난잡한 말을 이어 갔다. 어쩌면 눈의 상처에 남은 마기가 뇌에 무언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심각해진 김건이 노바를 조심스럽게 땅에 눕혔다. 마력 제어력이 높은 그는 오라를 통한 탐지 능력도 있었다.

그는 오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노바의 상태를 살폈으나 별다른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

굳이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면 심장 박동이 빠르고 정말로 체온이 높아졌다는 것뿐이다.

“일단 큰 문제는 없어 보여요.”

그때 멀찍이서 차량의 사이렌과 함께 몰려오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영웅협회에서 파견된 처리반으로 보였다.

일어서서 그들을 부르려 하는 김건의 팔을 노바가 붙잡았다.

“잠깐, 손 놓지 말아 봐. 뭔지 알 것 같으니까.”

김건은 어디 한번 말해 보라는 듯 노바를 쳐다보았다. 노바는 매끄럽게 설명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내 몸에 새겨 놓은 응급 각인의 반응 속도를 올리려고 술식을 조금 개조했었거든. 기존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금식을 조금 섞었는데 그거 때문인가 봐. 아까는 몰랐는데 긴장이 풀리니까 이제야 효력이 나는 것 같네.”

“그게 무슨 술식인데요?”

“몽마의 최면술식. 정신계 마법 중에서는 그것만큼 빠르게 반응하는 게 별로 없더라고.”

“몽마의 최면술식이요?”

김건은 그제야 노바가 지금 무슨 상태인지 알아차렸다.

노바는 달뜬 한숨을 내뱉으며 은은하게 얼굴을 붉혔다. 김건이 바라보자 흐리멍텅한 눈으로 배시시 웃는다.

“너, 다시 보니 좀 잘생긴 것 같다?”

그녀는 손을 들어 김건의 턱을 움켜쥐었다.

부드러운 터치로 얼굴을 끌어당기며 자신은 살짝 고개를 치켜올리며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해 오기 시작했다.

“맙소사.”

웬만한 사람이라면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김건은 기가 찬 한숨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정신적으로 30줄을 넘긴 아저씨인 데다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기 때문에만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지금 당장의 노바의 모습을 보면 안다.

아무리 한창 때의 여인이라 해도 뚫린 구멍조차 감추지 못한 애꾸에, 입가에는 희멀건 토사물을 잔뜩 묻힌 인간과 키스를 하고 싶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우웅~”

노바는 입술을 앞으로 내밀며 입맞춤을 요구해 왔다.

“제정신이 아니군.”

자기 자신에게 몽마의 최면술을 건 것도, 거기에 걸려들어서 생판 모르던 남자에게 입맞춤을 시도하는 것도.

실험을 하다가 연구실을 날려 먹었다는 이야기를 할 때부터 감이 왔다.

‘하여간 보통 여자는 아냐.’

김건은 징그럽다는 듯이 다가오는 노바의 이마를 눌러 막으며 이 정신 나간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때였다.

김건의 전사로서의 육감이 경종을 올렸다.

등줄기를 타고 맹렬하게 오한이 달렸다.

그는 본능에 거스르지 않고 바로 몸을 움직였다.

끈적하게 달라붙어 오는 노바의 팔을 붙잡고 몸을 회전시켰다.

그는 부상자에게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격렬한 메치기를 노바에게 먹였다.

“케엑-!”

난데없이 내던져진 노바가 헛숨을 내뱉었다.

후두부에 가해진 충격으로 순식간에 기절.

게거품을 물으며 식도에 남아 있던 구토물의 잔해를 흘린다. 그 몰골이 의외로 유쾌해 꽤 봐줄 만한 몰골이었으나, 김건은 그것을 구경하고 있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의 앞에 한서리가 서 있었으니까.

무덤덤한 차가운 얼굴은 마치 귀신의 그것처럼 보였다.

지척에 올 때까지 인기척을 못 느꼈다. 그렇다 함은, 일부러 기척을 죽이고 다가왔다는 것이다.

김건은 침을 삼켰다.

여기서 대답을 잘못했다간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정말로 잘못을 한 것은 없으니까.

그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목덜미로 식은땀이 흘렀다.

“노바 선배가 마인에게 정신 지배를 당한 것 같아서 제압했어.”

“그래? 방금 전까지 꼭 끌어안고 있던 것처럼 보였는데.”

그의 아내는 소스라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이처럼.”

이럴 때 기세에서 밀리면 먹힌다.

김건은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아니야. 그냥 쓰러지려고 하는 걸 좀 부축해 준 거야. 마인 놈이 광마로 변해서…… 극대소멸공격을 쓰느라 탈진했거든.”

“정말로?”

정말로…… 라는 건 무엇을 가리켜 말하는 것인가.

광마가 나타난 것?

노바가 정말로 극대소멸공격을 사용했다는 걸 말하는 건가, 아니면 쓰러지려고 하는 걸 부축했다는 걸 가리켜 하는 말인가.

일순 갈등이 있었지만 싸움꾼인 김건은 임기응변에 능했다. 그는 매끄럽게 말을 이었다.

“그래, 벌써부터 극대소멸공격을 사용할 수 있더라고. 상당한 인재야. 당신의 안목은 확실히 대단해.”

그렇게 말하며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한서리는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김건을 지켜보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노바를 내려다보았다.

하나뿐인 눈을 까뒤집으며 게거품을 물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추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을 보고서야 기분이 풀린 모양이다. 한서리가 물었다.

“루키킬러는?”

“처리했어. 조금 더 겁을 주고 싶었지만…… 뭐, 마인협회에 대한 경고로는 충분하겠지.”

남편의 대답에 한서리는 미소를 띠면서 발돋움을 해 김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 잘했어요.”

발아래에 쓰러진 여자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잠든 아기를 어르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인데도 몸이 부르르 떨렸다.

김건은 확신했다.

그는 오늘, 노바의 목숨을 두 번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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