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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87화 (87/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87화

콰아아아아앗!

악몽 같은 불덩어리가 지면에 낙하했다.

“크아아아악!”

티아마트의 권속들이 화마에 휩쓸렸다.

피부가 타고, 뼈가 녹으며 피가 증발한다. 숲을 이루고 있던 크립티드가 한순간에 재가 되어 흩어지고, 붉은 피부의 괴물들이 비명을 지르며 불타 없어졌다.

어마어마한 열량의 여파에 폭발이 터지고 사방에 파편이 흩날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수만의 괴물들이 먼지가 되었다.

그나마 남은 먼지마저 그 뒤에 몰아닥친 후폭풍에 휘말려 산산조각으로 찢겨나가 대기의 일부가 되었다.

지표면의 적을 일소하는 데 성공.

그것을 확인한 노바가 기절했다.

하늘을 가득 메우던 환영이 사라지며 수르트, 그리고 비공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밑에 펼쳐져 있는 것은, 그저 검게 그을린 공터뿐이었다.

목표를 달성한 수르트가 마력 네트워크를 차단했다. 예상에 없던 추가 업무에 생긴 부하를 확인하기 위해 빠르게 자체 정비에 들어갔다.

그사이, 노제와 함께 선두로 나가 탐색 마법을 전개하던 사이먼이 말했다.

“찾았다.”

목표물을 확인한 그가 손을 휘둘렀다.

그가 탄 비공정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빛줄기가 티아마트의 몸통 아래, 온갖 뿌리로 뒤덮인 채 심장마냥 불끈불끈 뛰고 있는 물체를 가리켰다.

마법으로 증폭시킨 노제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크립티드의 핵이다! 강하조의 절반은 돌파조가 되어 저 핵을 파괴한다! 나머지 인원들은 수르트와 함께 돌파조의 후방을 지켜라!”

모두가 그 목소리를 들었다.

총지휘관으로서 마지막 명령을 마친 노제가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곧바로 난간을 넘어 떨어져 내리며 품에 매달아 두었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폭탄 투하를 위해 만들어져 있던 함선의 패널 한 부분이 열리며 그곳으로부터 거대한 덩치가 튀어나왔다.

“크허어어어엉!”

우렁찬 외침과 함께 날개가 펄럭였다.

그것은 한마디로 형용하기 힘든 거대 괴물이었다.

사자의 몸, 다리는 염소와 같다.

그 어깨 위에는 두 개의 머리가 달려 있으며 그것은 각각 뿔을 단 산양과 숫사자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등에서 커다랗게 펄럭이는 것은 막대한 크기의 박쥐 날개. 그 동체의 끝에는 뱀으로 만들어진 꼬리가 붙어 있다.

키메라.

생체 계열 마법이 특기인 노제 프레데리카가 몬스터들의 신체를 조합하여 만들어 낸 사역마였다.

키메라의 덩치는 몹시도 컸다. 체고가 30미터에 달하는 드래곤 정도는 아니지만 그것의 절반 정도 크기는 되었다.

“쉬이잇!”

혀를 날름거리는 꼬리의 뱀이 떨어지는 노제의 몸을 낚아채 목 뒤에 위치한 안장에 그녀를 내려놓았다.

노제는 각종 생체계 마법으로 키메라의 신체를 강화하며 고삐를 틀어쥐었다.

“가자!”

포효를 토하며 키메라가 낙하했다.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지면에 착지.

사자와 산양의 입이 독기의 숨결을 토해 내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몰려 들어오는 티아마트의 권속들을 한 줌 핏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휘둘러진 뱀의 꼬리가 빨간 피부의 괴물들을 유린했다.

“오오오오!”

그 용맹한 모습 뒤에서는 준비 중이던 강하조가 비공정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모두들 무작정 수백 미터 상공에서 맨몸으로 떨어져 내린다.

하지만 그 모습에 위기감 따윈 전혀 없었다. 그들은 중력을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면에 착지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S급이란 S급은 모조리 끌어다 모았다.

후위로 이루어진 서포터팀 제외, S급 영웅 총 300명으로 꾸려진 전위들의 군대.

가히 인류 최강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전력이었다.

강하조는 총 다섯 조로 나뉘었다.

마수여왕, 노제 프레데리카.

천본앵, 이시하다 사쿠라.

파괴자, 에디 슐츠.

군계일학, 티리온 프레이저.

기관권, 안진현.

발할라의 별 다섯 명이 각 조의 리더를 맡고 있었다.

노제의 조원들은 착지하자마자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그녀에게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무리가 하나.

“큭!”

아무리 노제라도 혼자서 수백 미터에 달하는 전선을 지킬 순 없었다.

그녀가 놓친 괴물들이 수르트가 만들어 낸 공터로 밀고 들어온다.

그 앞을 막아서는 여자가 있었다.

소매가 커다란 동양풍의 흰색 옷을 입었다. 여자는 양손을 가슴 앞에 교차시키며 짧게 호흡을 내뱉었다.

다 큰 어른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키가 작은 여성.

하지만 그녀가 양팔을 떨쳐 내는 순간을 보고 나면, 그 누구라도 그녀의 외견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

쏴아아아아!

수백 개로 갈라져 뻗어 나간 빛의 줄기가 노제를 젖히고, 달려오던 티아마트의 권속들을 꿰뚫었다.

“크아아악!”

그것은 오라로 만들어진 비도였다.

손짓 한 번에, 수백이 넘는 비도를 오라로 투척한 것이다.

비도에 맞아 벌집이 된 괴물들이 짚단처럼 쓰러진다.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소용없다. 키메라가 뿜어낸 것과 똑같은 독기가 비도로부터 뿜어져 나와 그들의 몸을 녹여 버렸다.

일반적인 금속은 물론, 오라마저 부식시키고 녹여 버린다는 노제 프레데리카의 독성 마법을 특수한 마력 제련방식으로 자아낸 오라의 비도에 담아 뿌려 낸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나, 그것으로 만들어진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여자가 비도를 던질 때마다 개미떼처럼 몰려오던 괴물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상황에 따라서는 수십 명의 후위보다도 나은 화력을 보인다고 하는 전위.

천본앵, 이시하라 사쿠라는 그녀의 조원들을 이끌며 뒤를 향해 소리쳤다.

“뒤는 나랑 언니가 막을게! 너희들은 돌격해!”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에디 슐츠가 무시무시한 굉음을 울리며 달려 나갔다. 티리온이 그 뒤를 쫓으며 외쳤다.

“선배님, 너무 빠릅니다!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냅둬, 저러다가 먼저 뒈지겠지.”

악담을 퍼부으면서도 최대 속력으로 전진하는 기관권, 안진현.

그의 몸 위로 떠오른 오라가 톱니바퀴의 형태를 그려 가며 그의 몸을 감쌌다.

다리를 감싼 오라의 갑옷이 엔진처럼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폭발적인 각력이 터져 나왔다.

초고속으로 달려 나가는 교수진을 본 전위들이 욕설을 토했다.

“이 인간들이……! 완전히 오합지졸이 따로 없군!”

“불평하고 있을 시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쫓아가!”

조원이라곤 하나, 여기에 내려앉은 전사들은 모두가 S급 영웅이었다.

엄청난 재능을 지닌 천재거나, 아니면 엄청난 경험을 쌓은 베테랑.

명령에 복종할 뿐인 졸병이 아니다.

그들은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그 뒤를 쫓아 달렸다.

그런 그들의 목 뒤로 서리가 내려앉았다.

고드름이 빠득빠득 자라나더니, 앞으로 달려 나가던 군세의 기세가 가속되었다.

전위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소수로 파견된 후위들, 한서리를 위시한 서포터들이 버프 마법을 사방으로 뿌린 것이다.

200명에 가까운 인간들이 자동차보다도 빠른 속도로 황무지를 가로질렀다.

고작 몇 초 만에 수백 미터를 돌파. 거리가 가까워지자 이제는 한눈에 티아마트의 거체를 담을 수도 없었다. 그저 막대한 산이 눈앞에 서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사이먼 베이커가 비공정에서 쏘아 낸 빛은 여전히 그들의 목표를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티아마트의 몸통 아래, 수백 갈래의 나무줄기로 몸을 뒤덮은 채 심장처럼 뛰고 있는 크립티드의 핵.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수르트로 지표면을 태워 버린 덕에 그들의 앞에 남은 장애물은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내달렸다. 눈앞에 목표가 선명히 보일 정도로 가깝게 접근했다.

하지만 일이 그리 쉽게 풀릴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바닥이 부풀어 올랐다.

대체 그 몸집을 어떻게 땅속에 파묻고 있었던 건지, 지대가 무너지며 막대한 근육 덩어리가 흙을 뿌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오오오!”

언뜻 우스운 생김새를 지닌 괴물이었다.

앞발은 크고, 뒷발은 짧다. 머리는 목의 구분 없이 몸통에 달라붙어 있어 마치 둥그런 공에 팔다리가 달린 것 같이 생겼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크기를 보고나면 누구도 그 모습을 비웃지 못한다.

기린의 드래곤처럼, 티아마트의 권속 중 최강이라 불리는 개체.

“베히모스다!”

베히모스는 아무런 특수 능력 없이 오로지 육체 능력만으로 엡실론급 판정을 받은 괴물이다.

손짓 한 번에 웬만한 건물을 조각 내는 공격력을 지녔으면서도, 드래곤 보다도 더한 거구에 티아마트의 권속 특유의 재생 능력까지 더해져 극대소멸공격을 연달아 맞아도 쉽사리 죽지 않는 맷집까지 지녔다.

그런 괴물 세 마리가 전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선두에 선 에디가 발을 박찼다.

꽈아아아앙!

음속으로 가속한 근육의 포탄이 베히모스의 얼굴을 가격했다.

비슷한 급수의 괴물인 본 드래곤마저 맥을 못 추던 주먹이다.

단번에 뭉툭한 콧대를 뭉개고 송곳니를 부러트리며 안면이 함몰되었지만, 단순 내구도만 따지면 베히모스가 월등했다.

놈은 순식간에 무서진 안면을 복구해 내며 거세게 고개를 털어 에디를 떨궈 냈다.

“크아아악!”

막대한 손톱이 허공을 가로지르고, 대지가 조각나며 일순간에 수 미터에 달하는 도랑이 파였다.

“쳇!”

에디는 훌쩍 몸을 날려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허공에 뜬 그를 향해 또 하나의 베히모스가 손톱을 휘둘러 왔다.

끼이이잉!

에디와 베히모스의 사이에 끼어든 한 남자가 몸으로 그것을 받았다.

그의 몸을 뒤덮은 오라의 톱니바퀴가 거세게 회전하며 건물조차 동강 내는 일격을 나선형의 움직임으로 흘려 냈다.

드릴마냥 몸을 회전시키며 지면에 내려앉은 남자는 등 뒤에 착지한 에디를 향해 외쳤다.

“네놈이 아무리 세도 저걸 때려 죽이는 건 불가능해! 시간이나 잘 끌어! 멍청아!”

“시끄러워!”

고성을 토하며 다시금 도약한 에디가 또 한 마리의 베히모스를 들이받았다.

홀로 남은 안진현이 욕지거리를 하며 눈앞의 베히모스를 상대했다.

그가 내지른 주먹에 베히모스의 팔이 종잇장처럼 비틀리며 폭발해 버렸다.

각각의 교수가 한 마리씩 베히모스를 마크하고 있는 상황.

여기서 티리온이 남은 베히모스를 상대할 수 있다면 나머지 병력들은 쉽게 전진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큭…….”

티리온은 이를 악물었다.

당대 최고니 뭐니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위들끼리만의 싸움을 기준으로 한 평가일 뿐이다.

프레이저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 SS급에 달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으면 뭐 할 것인가, 그것을 제대로 뿜어낼 수조차 없는데.

‘아니지.’

티리온은 고개를 저었다.

자책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주변에는 에디와 안진현 외에도 동료들이 많았다. 혼자서 상대할 수 없다면 지원을 부를 뿐이다.

판단을 마친 티리온이 같이 베히모스를 상대할 사람을 탐색하기 시작할 때였다.

촤아아악!

갑자기 지면에서 솟구쳐 나온 황금색 대검이 베히모스 한 마리의 머리를 베어 냈다.

“크어어어어!”

커다란 비명과 함께 3층 건물만 한 머리가 떨어진다.

15미터에 달하는 대검의 일격이 만들어 낸 충격파가 쏟아지는 핏줄기를 몰고 회오리쳤다.

그것은, 티리온이 너무나 잘 아는 기술이었다.

“이건 제가 상대할게요.”

세라스 프레이저가 티리온의 앞에 섰다.

전신에서 솟구치는 금색 오라가 휘황찬란한 빛을 뿌린다. 세라스는 원래 크기로 줄어든 황금색 대검을 들어 올렸다.

“가세요, 교수님.”

삼촌, 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프레이저가는, 아니, 티리온 프레이저는 이미 가문을 떠난 사람이었으니까.

합류한 것은 세라스 뿐만이 아니었다.

“이건 우리가 맡을게요!”

“베히모스라니, 딱 좋은 샌드백이군!”

마력적성이 높은 자들, 그리고 프레이저 가문의 것처럼 거대화한 오라 병기를 다루는 자들이 달려들어 머리를 재생하느라 주춤거리는 베히모스의 몸을 난도질했다.

그리고 홀로 베히모스를 상대하고 있던 에디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넌 이대로 지나가!”

그 목소리가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는 뻔했다.

티리온은 얼른 고개를 돌려 병력을 재편성했다.

“에디 교수의 조원들은 이대로 베히모스들을 상대로 시간을 끌어요! 나머지 사람들은 그대로 돌파합니다!”

짧은 말이었지만 대응은 빨랐다.

하나하나가 역전의 용사들인 영웅들은 순식간에 인원을 분할해 티리온의 뒤를 따랐다.

티리온과 약 100여 명에 달하는 전위들이 베히모스를 지나 달려 나가려는 순간, 한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쉽게 지나가면 쓰겠나.”

말이 마치자마자 사방에서 지진이 일었다.

“……!”

그 진원지를 파악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뭘 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솟구쳐 나온 베히모스들이 영웅들의 주변을 포위했으니까.

추가로 7체.

총 10마리의 베히모스가 티리온을 포함한 돌파조를 둘러쌌다.

그리고 또 하나.

베히모스를 가볍게 상위하는 압박감을 가진 존재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대한 베히모스의 머리 위, 여섯 팔을 가진 붉은 피부의 거인이 있었다.

얼굴에는 가면. 부동명왕을 그려놓은 악귀의 형태.

여섯 손은 모두 비어 있었으나, 그 등 뒤에는 휘황찬란한 금빛 고리가 휘광처럼 빛나고 있다.

경악한 영웅들이 외쳤다.

“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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