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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38화 (138/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38화

한서리는 여의주 중 하나를 집어들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신력을 발휘해 그것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가지 확신이 한서리의 머리에 떠올랐다.

‘확실해, 여의주마다…… 화신체마다 접근할 수 있는 기린의 정보에 차이가 있어.’

그녀는 지금까지 화신의 힘을 이용하여 기린에게서 정보를 불러와 지금까지 사용하지 못한 마법을 다루거나 계약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깨닫고는 했다.

지금 그녀는 여의주를 이용해 기린의 본체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기린의 정보와, 여의주로 접근한 기린의 정보를 대조해 기린으로부터 불러올 수 있는 정보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유하자면, 기린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고 화신에게는 각자의 접근 권한이 있어서 가져갈 수 있는 정보가 서로 다른 것이다.

한서리는 자신이 들고 있는 푸른색의 여의주를 바라보았다.

그녀 자신이 완전히 지배한 여의주.

그것에는 그녀와 함께 시간을 뛰어넘은 회귀자이자, 선계 침략군을 이끌었던 만악의 원인, 정령 아그니스가 남긴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그것에 담긴 자료를 읽어, 한서리는 화신이 힘을 키워 기린의 주인격에 가까워질수록 기린에게 의식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아야 두 개, 그 이상 여의주를 지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였고, 여의주로부터 정보를 읽어 들이는 것은 그것을 지배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하나하나 돌아가며 여의주의 정보를 읽기 시작했다.

여의주에는 방대한 자료가 들어 있었다. 자세히 살피지 않고 훑어보는 것뿐인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만약 그녀가 화신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만한 정보량을 받아들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

한서리는 중간중간 식물인간 신세가 된 김건을 돌보며 밤낮없이 여의주의 자료를 읽어 내렸다.

여덟 개의 여의주를 모두 살펴보는 데 삼 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른 아침, 지평선 너머로 비스듬하게 짓쳐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한서리는 마지막으로 쥐고 있던 여의주를 놓았다.

며칠 밤을 센 데다 받아들인 정보량이 너무 많아 머리가 아팠다.

재생을 포함한 각종 보조 마법으로 지원해 주지 않았더라면 머리가 달궈져 뇌가 잘 삶은 고깃덩어리처럼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두통을 억누르다가 이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동시에 텔레파시가 날아갔다.

거실 한복판에 황금빛이 번득이더니 한 사람이 나타나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그는 붉은 피부와 박쥐의 날개를 지닌 악마였다.

파이몬 같은 무투파는 소수일 뿐이다.

악마들은 대부분 위장이 가능하고 각종 생명체의 사회에 숨어들어 생기나 정기를 빨아먹는 데에 능숙했다.

고위 악마는 머리도 좋고 마법을 이용해 순간이동까지 가능하니, 전령 등으로 부려 먹기에 이만큼 좋은 종족은 없었다.

한서리는 바로 명령을 내렸다.

“가서 각 종족별로 선계와 기린에 대해 잘 아는 자를 세 명씩 추려서 이곳으로 데리고 와라.”

“각 종족이라 함은, 인간과 용족, 그리고 크투그아까지 포함해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셋은 됐어. 인간과 용족 측의 자료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고, 크투그아는 별다른 정보가 없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다른 종족들의 인물은 잘 모르기에, 약간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한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는 곧장 명을 받들겠다는 말과 함께 순간이동으로 모습을 감췄다.

악마가 각 종족의 학자들을 불러 모으는 데에는 반나절이 걸렸다.

그동안 휴식을 취해 체력을 회복한 한서리는 모인 학자들에게 반나절에 거쳐 원하는 정보를 취득했다.

그리고 다음 날, 지금까지 알아낸 정보를 취합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또 하루를 썼다.

그렇게 충분히 시간을 쓴 덕에 한서리는 앞으로 그녀가 나아갈 분명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생 전부를 걸어야 할 일이며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고민하던 한서리.

그런 그녀가 부른 것은, 알리시아와 세라스, 그 두 사람이었다.

* * *

“서리야!”

“팀장님!”

한서리가 스스로 화신들에게 가고, 김건이 그들을 모두 죽임으로서 사건이 마무리된 그날 이후.

알리시아와 한서리는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서야 한서리를 마주했다.

감정이 풍부한 두 사람은 곧장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야! 이 자식…… 말도 제대로 안하고 혼자 가 버리고 말이야!”

“일주일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습니다!”

금발의 두 사람은 마치 자매라도 된 것마냥 똑같은 모양으로 울며불며 한서리에게 매달렸다.

어찌나 격렬하게 달라붙는지, 그 한서리마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힐 지경이었다.

“진정해! 바보들아!”

한서리는 한참이나 시간이 걸려서야 두 사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김건은?”

눈물을 훔치며 세라스가 물었다.

한서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진 김건을 보여 주었다.

한서리에게 그의 상태에 대해 들은 세라스가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

다시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인다. 알리시아는 침통한 표정으로 김건을 내려다보았다.

세라스가 한서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방법이 없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할 말이 있어.”

한서리는 두 사람을 데리고 거실로 나갔다.

아마도 긴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녀는 둘을 앉혀 두고 차를 타 왔다.

그러고는, 맞은편에 앉아 따뜻한 찻물로 마른 입술을 축인 뒤, 바로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다.

“나는 사실 미래에서 왔어.”

“엉?”

“……아!?”

알리시아와 세라스는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지금 자기들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그런 그녀들에게, 한서리는 다시금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나랑 내 남편은, 미래에서 온 사람이야. 기린의 시간 역행 마법을 통해서 말이야.”

“…….”

침묵이 흘렀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오히려 웃었을 것이다. 그냥 하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알았다.

한서리가 농담 따위를 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한서리는 그렇게 혼란해 하는 두 사람에게 여태까지의 일을 설명했다.

이전의 삶에서 인류가 어떻게 멸망했으며, 그녀와 김건이 어떻게 돌아왔고,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서 살아왔는지.

거기에는 아그니스의 정체와 그가 이 세계를 침략한 이유까지 들어 있었다.

“무슨…….”

“그러면 이게 다, 기린의 시간 역행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말이야?”

세라스의 말에, 한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그것도 다 끝난 것 같지만.”

너무 충격적인 사실이 연달아 튀어나와서 머리가 다 아프다.

알리시아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그런데, 그건 왜 알려 주시는 겁니까? 저희가 그걸 듣는다고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건 이제부터 두 사람에게 부탁이 있기 때문이야.”

“부탁?”

“그래, 어쩌면 인생을 걸어야 할지도 몰라. 그런 선택을 요구해야 할 텐데, 이런 사실도 알려 주지 않고 도와 달라 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뭘 도와주면 되는데?”

이제부터는 한서리도 그리 쉽게 입을 열수 없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술렁이기 시작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편이 아그니스를 막아 준 덕분에, 이 세상을 향한 위협은 이제 없어졌다고 봐도 좋아. 내가 여섯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고, 그걸 이용하면 이 작은 행성 하나 지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이가 저렇게 되어 버렸지.”

“…….”

시체처럼 누워만 있던 김건의 모습을 떠올린 세라스가 침을 삼킨다. 한서리가 말을 이었다.

“그이는 약속을 지켰어. 함께 돌아가고 싶다는 내 소망을 들어줬어.”

꽉 쥔 주먹을 가슴에 가져가는 한서리. 그녀는 불타오르는 눈으로 말했다.

“하지만, 난 이걸로 만족할 수 없어. 그이가 이렇게나 애써 줬는데, 이런 불완전한 결말을 맞이하는 걸 용납할 수 없어.”

“……건이를, 치료하려고?”

세라스가 묻자 한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리시아가 말했다.

“어떻게요? 방금 전에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김건의 회복을 막고 있는 기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고…… 설령 뇌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에 성공한다고 해도 날아간 기억까지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한서리를 만류하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그저 물은 것이다. 방법이 없는데, 대체 어떻게 그를 치료할 것이냐고.

그 말에 한서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시간을 되돌려야지.”

“……!!”

알리시아가 입을 벌린다. 놀란 세라스가 말했다.

“설마…… 다시 회귀를 하려고?”

한서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해. 회귀를 했을 때 날아올 억지력의 후폭풍을 막아 낼 방법도 없고, 설령 성공적으로 회귀를 마친다고 해도, 내게는 그이처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만한 저력이 없어. 보나마나 비슷한 일만 또 겪을 뿐이겠지.”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회귀를 할 수 없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 이 세계는 그이가 모든 걸 바쳐서 내게 준 선물이야. 그걸 부수는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면 대체 어떻게…….”

알리시아가 말끝을 흐렸다.

그녀라고 김건을 회복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김건은 좋은 친구이며, 주군의 남편이자 그녀를 절망에서 끄집어낸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방법이 없음에야,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지 않는가.

그녀는 한서리가 불가능에 도전해 부서지지 않기를 바랐다. 힘들더라도, 그녀가 현실을 살아가 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한서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가 알리시아의 말을 받았다.

“시간은 상대적이라고들 하지.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시간에서 살고 있어. 다만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할 뿐이지.”

그건 알고 있다. 그 원리를 이용한 가속 마법도 있을 정도니까.

‘대상의 시간을 빠르게 하는, 가속 마법. 대상의 시간을…….’

순간, 무언가에 생각이 미친 알리시아가 입을 벌렸다.

“설마…….”

부릅뜬 눈으로 한서리를 쳐다보는 알리시아.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한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이의 시간을 되돌릴 거야.”

“아……!”

말뜻을 알아챈 세라스가 탄성을 토한다.

한서리가 빠르게 말했다.

“지금 그이의 뇌에 자리 잡고 있는 기운이 뭔지는 아무도 몰라. 아마도 반마력과 연관이 있겠지만, 애초에 반마력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으니, 분석해 보려 해도 소용이 없어. 하지만 그게 마력의 접근이나 제어를 차단하고 있지는 않아. 그러니까, 그이의 시간을 되돌리면 돼. 기억이 온전하고, 뇌의 이상도 없는 그 시절로.”

계획의 대전제를 말하는 한서리.

그녀는 바로 말을 이어 최근 일주일간 확인한 것 중 가장 중요한 정보를 말했다.

“문제는 지금 시간 역행의 마법이 막혀 있다는 거야.”

그것은 화신들이 갖고 있던 여의주를 통해 얻은 정보다. 그 말을 들은 알리시아가 눈썹을 찌푸렸다.

“시간 역행이 막혀 있다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봉인되었다는 말이 맞겠지. 최근에 있었던 나와 남편, 그리고 아그니스의 회귀 때문에 기린은 억지력의 후폭풍을 맞았어. 아마도 그것 때문일 거야. 문제가 있으니 사용할 수 없게 막아 둔 거지.”

“막은 게 아니라, 아예 없애 버렸을 가능성은 없어?”

세라스가 던진 질문.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서리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불러 모은 학자들의 대부분이 그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거야. 기린은 진리에 제일 가까운 존재. 그리고 그 호기심은 끝이 없다고 해.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이종족을 자신의 선계에 끌어들이며 그들의 정보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 거지. 그런 녀석이 시간 역행 같은 귀중한 자료를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릴 리가 없어. 어쩌면, 잊는다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하던걸.”

“…….”

세라스가 입을 다문다. 알리시아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한서리는 그런 그녀들에게 선언했다.

“그러니까, 이 선계 어딘가에 존재할 그 봉인을 찾아서, 그 힘을 얻는다. 많은 시간이 걸릴 거야.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선계를 뒤져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반드시 찾아낸다. 그리고 그이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을 거야.”

한서리의 목소리에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말을 맺었다.

“그게, 내가 그이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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