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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63화 (163/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63화

외전 2화 그때 그 사건 (2)

“카아앗!”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질긴 고기만 씹어 온 공룡족에게 인간처럼 맛난 별미는 없다. 코모도사우르스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 듯이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어 왔다.

“자!”

한서리가 곧장 버프를 시전했다. 그녀의 앞을 막아선 남자의 몸에 하얀 서리가 꼈다.

“쉭─!”

동시에 남자가 움직였다. 번개처럼 뻗어 나간 채찍이 맨앞에 있던 코모도사우르스의 다리를 붙잡았다.

놈이 다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 힘을 주어 잡아당기자 거구가 가볍게 허공으로 떠올랐다.

남자는 남아 있는 벽면으로 체중을 지탱하며 그대로 놈들 바깥으로 던져 버렸다.

콰콰쾅!

“크에에엑!”

날아가는 놈의 몸에 부딪힌 코모도사우르스와 함께 두 마리 괴물이 벽면을 부수고 날아가 버렸다.

그사이 거리를 좁힌 괴물이 남자를 물어뜯으려 했다. 그렇게 벌어진 주둥이의 아래쪽에서 강렬한 어퍼컷이 작렬, 단번에 거대 도마뱀의 몸이 떠오르고 번개처럼 파고든 남자가 놈의 심장을 채찍 아래쪽으로 뾰족하게 뻗어 있는 송곳으로 관통.

푸들거리며 움직임을 멈추는 시체를 뒤로하고 바로 찌르기를 날려 또 한 마리의 머리를 꿰뚫었다.

“카아아앗!”

나머지 한 마리는 남자를 내버려 두고 뒤편에 있는 한서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

한서리가 마력을 짜내고, 손을 들어 올려 방어하려는 찰나.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나타난 남자가 진각을 밟으며 팔꿈치로 도마뱀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갈라지는 비늘, 전사경을 통해 소용돌이치며 쥐어짜듯이 파이는 옆구리.

콰아아앙!

폭발 같은 충격파가 터진다.

내장이 모조리 박살 난 코모도사우르스가 피를 쏟으며 방금 뚫린 구멍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후욱…….”

순식간에 다섯 마리 괴물을 처치한 남자가 호흡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한서리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버프 없이 못 싸운다고 징징거리기에 별 기대 안 했었는데, 막상 싸우는 모습을 보자 상당히 실력이 좋았다.

오라를 뽑아내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정말로 가진 마력이 적은 듯하다.

그러나 체술의 수준은 굉장했다.

버프가 있다는 가정 하에, 확실히 S급의 실력.

조금은, 기대를 걸어 봐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크르륵!?”

전투의 여파로 부서진 벽면의 틈으로 수십 개의 눈이 번쩍였다. 유인 마법에 의해 잔뜩 몰려온 괴물들의 시선이 한서리와 김건에게로 꽂혔다.

“따라와!”

남자가 외치며 먼저 달려 나갔다. 버프를 걸친 몸이 쏜살같이 부서진 복도를 가로지른다. 한서리는 재빨리 골렘을 소환하고 그 등 뒤에 올라타 남자의 뒤를 쫓았다.

“캬아아아악!”

“쉿, 쉬이이이잇!”

그런 둘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수십 마리의 코모도사우르스들이 혀를 날름대며 달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네 다리를 팔딱거리는 모습은 언뜻 우스워 보였지만, 그 무시무시한 속도를 보면 누구나 등줄기에 오한이 서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자동차만 한 덩치의 괴물임에야, 그 압박감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한서리는 뜨악하는 표정으로 쫓아오는 괴물들을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대체 어딜 가려고? 도망칠 구멍 따윈 없어! 이미 사방이 파충류 밭이라고!”

고작 덩치 큰 도마뱀 몇 마리 잡는다고 될 일이면 애초에 한서리가 삶을 포기했을 리가 없다.

적은 지금 뒤에 쫓아오고 있는 코모도사우르스뿐만이 아니었다.

코모도사우르스는 공룡족들 중에서도 상당히 약한 개체. 공룡족은 그것보다 훨씬 강하고 무서운 생물체들로 가득하다.

한 마리를 사냥하는 데에 영웅 수십 명이 달라붙어야만 하는 엡실론급 몬스터가 산봉우리마다 있을 정도니까.

“뿌워어어어어어!!”

그런 생각이 끝나자마자 측면에 엄청난 크기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시야 확보를 위해 설치된 임시 기지의 탑이 허수아비처럼 쓰러지며 약한 지진이 일었다. 거대한 다리로 그것을 짓밟으면서 나타난 것은 드래곤베어, 라는 명칭이 붙은 괴수였다.

머리는 드래곤인데, 몸뚱이는 곰과 같다 하여 붙은 이름.

외견만 보면 꽤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다만, 그 곰의 덩치가 15층 건물과 맞먹어야 하겠지만.

그런 놈이 미친 듯이 내달리는 인간 둘과, 그 뒤를 쫓는 수십 마리의 코모도사우르스를 포착.

주둥이 위에 달린 코가 대기를 흡입하고, 놈의 입이 쩍 벌어지는 순간, 그 안쪽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색 불길이 지면에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앙!

극대소멸공격, 플레어에 맞먹는 열기의 파도가 작렬했다. 한순간에 코모도사우르스의 절반이 잿더미, 혹은 바싹 구워진 고깃덩어리가 되어 널브러졌다.

쿵쿵 발소리를 내며 걸어온 드래곤베어가 탄내가 나는 코모도사우르스의 시체를 한입에 집어삼키는 모습을 보며 한서리가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아이스 골렘의 품에 안긴 그녀는 얼른 마력을 뻗어 등 뒤에서 뻗어 온 열파를 막느라 반쯤 녹아 버린 골렘의 육체를 수복해 주었다.

드래곤베어가 후방의 추적자들을 절반 이상 날려 버렸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사라져 버린 괴물보다 더 많은 숫자의 괴물들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딜 가려고 하는 거야?”

답답해진 그녀가 물었지만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한서리는 이를 악물며 시작점과 현재의 위치의 차이를 기지의 구조에 대입해 다음 경로에 나타날 것들을 찾았다.

“설마……!”

깜짝 놀란 한서리의 입에서 기가 찬 목소리가 토해졌다.

인간들의 기지는 방어할 면적을 줄이기 위해 절벽을 등지고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남자는 그 절벽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절벽을 박차고 날아갈 재주는 없으니, 남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그의 생각을 알아챈 한서리가 소리쳤다.

“강으로 뛰어내릴 셈이야? 미쳤어?”

절벽 아래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폭도 넓고, 수심도 수십 미터를 넘는 커다란 강이다.

강은 언뜻 도망치기 좋아 보이지만 지상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었다. 인간들에게 이 선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을 꼽으라면 누구라도 첫 번째로 손꼽을 정도의 지옥이다.

한서리가 외쳤다.

“강 아래에서 마력을 쓰면 죽어! 마력을 안 쓰면 당연히 죽고!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닥치고 따라와! 아니면 더 좋은 대안을 내 보던가!”

“그딴 게 있겠냐!?”

애초에 한서리는 기지 안에서 죽을 생각이었다. 탈출구 따윈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남자의 미친 짓을 막을 대안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한서리는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는 뭘 해도 죽는다. 그렇다면 멍청한 생각 같아도, 저 남자의 자신감에 걸어 볼 수밖에 없다.

“제기랄!”

한서리가 골렘을 채근해 속도를 높였다. 남자의 계획을 눈치챈 그녀는 그가 뭐라고 외치기도 전에 정면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마법을 전개. 한서리가 발사한 얼음의 대포가 정면을 가로막는 벽면에 구멍을 내고, 남자는 버프로 강화된 근력을 이용해 그대로 그것을 부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휘이이잉!

거친 바람이 불며 높은 하늘과 푸른 정글이 보였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것은 줄기줄기 굽이치는 커다란 흙탕물.

골렘이 발을 박찼다. 한서리는 그대로 남자의 뒤를 따라 점프했다.

“카아아앗!”

아래쪽의 강에 너무 신경을 쏟은 모양이었다. 한서리를 쫓아 절벽 바깥으로 몸을 날린 코모도사우르스 한 마리가 그녀의 머리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앗……!”

골렘의 팔을 들어 막으려 하지만 늦었다.

한서리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커다란 이빨이 작은 머리를 씹어 부수기 직전에, 뭔가가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헉 하고 숨을 토하며 골렘의 품으로부터 빠져나온 한서리를 누군가가 잡아챘다.

“조심해!”

먼저 공중으로 뛰어내린 남자가 채찍을 날려 한서리를 낚아챈 것이다.

그는 한서리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외쳤다.

“소환 해제해! 버프도 풀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마력을 사용하지 마!”

“……!”

뭐라 대답할 틈도 없다. 순식간에 수면이 눈앞으로 닥쳐 왔다.

하지만 이대로 물속에 빠지면 바로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서리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골렘의 소환을 해제하며 그에게 건 버프까지 회수했다.

그렇게 한서리가 가지고 있던 마력을 갈무리하는 것과 동시에.

발이 수면에 닿았다.

퍼어어엉!

퍼져 나오는 물보라.

충격, 그리고 차가운 물이 전신을 휩쓸었다.

한순간에 눈앞이 새까맣게 변했다가 돌아왔다.

“컥, 허억!”

이렇게 높은 곳에서 물로 뛰어내린 것은 처음이다.

잠깐 정신을 잃었던 한서리는 거칠게 숨을 토하면서 본능적으로 발버둥 쳐서 수면 밖으로 얼굴을 빼냈다.

거센 물보라가 일며 그녀를 따라 뛰어내린 코모도사우르스가 수면 밖으로 솟구쳐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샤아앗!”

놈은 거센 물길에 휩쓸려 내려가면서도 목을 뻗어 한서리를 씹어 삼키려 달려들었다.

“힉!”

목숨의 위협에 반사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막으려 하는 한서리.

그런 그녀의 허리를 누군가가 거칠게 잡아당겼다.

“미쳤어? 마력 쓰지 말라고!”

“……!”

호통 소리를 들은 한서리가 행동을 멈췄다. 그녀를 붙잡은 남자는 능숙한 실력으로 헤엄쳐 강물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려 갔다.

코모도사우르스는 그런 두 사람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꼬리를 휘저어 따라붙었다.

그런 녀석이, 방금 한서리가 있었던 자리를 지나는 순간.

슈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물밑에서 뛰어오른 무언가가 도마뱀의 머리를 꿰뚫었다.

켁 소리를 내면서 눈을 까뒤집는 거대 도마뱀.

힘을 잃고 축 늘어지는 놈의 몸이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미친……!”

마력을 숨기는 것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 눈을 까뒤집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한서리가 치를 떨었다.

이 세계의 강은 대부분이 흙탕물 투성이였다. 그러다 보니 수중에 사는 대부분의 생물들이 눈보다는 다른 감각으로 먹잇감을 찾았다.

외부의 마력을 감지하는 것.

그것은 이곳의 수중 생물들이 제일 많이 쓰는 감각이다.

다행히 인간은 기본적으로 마력을 지닌 생명체가 아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등,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하지만 않으면 체내의 마력은 그리 어렵지 않게 숨길 수 있었다.

“헉, 푸흡, 헉!”

실력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수영은 구사할 줄 안다.

한서리는 남자의 뒤를 따라 빠르게 양팔을 저어 헤엄을 쳤다.

빨리, 최대한 빨리 강을 벗어나야 한다.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헤엄을 시작한지 십 초는 지났을까.

한서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악!”

번개처럼 고통이 치밀어 올랐다.

무언가가 다리를 물었다. 한서리가 그 순간 마력을 피워 올리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인내심 덕분이었다.

하지만 마력이 없으면, 한서리는 대항할 수단이 전혀 없다. 후위인 그녀는 힘도 약하고, 고통에 견디는 능력도 부족했다.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털어 보지만 그녀의 다리를 문 무언가는 떨어져나가기는커녕 더 거세게 요동치며 오히려 한서리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큭, 푸헙!”

계속해서 얼굴에 물이 쏟아지는 탓에 침착하게 있을 수도 없다.

이대로 있다간 죽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패닉이 한서리의 머리를 가득 채우는 순간, 이상을 눈치챈 남자가 뒤를 돌아 발버둥 치며 침몰하는 한서리를 발견했다.

그는 그대로 잠수해 사라졌다.

잠시 후, 수면 위로 머리에 구멍이 뚫린 흉측한 물고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축 늘어진 한서리를 끌어안은 남자의 얼굴이 물 위로 솟아올랐다.

“이봐, 괜찮아?”

“……컥, 케흡.”

한서리는 말도 못했다. 겨우 호흡을 토하며 입안으로 들어오는 물을 뱉어 내는 정도였다.

남자는 거세게 양발을 차 헤엄치며 물 아래로 허리춤을 만지작거렸다.

이내 길쭉한 막대를 꺼내더니, 그것을 그대로 한서리의 목 뒤에 꽂아 넣었다. 막대 끝에 달린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며 각성 및 진통 효과가 포함된 약물이 한서리에게 투입되었다.

“허억!”

약물에 의해 정신을 차린 한서리가 퍼뜩 허리를 튕기며 고개를 쳐들었다.

정신이 들자마자 새하얀빛이 들이치며 시야가 트였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놓인 것은, 위아래로 쩍 벌어진 이빨투성이의 기괴한 구강이었다.

“……!”

한서리가 눈을 부릅떴다.

카강!

남자가 휘두른 단검이 이빨을 막았다. 주둥이의 사이로 날카로운 단검의 끝을 찔러 넣었다.

평범한 지구의 맹수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세계는 마력이 지배하는 세상이었고 어지간한 생물들은 모두 지구의 것보다 강력했다.

콰지직!

놈은 삽시간에 단검을 씹어 삼키며 두 사람의 머리 위를 지나쳤다.

기다란 목이 보인다. 그 끝을 따라가 보자 땅에 박힌 듯이 다리를 내리고 있는 생명체가 보였다.

놈은 강변에서 수십 미터를 넘게 늘어나는 목을 휘둘러 다시금 한서리와 김건을 덮쳐 갔다.

“염병……!”

한서리의 눈앞이 까맣게 물들었다.

이래서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다. 온 사방이 위험한 것 천지인데, 마력을 사용하면 오히려 집중 공격당하고, 막상 모든 능력을 발휘해 막아 내려 해도 수중의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전투 기술 및 마법들의 효과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정신 들었으면 숨 참아!”

남자가 외쳤다.

그의 생각을 알아챈 한서리가 크게 호흡을 들이켜고, 두 사람의 몸이 빠르게 물속 깊은 곳으로 잠겨 들었다.

콰르르르!

물거품이 일며 머리 위로 뭔가가 스쳐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한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무언가가 떠오른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간다. 아무래도 지면에서 목을 길게 뽑아낸 괴물이 머리를 휘저어 수면 아래를 뒤지는 모양이었다.

숨을 쉰답시고 위로 올라가면 바로 당한다.

그사이, 잠수한 남자가 계속해서 한서리를 이끌었다. 유속에 맞춰 헤엄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잠수한 상태로 거리를 벌려 벗어날 생각인 모양이었다.

한서리는 그가 이끄는 대로 계속해서 양발을 놀렸지만 금세 호흡이 가빠져왔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잠수하긴 했지만 안전한 상황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맨몸으로 늑대 무리가 우글거리는 우리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언제, 어디서 목을 물어뜯길지 모른다.

괴물 물고기에게 물어뜯긴 다리가 미칠 듯이 아팠다. 그 고통이 몸 어딘가에 또다시 박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물밀듯이 공포가 밀려왔다.

잠수한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체감상으로 못해도 1분은 넘은 것 같았다.

숨통이 막혔지만 한서리는 참았다.

조금만 더 참자.

조금만 더 참자.

그러던 와중, 무언가가 툭 다리를 건드렸다.

“……!”

방금 전에 느꼈던 고통이 되살아나며, 깜짝 놀란 한서리가 숨을 들이켰다.

그 순간,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오며 목구멍을 간질였다. 뭘 생각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다. 그녀는 견디지 못하고 수면 위로 머리를 끌어올렸다.

“헉!”

물 밖으로 머리를 꺼내자마자, 무언가가 다리를 잡아당겼다.

비명을 지르는 한서리, 하지만 그 덕에 그녀의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그것이 그녀의 목숨을 살렸다.

콰직!

“으아악!”

날카로운 이빨이 얼굴 옆을 스쳐 지나가며 그 끝에 걸린 귀가 반쯤 뜯겨 나갔다.

다리를 당기는 힘이 강해졌다. 한서리는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물 아래로 끌려들어 갔다.

부그르르르르!

다리, 그리고 귀가 아프다. 계속해서 물이 코와 입으로 들어오자 정말이지 고통스러웠다.

그때, 누군가가 발버둥 치는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아챘다.

등에 닿는 감촉. 그것은 지금의 한서리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온기였다.

무언가가 귓가를 간질이며 목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끝까지 참아. 기절해도 돼. 내가 구해 줄 테니까.>>

남자의 목소리다.

텔레파시? 아니면 다른 기술?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다. 그게 뭐든, 기술을 사용했으면 벌써 괴물들이 그 마력을 눈치챘을 텐데.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변의 괴물들이 그들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지는 않았다.

남자는 계속 말을 걸었다.

<<괜찮아. 괜찮아.>>

부드럽게 속삭인다. 그 소리를 듣자 조금은 공포가 가라앉았다.

한서리가 발버둥을 멈췄다. 그녀는 호흡을 최대한 참으며 허리를 감은 남자의 손을 꽉 쥐었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다.

그녀는, 지금 남자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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