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52화
“우워어어어어!!”
“크허어어엉!”
마기아와 백호가 격돌하며 공간이 부서질 듯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마기아가 백호의 턱을 쳐 올리자 지면이 박살 나고, 성이 난 백호가 앞발을 휘두르자 금속질의 육체에 상처가 나며 엄청난 불똥이 사방을 수놓았다.
마기아는 어깨에 난 상흔을 순식간에 수복하며 백호의 목덜미를 팔로 휘감았다. 그러고는 거세게 용을 쓰더니, 거대한 괴수를 번쩍 들어 옆으로 던져 버렸다.
콰콰콰콰!!
수십 미터짜리 동체가 허공을 날며 봉우리에 충돌. 얇고 뾰족하게 선 산을 수수깡처럼 부러트리며 백호가 날아갔다.
부서진 돌의 파편이 사방에 비산하며 어마어마한 흙먼지가 작은 폭풍을 일으켰다.
싸움터에서 백호를 배제한 마기아는 그대로 주인인 한서리를 향해 불꽃을 토해 내려 하는 주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 주작은 혼자가 아니다. 꼬리를 휘둘러 세라스를 튕겨 낸 현무가 발을 박찼다.
둥그런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며 그 거체로 마기아를 들이받자 폭음과 함께 마기아가 나동그라졌다.
그렇게 넘어진 마기아를 바라보며 현무가 숨을 들이켰다. 그런 현무의 머리를 세라스가 대검으로 후려치자 궤도가 꺾인 냉기의 숨결이 허공으로 뿜어져 날아가며 새하얀 눈보라를 허공에 피워 냈다.
그렇게 현무가 틈을 번 사이에 기운을 모은 주작이 날개를 펼쳐 냈다. 백색 화염의 불줄기가 수백 수천 갈래로 나뉘어 주변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허공을 지나가며 남긴 복사열만으로도 지면이 녹아내린다. 공기가 소멸하며 진공 상태를 생성. 거기에 열파를 받은 공기가 달궈지며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빛을 굴절시켜 주변 공간이 팽창한 것처럼 보였다.
“쿠오오오오!”
그런 열파의 무리를 앞에 둔 마기아가 거세게 발을 굴렀다.
주변의 지형이 변모하며 순식간에 융기한 암석질의 언덕이 공격을 막았다.
콰아아앙!
폭음, 폭발, 충격파가 휘몰아치고 이번에는 캐스팅을 마친 알리시아가 화력을 전개.
그녀의 주둥이 전면에 모인 흑광구가 검은 번갯불을 튀기며 폭발했다. 거기서 뿜어져 나온 검은 광선 형태의 중력포가 주작이 날린 공격의 후폭풍을 단번에 씹어 삼키며 공간을 으스러트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에 주작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고 현무가 그 앞을 막았다.
커다란 성벽을 연상시키는 생김새처럼 방어 기술에 자신이 있는 것인지, 현무는 광역으로 펼쳐 낸 왜곡 장벽으로 공간을 굴절시켜 날아드는 중력포의 궤도를 비틀었다.
옆으로 빠져나간 중력포는 그대로 봉우리 수십 개를 꿰뚫고 날아가 종점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후욱───!>>
거대 술식의 전개로 움직임이 흐트러진 알리시아.
그런 그녀를 기습하는 백호를 세라스가 공중에서 맞이했다.
“어딜!”
“크허어엉!”
괴수의 입장에서는 손톱만 한 크기의 인간과 백호가 허공에서 격돌. 빌딩만 한 크기의 황금색 대검과 백호의 발톱이 허공에서 춤추고, 거센 충격의 파장만 허공에 남긴 채 양쪽으로 튕겨져 나가 허공에 떨어진다.
떨어진 세라스가 오라의 날개를 펄럭여 균형을 잡았다. 고양이처럼 가볍게 공중에서 자세를 잡은 백호가 지면을 긁으며 착지해 깊은 고랑을 팠다.
그것으로 첫 번째 격돌이 종료.
겨우 30초간의 짧은 싸움이었으나 그 여파는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주변에 서 있던 봉우리의 절반이 부러졌고 나머지는 파편이 되었다. 커다란 크레이터와 끓어오른 지면의 용암이 시냇물처럼 질질 흘러내리고 있다.
시린 달빛 아래, 고고하게 자리하던 천산의 모습은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세 화신과 세 사신은 여전히 술식을 이용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한서리와 영린을 가운데에 두고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탐색했다.
알리시아와 세라스는 텔레파시를 통해 빠르게 의견을 교환했다.
<<저 새의 화력은 나와 비슷해. 거북이의 방어 기술은 혼자 뚫기 어려워. 아무래도 화력전으로는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 나도 봤어. 그래도 마기아가 한 마리는 맡아줄 수 있을 것 같은걸.>>
세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서 몸을 웅크린 채 으르렁거리고 있는 강철의 거인을 올려다보았다.
지능이 퇴화했다고는 하나, 인간 이상의 지혜와 지능을 가졌을 거라 평가되는 기가스의 후예다. 지금 상태로도 짐승 수준의 사고는 가능하니 최소한의 연계는 할 수 있을 터였다.
세라스는 쯧, 하고 혀 차는 소리를 내면서 최대한 단순화시킨 텔레파시를 쏘아 내 마기아가 백호를 주목하도록 했다.
“…….”
그 의사를 알아들은 듯 울음을 토하며 어깨의 근육을 부풀리는 마기아.
세라스는 그것을 확인하며 알리시아에게 말했다.
<<그러면 날 밀어 줘. 내가 한 방 먹일 테니까.>>
<<그래, 어디 한번 실력 좀 보여 봐라.>>
그동안의 탐사 여행으로 여러 부분에서 호흡을 맞춰 본 두 사람에게 그 이상의 의견 교환은 필요 없었다.
순식간에 작전회의를 마친 알리시아가 고개를 높이며 소리쳤다.
<<가자!!>>
“우오오오오!!”
그 부름에 호응한 마기아가 짐승처럼 뛰쳐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알리시아 역시 날개를 떨치며 마기아와 함께 돌격했다.
“크아아아아!”
마기아가 백호를 붙들고 뒹구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거센 포효를 토하며 그 옆에 서 있던 현무에게 달려들었다.
채찍처럼 날아오는 꼬리를 머리로 받아 내며 그대로 현무의 등딱지를 붙들고 체중으로 밀어붙인다.
싸움에서든, 마법에서든 어느 하나 특출 난 것은 없지만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 알리시아의 장점이었다. 그녀는 드래곤의 거체로 현무를 밀어붙이며 다음에 나아갈 세라스의 길을 만들었다.
마기아가 백호, 알리시아가 현무를 마크하자 자연스럽게 세라스와 주작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주작은 세라스가 접근하기 전에 그녀를 요격할 요량인지 곧바로 사방에서 마법진을 피워 올리며 불타오르는 불꽃의 창을 조준했다.
하나하나가 응축한 플레어와 같은 위력을 지닌 초월적인 공격. 몸에 두르고 있는 갑옷 형태의 얇은 오라로는 저기에 스치기만 해도 몸이 잿더미가 될 것이 분명했다.
“흥!”
하지만 세라스는 겁먹지 않았다.
까아아악─!! 높은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주작이 화염의 창을 내쏘는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폭발적으로 오라가 분출했다.
푸화하아악!
폭음과 함께 세라스가 단숨에 초음속에 돌입했다. 그녀의 몸이 길쭉하게 늘어지며 황금빛 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전방을 빼곡히 메우며 날아오는 불꽃 창의 틈새를 그대로 빠져나갔다. 그녀는 한순간에 간격을 삭제하며 주작을 향해 쇄도했다.
“……!!”
그 기술은 과거 에디와 김건이 사용하던 사량발천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었다.
하나 지금의 세라스는 에디보다 훨씬 더 많은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김건처럼 가속과 폭발의 반발력에 부서지는 몸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 무시무시한 돌격에 경악한 주작이 눈을 부릅떴다. 세라스는 마찰력 및 충격파 상쇄용으로 생성한 원뿔 모양의 방패를 앞세워 그대로 주작의 머리를 들이받았다.
콰아아앙!
초음속의 속도, 거기에 순간적으로 생성한 임시 질량까지 담겼다.
그것은 그야말로 인간 대포였다.
세라스가 시전한 초속의 돌격에 직격한 주작의 머리가 단숨에 수박처럼 으깨지며 핏줄기가 비산했다.
하나 주작은 그걸로 쓰러지지 않았다.
주변에 흩어진 살점이 빠르게 없어진 목 위로 뭉치더니 순식간에 머리를 재구성했다.
영린이 괜히 화신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한 것이 아니다. 주작은 막강한 힘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모든 신체를 마력으로 재구성한 화신급 능력자의 재생 능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세라스가 이를 악물었다.
“그놈의 빌어먹을 재생력!”
미숙하긴 하지만 이제는 세라스도 마법으로 극대소멸공격을 날리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라 수련에 치중해 왔기 때문에 다소 발동이 느렸다.
극대소멸효과를 적중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움직임을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공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
일단은 전신을 조각낸 뒤, 재생을 하는 틈에 공격을 때려 박아 소멸시킨다.
그렇게 판단을 마친 세라스가 양손을 휘둘렀다. 인간일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강력해진 파산검 순이 황금색의 번개처럼 번뜩이며 주작의 전신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카가강!
주작은 날개를 휘둘러 세라스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대체 몸뚱이가 어떻게 되어먹은 건지, 주작의 날개는 어마어마한 강도로 세라스의 공격을 튕겨 냈다.
세라스가 휘두르는 황금의 칼날, 그리고 주작이 휘두르는 불꽃의 칼날이 좌우를 종횡하며 굉음이 사방으로 번졌다.
마기아와 백호.
알리시아와 현무.
세라스와 주작이 격돌하며 싸움의 양상은 각자의 일 대 일 싸움 구도로 들어갔다.
백호와 마기아가 미친 듯이 주먹과 발톱을 주고받고, 알리시아와 현무가 서로의 목을 물어뜯으며 뒹굴었다.
그리고 공중을 나는 주작과 세라스가 쏘아내는 불꽃과 칼날로 폭투를 벌였다.
여섯 괴물들의 동작 하나하나, 격돌 하나하나가 파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했다.
대기가 울었다. 무너진 산이 비명을 지르고, 지면을 뚫고 튀어오른 용암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충격파에 분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평행하게 이어지는 것 같던 균형을 처음으로 깨트린 것은 세라스였다.
“하아아아앗!”
부챗살이 펼쳐지듯 번져 나가는 금빛 섬광이 주작의 날개를 꿰뚫고 몸에 상흔을 남기기 시작했다.
주작은 재생력으로 버티며 날개와 고화력 기술의 난사로 세라스의 움직임을 제한하려 했지만, 지금과 같은 근거리에서의 박투에는 세라스에게 우위가 있었다.
날개를 휘두르며 싸우는 새 형태의 적과는 첫 전투였기 때문에 조금은 둔중했던 칼날이었지만, 상황에 적응하는 순간 급격하게 그 예기를 더해 가며 단숨에 승기를 끌고 온 것이다.
카아앙──!!
칼을 휘둘러 날개를 튕겨 낸 세라스가 한순간에 가속해 주작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주작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휘둘러진 파산검이 반대쪽 날개를 잘라 내고, 내밀어진 손에 맞춰 새로이 생성된 검이 배를 꿰뚫었다.
곧장 주작의 목을 향해 손날을 내리긋는 세라스.
그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오라가 목을 자르기 전에, 주작은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칼날을 피했다. 세라스의 분투에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몸을 수복하며 옆으로 도망쳤다.
“쉽게 놔줄 줄 알고!”
세라스는 곧장 가속하여 그 뒤를 쫓으려 했으나, 일순간에 덮쳐 온 위화감에 급격하게 방향을 꺾었다.
푸화학!
몸을 피하자마자 원래 그녀가 가로지르려 했던 자리를 지면에서 솟구친 불꽃이 가득 메웠다.
“……!”
그대로 들어갔으면 당했다.
물 흐르듯이 부드러운 후퇴.
거기에 기세가 오른 상대를 낚기 위해 함정까지 깔아 두었다. 과연 수호신이라 불릴 만한 전투 센스였다.
까아악─
재치 있는 한 수로 세라스의 기세를 끊어 낸 주작이 크게 울음소리를 토하자 나머지 두 사신이 거세게 포효를 토하며 각자의 상대를 떨쳐 내고 주작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결집한 세 사신을 중심으로 펼쳐져 나오는 결계.
그리고 그 안에서 놈들의 마력이 응집하는 것을 눈치챈 세라스와 알리시아가 반응하기 전에, 현무와 백호의 기운을 받아들인 주작이 먼저 날개를 떨쳤다.
거대한 조성식이 펼쳐진다. 지식이 많은 알리시아마저 단번에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기에 반응이 늦었다.
그리고 그 조금의 틈새가, 이쪽으로 향하던 승리의 흐름을 단숨에 뒤바꿔 버렸다.
우우우우웅!
주작의 머리 위에 펼쳐진 마법진. 그리고 그 위에 떠오른 것은 이글거리는 태양의 형상이었다.
불길함을 느낀 마기아와 세라스가 곧장 돌격하려 하는 것을, 알리시아가 붙잡았다.
<<가까이 가지 마라! 죽는다!>>
직접 몸을 날려 마기아를 끌어당기는 알리시아.
강철의 거인을 깔아뭉개며, 그녀는 곧장 방어 마법을 펼쳤다.
쿠와아아앗!
태양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불꽃이 알리시아의 방어막을 타격했다.
알리시아가 펼친 것은 대부분의 물리 공격에 대해 완벽한 방어를 보장하는 공간 왜곡의 장벽. 하지만 알리시아는 공격을 받아 내는 순간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자식들……!>>
태양이 뿜어낸 화염은 일순간으로 끝나는 단발성 공격이 아니었다. 막힌 댐의 수로를 열듯, 그곳으로부터 터져 나온 고화력의 불줄기가 꾸준히 그녀의 방어막을 두들기고 있었다.
공간을 비튼 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극도로 많은 마력을 요구한다. 이대로라면 이쪽의 방어가 뚫리는 것이 먼저였다.
“오오오오!”
알리시아가 보이는 기색으로 현재의 상황을 눈치챈듯, 마기아가 양손을 모아 마력을 끌어올렸다.
거인의 양손에서 나타난 것은 보랏빛 번개와 파란 불꽃으로 이루어진 초고열의 플라즈마.
마기아는 그대로 그것을 발사해 주작의 불꽃을 꿰뚫고 사신들의 중앙에 공격을 꽂아 넣었으나 그 기술은 현무와 백호가 동시에 발생시킨 장막에 가로막혔다.
천산의 수호자라 하는 사신.
놈들은 서로의 마력을 모아 한데 운용하며 믿을 수 없는 수준의 고화력과 방어력을 실현해 보이고 있었다.
알리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각자의 능력 자체는 이쪽도 못지않지만 전술에서의 차이가 너무 크다.
사신들은 모두 전투에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었으며 훌륭한 합동 기술까지 갖고 있었다.
반면에 이쪽은 어찌 보면 오합지졸이다.
알리시아는 그동안 수련보다는 탐사를 위한 공부에 집중해 왔고, 마기아 역시 타고난 육체와 본능에 의지하고 있을 뿐 전문적인 전투 인력이 아니었다.
알리시아는 자신들이 외통수에 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소한 그녀 자신, 그리고 마기아에게는 지금 상황을 이겨 낼 만한 타개책이 없다.
부끄럽지만, 지금은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알리시아의 시선이 세라스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이미 세라스는 반격의 봉화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만 버텨 줘! 언니!”
무슨 생각인지, 몸에 걸친 모든 오라를 거둬 낸 세라스가 소리쳤다. 그녀는 그러면서 훌쩍 뛰어 마기아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억지로 손을 찔러 넣어 그의 목을 보호하고 있는 장갑을 벗겨 내고 그 아래로부터 두꺼운 전선을 끄집어냈다.
“크어엉!”
사람으로 치자면 피부를 절개하고 그 안에서 혈관을 끄집어내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마기아가 고통스러워하며 요동을 쳤지만 세라스는 필사적으로 그를 달랬다.
“마기아,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 줘!”
그녀는 그러면서 다섯 개의 여의주를 연결해 놓은 마기아의 동력선을 직접 자신의 몸에 꽂았다.
“크으윽……!”
마력 회로에 전선 같은 물체를 직접 꽂아 버렸더니 당연하게도 격통이 밀려왔다.
연결된 동력선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마력이 몸 안으로 짓쳐들어오자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참는다.
세라스는 이를 꾹 깨물고 마기아의 마력을 빨아들였다.
지금부터 그녀가 할 것은 머리로만 상상해 봤을 뿐 실제로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구현하기에는 화신이 된 그녀로서도 마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시도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그녀도 모른다.
하지만 한다. 하지 않으면 어차피 죽을 뿐이니까.
그녀는 마기아로부터 받아들인 마력을 응집시켜 오라로 변환하기 시작했다.
화신이 되어 선계의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그녀는 계속해서 고민해 왔다.
과연, 계속해서 오라 기술을 갈고닦아도 되는 것인가.
오라를 버리고, 마법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오라는 너무 단순한 힘이었다.
마력으로 생성해 내는 극도로 단순한 물리력.
김건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제어력을 가진 게 아닌 이상에야, 오라를 아무리 연구한다 한들 그것으로는, 수백 만 킬로미터를 일순간에 가로지를 수도 없으며, 상대를 원자 단위로 분해해 버릴 수도 없었다.
마법에 비해서는 한계가 너무나 뚜렷한 힘이었다.
그럴 때면 항상 과거에 보았던 악마의 화신, 파이몬의 기술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그 여자가 했던 것처럼, 마법과 검술을 조합한 길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길을 걸어 나갈 여유 따윈 그녀에게 없었으며, 지금까지 쌓아 온 기술에 대한 미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오기가 피어올랐다.
모두가, 그리고 자신마저도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을 되게 만들고 싶다는 고집이 생겨났다.
세라스는 그제야 이해했다.
김건이 왜 그토록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진동의 길을 끊임없이 걸었는지 말이다.
세라스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스스로가 가진 오라 기술의 끝을 제 눈으로 보고야 말겠다고.
그리고 연구했다.
그리고 공부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김건이 그러했듯 단순한 전사에 머물러 있지 않고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학자처럼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단순함.
그것이야말로 오라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순간이동을 할 수 없다면 빛의 속도로 가속하면 된다.
극대소멸공격이 불가능하다는 건 그저 핑계일 뿐이다. 태우는 것도, 녹이는 것도 결국에는 물리 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충분한 위력만 있다면 단순 물리 충돌만으로 얼마든지 똑같은 소멸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그녀가 내뿜는 출력이 부족했기에 그렇게 보인 것뿐이었다.
그래서 늘렸다.
단번에 뿜어 낼 수 있는 오라의 출력량을.
그래서 연마했다.
적은 힘으로 더 많은 오라를 생성할 수 있는 마력의 변환식을.
세라스, 그리고 마기아가 가진 화신 두 개분의 마력을 그녀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변환식을 이용해 변환하자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오라가 생성되었다.
알리시아의 뒤편에 선 세라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어떠한 조성식도, 결계도 없다.
너무나 단순하기에, 전조가 없는 빠른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오라 기술이 가지는 최대의 장점이다.
“이거나 처먹어!”
세라스는 그저, 자신이 뽑아낸 최대 출력의 오라를 그저 전력으로 내리쳤을 뿐이다.
대응할 틈도 없이 산처럼 하늘로 솟구쳐 오른 황금색 대검이 추락.
총 길이 113미터, 순간적으로 생성된 질량 600여 톤, 그것이 초속 1324미터의 속도로 내리꽂힌다.
단순 계산으로 약 525,892,800,000줄.
TNT폭탄 125톤을 폭발시킨 것과 비슷한 충격량이 단번에 방어막을 쪼개고 사신들의 한가운데에서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