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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56화 (156/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56화

어떻게 거궐의 비행을 막았나 했더니, 그저 거대화한 오라의 손으로 분사구를 막아서 처리한 모양이다.

세라스가 손을 놓자마자 거궐이 추진력을 뿜어 몸을 제어하려 했지만 평형을 회복하기에는 세라스의 투척 방식이 너무 거칠었다. 기다란 동체가 풍차처럼 회전하며 날아가 유운을 덮쳤다.

“제법인데.”

유운이 손을 떨쳤다. 그러자 그의 전방에 번개가 뒤섞인 폭풍우가 몰아치며 거궐의 아랫부분을 밀어 올렸다. 그것이 거체의 회전을 상쇄하고, 가까스로 평형을 회복한 거궐이 크게 하늘을 선회해 날아와 유운의 뒤에 멈췄다.

그동안 세라스는 한서리의 앞에 내려앉았다.

온몸이 박살 난 마기아, 그리고 저주에 쓰러진 알리시아를 확인하곤 차갑게 굳은 눈으로 유운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좋은 걸 가지고 있네.”

각각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다섯 개의 무기.

안그래도 뛰어난 실력에 무구의 능력까지 더해지니, 혼자서도 여유롭게 네 명의 화신을 상대한 것이다.

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하지만 아직 보여 주지 않은 게 있는걸.”

그는 그렇게 말하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쥐지 않은 검, 담로를 빼 들었다.

검푸른 빛의 검신이 밖으로 드러나자마자 무시무시한 양의 마력이 터져 나왔다.

척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니다.

“후…….”

세라스는 입술을 핥으며 손아귀에서 오라의 칼날을 뽑아냈다.

가장 익숙하고, 가장 자신 있는 형태의 대검. 그래도 무려 5미터가 넘는 상식 초월의 대검이지만, 세라스에게는 그 크기가 가장 익숙했다.

옆으로 뉘인 대검을 들어 유운을 조준한다.

탐색전을 시작.

담로의 마력이 유운의 몸을 휘감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담로의 능력이 사용자의 힘을 증폭시키는 종류의 것이라 추측했다.

그렇게 증폭된 유운의 육체 능력의 정도를 파악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손이 세라스의 어깨를 짚었다.

“신체 능력은 걱정하지 마. 그 부분은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으니까. 기회가 오면 저격을 통한 지원도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말고.”

등 뒤에 선 한서리가 세라스에게 마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간만에 펼쳐진 한서리의 버프가 세라스의 몸을 덮었다.

스스로가 두려울 정도로 온몸에서 힘이 넘쳤다. 세라스는 가볍게 어깨를 흔들어 관절을 풀었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투지가 가득한 황금색의 눈이 이쪽을 향하자 유운은 쓰게 웃었다.

“기세가 좋은 여자는 싫어하지 않아. 정말로 그만둘 생각은 없는 건가?”

세라스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없어. 김건이 내 세상을 구했어. 그리고 내게 나아갈 길을 가르쳐 줬지. 그러니 난 그 빚을 갚을 의무가 있어. 그냥 목숨이 아까웠다면 애초에 화신이 되지도 않았을 거야.”

“아쉽게 됐군.”

유운의 입가에서 미소가 가셨다.

무표정해진 남자의 표정에 더 이상의 자비는 없었다. 그는 칼날 같은 살기를 담아 세라스를 쳐다보았다.

“그럼 덤벼. 이 손으로 미련을 끊어 주지.”

그의 말이 맺어짐과 동시에, 세라스가 발을 박찼다.

일섬.

황금빛이 공간을 갈랐다.

그 초속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유운이 파고 들어온다.

검의 질량을 조절할 수 있는 세라스는 그 대검의 무게를 줄여 반동을 삭제하곤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어 짓쳐들어오는 유운을 막았다.

유운이 휘두른 담로가 세라스의 대검을 튕겨 냈다. 폭발과 함께 부서진 오라의 조각이 튄다.

“……!”

세라스는 검이 마주친 첫 합으로 깨달았다.

한서리의 버프를 받았음에도, 힘으로는 유운을 찍어 누를 수 없다는 것을.

“쉭!”

튕겨 나간 칼날을 회수하는 대신 빈손을 휘두른다.

순간적으로 생성된 파산검이 공간을 갈랐지만 이미 유운은 급속한 움직임으로 세라스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타점이 어긋난 파산검의 일격을 가볍게 튕겨 내며 이쪽으로 검을 휘둘러 왔다.

‘순간적으로 파산검을 생성하는 것 자체가 빈틈이 돼……!’

동작이 기민하고 거리를 좁히는 보법의 수준이 높다. 세라스는 빠르게 후퇴해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며 들고 있는 검의 크기를 줄였다.

유운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조금의 빈틈도 용납할 수 없다.

그동안 상식 밖의 대검만을 사용해 오던 세라스가 드디어 사람이 휘두를 만한 크기의 대검을 휘둘렀다.

이어지는 유운의 공격을 방어.

카강─!

세라스와 유운의 공격이 맞부딪치며 불똥이 튀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후속타를 모조리 틀어막으며 커다랗게 휘두른 검으로 유운의 접근을 막는다.

무기의 크기를 줄여 한 호흡을 번 세라스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원래 그녀가 자란 프레이저 가문에는 복잡한 검술이 없다.

본디 그녀의 가문은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 적성으로 거검의 속력과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것이 전법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세라스가 있는 선계 단위의 싸움에서 그런 전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괴물은 많고, 그녀의 마력 적성도 선계 기준에서는 그리 특이하다고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기술을 익혀도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건 결국 기본기야. 마지막 순간에 몸을 기댈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어.’

과거, 발할라의 교수였던 에디에게 들은 말.

지금은 그녀가 에디보다 더 강할 테지만 그때 그가 했던 말은 아직도 그녀의 앞길을 이끌고 있었다.

베고 찌르고 흘리며 막는다.

세라스는 별달리 특별하지도 않은 기본적인 검술로 유운의 공격을 받아 냈다.

쏴쏴쏴솨쏴!

전신을 향해 쇄도해 오는 담로의 연속 공격.

제철의 꽃잎처럼 화려하게 흐드러지는 유운의 검로는 지구의 검술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고 있어 예측이 어려웠다.

하지만, 어떻게든 따라간다.

어떻게든 막아 내서, 어떻게든 역공을 가한다.

카가가강!

세라스와 유운의 검이 교차하며 폭음이 난자했다.

처음 보는 기술을 맞이하는 데에 있어 세라스는 별다른 기교를 발휘하지 못했다.

다만, 탄탄한 기초로 대응했을 뿐이다.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단순한 기술을 발휘해, 그녀는 자신에게 쇄도하는 모든 칼날을 막아 냈다.

“핫!”

방어에 치중하던 세라스가 검을 내질렀다.

고수 간의 싸움에서 너무 단순한 공격은 카운터에 당하기 십상이다. 발의 움직임보다 한 박자, 아니 두 박자는 느리게 뻗은 찌르기가 유운의 가슴을 노렸다.

하지만 유운은 대응했다. 정박의 카운터를 노린 자세를 회수하며 그대로 몸을 휘돌려 담로를 내뻗었다.

팔과 머리, 그리고 어깨를 모두 노릴 수 있는 각도로 애매하게 치고 들어오는 칼날.

애매해서 위험하다기보다는, 너무 애매해서 대체 저걸 왜 하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둔중한 공격.

세라스는 그 둔함에 현혹되지 않았다.

눈앞의 수는 페인트다.

기척을 감지한 그녀는 담로를 무시하고 측면에 칼날을 세웠다.

그러자 옆에서 날아온 거검, 거궐이 그녀에게 꽂혔다.

콰아앙!

수백 톤의 금속 덩어리가 로켓 분사로 몸을 들이받았으니 날아가지 않고 배길 수가 없다.

세라스는 아까처럼 도당 밖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파편과 먼지에 휩싸여 허공을 가로지르며 이쪽을 추적해 오는 거궐을 발견.

첫 번째 격돌로 단순한 속도로는 저 거검을 따돌릴 수 없다는 것은 깨달았다.

그녀는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날아오는 거궐을 향해 오히려 돌진한다.

“흡!”

충돌 직전, 가까스로 몸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흘려보내며 그대로 그 뒤에 있는 유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덩치가 큰 만큼, 선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깨닫고 아슬아슬한 회피로 그것을 따돌려 버린 것이다.

“하아아아앗!”

단순한 검술 대결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은 알았다.

세라스는 공격 방식을 바꿨다. 전면부에 원뿔 모양의 방패를 생성하며 초음속으로 가속. 그녀는 스스로 무기가 되어 정면으로 유운을 들이받았다.

퍼어어엉!

소닉붐의 충격파와 함께 세라스의 돌격을 받아 낸 유운의 몸이 훨훨 날았다.

세라스는 바로 추진력의 역분사와 오라의 날개를 이용해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다시 돌진했다.

공중에 떠오른 유운의 몸을 몇 번이고 들이받는다.

들이받고, 돌아오고, 들이받고, 돌아오고.

그저 몸통 박치기를 연발할 뿐인 공격이었으나 초고속의 이동, 그리고 전면부의 생성한 방패의 강도가 단단해 의외로 빈틈이 없었다.

“음!”

유운이 침음성을 흘렸다.

아무래도 검술보다는 마력을 이용한 기술의 운용으로 승부를 볼 생각인 모양이다.

세라스의 의도를 이해한 그는 그대로 힘을 끌어올렸다.

“원하는 대로 어울려 주지.”

번개가 용솟음쳤다. 푸른 뇌광이 유운의 전신을 감싸고, 발을 박차자 그의 모습이 한 줄기 섬광이 되었다.

오라로 생성한 날개와 임시 질량을 분출하는 일종의 로켓으로 가속한 세라스와 달리, 유운은 온몸에 번개를 두르며 발을 박차는 것으로 초음속에 진입했다.

그는 자신을 치고 지나가는 세라스의 등을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

생각 같아서는 그대로 회전하여 일격을 날리고 싶지만, 워낙 고속으로 비행하는 중이라 급격한 방향 전환이 어려웠다.

일단은 거리를 벌려 선회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세라스는 임시 질량의 분출량을 늘려 더욱 가속함 과 동시에 뒤를 쫓는 유운을 향해 오라로 만들어 낸 마름쇠를 뿌렸다.

뾰족한 가시로 이루어진 오라의 덩어리 수백 개가 마치 전투기가 터트린 플레어마냥 공중을 수놓으며 유운의 앞을 가로막았다.

평소라면 아무것도 아닌 공격.

하지만 초음속 이동 중에서는 이러한 작은 함정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것을 맨몸으로 받아 냈을 경우에 말이다.

유운은 세라스가 하듯이 전방에 뇌격의 장벽을 세워 그녀가 던진 마름쇠를 모조리 증발시켜 버렸다.

그리고 담로의 끝으로 세라스를 겨냥하자, 그 끝에서 터져 나온 번개가 세라스의 등을 직격했다.

콰르르릉!

뒤늦게 울려 퍼지는 천둥, 피어오르는 번갯불.

“크윽!”

유운이 뿜어낸 번개가 몸을 지졌지만 항시 발동시키고 있는 오라의 갑옷 때문에 큰 타격 없이 막아 낼 수 있었다.

세라스는 그로 인해 생긴 화상을 재생하며 이를 악물었다.

고속 이동 중에 뒤를 잡혔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뒤돌아 반격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감속하며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는 무방비가 된다. 잘못하면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유운의 칼날이 그녀의 배후를 찌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꼬리와 꼬리를 무는 도그 파이트를 벌일 수밖에 없다.

싸움의 구도를 깨달은 세라스가 방향을 바꿨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뾰족하게 솟아 있는 봉우리의 숲속으로 머리를 틀었다.

그녀는 그렇게 초음속의 속도를 유지한 채, 장애물 투성이인 협곡의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어디 한번 비행 실력이라도 겨뤄 보자는 듯한 그 행동에 유운이 감탄을 토했다.

“배짱이 좋군.”

그 역시 방향을 틀어 세라스의 뒤를 쫓아 협곡 사이로 뛰어들었다.

콰아아아앗!

임시 질량의 분사와 날개의 각도를 조절해 지그재그로 움직여 협곡의 절벽을 통해 초음속으로 질주하는 세라스.

그런 그녀가 전방에 위치한 절벽을 끼고 측면으로 돌아 순간적으로 유운의 시야에서 사라진 틈에, 성게처럼 뾰족한 가시가 돋은 오라의 장애물을 생성하고 빠져나간다.

하나 사각에서의 공격을 대비한 유운은 코너를 도는 순간 이미 선회 각도를 바꿔 세라스가 생성해 놓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형태로 코너링을 돌았다.

공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담로를 조준하여 번개를 내쏜다.

“쳇!”

살기를 감지한 세라스는 번개가 뿜어지기도 전에 몸을 틀어 그것을 회피.

그녀 역시 후방으로 오라로 생성된 창날을 발사하여 뒤쫓아 오는 유운을 격추하려 들었다.

초음속의 물체 두 개가 협곡 사이를 누볐다.

황금색과 푸른색으로 물든 빛 덩어리가 시인하기도 어려운 속도로 정신없이 봉우리와 봉우리의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니, 서로가 뻗어 낸 번개와 창날이 비껴 가며 협곡의 벽을 부수고, 그로부터 쏟아지는 잔해를 고속이동이 남긴 잔향이 튕겨 내며 이중 파괴를 일으켰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끈질기다.

단순 기동으로는 유운을 떨쳐 낼 수 없다고 판단한 세라스가 승부를 걸었다.

협곡 사이를 빠져나가다 발견한 평평한 절벽을 향해 돌진했다.

‘벽에 박치기라도 할 셈인가?’

선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말 말 그대로 벽에 들이받을 기세로 절벽을 향해 날아간다.

유운은 의문을 품었지만 그 역시 속도를 줄이지는 않았다. 여기서 속도를 줄여 봐야 상대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갈 뿐이니까.

그리고 세라스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짓을 했다.

그녀는 그대로 절벽을 몸으로 들이받았다.

마지막 순간, 반대 방향으로 감속을 걸기는 했지만 정말로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돌덩어리와 충돌한 것이다. 하지만 화신으로서의 내구력으로 그것을 버텨 내며, 양손으로 벽면을 짚고 허리를 튕겨 곱게 모은 양다리를 거세게 차자, 그 발 사이에서 솟구쳐 올라온 오라의 대검이 뒤를 쫓던 유운을 향해 초고속으로 쏘아져 들어왔다.

선회해서 공격을 받아 낼 수 없을 것 같자, 아예 절벽을 지지대로 이용하여 뒤에 놓인 다리를 이용해 역공을 가한 것이다!

“……!!”

상상을 초월하는 기행에 이번만큼은 유운도 반응이 늦었다.

가까스로 담로를 들어 세라스의 발에 끼인 대검을 틀어막지만, 세라스의 지르기와 유운 자신이 초음속으로 돌진하는 힘이 더해져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충격을 먹어 버렸다.

쩌어어엉!

칼날과 칼날이 충돌하며 쇳소리가 폭음이 되었다.

담로가 부러지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온몸으로 이중의 충격을 받아 낸 유운이 거친 숨을 토하며 후방으로 날아가 반대편의 절벽에 꽂혔다.

그사이에 몸을 틀어 낸 세라스가 양손에 든 대검을 증폭시키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이 가능한 최대한의 출력으로 오라를 집결.

“이야아아앗!”

아까 사신을 상대했을 때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대검이 종으로 질주.

쫘아아아악────!!

두 조각난 절벽의 윗부분이 폭음과 함께 허공에 잘려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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