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12화 (112/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12화

때맞춰 나타난 세라스 프레이저 덕분에 선계침입 대응본부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움직여 가장 먼저 힘을 쏟은 곳은 각국의 중요 기관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수인들의 테러였다.

지구방위군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인력, 이동 루트 등 수많은 것을 지원하는 그들이 타격을 입으면 그것은 곧 이 세상 전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세계에 몸을 의탁한 용왕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대응본부의 누군가가 지원을 요청하기도 전에, 화신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행동과 판단은 쾌속했다.

남아 있던 용기사들을 전부 파견, 그들은 게이트가 파괴되어 구원을 보내기 어려운 지점을 중점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기린의 화신이 가진 자유자재의 공간이동 능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대응본부에게 지원이 필요한 위치의 공간 좌표를 건네받으며 그쪽으로 용기사를 보내거나, 아니면 스스로 날아가 몰아닥치는 수인들의 공격을 막아 냈다.

둘레만 해도 4만 km나 되는 행성의 전역을 옆방 드나들듯이 넘나들며 각지의 테러를 제압한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나선 화신의 활약 덕에 사건 발생 후 두 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전역에서 발생한 수인들의 테러를 진압하는 데에 성공했다.

“상황 종료! 다 막았어!”

“미쳤어…… 이건 기적이야!”

마지막 테러 지점에서의 정보를 수신받던 요원이 헤드셋을 벗으며 환성을 질렀다.

순식간에 승전보의 열기가 번지며 대응본부의 인원들이 모두 펄쩍 뛰었다.

“아직 안 끝났어!”

“태평양에서 여전히 크투그아와 교전 중이야! 정신줄 놓지 마!”

성실한 누군가의 말처럼 아직 태평양에서는 해수면 위로 몰려 들어오는 촉수 괴물들과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끝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우우우우우!

까아아아아아아!

딱딱한 갑각, 또는 촉수로 몸을 감싼 괴물들이 몰려들어왔다.

놈들이 내뿜는 기이한 초음파가 온갖 마법을 무효화시켰다. 쏘아 낸 어뢰가 촉수 끝에서 발사된 가시에게 격추당했다.

전방으로 나섰었던 전투용 잠수정이 크라켄의 촉수에 휩싸여 음료수 캔처럼 찌그러지며 터져 나갔다.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부수고 찢어발기며 바닷속을 새까맣게 물들이는 심해 괴물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망을 부르는 물결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맞선 것은 이 행성 최신, 최강을 칭하는 군대였다.

와아아아아앙!!

수중에 설치된 전진 기지.

컨테이너 형태의 작은 서브 모듈로 조합된 수십 미터짜리 수중 요새가 울부짖었다.

그간의 정보 수집을 통해 지상의 기술자들이 밤잠 못 이루고 만들어 낸 중화 음파가 심해 괴물이 쏘아낸 초음파를 중화시켰다.

완전히 그 효과를 없애지는 못했지만 격감시키는 데에는 성공. 그리고 그 앞을 잠수함과 수중 전투용 장비를 갖춘 인간들의 군세가 막아섰다.

“발사!!”

본체의 형태를 꺼낸 아크룩스가 수중에서 외쳤다.

그의 울음소리에 폭팔과 같은 충격파가 터지며 퍼져 나간 음파가 모두에게 각인되었다.

파파파파팟!

군인들이 들고 있는 기이한 생김새의 총구에서 발사된 얼음 창이 몰려드는 괴수들을 관통했다.

일명 마공학 총.

탄환을 초음속으로 발사하는 기본적인 총의 기능을 유지하되, 마력을 불어넣을 줄만 알면 공격 마법을 사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신 무기다.

화염, 얼음, 독액, 충격파 등 사출되는 마법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법만 숙지한다면 누구라도 싸움에 익숙한 후위 같은 대처가 가능했다.

극대소멸공격과 같은 대규모 주문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양산화에만 성공한다면 인류의 평균 전투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예상되는 신무기.

그 구상과 개발은 계속해서 이루어져 왔지만 물건에 마법 발동에 필요한 술식을 새겨 넣는 기술의 발전이 늦어 현실화되지 못했던 그것이, 용족의 도움을 받아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침착하게 계속 쏴! 보급 부대는 쉬지 말고 배터리를 날라!”

마공학 총에 장착되어 있는 가공된 마정석이 배터리처럼 소모된다.

그러면 보급품을 심은 잠수정이 후방에서 계속해서 탄창 형태의 배터리를 공급해 준다.

사수들은 수중을 떠다니는 그것을 계속해서 바꿔 끼며 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그들의 후방에 위치한 잠수함이 계속해서 어뢰를 발사.

쉽게 격추되지 않도록 각종 마법으로 보호되는 폭발물이 수중에 하얀 꽃을 피워 냈다.

“퀘에에에엑!”

하지만 아무리 견고하게 화망을 유지해도 놈들 역시 보통은 아니었다.

단단한 갑각으로 얼음창과 폭발을 두들겨 맞으며 진형을 몸으로 들이받는 괴물들 역시 존재했다.

그런 적을 상대하는 것은 언제나 전위의 역할이었다.

사수의 뒤에 서 있던 전투 요원들이 앞으로 나섰다.

수중 전투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살 창으로 무장한 전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창끝에서 피워 내는 오라로 갑각의 틈새나 연한 부분을 꿰뚫어 놈을 죽였다.

그렇게 장애물이 치워지면 재보급을 마친 사수들이 다시 나서 포화를 갈겨 댔다.

카아아아아────!!

그러면 화망으로도, 전위의 공격으로도 물리치는 것이 불가능한 크라켄 같은 개체는 어떻게 처리하는가?

눈에는 눈.

괴물에는 괴물.

그때는 이쪽에 존재하는 괴물 같은 전력을 사용할 뿐이다.

용왕이 파견한 다섯 명의 용기사와 본체를 드러낸 용족의 장군, 아크룩스가 그러한 빈틈을 메워 주었다.

퍼어어어어엉!

황금색 비늘을 전신에 걸친 골드 드래곤, 아크룩스가 발사한 초음파 브레스에 덤벼들던 크라켄이 폭발했다.

오히려 수중이기에 더욱 증폭된 위력이 수십 미터 반경에 걸쳐 부서진 고깃덩어리를 만들어 내며 나아갔다.

초록빛의 비늘을 뽐내는 그린 드래곤은 기름기로 감싼 산성액을 아래로 뿌려 덤벼드는 생물체들을 모조리 녹여 버리고, 백색의 드래곤은 앱솔루트 제로를 응용한 수중폭발 마법으로 전방을 날려 버렸다.

화망을 형성하는 사수, 그리고 백병전을 커버하는 창수. 그 외에 전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 특수 병력.

싸움은 전체적으로 전근대식으로 이루어졌다.

진형을 갖춰 치고받는 전형적인 회전.

미사일과 병기를 주력으로 하는 현대전으로부터 시작해,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게이트의 존재로 현세대의 인간들은 소수 인원을 기준으로 한 전투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진형을 갖춘 전투 따위, 전혀 익숙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수천 년 동안 전쟁의 경험을 쌓아 온 전사, 아크룩스가 있었다.

그는 이미 평소의 군사 훈련으로 각종 진형과 운영법에 대해서 병사들에게 충분히 숙지를 시켜두었다. 그리고 그 자신 또한 뛰어난 지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지휘를 따라 수만에 달하는 군인들이 익숙지 않은 수중환경에서도 오와 열을 맞춰가며 악몽처럼 몰아닥치는 크투그아와 맞서 싸웠다.

인간과 용족 측에는 모자란 것이 없었다.

화력도, 보급도, 병력도, 지휘도, 준비도.

그러니 그들은 패배할 수 없었다.

그저 승리라는 결과를 얻기 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따름이었다.

최초의 전투가 발생한 후로 두 시간 반이 경과했을 때, 수중을 부유하던 그들의 눈앞에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산산조각으로 흩어진 괴물들의 시체뿐이었다.

“우와아아아!”

“이겼어!”

최초로 겪은 대전투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모두 환호를 내지르며 기뻐했다.

하지만 수많은 경험을 쌓은 노익장은 그들을 놀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생존자와 남은 보급품부터 확인해라! 다시 진형을 갖춰! 바로 공습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아크룩스의 호통에 환호가 잦아들었다.

살아남은 자들이 재정비에 들어가고, 지휘관들은 아크룩스의 호출에 의해 수중 기지의 회의실로 모였다.

지구방위군의 장군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아크룩스 님. 이대로 놈들을 쫓을 겁니까? 놈들의 기세를 크게 꺾었으니 게이트를 파괴하기에 이만한 호기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크룩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기는 맞지. 하지만 뭔가 꺼림칙하단 말이야…… “

“매복 같은 걸 걱정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근처에 대군을 숨길 만한 지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건 알아. 그냥 노파심인지 너무 일이 쉽게 풀려서 그래.”

아크룩스는 고민했다.

이대로 진격해 크투그아가 생성해 놓은 게이트를 완전히 파괴할지, 아니면 일단 상황을 두고 볼지.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이대로 돌격해 게이트를 파괴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이곳에 발이 묶여 있는 것 자체가 문제야.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이놈들은 여기서 끝내야 해.”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럼,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인간과 용족, 두 책임자의 판단이 일치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지휘관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 움직이려 할 때였다.

회의장 내의 공기가 크게 휘청이더니, 황금빛을 흩뿌리며 한 사람이 공간이동으로 나타났다.

“허억……!”

하얀 면사포의 여인, 용왕.

그녀는 나타나자마자 숨을 들이켜며 무릎을 꿇었다. 아크룩스는 한눈에 그녀의 상태를 알아보았다.

“괜찮으십니까? 공간이동을 남발하신 모양이군요. 아무리 화신이라도 마력이 무한한 건 아닙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쉬시는 게…….”

그러면서 손을 뻗어 비틀거리는 용왕을 부축해 일으켰다.

하지만 용왕은 온몸으로 지친 기색을 내뿜으면서도 제 발로 서며 고개를 저었다.

“쉬는 건 지금 일이 끝나고 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아크룩스의 손을 걷어 내며 옆에 서 있는 지구방위군의 장군을 바라보았다.

“모여계신 걸 보니 크투그아의 공격을 막아 내는 데 성공했나 보군요.”

“맞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놈들이 피폐해졌을 때를 노려 게이트를 파괴할 작전을 진행하려 준비 중이었습니다.”

“아뇨, 게이트 파괴는 나중입니다. 수중 기지를 지킬 최소 병력만 남겨 놓고 비공정을 모두 회수해 일단 철수하세요.”

“예?”

당황한 인간 장군이 눈을 크게 떴다.

당혹해하는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아크룩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 때문에 그런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이미 사건이 세 가지나 일어났어요. 수인의 테러, 크투그아의 진격, 그리고 그 빈틈을 노린 악마종의 대응본부 습격까지.”

“악마종이 대응본부를 습격했다고요?”

“그럼 총 세 개의 선계가…… “

몰랐던 사실을 전해들은 두 장군의 눈썹이 찌푸려진다. 용왕은 급히 말했다.

“악마종이든 뭐든, 그건 괜찮아요. 일단은 모두 방어하는데 성공했으니까. 문제는 그것들 모두가 너무 쉽게 막혔다는 거죠.”

그 말에 노회한 전사는 강한 불안감을 느꼈다.

긴장된 목소리로 아크룩스가 물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시선을 끌기 위한 연막이다? 그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용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너무 걱정이 지나친 게…… “

인간의 장군이 조심스레 말하다 입을 다물었다.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용왕의 시선이 그를 향했기 때문이다.

“특무대의 조사 결과, 대응본부를 습격한 악마종은 이미 삼 년 전부터 이 세계에서 살아왔던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들은 인간의 장군이 숨을 들이켰다.

“삼 년 전이요? 그럼 티아마트를 쓰러트리기도 전부터 다른 선계가 침략을 준비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정확한 일자는 모릅니다. 그들이 나타난 게 티아마트를 쓰러트리기 전인지, 아니면 그 이후인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면사포 안쪽으로부터 한숨이 흘러나온다.

위기를 감지한 화신이 불안에 가득 찬 신격을 내뿜자 삽시간에 숨통이 답답해졌다.

“이건 하루 이틀 사이에 계획된 침공이 아닙니다. 그런 게 이렇게 허술하게 끝날 것 같습니까?”

“…….”

“지금 당장, 놈들의 진짜 계획을 찾아내야 합니다. 만약 그걸 못한다면.”

용왕의 말이 끊어졌다.

마력 고갈에 가까운 상태. 거기에 오랜 시간 동안 고도의 긴장을 유지한 나머지 화신의 숨이 가빠졌다.

그런 그녀가 호흡을 고르기 전에,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던 아크룩스가 나머지 말을 이었다.

“우리 두 종족은 사이좋게 이 세상과 함께 침몰하게 되겠죠.”

너무나도 무거운 말.

그 무게감을 느낀 인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숨을 고른 용왕은, 그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