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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84화 (184/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84화

외전 23화 우리 엄마는 한량 (7)

상당히 곤란한 질문에 김건이 입을 다물었다.

한서리는 이거 보라는 듯이 살짝 떨어져 남편의 앞에서 가볍게 한 바퀴 돌아 보았다.

그렇게 오래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지방층이 얇다 보니 금세 복근이 나오고 등과 팔에 근육이 모습을 보인다.

김건은 지금까지 본 이래로 가장 활기가 넘치는 아내의 몸을 바라보며 갈등에 빠졌다.

한서리는 왠지 떨떠름해 보이는 남편의 표정을 발견하곤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이전이 더 좋은가 보네. 마른 걸 좋아하는구나?”

김건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딱히…… 그런 건 아니야.”

“그러면 뭔데?”

우후후 웃으며 다시금 김건의 목에 팔을 걸치는 한서리. 키스를 할 듯이 얼굴을 가까이 하며,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을 향한다.

“놀리지 마.”

김건은 아내의 시선을 피했다.

“놀리는 거 아니야. 진짜로 궁금해서 그래.”

부드럽게 남편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속삭이는 한서리.

이 정도로 끈질기게 물어 오는 것은 거의 괴롭힘에 가깝다. 김건은 조금 불퉁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은 더 이상 장난치지 않겠다고 해 주면 대답해 주지.”

마치 어린아이 같은 남편의 반응에 한서리가 까르륵 웃었다.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알았어. 그러니까 대답해 줘.”

그러자 김건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별건 아니야. 그냥, 당신은 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 마른 상태였으니까…… 그게 익숙해서 더 좋다고 생각하는 거야.”

“흐음, 그냥 눈에 익은 모습이 더 좋다는 거네. 그래서 지금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거고?”

“그렇다고 봐야겠지.”

한서리는 그 대답이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흐흥, 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이내 매혹적인 미소를 띠었다.

“그럼 기대하고 있어. 금방, 이 모습도 좋아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김건은 생각했다.

그것은 그저, 짓궂은 아내의 농담일 것이라고.

* * *

문제가 생긴 것은 주짓수를 기본으로 한 그래플링 기술을 익힐 때였다.

기술을 익히기 시작해 한창 타격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한서리는 김건이 그래플링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래플링? 그런 게 쓸모가 있어? 실전에서 쓰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그거야 실전에서는 보통 무기가 있으니까. 우리가 싸우던 적은 인간형이 아닌 게 대부분이었고.”

김건은 차분히 설명했다.

“하지만 무시하지 마. 형태는 다르지만, 그 기본 원리는 실전에서도 항상 쓰이는 기술이고, 맨손 격투에서는 강력한 위력을 지니니까. 특히, 잘 모르면 대처가 어렵다는 점에서 반드시 몸에 익혀야 할 기술이야.”

“흐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한서리였지만 그녀도 직접 그 기술을 체험하고 기본 원리를 깨닫자 그 중요성에 대해 이해했다.

제대로 된 수련에 앞서, 김건이 준비한 참고 영상을 보던 한서리가 문득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누운 상태에서 바짝 붙어 공수를 교환하고 있는 선수들을 가리켰다.

“근데…… 저거 뭔가 야하지 않아? 서로 껴안고 뒹구는 게 좀…….”

이제는 아내의 농담에도 지쳤다. 김건은 차갑게 말했다.

“뭐가 야해? 기술 연습하는 건데.”

“동성끼리니까 그렇지. 남녀가 저렇게 얼싸안고 있다고 생각하면 꽤 야한데.”

“뭐든지 그쪽으로만 연관 짓지 마.”

김건은 쯧쯧 혀를 차며 얼른 훈련이나 하자며 한서리를 들볶았다.

그렇게 시작된 그래플링 연습.

한서리는 확실히 머리가 좋았다. 일 대 일 수업의 효과도 있겠지만, 한 달쯤 지나자 꽤 능숙하게 서로 붙잡은 상태에서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슬슬 스파링을 해 볼까.”

이미 타격기를 기본으로 한 스파링은 몇 주 전부터 하고 있었다. 김건은 그 범위를 그래플링까지 넓혔다.

주짓수 도복을 갖춰 입은 두 사람이 매트 위에서 마주 섰다. 남편을 마주 보며 한서리가 씩 웃었다.

“봐주지 마.”

“안 봐주면, 너무 빨리 끝나서 연습이 안 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바보야.”

잡설을 늘어놓으며, 두 사람의 손이 얽혀들었다.

붙잡은 손을 좌우로 흔들어 김건의 중심을 흔들던 한서리.

그녀가 호흡을 내뱉으며 깊숙하게 김건의 안쪽으로 파고들더니, 곧바로 태클을 걸며 테이크 다운을 시도했다.

“음.”

뒤로 다리를 빼서 피할 수도 있었지만, 김건은 한서리의 실력을 보기 위해 테이크 다운에 걸려 주었다.

하지만 그는 뒤로 넘어지면서도 한서리와 자신의 배 사이에 무릎을 끼워 넣어 프레임을 세워 가드했다.

김건을 엎어트린 한서리가 그의 도복을 붙잡았다. 그녀는 김건의 상체를 가슴으로 누르며 자신의 무릎으로 김건의 다리를 치우고 상위 포지션을 잡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김건 역시 마냥 당해 주지만은 않았다.

그는 한서리가 얼마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로 역공을 걸었다.

한서리의 기술에서 빠져나오며 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한서리의 백을 잡았다. 곧바로 초크를 걸었지만 한서리는 팔을 끼워 넣어 초크를 방어하며 백 포지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옆으로 몸을 굴렸다.

소리 없이 두 사람이 몸을 섞었다.

두 사람의 손이 매트 위에서 얽히고, 다리가 회전하며 퉁겨진 허리가 상대를 밀어 냈다. 한서리와 김건은 뱀처럼 몸을 엮은 채 바닥을 뒹굴었다.

“헉! 헉!”

보기보다 그래플링은 체력 소모가 심하다. 최근에 상당한 단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한서리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조이기를 걸어오는 김건. 그의 팔과 겨드랑이 사이에 고개가 끼이자 땀 냄새가 훅 번져 왔다.

한서리는 가까스로 고개를 빼내곤 김건을 밀치며 그를 깔고 뭉개기 위해 들어갔다.

꽤 오랜 시간 쉬었기 때문에 김건의 호흡도 슬슬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는 숨을 내뱉으며 한서리의 공격을 막았다.

계속된 움직임.

뜨거운 숨결이 서로의 얼굴을 스쳤다. 거친 당기기에 헐렁하게 입었던 도복이 풀어지고, 흘러내린 옷 사이로 살결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두 사람의 동작이 멎은 것은, 김건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한서리가 클로즈드 가드를 잡았을 때였다.

클로즈드 가드.

방어하는 측이 아래에 깔린 채 양다리를 엮어 공격자의 허리를 제압하고, 상체를 길게 뻗어 상대방의 기술에 당하지 않도록 거리를 벌리는 자세.

그리고 김건은 가드를 패스하기 위해 한서리의 옷깃을 붙잡은 상태였다.

한서리가 걸친 도복이 너무 헐거워져서, 다시 갖춰 입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작을 멈춘 것이 실수였다.

문득, 짙은 체향이 코를 간질이며 도복 사이로 훤히 드러난 아내의 상체가 보였다.

달라졌다.

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하던 팔에 근육의 결이 보이고, 어깨는 이전보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동그랗게 솟아 있다.

변화된 육체에 맞게 부푼 가슴. 건강한 주홍빛을 띄기 시작한 살결. 단단하게 자신의 몸을 붙잡아 오는 탄력적인 팔다리.

그 차이를 이제야 제대로 인지한 김건의 움직임이 멎었다. 자신의 아래에 깔려, 누워 있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본다.

“…….”

“…….”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두 사람의 사이에서 피어올랐다.

그리고 한서리는, 그렇게 변한 남편의 시선을 눈치챈 듯 초승달처럼 눈매를 휘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봐, 야하잖아.”

김건은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 * *

“…….”

그 다음 날, 김건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냥 말을 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한서리의 모습만 봐도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마치 경험 한 번 없는 총각마냥 아내를 피했다.

“아빠, 어디 아파?”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의 모습에, 아이들까지 불안해할 정도다.

그 꼴을 보다 못한 한서리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자마자 김건의 등을 철썩 때렸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애가 둘인 사람이!”

다시금 김건이 한서리에게 시선을 향한다. 하지만 그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한서리를 외면하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남편이 이 정도로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다.

답답해진 한서리가 빽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은 개뿔 하지만이야. 먼저 들이댄 게 그렇게 부끄러워? 나한테 감사해! 지금까지 그 부끄러움은 내가 다 감당해 줬으니까!”

“……당신도 부끄러웠어?”

“뭐어?”

이딴 벽창호를 믿고 지금까지 잘해 준 자신이 멍청했다는 것을 깨달은 한서리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눌러 참으며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부끄럽지 이 인간아…… 당신이 좋으니까 지금까지 참고 다 알아서 해 준거라고!”

“……미안, 몰랐어.”

“~~~!!”

다른 부부 같았으면 여기서 백 퍼센트 싸움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바보 같은 모습이 어쩐지 귀엽고, 용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한서리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잘못한 건 아는 모양이었다. 평소처럼 상냥한 터치는 아니었지만, 김건이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어깨를 쓰다듬어 주자 한서리는 상당히 기분이 나아졌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훈련이나 가자.”

“…….”

안절부절해하는 모습이 꽤 귀엽다. 그 지독한 벨제불의 정신 지배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사람이 자신의 태도 하나하나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서리는 지금의 상황이 꽤 재미가 있어졌다.

잘만 하면 이거 하나로 두고두고 놀려 먹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서리는 김건과 함께 훈련에 나섰다.

평소처럼 체력 단련과 근력 운동을 한 뒤, 기술을 배우고 스파링을 할 시간이 되었다.

큼큼, 헛기침을 한 뒤 김건이 말했다.

“오늘은 새로운 스파링 상대를 구했어.”

“왜? 또 부끄러운 일 할까 봐?”

“……그건 아니고, 이제 어느 정도 기본이 잡혔으니까. 제대로 된 스파링을 경험시켜 줄까 싶어서.”

“누군데? 당신이 아는 사람이야?”

“안다고 하면 알고, 모른다고 하면 모르지. 안면 정도만 익힌 사이니까.”

그게 누구지?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서리.

김건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마 금방 올 거야. 방금 전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거든.”

말이 끝나자마자 체육관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틈으로 어마무시한 덩치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아는 얼굴을 발견한 한서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에디 교수님?”

“오랜만이다.”

과거, 발할라의 교수. 은퇴한 이후에도 김건 부부와 계속해서 교류를 가져 왔던 에디 슐츠였다.

신분을 바꾼 채 살아가고 있는 한서리와 김건의 정체를 아는 몇 안 되는 지인들 중 하나다.

간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에 한서리는 미소를 지으며 에디와 악수를 했다.

“안 그래도 올해는 꼭 찾아뵈려고 했었는데, 요즘 서로 얼굴을 못 봤잖아요.”

“서로 애들을 키우는 상황이니까, 타이밍이 자꾸 꼬이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에디는 껄껄 웃었다.

“스칼렛 언니는 잘 지내죠?”

“마누라야 너무 잘 지내서 문제야. 오늘도 아침부터 짜증을 내길래 달래 주느라 고생했다고.”

엄살을 피우며 혀를 내두르는 에디의 반응에, 한서리는 쿡쿡 웃었다.

그러던 그녀는 문득 김건이 부른 것이 새로운 스파링 상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나보고 에디 교수님이랑 스파링을 하라는 건 아니겠지?”

김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형님은 가르치는 쪽. 당분간 당신의 기술을 가다듬어 줄 거야.”

“교수님이 마력 제한 격투기에도 조예가 있었던가?”

에디가 대단한 고수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김건과 마찬가지로, 그는 실전에서의 고수였지 스포츠의 영역에서까지 그 능력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에디는 한서리의 질문에 가소롭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마력제한 격투기 협회 이사 중 한 명인데.”

“응? 그건 무슨 소리예요?”

몰랐던 사실에 눈을 크게 뜨는 한서리. 에디는 킬킬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나는 발할라 시절 때부터 마력 제한 격투기에 선수로 뛰었어. 그때 나랑 같이 선수하던 녀석이 은퇴하곤 이 판을 여기까지 키워서 협회장이 된 거고.”

“흐음.”

흥미롭다는 듯이 한서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디는 그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러곤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에 감탄을 토했다.

“갑자기 선수를 하고 싶다고 하길래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농담이 아니잖아. 제대로 되어 있는데 그래. 이렇게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어?”

“4개월 정도요.”

“마법을 사용하면 근육을 회복시키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대단한걸. 네게 이 정도 재능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정확히는 기린의 능력을 이용해 없던 재능을 만들어 낸 것이지만 한서리는 굳이 그 말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교수님이 아니라면 스파링 상대는 어디 있는 거예요?”

그러자 에디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 녀석, 바로 들어오라고 했더니…… 잠깐만 기다려.”

못마땅한 표정으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에디가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

무엇을 하는지 커다란 호통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에디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의 뒤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야야야야! 아프잖아 이 노땅아! 빨리 안 놔!”

귀를 붙잡힌 붉은 머리칼의 여자아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두터운 에디의 팔뚝을 치고 있다. 에디는 신경질적으로 경고했다.

“아빠한테 노땅이 뭐야, 노땅이. 또 혼나고 싶냐?”

“……아빠? 설마 그 아이…….”

에디의 말로 상황을 깨달은 한서리가 손가락으로 여자아이를 가리켰다.

그러자, 에디는 크게 웃으며 화가 잔뜩 난 여자아이의 등을 밀치며 말했다.

“그래, 이 녀석이 오늘 네 상대를 해 줄 내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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