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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05화 (105/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05화

“뭐!?”

어이가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김건.

그는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없어.”

하얀색이 나왔다. 한서리는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그러면 바람 필 마음이 들었던 적은 있습니까?”

정말이지 끈질기다.

김건은 기가 막혀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없어! 이 여편네야!”

이번에도 새가 뿜어낸 것은 흰빛이었다. 그런데 문득, 한서리가 말했다.

“잠깐, 방금 이거 조금 반짝거렸다가 흰색으로 변하지 않았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런 것도 없었는데.”

“아니아니아니, 왜 그렇게 흥분해? 뭔가 찔려?”

“세상에.”

마님께서는 눈앞에 놓인 장난감이 몹시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온갖 억지를 다 써가며 장난을 걸어 온다.

더 이상은 받아 줄 수 없다고 판단한 김건이 새에게서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런 그를 한서리가 막았다. 간만에 김건의 목소리가 뾰족하게 올라갔다.

“뭐야? 장난이라면 이걸로 끝…….”

“미안해. 꼭 하나만 묻고 싶었던 게 있어서.”

아내의 입에서 진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서리는 간절하게 말했다.

“딱 한 번만 더. 응?”

“…….”

끄응 소리를 내며 손을 멈춘 김건이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은 얼른 하고 끝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한서리는 그 마음에 감사를 표하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당신은 최근의 밤일에 만족을 하고 있습…… 어레레레?”

말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혀가 꼬여 버렸다.

한서리는 그것이 김건이 쏘아낸 진동이 한 짓이라는 걸 알아채고 새침한 얼굴로 남편을 흘겨보았다.

“이런 데에 기술 쓰기 있어?”

김건은 그 말을 듣지도 않았다.

난감한 미소로 그들을 지켜보던 직원에게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곤 그대로 한서리를 낚아채 몸을 날렸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채찍을 뿜어내어 공중을 누비며 순식간에 도망친다.

한서리는 그 품에 안겨 날아가는 와중에도 주절거렸다.

“뭐야 대체? 혹시 요즘 불만족스러운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니지?”

“시끄러워!”

“설마 진짜야? 그럼 말을 해야지! 그래야 기술을 연마하든 뭘 하…….”

“조용히 하세요. 아줌마!”

“뭐, 뭣? 아줌마? 그게 아내한테 할 말이야?”

허공을 가로지르며 투닥거리는 두 사람. 하지만 애초에 그 주제를 꺼낸 것은 한서리였다.

다른 곳에 착지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헛소리를 하던 한서리였지만, 최근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남편이 밥도, 빨래도, 최근에 그녀가 즐기던 마사지도 모두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남편을 달래 주었다.

* * *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즐겁게 테마파크의 놀이를 즐겼다.

시 서펜트의 등에 올라타 호수를 한 바퀴 돌기도 하고, 불사조에게 먹이를 주거나, 식인 식물이 사람만 한 고깃덩어리를 씹어 삼키는 것 등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이번에 두 사람의 발을 멈춰 세운 것은 검은 벽으로 가로막혀 그 속이 보이지 않는 건물이었다.

건물의 위쪽에는 다음과 같은 명패가 붙어 있었다.

‘슬라임 포식 체험.’

말만 봐서는 슬라임에게 먹히는 기분을 느껴 보는 것 같다.

김건은 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이건?”

별다른 힘을 갖지 못했던 아카데미 초년생 시절.

실습겸 훈련을 하던 도중 그는 슬라임이라고 하는 부정형의 몬스터에게 삼켜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끔찍한 기억이었다.

사방에서 몰려온 끈적한 덩어리가 온몸을 감싸 쥔 채 입과 귀로 파고든다.

그리고 그것이 숨통을 조여 오는 감촉은 그의 머리 한구석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김건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넘기자. 어렸을 때 당해 본 적 있어.”

그러면서 이런 게 대체 왜 있는 거야? 라고 투덜거렸다.

한서리는 핀잔을 주었다.

“에이, 그냥 체험일 뿐인데 그렇게 위험하거나 기분 나쁜 건 아닐 거야. 저기 봐, 애들도 잘하고 나오네.”

그러면서 시설 반대편으로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다시 보니 정말 그렇다. 김건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한서리는 그런 그의 팔을 살짝 끌어안았다.

“한번 해 보자. 응?”

“음…….”

망설이는 김건. 한서리는 그런 남편의 생각을 돌리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을 취했다.

“아이이잉~.”

한껏 달콤한 콧소리를 내며 몸을 붙여 온다.

“…….”

얼음장 같은 미모의 한서리.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이 생긴 주제에 별걸 다 한다.

김건은 기가 막힌 얼굴이 되어 말했다.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

“알리시아한테서.”

“대체…… 둘이서 뭘 하고 다닌 거야?”

“일밖에 안 했는데? 알리시아가 나이에 안 어울리게 애교가 많더라고.”

“??”

김건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에 한서리가 살짝 손짓을 했다.

그러자 웃으며 그들을 지켜보던 안내 직원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시죠. 손님. 이건 어디까지나 체험일 뿐! 진짜 먹히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이 안에 있는 슬라임은 벌레나 도마뱀 같은 것이나 겨우 잡아먹는 약한 개체예요. 커다란 동물은 소화시키지 못합니다. 사육사가 직접 손을 대서 크기를 키운 거죠. 몸이 젖지 않게 할 겸 소화액을 차단하는 보호 마법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저 즐겁게, 일반 액체와 다른 슬라임의 체내를 즐기시면 됩니다.”

친절한 직원의 설명.

거기에 한서리까지 꾹꾹 팔을 잡아당기자 김건은 앓는 소리를 냈다.

“좋아. 어디 한번 해 보자.”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선다.

직원이 웃으며 그와 한서리에게 보호 마법을 걸었다.

“그럼 들어가셔서 안에 있는 직원의 안내에 따르시면 됩니다.”

직원은 멋들어지게 인사를 하며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향했다.

한서리는 움직임이 둔해진 남편과 문을 통과하며 피식 웃었다.

“아니, 싸울 때는 똥오줌도 안 가리고 괴물 뱃속으로도 잘 들어가는 사람이 왜 그래?”

“그건 싸울 때고, 평소에까지 그런 인내심을 발휘하고 싶지는 않아.”

건물 안쪽은 꽤 넓었다.

약한 조명이 깔려 은은한 빛을 뿌리고, 둥글게 둘러쳐진 난간 안쪽에 어지간한 버스 정도는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슬라임이 거대한 유리장 안쪽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반투명한 몸 안쪽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보기보다 꽤 안전한 듯, 모두들 해맑게 웃으며 슬라임의 몸속을 돌아다녔다.

바깥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기 드문 부정형의 생명체를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금방 차례가 왔다.

입구는 슬라임의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고깔모양으로 된 기계가 나선을 그리며 계속 회전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안전 요원의 확인을 거친 후 입장했다.

한서리가 먼저 들어가고, 김건이 그다음이었다.

고깔의 회전에 몸을 맡기자 아무렇지도 않게 스스륵 몸이 빨려 들어갔다.

끈적한 감촉이 머리 위에 닿고 곧이어 전신을 삼켜 갔다.

김건은 어느새 슬라임의 몸 안에 있었다.

“…….”

끈덕한 액체가 빛을 번지게 해 시야가 흐렸다.

마법이 호흡을 도와주고 있었기에 숨을 참을 필요는 없었다.

뽀르륵, 그의 입에서 빠져나온 공기가 방울져 솟아올랐다.

마법 덕분이겠지만 생각보다 슬라임의 체내는 쾌적했다.

시원하고, 액체에 가까운 몸이 끈적하지만 부드럽게 온몸을 감싸 온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

김건은 안도했다. 그렇게 안도하는 김건의 팔을 누군가가 잡았다.

한서리였다.

‘어때, 괜찮지?’

입모양으로 말한 한서리는 금세 슬라임의 몸 안쪽에 익숙해진 듯 웃으며 그를 이끌었다.

수영을 하는 것처럼 발을 휘젓자 두 사람의 몸이 미끄러지듯이 몬스터의 체내를 누볐다.

말랑한 젤리를 풀장 안에 가득 채워 놓고 그 속에서 수영을 하는 듯했다.

끈적한 늪 속에서 헤엄쳐 본 적도 있지만 그것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가벼웠다.

슬라임 안쪽에서의 유영.

그것은 시간마저 거슬러 온 두 사람도 처음 맛보는 신기한 감각이었다.

간만에 겪는 즐거운 경험에, 웃음꽃이 핀 한서리가 신이 나서 슬라임의 체내를 날아다녔다.

물보다 낮은 투명도, 그리고 꿀렁거리는 체내 흐름 덕분에 빛이 사방으로 번졌다.

사물의 초점이 뭔가 묘하게 흐려져서 잡힌다. 그 속에서 푸른 생머리를 휘날리며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미녀의 모습은 마치 전설 속 요정이나, 인어처럼 보였다.

“저 사람…… 엄청…….”

“예뻐…….”

차례를 기다리며 밖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가벼운 탄성을 흘렸다.

“…….”

김건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랜 세월을 같이 했지만 아내의 외모에 대해 의식한 적은 많지 않았다. 그가 사랑에 빠진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가끔, 그 미모를 의식해 버리는 순간이 오면 괜히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해도 되는 걸까, 문득 생각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김건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한서리는 금세 그것을 눈치챘다.

그 표정과 태도로 금방 남편의 속마음을 읽었다.

‘바보 같긴.’

미소가 한서리의 얼굴에 번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날아가 남편의 앞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눈을 피하는 남편의 얼굴을 붙잡았다.

부드럽게 턱을 당겨 시선을 맞춘다.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상관없었다. 부끄럼쟁이인 남편은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괜찮았다.

지금, 그의 눈은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져 갔다.

“어?”

“어머머.”

그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감탄을 토했다.

누군가는 얼굴을 붉혔으며, 누군가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안전 요원은 당황했다.

“어? 갑자기 그렇게 체온을 올리면…….”

갑자기 슬라임이 요동쳤다.

수 미터에 달하는 동체가 꿀렁꿀렁 움직이더니 다른 사람들을 토해 냈다. 그리고 김건과 한서리, 두 사람을 향해 수축해 들어갔다.

그 순간, 김건의 몸이 하얗고 검은 덩어리에 둘러싸였다. 동시에 울려 퍼지는 웅─ 하는 소리.

폭발이 터졌다.

산산조각 난 슬라임의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투명한 벽면에 부딪혀 철썩 소리를 낸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뒤로 물러났다.

“괜찮으십니까?”

다급하게 들어간 안전 요원이 외쳤다. 김건은 괜찮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보호마법이 박살 났다. 슬라임의 점액이 온몸을 적셨다. 그는 손으로 얼굴을 닦아내며 물었다.

“갑자기 뭐죠? 슬라임이 우리를 공격했는데.”

안전 요원은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 슬라임은 체온을 인지해서 공격을 가하거든요. 보호 마법도 코팅을 제외하면 체온을 낮추는 형태로 되어서 작동하던 것이고요. 힘이 약해서 공격한다고 크게 위험한 녀석은 아니지만…… 이렇게 빨리 반응할 줄은 몰랐습니다. 개선점에 추가해 둬야겠군요. 혹시 어디 다치거나 하시지는 않았습니까?”

“괜찮습니다. 제가 과민하게 반응해서 다 부숴 놨는데…… 이건 괜찮은가요?”

“문제없습니다. 슬라임이니까요. 몇 분 있으면 금방 복구될 겁니다.”

직원과 말을 마친 김건은 아내를 돌아보았다.

조금 놀란 모양이다.

한서리는 눈을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얇은 나들이옷을 슬라임의 점액이 흠뻑 적셔놓았다. 젖은 천이 달라붙어 그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삽시간에 쏠리기 시작하는 남자들의 시선.

김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음.”

그는 얼른 웃통을 벗었다. 물기를 툭툭 털어 낸 뒤, 아내의 앞에 서서 말했다.

“팔 들어 봐.”

한서리는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보더니 얌전하게 양팔을 들어 올렸다. 김건은 뒤집은 셔츠를 아내에게 입혀 주었다.

마찬가지로 젖은 옷이었지만 두 장으로 겹쳐 입으니 한서리의 마른 몸을 숨기기에는 충분했다.

김건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서리의 눈빛이 번뜩였다.

외모상 특이점은 별로 없지만 도장을 운영하고 무술에 걸맞은 몸을 만드는 법에도 능통한 사람인 만큼, 김건의 몸은 그야말로 완벽한 조형을 갖추고 있었다.

“앗…….”

“저 남자도 제법…….”

야생의 치타를 연상시키는 늘씬한 근육질의 몸매에 여기저기서 작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들은 한서리의 눈이 번뜩였다.

“……!!”

퍼져 나온 냉기가 몸에 붙은 점액질을 얼리고 부스러트렸다.

눈가루가 되어 사방에 흩날린다. 순식간에 마른 파란 머리가 한 올 한 올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며 새파랗게 불타오르는 두 눈이 사방을 쓸었다.

몇 번이고 신격과 마주한 영웅, 거대 기업의 회장에 숨겨진 이중 신분으로는 한 종족을 이끌고 있기까지 한 화신의 살기다.

신격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 위력은 막대했다.

심장 약한 사람들이 히익 새된 소리를 질렀다. 남자고 여자고 가릴 것 없이 모두 눈을 돌렸다.

“아이고.”

김건은 아내의 과한 반응에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감쌌다. 하지만 한서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에게 손을 뻗었다.

“가자.”

자기보다도 큰 손을 소중한 듯이 꽉 잡는다.

서리를 풀풀 날리는 얼음의 여왕은 당당한 걸음으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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