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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55화 (155/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55화

영린을 쫓아 온 것은 세라스 혼자가 아니었다.

이내, 막대한 울림을 토하며 거대한 동체 두 개가 더 떨어졌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강철의 거인, 마기아.

그리고 본체로 현신한 붉은 드래곤, 알리시아였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한서리가 있었다.

한서리의 눈이 빠르게 낡은 도당의 내부를 훑었다. 그리고 이내, 영린을 지키듯이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유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마찬가지로 유운을 발견한 알리시아가 말했다.

<<유운, 이자와 아는 사이인가?>>

턱짓으로 영린을 가리키며 묻자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천산을 지키는 사신, 청룡이니까.”

“뭐? 네가 청룡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에 세라스가 당황했다. 그녀는 유운의 모습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전 천산의 마을을 통과하면서 본 마을사람들 중 남자들이 모두 유운과 같은 사슴뿔을 달고 있었던 것 같다.

마기아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유운을 노려보았다. 유운은 강철의 거인에게 가볍게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한서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굳이 너희들과 싸우고 싶지는 않아. 이만했으면, 물러나 주지 않겠어?”

“내 남편을 시간 역행으로 되돌려 준다면 물러나 주지. 우리도 싸움이 좋아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니까.”

한서리의 대답은 간결했다. 하지만 유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만약 그걸 써서,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을 이 녀석이 뒤집어써야 하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뒤편에 주저앉아 있는 영린을 가리켰다.

“관리자라고 모두가 공명정대하거나 상식선에서 움직일 거라 생각하지 마. 개중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난폭한 녀석도 있지. 다른 관리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건 그쪽 사정이지. 나한테는 내 사정이 더 중요해.”

아무래도 협상의 여지는 없어 보였다. 유운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군. 그러면 싸울 수밖에.”

그러면서 성큼, 앞으로 발을 내딛는다.

고작 한 발짝, 거리를 좁혔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가 급격하게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항구의 여자들에게 추파나 던지고 다니던 가벼움은 어디 갔는지, 담담한 표정의 유운에게서는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무게감이 느껴졌다.

“…….”

보통이 아니다. 목덜미가 오싹오싹했다. 하지만 기세에서부터 지고 들어갈 수는 없다.

세라스는 일부러 평정을 가장하며 웃었다.

“혼자서 우리 모두를 상대하려고? 실력에 자신이 있나 봐?”

“자신은 없어. 난 그렇게 잘 싸우지를 못하거든.”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 유운.

하지만 그것은 세라스에게 그저 가식을 떠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잘 싸우지 못한다니, 정말로 웃기는 소리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방금 유운이 한 발을 내디뎠을 때, 세라스는 봤다. 유운이 가진 진짜 실력의 편린을.

단순히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무인으로서의 깊이가 달랐다.

발할라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로, 지금까지 그 깊이로 세라스를 압도한 자는 둘밖에 없었다.

아그니스, 그리고 김건.

아그니스를 마주했을 때 세라스의 눈앞에 놓인 것은 거대한 벽이었다.

너무나도 까마득해, 그 높이와 넓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넘을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강했다.

김건은 이와 다르게, 크기가 없다. 그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구멍만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지금, 세라스의 기억에는 또 한 명의 이미지가 새겨졌다.

연기같이 흐릿한 존재감.

마치 바람이다.

거대한 벽도, 깊은 무저갱도 아니지만 무슨 짓을 해도 흘려보낼 것 같은 가벼움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유운에게서는 스스로의 실력 외에, 또 다른 종류의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유운이 접은 부채를 품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난 혼자서 너희들을 모두 쓰러트릴 정도로 강하지 않아.”

비어 버린 두 손을 가볍게 늘어트린다. 아직 그것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문득, 유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하지만, 아주 좋은 걸 가지고 있지.”

말을 맺으며 천천히 올라간 손가락이 세라스를 가리키는 순간,

세라스가 움직였다.

쫘악───!!

번개 같은 황금색 일섬이 공간을 갈랐다.

이 자리의 다른 누구도 제대로 시인하지 못할 타이밍과 속도로 초격을 내지른 세라스.

하지만 유운은 반응했다. 허리를 젖혀 칼날을 피하며 세라스에게 향한 손끝으로 마력을 뿜어 그녀의 몸에 표식을 새겼다.

동시에,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무언가 날카로운 끝이 차원의 틈을 벌리고 빠져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튀어 나가 표식을 가진 세라스를 들이받았다.

콰아앙!

터져 나오는 폭음. 세라스의 대검과 몸을 맞댄 금속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질렀다. 초속으로 반응해 공격을 막아 낸 세라스의 눈이 커졌다.

차원의 틈을 빠져나와 그녀를 공격한 것은 거대한 검이었다.

그 크기는, 함선 모습의 마기아와 비슷할까.

함선만한 크기의 검, 아니, 자세히 형태를 뜯어보면 오히려 검의 모습을 한 함선에 가까웠다.

길게 뻗어 있는 매끈한 동체. 그 위아래로 날카롭게 깎인 칼날이 번득인다. 검신 부분에는 거궐(巨闕)이라는 글자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세라스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칼날의 뾰족한 끝부분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손잡이 대신 커다란 분사구가 달려 있었다.

콰아아아앗!

분사구에서 폭음이 분출하며 검이 가속했다. 세라스는 그것을 흘리려 했지만 유운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칼날은 그 크기에 걸맞지 않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방향을 틀어 그대로 세라스의 몸을 밀어붙여 왔다.

“큭……!!”

대형 트럭에 치인 아이마냥 도당의 벽을 부수고 밖으로 날아가는 세라스.

그대로 높게 서 있는 석산에 격돌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거궐의 명칭을 가진 대검이 산을 꿰뚫으니, 그 끝에 매달린 세라스는 온몸으로 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쾅! 콰콰쾅!

유운이 불러낸 거대한 검은 그렇게 세라스를 매달고 계속 질주해 눈 깜짝할 사이에 수 개나 되는 봉우리를 부수며 날아갔다.

<<세라스!>>

놀란 알리시아가 소리쳤지만 세라스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유운의 등 뒤로 네 자루의 칼이 각자 차원을 가르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라스를 덮친 것까지 포함해 총 다섯 자루의 검.

각자의 검에는 담로, 승사, 어장, 순구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범상치 않은 힘을 담고 있다.

그 힘에 위협을 느낀 마기아가 반응했다.

“크워어어!”

거센 포효와 함께 발을 울리며 돌격했다. 그것을 본 유운은 등 뒤에 떠 있는 검 중 뾰족한 송곳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검, 어장을 쥐었다.

그 끝에 맺어지는 마력의 형태를 본 알리시아가 외쳤다.

<<마기아! 안 돼!>>

다급히 손을 뻗지만 늦었다. 유운은 이미 어장을 던졌다.

송곳 같은 뾰족한 끝이 마기아의 가슴에 박혔다.

사신들과도 아무렇지 않게 박투를 벌였던 몸통을, 마치 젤리처럼 파고들어 단숨에 등 뒤로 빠져나갔다.

그대로 휘익 날아가 도당 너머의 절벽 끝에 꽂히는 어장. 그 칼의 끝에는 다섯 개의 여의주로 이어진 마기아의 동력원이 있었다.

퍼어엉!

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그 뒤였다.

어장이 꿰뚫고 지나간 마기아의 심장 부위에 커다란 원통형의 구멍이 파였다.

두꺼운 동체가 분쇄. 본디 재생이 가능한 타격이지만 동력원을 잃어버린 마기아는 거대화한 동체를 유지하지 못했다.

전신을 잇고 있던 마력이 끊어지며 사지가 산산히 쪼개진다.

“크어어어!!”

마기아가 돌격하던 기세 그대로 수백 수천 개의 금속조각으로 분해되어 스러졌다.

한순간에 세라스와 마기아가 당했다.

남은 것은 알리시아와 한서리 단 둘뿐이었다.

“큭!”

마기아가 쓰러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힘을 써서 탈출시킨 김건의 몸을 한서리가 받아 냈다. 그렇게 생긴 틈을 노리고 유운이 알리시아에게 달려들었다.

<<하아앗!>>

알리시아는 가만히 당해 주지 않았다. 입으로 플레어를 내쏘며 광역으로 가중력 영역을 만들었다.

그 결과를 보지도 않고 마법을 연속 전개. 한서리에게 전수받은 극대소멸공격, 엡솔루트 제로를 살포해 공간을 얼리고, 다시 그 위로 중력포를 꽂아 넣는 콤비네이션을 펼쳤다.

계산대로라면 플레어와 앱솔루트 제로의 교차 사용이 만들어 낸 폭발이 움직임을 봉하고, 고출력의 중력포가 유운을 분자 단위로 찢어 버렸을 터였지만 무엇 하나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최초의 플레어와 가중력 마법이 덮쳐 왔을 때 유운이 뽑아 든 것은 순구라는 이름의 단검.

한 뼘은 될까 싶은 그것이 휘둘러지자 모든 것을 불태우는 플레어의 화염이 반으로 갈라져 양쪽으로 빠져나갔다.

그다음 일격이 주변에 깔린 중력을 무효화하고, 절대영도의 광선까지 베어 내며 유운이 접근. 결정타가 될 중력포의 사선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검에 담긴 기운이 마법을 이루는 술식 그 자체를 잘라 낸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알리시아는 바로 공격을 전환했다.

“이 자식!”

용족의 거대한 발톱이 휘둘러진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유운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느렸다.

“미안.”

순식간에 공격을 피하고 파고든 유운이 알리시아의 가슴에 또 다른 검, 승사를 꽂아 넣었다.

순구와 마찬가지로 작은 칼날을 지녔으나 뾰족한 가시가 가득한 붉은 검신이 비늘을 찢으며 살을 파고들었다.

건물만 한 크기를 가진 알리시아에게는 바늘 끝에 찔린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공격이었지만, 그 효과는 막대했다.

“크, 아아악!”

붉던 알리시아의 동체가 한순간에 검게 물들었다.

가슴에 꽂힌 검에서 뻗어 나온 검은 가시 줄기가 드래곤의 전신을 휘감는다. 단번에 알리시아가 쓰러지며 가벼운 지진이 일었다.

단번에 화신마저 침몰시키는 막대한 저주였다.

“알리시아!”

이대로 가만히 두면 온몸의 마력과 체력이 빨려 나가 죽는다.

그것을 눈치챈 한서리는 곧바로 등 뒤의 여의주를 움직여 알리시아에게 붙였다.

여의주의 힘으로 저주의 위력을 낮췄지만 완전히 해 주하는 것은 무리였다.

모두가 쓰러졌다.

이제는 힘을 보태 줄 여의주마저 없다.

한서리는 홀로 유운을 마주하게 되었다.

선계 최강의 전사라는 것은 허명이 아니었다. 그 아그니스에게 비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유운은 그 막강한 능력을 한서리의 앞에서 선보였다.

유운이 말했다. 먼발치에 쌓여 있는 금속 덩어리와 쓰러진 알리시아를 가리켰다.

“이제 그만하지. 저 치도 아직 살아 있어. 승사의 저주도 해주해 줄 수 있고.”

그러고는 한서리의 보호 아래에 있는 김건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 친구 처지가 딱하긴 하지만…… 살아는 있잖아? 그 아그니스를 상대하고 그 정도로 끝난 게 오히려 기적이야. 그 이상을 바라며 일을 키우는 건 욕심이지. 이만 만족하고 신에게 감사를 표하며 앞날을 살아가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한서리를 이를 갈았다.

“기억은 없고, 의식조차 찾지 못하는데 이걸로 만족하라고? 웃기지 마.”

“그럼 이대로 동료들을 다 죽일 셈이야? 난 상관없긴 하지만…… 실망이군. 그 정도로 매정한 인간이라 보지는 않았는데.”

이쪽을 배려해 주는 듯하지만 그건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자의 오만이었다.

한서리는 강자의 그런 가식에 넘어갈 정도의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한서리 혼자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글쎄, 아직 그런 말을 하기엔 이른 것 같지 않아?”

문득 여자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

그것을 본 유운의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돌리자, 무슨 짓을 한 건지 대검 거궐을 끌어안은 채 이쪽을 향해 돌진해 오는 세라스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안 끝났어! 이 자식아!”

세라스가 포효한다.

마기아의 그것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화한 오라의 팔을 치켜들더니, 못해도 수백 톤은 나갈 검 모양의 함선을 그대로 유운을 향해 집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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