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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44화 (144/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44화

세라스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물었다.

“예상보다 빠르다고? 갑자기 그게 왜 그렇게 되는데?”

한서리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딱 보니 뭔가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세라스는 그 표정으로 확신했다.

“그거 설명하기 전에 먼저 확인이 필요해.”

한서리가 말했다.

“위그드라실의 주인을 한번 만나 봐야겠어.”

“위그드라실? 그 산적 놈들은 왜?”

지금의 한서리 일행처럼 선계와 선계를 넘나드는 차원 이동자들에게 위그드라실은 상당히 유명한 조직이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단순하다. 차원 이동의 기미가 느껴지면 그들에게 나타나 통행세를 요구하고 받아 가는 것.

통행세를 내지 않으면 차원 이동 중 공간 좌표를 꼬아버리는 등의 방해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들에게 순순히 통행료를 냈다.

마냥 손해만은 아닌 것이, 통행세와 기타 비용만 지불하면 오히려 불완전한 차원이동의 좌표값을 수정해 주거나 관문을 안정화시켜 주는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며, 여행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물건을 제공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금은 어느 선계에서나 쓰이는 자원인 마정석으로 지불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들은 알리시아는 허리춤의 마법 주머니를 뒤져 가지고 있는 마정석의 양을 확인했다.

한서리는 의문을 표하는 세라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어볼게 있어서 그래. 일단은 한번 불러 보자고.”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알리시아가 움직였다.

그녀는 바로 마기아의 출력을 끌어와 게이트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억지력의 보호를 받는 타 세계로의 이동과는 달리, 선계 내에서의 차원 이동은 화신인 그녀들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잠시 후, 마기아 앞의 공간이 찢어지며 게이트가 열렸다.

아직 목표 좌표를 설정하지 않아 입구만 존재하는 게이트.

그러나, 그렇게 벌어진 공간의 틈새 사이로 빠져나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작은 천사상이었다.

석고를 굳혀 만든 것 같은 아기 천사상.

천사상은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한서리 일행의 앞에 떠올랐다.

천사상이 텔레파시를 쏘았다.

<<어디로 가십니까?>>

한서리가 대답했다.

“위그드라실의 차원 항구로 가고 싶어. 그쪽의 자료실을 이용하고 싶거든.”

<<알겠습니다. 차원 항구로의 이동 경로를 설정하는 데에 10토르입니다. 자료실의 이용료는 해당 구역에서 별도로 지불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천사상은 가지고 있던 주머니를 내밀었다.

알리시아가 마정석을 그곳에 집어넣으려 하기 전에, 한서리가 그녀의 팔을 잡으며 천사상의 앞에 섰다.

그녀는 물끄러미 무기질한 천사상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가요?>>

통행세를 제때 지불하지 않으면 그 시간만큼 통행세가 가산된다. 천사상은 굳이 시간을 끄는 한서리의 질문을 막지 않았다.

“너희 위그드라실의 주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나?”

<<제게 그런 권한은 없습니다. 차원 항구의 관리자에게 이야기해 보세요.>>

정론이었으나, 한서리는 피식 웃었다.

“대충은 알고 있어. 너희야 위그드라실의 말단에 위치한 단말기일 뿐이지만 그 모두가 착실하게 위그드라실의 주인에게 연결되어 있다고 들었거든. 다시 말해 직통 연결이 가능하다는 거지.”

<<근거 없는 소문입니다.>>

기계적으로 대답하는 천사상.

하지만 한서리는 그 무기질적인 반응에 속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희게 칠해져 있는 눈 너머의 존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선계의 관리자 중 하나인가?”

<<…….>>

천사상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전원이 내려간 것처럼, 움직임을 멈추더니 툭 하고 떨어져 함선의 천장 위를 굴렀다.

그리고 잠시 후,

새로운 존재가 벌어진 차원의 틈을 벌리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천사를 닮아 있었다.

아름다운 하얀 얼굴.

흑단같이 흘러내리는 긴 머리칼의 뒤에는 열두 장의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완벽 그 자체인 그 외견에 오점은 하나.

얼굴 반쪽을 가리고 있는 새카만 안대뿐이었다.

“와…….”

세라스는 감탄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나타난 여성형의 천사는 지금까지 그녀가 본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여자에게도 얼굴을 붉히게 만들 정도의 미모가 입술을 연다면 얼마나 예쁜 말소리가 흘러나올까.

절로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외모였으나, 세라스의 상상은 단숨에 깨진 유리 조각이 되었다.

“시골구석에서 굴러먹던 화신 놈들이 어딜 설치고 다녀?”

거친 말소리가 천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는 아리따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살쾡이같이 사나운 시선으로 눈앞의 한서리를 바라보았다.

“너, 뭔데 관리자에 대해 알고 있지?”

뒤편에 선 세라스가 그 말투의 험악함에 경악하는 사이, 한서리는 담담하게 천사를 마주했다.

“테라핀에게 들었어. 이 선계에는 관리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화신이 있다고.”

“젠장, 멍청한 거북이 새끼가 입을 함부로 놀리고 다니는군.”

천사는 그렇게 욕지거리를 하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

이제는 알리시아마저 그 천사 같은 외견과 천박한 행동의 괴리에 헛숨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천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한서리를 깔아보았다.

“그래, 내가 선계의 관리자 중 하나인데, 어쩌라고. 이 자리에서 쓴맛을 보여 주랴?”

턱을 치켜들고는 당장이라도 한대 칠 것마냥 어깨를 들썩인다.

그 껄렁한 모습에 한서리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성격이 더럽네. 그게 그렇게 쓰라고 주어진 자리가 아닐 텐데.”

“흥, 죽이는 것도 아니고, 화신 몇 놈 좀 쥐어패 주는 건 얼마든지 해도 상관없어.”

“그렇게 까불다가 아그니스한테 쥐어 터졌나 보네.”

“뭐라고?”

“뭘 그래? 위그드라실이 몇 년 전에 한 번 박살이 난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데.”

한서리는 싸늘한 비웃음을 띠며 그렇게 말했다. 뒤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알리시아는 꿀꺽 침을 삼켰다.

한서리가 말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은 위그드라실의 서비스를 받는 차원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소문이었으니까.

몇 년 전에, 위그드라실이 누군가에 의해 박살이 났고, 겨우 멸망을 피한 위그드라실이 다시금 기능을 되찾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라고.

하지만 그 말을 언급하는 자들은 대부분 이후에 좋지 않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그것을 입에 담는 것은 아주 조심스럽게만 이루어져왔다.

그런데 그 말을, 위그드라실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 앞에서 할 줄이야.

알리시아는 대체 어떻게 하려고 저러시지? 라고 생각하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한서리와 천사를 쳐다보았다.

잠깐 흘러간 침묵.

그것을 깬 것은 천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웃음소리였다.

그녀는 크크크, 이를 악물며 웃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위험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맞는 말이지. 그 괴물 새끼 때문에 아직도 이 좆같은 안대를 차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건 잘 모르나 보네. 내가 건방진 놈들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 말이야.”

얼굴의 반을 가린 안대를 손톱으로 긁으며 중얼거리는 천사.

동시에 열두 개의 날개가 활짝 펼쳐지며 강대한 마력이 그녀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세라스의 얼굴에 긴장감이 떠돌았다.

마력의 크기 자체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하지만 좋지 않다. 싸우면 분명히 좋지 않은 꼴을 보게 될 것이다.

마치 맹독을 품은 독사를 마주한 기분이다.

세라스는 확신했다. 눈앞의 천사에게는 여기 있는 모든 자들, 한서리, 알리시아, 세라스, 그리고 마기아까지, 무려 넷에 달하는 화신을 제압할 만한 수단이 준비되어 있다고.

천사가 뿜어내는 살기에 장내의 분위기가 살얼음처럼 얼어붙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서리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딱히 도발하려고 한 말은 아니야. 네가 시치미를 떼니까, 한번 반응을 떠본 거지.”

천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시치미를 떼? 내가?”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한서리. 그녀는 스산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너, 나를 알고 있지? 내가 차원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 거고.”

“…….”

“언뜻 이득을 취하려고 위그드라실을 운영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게 아니야. 관리자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까 알겠어. 넌 선계의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던 거야.”

천사는 반박하지 않았다. 한서리가 계속 말을 이었다.

“차원 이동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으로 그들의 이동 경로를 수집하고, 다른 차원의 정보를 주는 듯하면서 사실은 그걸 통제하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마구잡이로 다른 선계를 침략하는 아그니스의 심기를 거슬렸고, 그대로 박살이 난 거야. 물론 아그니스도 네 정체를 아니까 굳이 죽이지는 않…….”

“야, 그만해. 그따위 해설 듣고 싶지 않아.”

살을 에일 듯이 피어오르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천사는 조금 얼굴이 붉어져서는 손을 내저었다.

아무래도 단번에 속내를 읽힌 것이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천사가 겉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한 허당이라는 것을.

천사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흉흉하던 기세가 단숨에 죽었다. 그녀는 반쯤 포기한 얼굴로 깊게 한숨을 쉬었다.

“뭐, 좋아. 널 감시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야. 시간을 역행한 자이기도하고, 그 미친 정령을 죽이는 데 한몫 거들기도 했으니까 당연히 주시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아무리 기세가 죽었어도 성질머리는 여전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불만이라도 이야기할 셈이야? 그딴 건 안 받아. 난 부끄러울 게 없거든. 그저 내 일을 한 것뿐이니까. 따지려면, 기린한테라도 따져 보던가.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겠지만.”

“사람들한테 마정석을 뜯어내는 것도 일일 것 같지는 않은데…….”

뒤편에서 들려온 중얼거림에 단박에 흉악해진 천사의 눈이 한서리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딴청을 피우고 있는 세라스가 있었다.

한서리는 분한 듯이 이를 박박 갈아 대는 천사에게 말했다.

“딱히 불만은 없어.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을 거고. 왜냐하면 이제부터 부탁을 해야 할 입장이거든.”

천사가 눈초리를 치켜올렸다.

“부탁? 무슨 부탁?”

“내가 왜 선계를 돌아다니는지는 이미 알겠지.”

“그래, 시간 역행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시간 낭비, 라는 말이 가슴을 찔러 온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알리시아와 세라스가 뭐라 입을 열기 전에 한서리가 먼저 말했다.

“그러면 그걸 도와줘. 온 선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당신이라면 알겠지. 그것이 어디에, 누군가에게 있는지를.”

천사는 콧방귀를 뀌었다.

“웃기지 마. 내가 왜 그걸 도와줘야 하지? 네가 그걸 갖고 뭘 할 줄 알고?”

“무슨 대단한 야망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야. 그저 내 남편에게 제대로 된 행복을 찾아 주고 싶을 뿐이지.”

“……!!”

그 말을 듣는 순간, 천사의 눈썹이 떨려 오는 것을, 한서리는 놓치지 않았다.

테라핀의 발언, 지금까지의 대화.

그리고 방금 천사가 보인 반응으로 한 가지 확신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말 당신은…….’

보이지 않는 한숨이 한서리의 가슴을 적셨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이번 일을 해결할 실마리를 가진 것은, 이번에도 그녀의 남편이 쥐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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