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62화
외전 1화 그때 그 사건(1)
“실패입니다. 가까스로 이 선계의 화신을 찾아냈지만…… 그는 우리와 권속화의 계약을 맺는 걸 거부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러 간 전령들을 다 죽여 버렸죠.”
그런 보고가 올라오자, 모두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빌어먹을! 기껏 기지까지 지어 놨는데……!”
누군가는 분노를.
“별수 없죠…… 지구로 귀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탄식을.
“하지만 퇴각하고 싶어도…… 부상자도 많고 모두들 지쳐 있어요. 게이트까지 전투를 벌이면서 가기는 너무 어려워요.”
누군가는 걱정을 쏟아 냈다.
하지만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그들은 할 일을 해야 했다.
그들은 영웅.
몬스터들과 맞서 싸우는 인류의 기둥이자, 그들의 미래를 열 구원의 한 축이었으니까.
지금 정도의 위기는 질릴 정도로 겪어 봤다.
그들은 극도로 현실적이었으며, 극도로 포기가 빨랐다.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과 같은 의견이 나왔다.
“어쩔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 선계의 공룡족들에게 유효한 유인 마법은 있어요. 그러니 저번에 했던 것처럼, 한 사람이 남아서 이 임시 기지를 제어해 시간을 벌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을 제물로 삼아 상황을 모면하자는 말.
하지만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누가 남죠?”
“저번처럼 제비뽑기로 하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건, 이 세계의 정보와 임시 기지에 대해 잘 알며 또한 높은 마력적성을 가진 자밖에 없다.
따라서 제물은 이 자리에 참석한 자들 중 한 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 모두가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인적 자원들이니, 능력의 고하를 따지는 것이 아닌, 운-도박-으로 필요한 제물을 선택해 왔다.
전쟁터에서 도박판은 빠질 수 없는 놀잇거리다.
누군가가 금방 사람 수에 맞춰 제비를 준비해 왔고, 빠르게 순서가 돌며 제비 통이 비었다.
“…….”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스스로의 제비를 보고 눈치를 봤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여유가 있다는 것은 곧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났다는 것. 그러니 당연하게도, 혼자 물끄러미 제비의 결과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제가 남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제물로 낙인이 찍힌 한 사람.
강력한 마력적성으로 변한 푸른 머리, 그리고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여자다.
강철여제, 혹은 킹메이커로 불리는 최강의 후위.
한서리는 한숨을 쉬며 당첨 표시가 되어 있는 제비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
* * *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긴 했지만, 한서리의 머릿속은 이미 산산조각 나 있었다.
그녀는 당첨 패를 뽑는 순간 알았다.
자신이 이들로부터 버려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제비뽑기가 사기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비뽑기라는 건 그저 비난을 피하기 위한 구실이라는 것을.
‘왜 나야?’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의외로 그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위기가 닥칠 때면, 입지가 약하거나, 능력이 모자라는 자들부터 순서대로 도마뱀 꼬리처럼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모두들 그 결과에 대해 묵인해 왔다.
하지만 한서리는 그 잘려 나간 꼬리가 자신이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 중에서 그녀는 가장 뛰어났으니까.
영웅으로서의 능력, 지휘관으로서의 능력, 행정관으로서의 능력 등을 모두 따져 봐도 그녀를 뛰어넘는 사람은 없었다.
굳이 모자란 것을 꼽자면 하나.
‘인간 관계인가…….’
그녀는 언제나 밉살맞은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분명히 했고, 규정을 철저히 지켰으며 스스로의 뜻을 관철하는 데에 있어서 남에게 알랑거리지 않았다.
그런 칼 같은 성격을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았다. 뒤편에서는 사람이 아니라는 둥, 몸에 피 대신 얼음이 흐른다는 둥의 말이 떠도는 것도 안다.
그런 평가들이 자신의 입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 모든 것을 앎에도 한서리가 그것을 개의치 않아했던 것은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소 미움을 받더라도 그렇게 행동하는 게 자신의 능력을 살리는 길이며, 그렇게 키운 능력이 어설픈 인간 관계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모두에게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 생긴 것이 못나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더 성능이 좋은 물건을 택하는 게 맞지 않는가?
대부분의 인간들이 바보들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아무리 멍청이 병신인 것에도 정도가 있지,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안다면 지금 같은 험난한 시기에 성능보다 외견이나 취향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생각한 자신이 오히려 바보였다는 것을, 혼자 남은 한서리는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콰르릉! 콰르릉!
“캬아아아아!!”
화신의 탐색을 위해 선계 내에 지어진 임시 기지.
한서리가 조작하는 유인 마법에 의해 이끌려 온 몬스터들이 기지 내의 방위 장비들과 충돌하며 사방에서 진동과 폭음이 울렸다.
유인 마법은 사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후 및 주변의 마력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해 가며 술식을 바꾸어 주어야 했기 때문에 반드시 사람의 관리가 필요했다.
발동 자체는 대량의 마정석으로 이루어진 마력 노심으로 이루어지지만 그만큼 마력이 방대했기 때문에, 그것의 술식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S급 이상의 마력 적성이 요구되었다.
“…….”
한서리는 회한에 젖어 있는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주변의 데이터를 살피며 아군이 쉽게 퇴각할 수 있도록 몬스터를 불러 모으는 역할을 수행했다.
어차피 그녀는 이미 살 수 없다.
사람들은 이미 떠났고, 그들이 사방에 뿌려 놓은 먹잇감과 기지의 마력 노심이 만들어 내고 있는 유인 마법 때문에 이미 기지 내부는 몬스터 천지였다.
시간 끌기용으로 남겨 놓은 골렘과 함정들도 곧 모두 파괴될 것이고, 남은 자리에 한서리가 빠져나갈 구멍 따윈 없다.
그러니, 죽더라도 뭔가 하나라도 더 하고 죽는 게,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모두.
모두.
모두.
그 모두에 자신은 포함되어 있지도 않는데도, 그딴 생각을 떠올리는 스스로에게 염증이 생겼다.
“병신 같은 년.”
그러고보면 평생을 남을 위해 살았다.
어렸을 때는 집안을 위해 살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가문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혼이라도 팔 수 있는 자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출세욕에 미친 괴물이었다.
그래도, 도움이 된다면 이쪽을 바라봐 줄 줄 알았다. 사랑해 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고, 그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욕심을 부리다 격화된 마계와의 전쟁 속에서 허망하게 죽어 버렸다.
가문이 망한 뒤에는 인류를 위해 살았다.
어렸을 때와 달리 딱히 무언가를 바라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계속해서 상류 세계와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고, 스스로 가진 능력도 출중했다.
그렇기에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당연했고, 그 자리가 오히려 한서리를 지배해 그녀를 남을 위해 살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가 이거야?’
한서리는 버려졌다. 그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제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바보처럼 죽어 나자빠지게 생겼다.
쾅! 콰콰쾅!
사방이 폭음으로 가득했다. 무시무시한 숫자의 괴물들이 기지를 유린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의 유인 마법은 필요 없다. 제어판에서 손을 뗀 한서리는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빨간 버튼이 보였다.
척 봐도, 뭔가 위험한 것과 관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붉은빛.
그것은 기지의 자폭 장치였다.
한서리는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이것을 누르면, 아래에 파묻어 놓은 폭탄이 터져 기지 내에 침범한 괴물들을 모조리 날려 버릴 것이다.
그녀 자신과 함께.
이번 후퇴를 위해 임의로 만들어 둔 것인 데다 준비 시간도 짧아서 버튼은 제어판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천장에서 끌어낸 전선과 연결되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한서리는 버튼을 집어 들었다.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스스로의 인생을 끝낼 마지막 각오를 다지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각오는 개뿔, 이 자리에 자신이 있는 게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버튼을 누르는 걸 망설였다.
딸깍.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버튼이 눌렸다.
“이런 씨발……!”
고의로 누른 게 아니다. 한서리는, 덜덜 떨리는 스스로의 손이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작적으로 움직여 버튼을 눌렀다는 걸 깨달았다.
기폭 장치가 가동하고, 버튼과 연결된 디스플레이에 5분이 찍혔다가, 이내 4분 59초로 바뀌었다.
앞으로 폭파까지 남은 시간은, 4분 58초.
그것을 확인하는 사이에 시계는 57, 56, 55…… 빠르게 줄어 가고 있었다.
저 시간이 다 흘러가면, 난 죽는구나.
그제야 자신이 정말 죽을 거라는 실감이 들었다.
평생 남들에게 휘둘려 살아왔는데, 헌신짝처럼 버려져서는, 벌레처럼 육체 한 조각 남기지 못하고 폭발에 휘말려 타 죽는 것이다.
어깨가 오들오들 떨렸다.
죽을 위기에 처한 건 처음이 아니다. 수많은 전장을 거닐었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수백 수천 번도 넘게 했다.
하지만 그 상상 속에서 단 한 번도, 이렇게 혼자 쓸쓸하게 죽는 모습을 그린 적은 없었다.
한서리는 스스로의 몸을 끌어안았다.
문득,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천천히 제어판 위에 고개를 박았다. 먹먹한 가슴, 그리고 막힌 목구멍에서 낮은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싫어…… 이렇게 죽는 건…….”
“세팅 끝났으면 이제 가지?”
“흑…… 씨발…… 좆같은 새끼들…… “
“이봐, 자폭장치 설정까지 끝났으면 임무는 완수한 거라고.”
“내가 왜! 내가 왜 이렇게 죽어야 되는데……!”
“정신 차려!”
커다란 호통 소리.
그리고 동시에 억센 손이 한서리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이만 가자고! 궁상 떨고 있을 시간 없어!”
“아?”
눈물로 흐려져 있는 눈을 크게 뜨자, 한서리는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눈에 익은 남자였다.
이전에 참여했던 작전. 에베레스트 산맥에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그녀가 설계한 작전에 상당히 강력한 반대표를 던졌던 남자였다.
평소에는 존재감도 없었던 주제에, 갑자기 뭐라도 삶아 먹었는지 그때는 은근히 허를 찌르는 발언을 툭툭 던져서 짜증이 났었던 기억이 있다.
한서리는 당황해서 말했다.
“뭐야? 당신? 여기에 왜 있어?”
“왜 있는지, 그게 지금 중요해?”
“??”
대체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지금 이 기지에는 한서리 자신을 제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여기 있어 봤자 남는 건 죽음뿐이니까.
머리가 잘 돌지 않는다. 한서리는 떠오르는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밖으로 뱉어 버렸다.
“아니 무슨 바보도 아니고, 설마 어디서 잠이라도 자다가 사람들이 떠나는 걸 놓치기라도 한 거야?”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나? 말이 되는 소릴 해.”
“진짜 말이 안 되는 건, 당신이 여기 있는 거겠지!”
그렇게 소리치자, 남자는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딱 잘라 말하지. 난 널 데리고 가려고 남아 있었던 거야. 네가 유인책이라는 임무를 맡았으니까, 그게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고.”
“……대체 왜?”
“왜긴, 네가 지금도 짓고 있는 그 멍청한 얼굴이 눈에 밟혀서지.”
“??”
말을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다.
한서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때였다. 바깥에서 와장창 소리가 울리더니 그르렁거리는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곧, 이곳에도 괴물들이 몰려 닥칠 것이다.
“시간 없어. 따라와.”
남자는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한서리의 팔을 잡은 채 통제실 밖으로 나갔다.
한서리는 여전히 얼이 빠져 있었고, 그녀는 멍하니 남자의 등을 바라보며 그가 이끄는 대로 복도를 달려 나갔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무언가를 느꼈는지 달려 나가던 남자가 한서리를 붙잡고 뒤로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캬아아아악!”
벽면이 부서지고, 거대한 파충류의 머리가 두 사람을 덮쳐 왔다.
“큭!”
한서리의 앞을 막은 남자는 양손을 뻗어 그 충격을 받아 냈다.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오는 힘을 부드럽게 흘려내더니, 가볍게 발돋움해 공중제비를 돌며 모든 힘을 운동 에너지로 상쇄해 버렸다.
한서리는 저게 저렇게까지 하면서 막을 만한 공격인가 싶었지만, 어쨌든 남자의 실력 자체는 꽤 괜찮아 보였다.
한 번 생긴 균열이 빠르게 번져 가더니, 한서리와 김건의 앞으로 펼쳐진 복도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이미 반파 상태가 되어 있는 건물의 단면이 드러났다.
“제기랄, 조용히 빠져나가긴 글렀군.”
남자가 허리춤에서 꺼낸 채찍을 손에 쥐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말을 증명하듯, 커다란 괴물들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언뜻, 거대한 도마뱀처럼 보였다.
하지만 본질이 외견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지금 두 사람이 있는 세계는 다른 차원이기는 했지만 지구와 동화율이 80퍼센트가 넘어가는 비슷한 세상이었으니까.
그 비슷하다는 것이 과거, 공룡들이 지배하던 시절의 지구를 기준으로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세계의 선주민족들에게 공룡족이라는 명칭을 붙였으며 눈앞에 있는 괴물은 이렇게 불렀다.
코모도사우르스.
생긴 건 코모도 도마뱀과 비슷하면서도, 공룡처럼 거대했기에 붙인 이름이었다.
코모도사우르스들이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뭉개며 한서리와 남자에게로 접근해 왔다.
몸길이 7미터, 어깨 높이는 2미터는 될 법한 괴물 다섯 마리.
하지만 한서리는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그들이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만 해도 딱히 대응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코모도사우르스는 덩치만 컸지, 별다른 특수 능력도 없는 평범한 몬스터였다.
그녀의 앞을 지키고 있는 남자는 한서리의 기억으로 최소 S급 영웅 이상의 실력을 가진 전사였다.
별다른 직위도 없는 자가 그녀에게 대들 수 있다는 건,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 인정받는 실력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모도사우르스 따위, S급 전위에게는 그저 심심풀이용 장난감에 불과하다.
그런데 웬걸, 갑자기 남자가 긴장된 기색으로 뒤로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그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봐, 버프 걸어. 신체 능력을 상승시키는 걸로. 빨리!”
버프라 하면 한서리의 주특기인 기술이다. 그걸로 킹메이커라는 칭호까지 받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꽤 마력을 소비하는 일이었다.
“버프? 그게 왜 필요한데? 고작해야 코모도사우르스잖아?”
그 말에 남자는 쯧 하고 혀를 차며 더없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마력적성이 F급이야. 게다가 지금 슬럼프라, 실력도 엄청 떨어져 있는 상태란 말이야. 버프가 없으면 제대로 못 싸워.”
그 순간, 복잡하던 머릿속이 하얗게 칠해졌다.
희미하게 피어오르던 기대감이 꺼지자 짜게 식은 실망감만이 남아 혀끝을 맴돌았다.
한서리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뭐지, 이 새끼? 혹시 에베레스트 때 꼽 좀 줬다고 복수하려고 이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