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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89화 (189/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89화

외전 28화 우리 엄마는 한량 (12)

유미와 재하,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불사조의 새끼라고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아기 새를 바라보는 재하.

세라스가 손가락으로 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불사조에 대해 알고 있니?”

“드래곤 랜드에서 본 적은 있어요. 엄청 커다래서는, 활활 불타는 모습이었지만.”

“그래. 그거 맞아. 녀석들도 크면 그렇게 될 거야.”

“……그럼 키울 수 없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일반적인 생물이 아니라, 몸의 크기는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거든.”

잠에서 깨어난 새끼 불사조들은 검은 눈으로 까무룩 유미와 재하를 쳐다보더니 삐익삐익 울었다.

겁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것 같지는 않다.

어쩐지 녀석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 것 같아서, 두 사람은 각자의 불사조를 품에 안아 주었다.

“…….”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재하와 유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세라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너희 부모님한테 부탁해서 너희들의 피를 받아 미리 각인을 시켜 뒀거든. 이미 너희를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을 거야.”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받은 새끼들은 색이 달랐다. 머리에 볏처럼 세로로 그어진 줄무늬가 있었는데, 재하의 것은 파란색, 유미의 것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이거…… 정말 키워도 되는 거예요?”

재하가 물었다. 세라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미 허락도 다 받았는걸.”

다시 한번, 와아! 하고 유미의 환성이 울려 퍼졌다.

유미는 불사조를 들어 올리더니 솜털이 보송보송한 그것을 자신의 볼에 쓱쓱 문질렀다.

“부드러워…… 진짜 애기 같애.”

그녀는 그러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물었다.

“불사조는 뭘 먹어요? 재우는 건 어떻게 재우죠? 강아지처럼, 산책도 필요한가요?”

“뭘 먹일 필요는 없어. 불사조는 그것 자체로 완성된 존재라, 생과 사의 순환을 반복할 뿐 기본적으로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생물이 아니거든.”

“……무슨 말이에요? 그게?”

“이 이상은 말로 설명하기 복잡하니까…… 자료는 따로 보내 줄게.”

세라스가 깍지 낀 손을 탁자 위에 올리고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조금 진지한 자세로 말을 이었다.

“음식을 못 먹는 건 아니니까, 주고 싶으면 뭘 줘도 돼. 키우는 방법도 따로 없어. 다만 이거 하나만 명심해.”

“…….”

“불사조는 기본적으로 죽지 않지만…… 부활을 반복하며 매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생명체야. 이 아이들이 이번 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오로지 주인인 너희들의 손에 달려 있어.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거야. 잘 키우면 너희들이 봤다는 것처럼 늠름하게 자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평생을 지금 그 모습으로 지낼지도 몰라. 그러니 책임을 가지고, 소중히 대해 주렴.”

세라스의 충고에 재하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유미는 설명이 조금 길어지는 순간에 이미 불사조에게 정신이 팔렸다.

그녀는 디저트로 시킨 케이크 조각을 아기 불사조의 입에 넣어 주다가 녀석이 도리질을 치며 캑캑 그것을 뱉어 내자 “이잉! 이건 먹기 싫은가 봐. 오빠, 이것 좀 먹여 봐도 돼?”이러면서 재하 몫의 디저트에 손을 뻗고 있었다.

세라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찾기 위해 꺼내 놓았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재하는 아직 불사조보다는 세라스에게 관심이 많은 듯했다. 그는 불사조를 끌어안은 채 세라스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세라스 씨…….”

“이모…… 아니, 그냥 누나라고 불러.”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이모야, 하고 세라스가 작게 투덜거렸다.

재하가 질문을 이었다.

“세라스 누나는 이런 걸 다 어디서 구한 거예요?”

세라스는 마침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기 위해 들어 올렸던 해골을 휘저어 보였다.

척 봐도 인간의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괴이한 두개골이 다각다각 턱을 떨며 흔들렸다.

“이거? 다른 선계에서야. 선계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니?”

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선계라고 하면…… 용족이나 수인들의 고향이라고 하는 그곳이요?”

“그래.”

“선계?”

유미가 그 말에 반응했다. 그 잠깐 새에 무슨 짓을 한 건지, 그녀의 앞에 있는 아기 불사조의 입에는 한 움큼의 막대 과자가 쑤셔박혀져 있었다.

세라스마저 저거 괜찮을까 생각이 들 정도의 광경이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아기 불사조는 왁왁거리며 작은 몸으로 순식간에 그것을 먹어치워 버렸다.

처음의 어색함은 어디 갔는지, 유미는 거의 동경에 가까운 시선으로 세라스를 쳐다보았다.

“언니, 혹시 선계 탐사자예요?”

10여 년 전, 타차원에서 있었던 침략으로 지구는 선계라 불리는 여러 다른 차원들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직 여러 분쟁 요소가 있어 아직 그곳은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슬슬 그런 선계를 탐사해 보려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탐사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자칫하면 다른 차원에 있는 이계의 문화권을 자극하는 굉장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실제로 침략을 당한 적도 있고.

그렇기에 선계 탐사는 아주 엄격한 시험을 통하여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한 자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다.

과거로 치자면 탐험가나, 우주비행사 같은, 로망이 담긴 직업이었다.

유미가 말했다.

“선계 여행을 위해서는 공간 마법이 필수라고 들었거든요. 그걸로 아까 그 주머니도 꺼낸 거죠?”

“아, 그게…….”

세라스는 대답을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쿡 하고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선계 탐사자. 딱 어울리네.”

* * *

“불사조는 에테르화가 가능해서 숨어 있을 수 있으니까 계속 그렇게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어. 마력을 움직이는 방법은 배웠니?”

“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라스는 불사조를 에테르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가 설명해 준 대로 불사조에 손을 대고 마력을 움직이자 녀석들은 각자의 빛을 뿜어내며 스르륵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세라스는 신기해하는 두 사람을 데리고 카페를 나왔다.

“사실은 내가 지구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현금이 별로 없거든. 그래서 그런데 잠깐 전당포에 들를까 하는데, 괜찮니?”

“전당포요? 그게 뭔데요?”

유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재하가 옆에서 말했다.

“물건을 돈으로 바꿔 주는 데야. 선계에서 가져온 물건을 돈으로 바꾸려고 하시나 봐.”

“그건 어디서 배웠어? 만화책?”

“소설.”

재하는 짧게 대답했다. 세라스는 웃었다.

“그래 맞아. 재하는 책을 좋아하나 보구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대견하다는 듯이 재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재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유미는 의뭉스러운 얼굴로 지금까지 못 보던 모습을 보이는 오빠를 쳐다보았다.

“일단은 필요해서 들르는 거지만, 막상 가면 또 재미있을 거야. 구경할 게 많거든.”

그렇게 말한 세라스는 두 사람을 데리고 전당포에 향했다.

그곳은 아이들의 학교가 있는 곳을 기준으로는 거의 지구의 반대편에 위치한 곳이었지만 게이트 시설을 이용하자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이미 한밤중이었다.

커다란 도시.

밤중이지만 사람들이 와글거리고 사방에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였다. 세라스는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아이들을 발견했다.

딱히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물었다.

“이런 데에 와 본 게 처음이니?”

유미는 고개를 저었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엄마랑 아빠는 사람 많은 곳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집도 시골에 있고…… 그리고 이런 곳은 위험하니까, 항상 조심하라고 했어요.”

“그래, 맞아. 그러니까 내 옆에 꼭 붙어 있으렴.”

세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이들을 이끌고 걸었다.

위험하다고 주의를 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곳은 치안이 좋은 곳이었다.

유미나 재하 같은 아이들은 확실히 없다. 하지만 젋은이들이 많고 전체적으로 활기가 넘치는 거리였다.

세라스는 그곳을 가로질러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는 전당포 건물을 찾아 들어갔다.

밖에서는 그저 시커먼 벽밖에 안 보였는데, 그 안은 상당히 고급스럽게 꾸며진 곳이었다.

좌우로 펼쳐진 유리창엔 온갖 물건들이 장식되어 있고, 온갖 물건을 짊어진 사람들이 오가며 창구 너머의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미와 재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박물관 같아…… 전당포라는 데는 원래 이런 곳이에요?”

“아닐걸…… 보통은 도박꾼처럼 돈이 급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들었어. 그냥 검은 막 같은 것만 두르고 창구로 물건이랑 돈만 바꾸는 곳 같았었는데.”

유미의 질문에 대신 답해 주는 재하.

세라스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는 좀 유명한 곳이니까. 규모도 크고. 물건 값을 덜 쳐주긴 하지만…… 그만큼 안전하지. 너희들이랑 같이 가야 하는데 진짜 위험한 곳으로 갈 수는 없잖니.”

그러면서 세라스는 커다란 메인 홀의 측면에 작게 붙어 있는 별도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곳 역시 창구가 있었다. 하지만 바깥과는 창구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달랐다.

온갖 종족들이 그곳에 있었다.

수인, 악마, 용족의 복장을 한 사람. 심지어는 턱시도를 입은 채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가스도 있었다.

유미는 3미터가 넘는 강철의 거인을 훔쳐보며 물었다.

“저 사람들은 뭐예요?”

“직원들이야. 여기는 다른 선계의 물품도 취급하는 곳이라, 지구상의 지식만으로는 물건의 값어치를 제대로 판정할 수 없거든. 그래서 다른 선계에 대한 지식이 있는 각 종족의 전문가들을 고용한 거지.”

유미와 재하는 눈을 데굴데굴 굴려 가며 타종족의 직원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하얀 털을 가진 늑대인간의 수인과 눈을 마주쳤다.

끄덕.

늑대인간은 두 사람을 향해 차분하게 인사를 해 보였다.

수인을 본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저토록 예의 바른 자는 본 적이 없다. 유미와 재하는 저도 모르게 그 수인을 향해 마주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올곧은 태도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세라스는 그 수인의 앞에 서더니, 아까의 주머니를 꺼내서는 그 안의 물건들을 보여 주며 흥정을 시작했다.

뭐라 뭐라 알 수 없는 말소리가 오간다.

유미가 속삭였다.

“저게 뭐 하는 거야? 공용어는 아닌데. 수인의 말인가?”

재하 역시 작게 말했다.

“일반 말소리가 아니라 텔레파시로 대화를 하는 걸 거야. 다른 선계 사람들이랑 이야기할 때는 보통 그렇게 말을 나눈다고 들었거든.”

“텔레파시? 그 생각을 바로 머리로 쏘는 걸 말하는 거야?”

“응.”

“그런데 저런 이상한 소리는 왜 내는 거지? 서로 생각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세라스와 늑대 수인이 물건을 놓고 흥정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들이 계속 알 수 없는 수단으로 이야기를 하자 금세 흥미가 떨어졌다.

하지만 주변에는 두 사람의 흥미를 잡아끄는 물건들이 수십 가지는 넘었다.

그렇게 둘은 통로의 중앙에 설치된 유리장에 있는 물건을 빨려 들어갈 듯이 쳐다보고 있었는데, 문득 금속이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자 덩치 큰 기가스가 손가락을 튕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왠지 모르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재하와 유미를 향해 손을 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발견한 세라스가 말했다.

“창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마렴. 손으로 만지지도 말고. 유리장에 손자국이 남아서 그러는 것도 있겠지만…… 안에 있는 물건들이 자칫하면 반응할지도 모르니까.”

“네.”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금세 그 말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세라스는 전당포와 거래를 하고, 재하와 유미는 전시된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응?”

뭔가를 느낀 세라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바로 근처에 있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번개처럼 뻗어 나간 황금색 기운이 아이들의 위를 보호막처럼 둘러쌌다.

쾅-!

폭음이 터져 나왔다.

돌가루와 철근 조각이 튀며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전당포의 벽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검은 털을 가진 늑대인간의 무리가 와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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