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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24화 (24/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24화

해가 저물자 자연스럽게 사냥이 멈췄다.

마계화된 지역은 당연히 아무런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어디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정리를 마친 영웅 지망생들과 헌터들은 후방에 마련된 임시 캠프로 모였다.

임시 캠프라곤 하지만, 발할라 생도가 100여 명,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헌터가 수천 명,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까지 모두 모이니 캠프의 규모는 엄청났다.

여기저기 막사가 서 있고 밖에 설치된 노점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냄새가 진동한다.

구석에서는 자그마한 도박판이 열려 야바위꾼이 사람을 모으고 있고, 한쪽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서는 화려한 광고가 지나가고 있었다.

입학 이후 처음인 외부 활동, 그리고 축제 같은 분위기에 생도들은 모두 들떠 있었다. 벌써부터 술에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녀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터의 간섭은 없었다.

“엄청 뭐라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가만히 있네.”

한서리가 그 의문에 답했다.

“실전이라고 했잖아. 실전에서 일일이 잔소리하는 사람 따위가 있을 것 같아?”

“그것도 그러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실전이라곤 해도 지금은 전투 상황이 아니고, 쉴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진정한 영웅의 자세니까.

그렇기에 한서리와 김건, 두 사람은 야외에 마련된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상에 둘러앉은 사람은 그들뿐이 아닌, 두 사람이 더 있었다.

메리안이 배시시 웃었다.

“오늘은 정말 고마웠어. 내가 도움이 별로 못 되는데도 억지로 끼워 준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네.”

아까는 파티장으로서 거리를 두기 위해 일부러 존댓말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적인 자리니 그럴 필요가 없다.

“미안할 필요 없어. 너는 충분히 자기 몫을 하고 있어.”

한서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있는 김건을 살짝 째려보았다.

‘심통이 났군.’

김건은 씁쓸하게 웃었다.

같이 식사를 권한 건 네드였다. 한서리는 당연히 거절을 하려 했지만 김건이 승낙을 해서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즉흥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아내가 마계와의 싸움에 대해 설계한다면, 그는 아내의 갱생에 대해 설계를 하는 중이었다.

아내는 자신과 줄곧 함께 있는 것을 바라겠지만 둘이서만 있어 봐야 아내의 의존증이 심해질 뿐이다. 아내에게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 필요했다.

사회 경험은 적은 편이지만 김건에게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었다. 상대의 심리를 읽고 대응하는 게 습관화되어 있는 전사이기 때문에 얻은 능력이다.

타인의 능력을 재는 통찰력은 한서리가 더 뛰어나겠지만 타인의 성미를 판단하는 통찰력은 그가 더 위였다.

그는 네드와 메리안, 두 사람이 선량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사람을 볼 줄만 알지, 대하는 건 나도 그리 좋지 않다는 건데.’

그래도 전의 삶에서 친구는 꽤 많이 사귀었던 그다. 홀로 고고할 뿐인 아내 보다는 조금 나을 것이다.

김건이 말문을 텄다.

“두 사람, 꽤 친해 보이는데 혹시 입학하기 전부터 알던 사이야?”

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지. 입학시험도 같이 봤어.”

“발할라 입학을 같이하는 게 쉽지가 않은데. 어지간히 집이 잘사는 게 아니라면.”

“운이 좋았지. 나도, 메리안도 그냥 저 멀리 시골 출신이니까. 마법도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우리 마을을 전담하는 영웅 아저씨한테 개인적으로 배운 거고. 안그래도 돈이 슬슬 떨어져 가는데 덕분에 걱정을 좀 덜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김건은 대충 네드와 메리안이 어떻게 영웅 지망생으로 자라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영웅의 수는 적다. 하지만 게이트는 어디서든 나타날 수도 있다.

소수 정예인 영웅을 최대한 넓게 배치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방위 체제가 소홀한 곳도 나온다.

아마 네드와 메리안이 살던 마을은 나이 많은 퇴물급 영웅이 홀로 지키며 나름의 지원자를 모아 자위 병력을 훈련하는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을 것이다.

김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기분은 나도 알아. 겨우 입학했는데 돈이 없어서 퇴학 각이 잡히면 엄청나게 쫄리지. 입맛이 없어서 밥이 안 넘어간다고.”

“맞아. 맞아.”

남정네들이 대화를 이어 나간다. 한서리는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옆자리에 앉아 수저를 깨작이다가 겨우 앞에 놓인 수프를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

맛이 상당히 좋았다. 한서리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런 그녀를 살피던 메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때? 맛이 괜찮아?”

“응…… 맛있어…….”

“다행이다. 입맛에 맞아서.”

이 집 요리 잘하네…… 라고 생각하며 주방 쪽을 쳐다보던 한서리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거 메리안, 네가 요리한 거였어?”

어쩐지, 식당에서 파는 음식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싶었다.

메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주방이랑 식재료를 빌려주는 데도 있거든. 동생들이 많다 보니까 요리엔 자신이 있어.”

네드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메리안의 요리 실력은 대단하지. 마을에서도 큰일이 있을 때마다 요리를 도맡아 했거든. 영웅이 아니라 요리사가 됐으면 세계급 셰프가 됐을걸?”

“오버하지 마.”

메리안은 그렇게 말하며 네드의 팔을 찰싹 때렸다. 한서리는 메리안의 겸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진짜로 맛있어.”

그녀는 연속해서 수프를 떠먹으며 말했다.

“뭐랄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맛이야.”

“그, 그렇게까지 칭찬해 줄지는 몰랐는데. 고마워.”

그렇게 느긋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계속되었다.

네드는 식사 내내 ‘맛있다.’를 반복하며 다람쥐마냥 음식을 쑤셔 넣었다.

“칠칠맞지 못하게…….”

그 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 주며 한숨을 쉬는 메리안.

네드가 슬쩍 눈치를 주었다. 두 사람의 시선을 눈치챈 메리안은 얼굴을 붉히며 얼른 손을 내렸다.

한서리의 눈이 보기 드물게 반짝거렸다.

“혹시 두 사람, 사귀는 사이야?”

메리안은 고개를 아래에 박았다. 네드는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었다.

“아직 그런 사이까지는 아니라고 해야 하나…….”

“아직?”

실언을 깨달은 네드가 크윽- 하고 입을 다물었다.

한참이나 머뭇거리던 그는 반사적으로 역공을 가했다.

“그러는 두 사람은 어때? 딱 봐도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그거야 당연히…….”

자연스럽게 뻔뻔한 말을 던지려 하던 한서리의 입이 멈췄다.

학, 학-

목구멍에 뭐가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 나오질 않았고, 왠지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

이번엔 역으로 한서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당황한 그녀는 손가락으로 김건의 옆구리를 마구 찔렀다.

그러곤 두 사람만의 몸짓으로 스스로의 상태를 표현했다.

‘왜, 왜 이래? 나 뭔가 걸렸나 봐. 이상해. 말이 안 나와.’

하지만 김건은 지금의 반응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들 앞에서 부끄러운 말을 하곤 하지만 그건 아내가 제대로 상대를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예 의식하지 않거나, 아니면 사무적으로만 의식하거나.

아마도 개인적인 만남에서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본 건 처음일 거다.

‘지금까지 물건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제대로 된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하려니까 부끄러워서 말이 다 안 나오는 거지.’

평소에 아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건은 식탁 아래로 한서리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리고 말 못하는 아내를 대신해 조금 부끄럽지만 딱 잘라 말했다.

“사랑하는 사이야.”

“오옷……!”

“어머나~.”

대담한 선언에 네드가 감탄을 토하고 메리안이 입을 막았다.

그리고 한서리는 완전히 얼음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평소의 잔혹 무비한 얼음 여왕이 아니라 마치 사랑 고백을 받은 얼음 공주 같은 반응이었다.

짧은 해프닝이 있은 후 식사가 끝났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하는 와중에 김건은 어울리지 않게 뭔가 아쉬운 듯 수저를 깨작이며 메리안과 자신을 돌아보는 한서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아내가 왜 그러는지 한눈에 깨닫지 못했다.

그 대신 메리안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

“혹시 괜찮다면…… 내일 식사를 같이 준비하지 않을래? 서리가 도와주면 더 맛있는 걸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나,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데…….”

“나랑 같이 하면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

한서리는 뭔가가 겁나는지 한참이나 메리안과 김건을 번갈아 보며 눈치를 살폈다.

그녀의 시선을 받는 두 사람은 그저 흐뭇하게 웃으며 안절부절못하는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결심이 선 듯한 서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리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래, 좋아.”

그건 돌아온 이래로 한서리가 남편을 제외한 사람과 맺은 첫 번째 약속이었다.

* * *

“후우…….”

김건은 한숨을 내쉬며 뜨끈뜨끈한 물이 넘치는 욕조에 몸을 담갔다.

한서리가 미리 예약해 두었던 막사는 크기도 크기였지만 화장실과 욕조까지 딸려 있었다.

돈 많은 게 좋긴 좋다.

생도 시절, 그가 실전 훈련에 나왔을 때는 텐트 아래 침낭을 깔고 헌터 아저씨들과 부대껴서 잤다.

피로 온몸이 더러워져도 목욕은커녕 물수건으로 대충 닦고 마실 물을 아껴 세수 정도나 하는 게 전부였다.

기분이 좋았다.

단순히 예전보다 처지가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늘은 과거로 돌아와서 보낸 날 중 제일 보람찬 하루였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드와 메리안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그토록 부끄러워하는 아내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아내는 그저 졸로 부리려고 네드에게 접근했겠지만,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이렇게 도움이 될지는 몰랐다.

네드, 그리고 메리안.

둘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만남은 아내의 병든 마음을 치유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하늘을 가린 천막을 보고 있는데, 커튼이 젖혀졌다.

알몸의 한서리가 욕실로 들어왔다.

새하얗고 마른 몸을 얇은 타월로 덮고 있었다.

한서리는 바로 샤워를 시작했다.

쏟아지는 물결 사이로 보이는 아내의 몸은 아름다웠다.

흠집 하나 없는 뽀얀 피부.

눈에 익었던 상처투성이 몸이 생각나 김건은 왠지 입맛이 썼다.

‘뭐, 그때 만신창이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내 사람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샤워를 마친 한서리가 욕조로 다가왔다. 아내의 눈짓을 이해한 김건이 말했다.

“좀 좁을 텐데.”

“상관없어.”

김건은 선선히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한서리는 좁은 욕조 안으로 발을 밀어 넣었다. 억지로 몸을 끼워 넣고선 김건의 앞에 앉아 안기듯이 그의 가슴에 등을 기댔다.

푸른 머리카락이 물 위로 커튼처럼 펼쳐졌다.

김건은 손을 앞으로 넘겨 물에 젖어 늘어진 아내의 앞머리를 걷어 주었다.

한서리는 그런 남편을 뒤돌아보며 눈을 흘겼다.

“당신, 무슨 생각이야?”

“왜?”

“날 따돌림 당하는 애 취급하고 있잖아.”

“…….”

“나는 친구를 못 사귀는 게 아니야. 사귀지 않는 거지. 딱히 외롭지도 않고, 어설픈 인간관계를 구축해 봐야 귀찮기만 하니까.”

뾰족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난 그저, 당신만 있으면 돼.”

“그런 소리를 하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거야.”

김건은 그렇게 말하면서 기껏 올려 줬던 아내의 앞머리를 내렸다. 한서리는 고양이처럼 그르렁거리며 김건의 손을 치웠다.

파란 머릿결 사이로 원망스러운 시선이 비쳤다.

“왜, 또 날 혼자 내버려 두고 죽어 버리려고?”

한서리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이 죽고 난 뒤는 걱정 안 해도 돼. 나도 바로 당신을 따라갈 거니까.”

“그런 말 하지 마. 그리고 당신도 친구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거치고는 메리안의 권유에 쉽게 넘어가던데.”

“그, 그건, 두 사람이 워낙 사이가 좋아 보이니까……! 요리 덕분인가 싶기도 하고, 나, 나도 언젠가 한번 당신한테 그런 요리를 해 주고 싶어서……!”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김건은 그렇게 말하며 아내를 꼭 안아 주었다.

말보다는 행동이다.

이제 와서 정론을 늘어놓으며 이러쿵저러쿵 설득을 할 생각은 없다.

그저, 천천히, 천천히 시간을 들여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다.

김건은 바로 이야기를 돌렸다.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 예전에는 진짜 뼈밖에 없었는데.”

그러면서 매끈한 아내의 옆구리를 만지작거렸다.

한서리는 꺄아, 새된 소리로 놀라더니 남편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어, 어딜 만지는 거야? 손 안 떼?”

“공공장소에서 당연한 듯이 뽀뽀를 요구할 때는 언제고 이런 건 왜 부끄러워하는데?”

“그건 그거! 이건 이거!”

김건은 투덜거리며 손을 물렸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몸을 포개고 욕조에서 시간을 보냈다.

서로 살을 맞대고 있는 건 좋다.

서로의 냄새, 서로의 감촉을 느끼다 보면 잠자리에서와는 다른 일체감이 느껴지곤 한다.

한서리는 남편의 큼지막한 손을 가지고 놀았고 김건은 아내의 귀를 어루만졌다.

그렇게 노닥거리던 와중에 김건이 말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뭔가 사건이 없어?”

한서리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없어. 설령 있다고 해도 별건 아닐 거야. 기억에 남아 있는 게 없으니까.”

“흠…….”

김건은 턱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한서리는 새침하게 되물었다.

“내가 무슨 로봇인 줄 알아? 수십 년 전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게?”

“지금까지 너무 잘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지.”

“나라고 모든 걸 다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야. 중요한 거 아니면 거의 기억하지 못해. 저번에 노바 선배가 죽었던 사건은 엄청 큰 건수였어. 그걸 시발점으로 마인협회가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거든. 지금이야 당신의 힘을 봤으니 당분간 조용할 거야. 그다음이 문제지.”

한서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앞으로 미극공진동의 사용은 최대한 자제해.”

“마인협회가 주목하고 있으니까?”

“응.”

“뭐, 조금 불리해지긴 하겠지만 완전한 파훼법이 있는 기술은 아닌데.”

미극공진동은 쓰기가 어렵다는 것 외에는 단점이 없는 기술이었다.

김건의 약점은 모두 그의 마력량이 극도로 부족하다는 것에서 비롯하지, 그가 사용하는 기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한서리도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것 때문이 아니야. 당신 기술을 분석하다 보면…… 어쩌면 ‘그 기술‘의 원리에 닿을지도 몰라.”

“……불가능이라고 말할 수는 없네. 하지만 그것도 안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인간들에게는 그렇지. 하지만 마신이라면?”

그 말에 김건은 침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마신이라면, 기술의 원리만 알면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마신의 능력은 절대적이다.

그가 기린을 쓰러트렸다 하는 것도 기린이 그가 가진 기술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먹혔던 거지, 그 원리를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죽어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이 힘은 기린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미 그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은 둘밖에 남아 있지 않다.

부주의한 행동으로 그나마 남아 있는 가능성이 또 하나 줄어든다면 그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문에 그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조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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