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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11화 (111/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11화

갑작스러운 습격이었지만 선계침략 대응본부를 지키는 군인들은 모두 영웅이나 헌터 출신으로 많은 전투 경험을 거친 베테랑들이었다.

입구를 뚫고 들어오는 습격자들을 향해 바로 총격을 개시.

투타타타타타!

음속의 탄환이 공간을 찢었지만 습격자들은 잽싸기 그지없었다.

십여 명의 괴한들이 번개같이 좌우로 흩어져 총알을 피해 내곤, 좌우에 세워져 있던 벽과 차량을 엄폐물 삼아 접근해 왔다.

군인들은 곧바로 총기 하부에 달린 유탄을 발사해 엄폐물을 날려 버렸다.

폭음이 터지고 부서진 차량이 불꽃을 피워 냈지만 효과는 없었다.

습격자들은 짐승 같은 몸놀림으로 퍼져 나온 폭염과 파편을 피하며 간격을 삭제.

순식간에 군인들을 백병전의 거리로 끌어당겼다.

그들이 쥔 초승달 같은 시미터가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쳇!”

군인들이 총을 바꿔 쥔다.

전용 손잡이가 달린 총신에서 오라의 칼날이 솟구쳐 올라왔다.

화기로 원거리 전투를 보충했을 뿐, 기본적으로 전위인 그들은 가볍게 습격자들의 칼을 막아 냈다.

캉!

쇳소리가 터져 나오며 칼날이 얽혔다.

바로 코앞에서 검을 맞대고 나서야, 군인은 습격자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

그림같이 아름다운 미녀의 얼굴이 십여 개.

열 명이 넘는 습격자들, 그들은 모두 쌍둥이마냥 쏙 빼닮은 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고민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습격자가 팔을 휘둘렀다. 곧바로 바인딩이 풀리며 칼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카가가강!

칼과 칼이 부딪치며 불꽃을 피워 낸다.

습격자들의 실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선계침략 대응본부라는 중요 기지를 지키는 군인들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들의 다수가 A급 혹은 S급의 직위를 받았던 영웅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우위를 점했다.

“몰아붙여!”

기세를 탄 군인들이 그대로 기세를 타고 습격자들을 몰아내려는 순간, 맨 처음 습격자와 검을 나눈 군인은 이상함을 느꼈다.

“……!?”

뭐랄까,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점점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제야 습격자와 자신의 칼날을 잇고 있는 기이한 기운을 발견.

정체불명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큭!”

그것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후퇴했다.

하지만 습격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달려들어 방어 삼아 내민 칼날을 쳐 냈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회전, 전신을 날린 뒤돌려 차기를 걸어 왔다.

‘갑자기 그렇게 큰 기술을 사용한다고? 이 거리에서?’

그것을 본 군인은 본능적으로 빈틈을 읽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몸이 반응, 물러나던 발을 멈췄다. 순식간에 반전해 훤히 들여다보이는 습격자의 등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런 그의 몸을, 검은색의 무언가가 꿰뚫었다.

“커, 억……!”

새카만 날개가, 습격자의 등 뒤에서 빠져나와 있었다.

박쥐의 것을 닮은 피막의 날개, 하지만 그 관절 마디마디에는 모두 뾰족한 가시와 칼날이 달려 있었다.

파드득!

칼날의 날개가 홰를 치자 그것에 걸린 사람의 몸뚱이가 찢어져 날아갔다.

접촉한 상대의 힘을 빼앗는 기이한 기술과 인간에게 달려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날개.

습격자들의 진짜 정체를 깨달은 한 군인이 외쳤다.

“인간이 아니야! 위장한 악마종이다!”

“에너지 드레인을 사용해! 서큐버스 퀸이야!”

악마종인 서큐버스는 매우 나약한 개체다.

인간이 잘 때 접근해 꿈을 조작하는 것으로 정기를 빨아내어 연명하는 벌레 같은 존재.

하지만 간혹, 계속해서 많은 정기를 빨아들여 성장하는 개체가 있다.

그렇게 성장한 개체는 몸을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게 되며 빨아들인 정기를 이용해 아주 강력한 힘을 다루게 된다.

그것이 서큐버스 퀸.

인간으로서의 위장까지 가능하기에 하나하나가 특급마인 취급을 받는 델타급 몬스터다.

상대의 정체를 깨달은 군인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미친…… 델타급이 열 마리라고? 빨리 지원을 요청……!”

소리를 지르는 군인의 머리가 날아가고, 모든 능력을 개방한 서큐버스 퀸들이 날뛰었다.

“카아아앗!”

강대한 악마종은 최면을 걸고, 정기를 빨아먹으며, 칼날과도 같은 날개를 휘둘러 수십 명의 군인들을 순식간에 참살했다.

본부의 안에는 전투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 수백 명이 일하고 있었다.

S급 영웅마저 씹어 먹는 괴물이 수십 마리, 그중 한 마리라도 안에 침투하게 놔두면 끔찍한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아, 안 돼!”

그것을 막는 부질없는 외침마저 베어 내며 서큐버스들이 진격했다.

방어 병력을 전멸시킨 그들이 대응 본부로 사용되고 있는 청사의 정문을 부수고 진입하려는 찰나였다.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왕왕왕왕!

“……!”

무언가 거대한 것이 초고속으로 공간을 가로지르는 소리.

위험을 감지한 몬스터들이 훌쩍 뛰어 정문으로부터 몸을 피했다.

그렇게 비어 버린 공간을 황금빛이 가득 채웠다.

폭음이 울려 퍼지며 거대한 무언가가 청사의 정문 앞에 내리꽂혔다.

길이, 그리고 폭이 모두 수 미터가 넘는다.

그 크기 때문에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 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파르륵!

천이 휘날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로 솟구쳐 있는 검의 손잡이 위로 누군가가 내려앉았다.

검은 코트와 금빛 장발이 동시에 휘날렸다.

커다란 키, 옷 너머로도 느껴지는 단련된 육체, 하지만 드러난 그 얼굴은 단아하기 그지없다.

황금빛 눈망울이 깜빡인다.

갑자기 나타나 몬스터들의 공세를 틀어막은 특무대의 전사, 세라스 프레이저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났을 뻔했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날개 달린 괴물들을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위장도 포기한 모양이다.

언뜻 인간처럼 보이는 몸뚱이 위에 떠오른 새빨간 비늘이 보였다.

머리카락을 젖히고 튀어나온 뿔이 눈에 밟혔다.

‘짐승 머리를 가진 수인에, 촉수 괴물. 이제는 악마까지. 도대체 뭐가 얼마나 더 나오려는 거야?’

세라스는 속으로 가볍게 한탄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예측해 낸 인물을 떠올렸다.

“역시 용왕이라고 해야 하나? 확실히 선견지명이 있네.”

현재 특무대는 사방에서 날뛰고 있는 수인들을 제압하고 그들이 설치한 마력장 발생기를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인원이 부족해 허덕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용왕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그들은 억지로 여유 인원을 짜내어, 이번 일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몇몇 이상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다.

수인을 제압하는 데에 압도적인 무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특무대는 억지를 부리는 용족들에게 생색도 낼 겸,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율을 낼 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던 세라스에게 그 조사 건 중에 하나를 맡겼다.

세라스가 맡았던 것은 한 지역에서 발생한 다수의 실혼인 현상 조사였다.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걸쳐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식물인간이 된 채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 뒤를 추적한 결과, 세라스는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과거부터 인간 행세를 하며 살아오던 악마종인 서큐버스들이 단체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빠른 성장을 위해 마구잡이로 사람들의 정기를 빨아들였기에 다수의 실혼인이 발생한 것.

그리고 힘을 키운 그들의 목표가 선계침략 대응본부의 습격이라는 것까지.

세라스는 그 사실을 알아내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 게이트 장비를 이용해 그들의 뒤를 쫓았다.

거의 지구를 반 바퀴 도는 듯한 장거리의 추격이었다.

게이트 이동을 제외하더라도 고작 몇 분 만에 수십 킬로미터에 가까운 거리를 가로질렀더니 조금 체력을 소모했다.

세라스는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며 아래를 향해 말했다.

“말이 통하는 건 알고 있어. 그러니까 얌전히 투항해. 이번 침략에 대한 정보를 준다면 목숨 정도는 부지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미 용족도, 다른 몬스터들도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자 서큐버스 중 하나가 비릿한 웃음을 띠웠다.

“웃기지마라. 하등한 인간 따위가.”

세라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사해 보니 나름대로 오랫동안 이 세상에서 살아왔나 본데, 설마 나를 몰라?”

“안다. 완전무결(完全無缺), 세라스 프레이저.”

“그런데 계속 덤비겠다고?”

“거창한 칭호가 붙었다 해서 네가 무적이 된 줄 아나? 기껏해야 한서리나 김건의 뒤에 붙어서 명성을 쌓은 찌꺼기가.”

“뭐, 걔네들에 비하면 좀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긴 하지. 한 명은 못하는 게 뭘까 싶을 정도로 팔방미인이고 한 명은 쫓아가 볼 생각도 들지 않는 괴물이니까.”

세라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여유롭군. 지금의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서큐버스는 웃었다.

음산한 목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그러니까 죽는 거다.”

쐐애애액!

“……!?”

파공성을 들은 세라스가 몸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소리보다도 빨랐다.

사방에서 덮쳐 온 채찍 수 갈래가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분명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어느새 서큐버스들이 그녀를 포위하고 채찍을 거머쥐고 있었다.

세라스와 대화를 나누던 서큐버스가 톡톡 이마를 두들겼다.

“벨제불의 화신과도 싸웠다고 하던데, 그건 거짓말이었나 보군. 이 정도로 쉽게 최면에 걸릴 줄이야.”

큭큭 웃던 서큐버스가 말했다. 그리고 공격 신호를 내렸다.

“이대로 정기를 모두 빨아내어 죽여 주지.”

에너지 드레인이 발동했다.

마력을 이용한 마력과는 다른 악마종의 초능력이 발현.

정기가 모두 빨려 나간 자는 뼈와 가죽만 남은 미라가 된다.

서큐버스 퀸 10마리의 에너지 드레인, 그것을 당하면 아무리 정기가 많은 자라도 수 초를 견디지 못한다.

그 순간이었다.

“넌 입이 좀 가벼운 것 같네. 너로 해야겠다.”

평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라스의 온몸에서 황금빛이 분출했다.

파파팟!

몸에서 가시처럼 솟구쳐 나온 오라의 칼날이 채찍을 잘라 냈다.

단숨에 채찍을 잘라 낼 정도의 강도와 예리함을 가진 칼날을 온몸에서 초속으로 뽑아낸다.

겉보기엔 별것 아니지만, 막상 펼쳐 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전위가 고개를 저을 난이도의 기술이었다.

“……!”

깜짝 놀란 서큐버스들이 진형을 정돈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틈도 없이, 세라스의 양손이 춤췄다.

악단을 지휘하듯 가볍게 휘둘러지는 손날.

그것에 맞춰 황금의 빛살이 사방에 번득이더니, 동시에 피보라가 몰아쳤다.

촤아아악!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서큐버스들이 산산조각 난 고깃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한순간에 벌어졌다고는 믿기 힘든 처참한 광경에 살아남은 서큐버스의 붉은 피부가 옅게 탈색되었다.

“이게, 무, 무슨……!?”

일격, 아니, 이격인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하나, 눈앞의 여자가 손을 몇 번 휘둘러 델타급 몬스터 십여 마리를 일순간에 처리해 버렸다는 것이다.

마치 벌레 죽이듯이.

초월자도 아니다.

전성기의 발할라 교수,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실력.

“미, 미친!”

힘의 차이를 깨달은 마지막 서큐버스가 등을 돌린다. 그녀는 바로 날개를 펼쳐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세라스는 이미 그 앞에 있었다.

“걱정하지 마. 그게 뭐든, 한 마리는 꼭 살려 오라는 용왕의 요청이 있었으니까.”

세라스가 손을 날렸다.

번개처럼 날아간 주먹이 인중, 목, 그리고 명치를 가격했다.

컥 소리를 내며 서큐버스가 추락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을 따라 착지한 세라스는 허리춤에서 꺼낸 구속구로 서큐버스를 묶었다.

주변에 깔려 있는 몬스터들과 사람들의 시체, 그리고 엉망진창이 된 대응 본부의 정문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쪽으로 달려오면서 얼핏 들었던 특무대 내부의 무전을 떠올렸다.

“다른 곳에서도 난리가 난 것 같던데. 그쪽은 어떻게 됐으려나?”

가볍게 말해 본다.

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그 티아마트와 싸워 이겼을 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또다시, 이 세상은 위기를 맞이했다.

“빌어먹을.”

그녀는 욕설 한마디로 마음의 짐을 모두 털어 버렸다.

주변을 둘러보며 혹시나 있을 생존자를 확인 한 뒤, 상부에게 연락했다.

대응본부의 청사는 자신이 지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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