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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27화 (27/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27화

완전히 재생된 두 팔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쇳소리를 튀겼다.

분노 어린 울음이 터져 나왔다.

“크와아아악!”

“……!”

복수의 철퇴가 제이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제이미는 피하려고 몸을 틀었다. 하지만 한계를 넘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콜로서스의 발톱이 머리를 쪼개려는 순간, 누군가가 제이미를 낚아채고 옆으로 빠져나갔다.

힘없이 늘어진 그를 어깨 위에 짊어지고 달리는 이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개새끼! 돌아가기만 해 봐, 너, 너, 진짜 죽여 버릴 거야!!”

세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움직이는 다리에 박차를 가했다. 강체술로 강화된 각력으로 자동차에 버금가는 속도로 내달렸다.

뒤에서 지면이 뒤흔들렸다.

최대치로 강화되어 용광로에서 갓 꺼낸 금속처럼 달아오른 콜로서스가 굉음을 내지르며 쌍둥이를 쫓아 왔다.

“헉! 헉!”

아무리 단련된 영웅이라도 전력 질주를 오래 할 수는 없다.

땀으로 흠뻑 젖은 세라스가 거친 숨을 토한다.

속도가 점점 떨어졌다. 등 뒤에서 울리는 진동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때였다.

시야 밖으로 점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저거?”

“코, 콜로서스야!!”

신호탄을 보고 모여든 발할라의 생도들이었다.

그들은 세라스의 뒤를 쫓는 집채만 한 괴물을 보고 당황한 목소리를 쏟아 냈다.

“콜로서스는 기린의 종속이잖아? 티아마트의 지역에 왜 있는데?”

“몰라! 물어보지 마! 나도 이름만 들었지 잘 모르는 몬스터니까!”

“이쪽으로 온다!”

“뭐 해, 후위들? 공격해! 저 애가 쫓기고 있잖아!”

콜로서스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혹은 급박한 상황에 머리가 굳어 버린 몇몇이 공격을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쏘아 낸 후위의 불꽃과 뇌전이 콜로서스의 몸통을 지졌다.

당연히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다.

“공격하지 마! 위험해!”

도망가던 세라스가 악다구니를 써 댔으나.

경고는 이미 늦어 버린 뒤였다.

콜로서스는 이미 자신을 공격한 생도를 향해 몸을 돌리고 있었다.

공격 대상을 변경한 콜로서스가 미친 듯이 돌격한다. 계속해서 퍼부어지는 공격은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고 흩어져 나갔다.

너무 빠르다. 막을 수가 없다.

별 생각 없이 마법을 쏘아 냈던 생도가 위기를 깨달았지만, 도망치기엔 이미 늦었다.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으아악! 살려 줘!”

“도망쳐! 내가 시간을……!”

위기에 처한 후위를 구하기 위해 용감한 전위가 콜로서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신이 가진 최고 경도의 오라를 무기에 담아 날아오는 콜로서스의 앞발에 가져다 댔다.

하지만 그는 SS급 마력적성을 가지고 있지도, 맨몸으로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지니고 있지도 못했다.

평범한 발할라 생도. 평범한 범재.

“커억!”

종잇장처럼 오라가 찢어지며 일격에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그 뒤에 숨어 있던 후위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비쳤다.

그 직후.

콰앙!

무자비하게 떨어지는 금속 덩어리를 황금색 천사가 막았다.

온몸에서 금빛을 뿜어내는 여인이 용을 쓰자 콜로서스가 구덩이를 파며 밀려났다.

제이미와 마찬가지로 봉인을 풀어 낸 세라스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도망쳐……! 빨리 가서 어떻게든 월터 씨를 불러 와!”

“아, 알았어!”

겨우 목숨을 부지한 후위는 나가떨어진 전위를 부축하며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세라스는 콜로서스를 상태로 목숨을 건 서커스를 벌여야 했다.

이제 와선 공격을 막는 것도 여의치 않다.

공격을 막아서는 버틸 수 없다.

피해야 한다.

그녀는 무기에 담긴 오라를 거두어들이며 강체술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무시무시한 움직임으로 연달아 날아오는 콜로서스의 공격을 피해 낸다.

콜로서스가 마구잡이로 앞다리를 휘둘러 왔다. 세라스는 그것을 모조리 피해 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피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만 하는 세라스에게 흥미가 사라졌는지 콜로서스가 바깥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직 도망치고 있는 생도들의 모습이 눈동자에 담겼다.

놈은 바로 괴성을 지르며 그들을 쫓아 달려 나갔다.

“안 돼……!”

세라스가 그 뒤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아귀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완전히 해방된 콜로서스가 무력한 생도들을 유린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황금빛 동체가 놈의 몸을 후려쳤다.

폭발음이 울리며 콜로서스가 나가떨어졌다.

콜로서스를 쓰러트린 제이미가 숨을 몰아쉬며 무릎을 꿇었다.

폭발적인 마력의 출력을 견디지 못한 몸이 쩍쩍 갈라지며 부서지기 시작한다. 그의 옆에 착지한 세라스가 어깨를 짚었다.

제이미는 그 손을 쳐 냈다.

“미쳤어? 더 이상 힘을 쓰면 죽어!”

“이대로 도망쳐서 치욕을 겪는 것 보다는 나아.”

제이미는 세라스에게 가라고 턱짓을 했다.

“너도 가라. 벌레만도 못한 놈들 천지지만 그래도 쓸 만한 놈들이 섞여 있으니 지켜만 볼 수는 없지. 일을 벌인 건 나니까, 내가 시간을 끌겠다.”

나가떨어졌던 콜로서스가 몸을 일으켰다. 놈은 뭉쳐 있는 프레이저 가문의 쌍둥이를 보고는 거세게 울부짖더니 무시무시한 일격을 쏟아 냈다.

까앙!

양쪽에서 쏟아진 황금색 대검이 십자로 교차하며 공격을 튕겨 냈다. 제이미와 힘을 합쳐 공격을 막아 낸 세라스가 소리쳤다.

“웃기지 마. 아무리 못마땅한 놈이라도, 가족을 버리고는 못 가!”

“멍청하긴…….”

제이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힘을 모아 콜로서스를 상대로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황금 칼날이 번득이며 용암색의 괴물과 사투를 벌이자, 폭음과 함께 지진이 일었다.

커다란 대검이 양쪽에서 종횡무진하며 압도적인 강도와 힘을 가진 괴물을 몰아붙인다.

하지만 현 세대 중 최고라고 자부할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콜로서스를 상대로는 일 분을 채 버티지 못했다.

콜로서스가 휘두른 발톱에 오라가 깨져 나가고 두 사람의 몸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큭!”

“더 이상은……!”

마력이 동났다. 오라는커녕 팔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두 사람의 몸통을 콜로서스의 발톱이 유린하려는 찰나, 두 개의 그림자가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월터 바이스턴과 김건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 제이미와 세라스를 짊어진 채 콜로서스로부터 도망쳤다.

김건을 바라보는 월터의 눈빛엔 이채가 서려 있었다.

“버프의 위력인가? F급이라고 들었는데 상당한 신체 능력이군.”

“제게 특화된 버프라 그렇습니다.”

“속도를 더 낼 수는 있나?”

“그건 무리입니다. 지금도 출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그 말대로 김건의 속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월터가 물었다.

“버퍼는?”

“떨어져 있습니다. 콜로서스한테 노려지면 막기가 힘드니까요.”

“좋은 판단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월터.

그는 곧장 김건을 향해 제이미를 집어던졌다.

“그럼 그대로 도망쳐라. 다른 녀석들에게도 모두 도망치라고 이야기를 해 놨다. 지원을 요청했으니 발할라의 처리반이 몇 분 이내로 올 거다.”

그렇게 말한 월터는 바로 몸을 돌려 역주행을 했다.

“잠깐만요!”

김건이 소리쳤지만 늦었다. 이미 싸움이 붙어 버렸다.

월터가 손아귀에서 뽑아낸 오라의 검을 휘두르자 아무렇지도 않게 콜로서스의 앞다리가 잘려 날아갔다.

그는 오라 기술의 극치라 불리는 단분자 칼날을 제련해 낼 수 있는 고수였다.

그의 검 앞에서 물체의 강도는 의미가 없다. 제아무리 단단한 물질이라도 분자 자체를 가를 수 있는 힘 앞에서는 종잇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한 능력이 있다면 단번에 콜로서스의 핵을 노리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월터가 생성할 수 있는 단분자 칼날의 길이는 1미터가 한계였다.

어깨 높이만 10미터가 넘는 괴물의 몸통을 꿰뚫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대신 월터는 계속해서 콜로서스의 신체 말단을 잘라 냈다.

순식간에 회복되지만 행동에 제약을 걸 정도는 된다. 아무래도 발할라의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콜로서스를 묶어 둘 생각인 모양이었다.

편차가 심하긴 하나, 엡실론급 몬스터는 수십 명 단위의 영웅으로 편성된 공격대로 상대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시간 끌기라고 해도 그만한 괴물을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초월자급의 실력자에게도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월터는 단분자 칼날을 유지하느라 방어에 오라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공격을 그저 피하기만 하고 있다.

저렇게 얼마나 싸울 수 있을까.

오라의 방어 없이 저만한 괴물의 공격을 받으면 스치기만 해도 찢어진 고기 조각이 된다.

김건은 훌쩍 뛰어 거리를 벌렸다. 그의 어깨에 얹어진 제이미가 악을 썼다.

“큭, 놔라! 이 벌레야!”

“응, 그래.”

철퍼덕-

원하는 대로 제이미를 놔줬다. 금발의 생도가 신음 소리를 내며 쓰레기처럼 바닥을 굴렀다. 김건은 조심스럽게 탈진한 세라스를 내려 주었다.

“잠깐, 뭐 하는 거야? 월터 씨가 도망치라고 했잖아?”

세라스가 옷깃을 잡으며 묻는다.

김건은 가볍게 그 손을 떨쳐 냈다.

“같이 싸울 거야.”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너도 미쳤니?”

세라스가 진절머리를 쳤지만 말다툼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김건은 세라스의 만류를 뿌리치며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야! 김건!”

봉인 해제의 후폭풍으로 모든 체력을 소비한 세라스는 그를 막지 못했다.

김건이 싸움에 합류하려는 때였다.

멀찍이서 누군가가 쏘아 낸 마력 신호가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수백 미터의 거리를 두고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아내가 있었다.

한서리가 팔을 들어 올려 수신호로 말했다.

‘기다려. 당신이 미극공진동을 쓰는 게 나을지, 월터 바이스턴이 여기서 죽는 게 나을지 계산하고 있으니까.’

‘계산할 필요 없어.’

김건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미소를 지으며 수신호로 할 수 있는 가장 장황한 말을 지어 냈다.

‘조상님들이, 아버지가, 그리고 내가 쌓아 올린 기술이야. 놈들은 백 번 봐도 모를걸. 타격이 있다 하더라도, 앞날이 창창한 전사의 목숨에 비할 정도는 아니야.’

한서리는 잠시 생각했다.

급박한 상황이니만큼 짧게, 몇 초간 고민을 이어 간다.

그녀는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당신 판단을 믿을게.’

한서리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머리칼이 떠으로며 푸른색 마력이 치솟았다.

‘그럼, 지원한다. 문양을 사용해.’

그렇게 말한 한서리가 하늘을 향해 무언가를 쏘아 냈다.

김건은 등에 박힌 문양을 작동시키며 투석기처럼 던져진 킹메이커의 마력을 몸으로 받았다.

문양의 힘과 한서리가 쏘아낸 마력의 힘이 뒤섞이며, 푸르게 피어난 얼음이 김건의 몸을 덮어 갔다.

하얀 서리만을 몸에 두르던 이때까지의 버프와는 달랐다. 확실하게 조형된 날렵한 형태의 얼음 갑옷이 김건의 육체를 덧씌웠다.

만년설식 설화기사.

한서리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출력의 버프였다.

완전한 얼음의 기사가 된 김건이 싸움터에 끼어들었다.

채찍을 날려 콜로서스의 뒷다리를 잡아챘다.

무시무시한 거력의 여파로 김건의 발치가 주저앉고 채찍이 끊어질 듯 비명을 질렀다.

균형을 잃은 콜로서스가 미끄러졌다.

엇나간 공격을 피해 낸 월터가 김건의 모습을 확인하기도 잠시, 김건은 곧장 하늘을 가리켰다.

“위!”

“……!”

월터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하늘을 가로질러날아오는 푸른 기운을 발견했다.

그는 바로 그것이 뭔지 눈치채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몸으로 받았다.

목 뒤로 고드름이 자라나며 엄청난 힘이 피어올랐다. 원거리에서 쏘아낸 버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성능.

이 정도 신체 능력이라면 무리하게 단분자 칼날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단숨에 오라의 형태를 변형시킨 월터는 길게 뽑아 낸 오라의 장검으로 콜로서스의 앞다리를 쳐 내며 외쳤다.

“무슨 생각이지? 날 돕다 죽어도 책임은 못 진다!”

“책임지라고 할 생각 없어요! 여기서 이놈을 죽일 테니까!!”

“어떻게?”

버프 덕에 숨통이 트이긴 했으나 여유롭게 떠들 상황은 아니었다.

콜로서스는 벌레 밟아 죽이듯 앞발을 가볍게 휘두르기만 하면 되지만 그걸 막는 벌레 쪽은 전심전력을 다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월터는 경, 형, 중을 적절히 조합한 세련된 오라 운용을 선보이며 콜로서스의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김건은 모든 공격을 휘감아 흘려버리고 있었다.

팽팽하게 늘린 채찍으로 공격을 받는다. 채찍의 탄성을 이용해 공격의 기세를 늦추고, 유연한 몸을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며, 거기에 회전을 주어 밖으로 내보낸다.

‘갓 입학한 생도가 가질 기술이 아니야.’

월터는 감탄했다. 공격을 받아 내는 김건의 방어기술은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김건이 악을 썼다.

“한순간만, 한순간만 가슴 쪽으로 파고들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줘요! 그다음에는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어떻게든 한다라.

그 무책임한 말이 월터의 마음을 움직였다.

승부에 절대라는 말은 없다.

반드시 이긴다, 확실하다. 이런 말을 하는 놈이야말로 믿지 못할 놈이다.

느낌이 왔다.

오랜 수련과 노력이 느껴지는 기술. 그리고 거침없는 발언.

이놈은 믿어 볼만한 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차피 홀로 콜로서스를 상대하는 이상 죽음은 각오했다. 그는 김건의 말을 믿고 사지로 뛰어들었다.

“간다!”

월터가 팔에 걸친 팔찌에 손가락을 걸었다.

양팔을 벌리며 끌어당기자 새하얀 빛줄기가 손끝에 걸려 빠져나왔다.

은사(銀絲).

오라 제어를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팔찌를 통해 끌어낸 오라의 실이었다.

익숙한 자가 다룬다면 무게와 강도, 제어가 자유자재인 만능의 무기.

그것은 월터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구였다.

쌔액!

뻗어 나간 수십 가닥의 은사가 콜로서스의 팔다리를 옭아맸다.

뿌드드드득!

은사를 사이에 두고 콜로서스와 힘겨루기를 하는 월터의 상체가 부풀어 올랐다.

인공적으로 생성된 강체술의 근육이 셔츠를 찢는다. 콜로서스가 몸부림을 치지만 움직이지 못한다.

월터는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과 감각 역시 폭발적으로 불태웠다.

뿜어 낸 은사의 강도가 리빙메탈의 마력 흡수에 파해되지 않기 위함이었다. 새빨개진 그의 눈에서 핏줄이 터지고 코피가 흘렀다.

우뚝- 콜로서스의 움직임이 멈췄다.

김건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채찍을 내던지며 팽팽히 당겨진 은사의 틈새로 파고든 김건은 깊은 호흡을 내뱉으며 양손에 오라를 모았다.

월터는 그렇게 달려 들어가는 청년의 등을 지켜보았다.

그의 눈은 특별했다.

그는 날 때부터 마력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초감각은 그가 A급 마력적성으로도 초월자의 위치에 오르게 한 원동력이었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느려진 것 같은 시선 속에서 청년이 움직였다.

발을 내디디며 접근.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다.

뒤이어 날아가는 양손은 최단 거리를 가로지르는 찌르기.

그 움직임에는 한 점의 낭비도 없었다.

청년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의 움직임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실핏줄처럼 가느다랗게 솟아오른 마력의 줄기가 배배꼬이고 엮여 오라로 변환된다.

옅게 피어오른 오라가 안개처럼 뿌옇게 퍼져 나갔다.

안개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파동이었다.

물결에 퍼져 나가는 듯한 파장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진폭으로 탄생하고 퍼져 나가고 있었다.

청년의 양손이 콜로서스의 몸에 닿았다.

진동이 괴물의 몸 안쪽을 흐른다. 마력을 흡수하는 리빙메탈의 내부에서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움직인다.

양쪽에서 퍼져 나간 진동이 몸을 포갰다.

파장의 진폭이 가속화. 파동이 만들어 내는 원형이 겹쳐졌다.

원형에 원형이 겹쳐져 타원을 이루고, 타원에 타원이 겹쳐 태어나는 육각. 육각이 겹쳐 나타나는 삼각. 종횡하는 직선과 곡선, 그 끝에 피어오른 것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꽃잎의 형태…….

그 종점에, 콜로서스의 핵이 있었다.

“……!!”

그 어떤 폭발도, 고음도 없었다.

갑자기 몸부림치던 콜로서스의 움직임이 멈췄다.

거친 숨을 토하며 비척비척 뒤로 물러서더니, 눈을 한 번 깜빡이고는, 쿵 소리와 함께 쓰러져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을 뒤에서 바라보던 제이미와 세라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죽은 거야? 진짜 죽었어?”

극대소멸공격으로도 죽이기 힘들다는 콜로서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죽었다.

전위, 그것도 F급 마력적성을 지녔다고 하는 자가 선보인 결과에 쌍둥이는 입을 벌렸다.

김건은 낮은 호흡을 토해 내며 허리를 들었다.

만족스러운 결과에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연계는 좋았습니다. 은사를 그 정도로 뽑아내다니. 진짜 천재라는 이름이 걸맞…….”

김건의 말이 멈췄다.

월터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감정이 격양되어 보이진 않는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에 피와 뒤섞인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방금 그 기술…… 이름이 뭐지?”

월터 바이스턴은 김건과 가장 비슷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었다.

별다른 스승 없이 혼자의 힘으로 초월자의 경지에 올랐다.

그렇기에 존경했었다.

이전에 김건이 월터를 만났을 때 김건은 아카데미 최하위의 문제아였고 한 번도 완성된 기술을 보여 주지 못했다.

월터가 저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다.

김건은 어렵사리 입술을 땠다.

“미극공진동이라고 합니다.”

“미극공진동…… 그야말로 신기로군.”

월터는 김건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었다.

까칠한 주제에 은근히 사람은 좋아서 김건의 기술 연구와 학교 생활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월터에게 좋은 말을 들어 본 적은 없다.

매일같이 멍청이, 재능 없는 바보라는 소리만 들었고, 당시에는 그 말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 정도로 아름다운 기술은 본 적이 없다.”

“…….”

“감동했다. 다 낡아빠졌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직 발할라의 미래는 밝은 것 같군.”

그것은 평생을 천재라는 말만 듣고 살아온 사람이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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