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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190화 (190/200)

회귀한 아내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 190화

외전 29화 우리 엄마는 한량 (13)

부서진 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늑대인간들의 동작은 민첩했다.

놈들은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서로를 호령하며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

“신물(神物)을 찾아라!”

“우오오오!”

갑작스러운 습격에 전당포의 손님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카운터에 서 있던 기가스가 반응했다.

크르르릉!

전당포의 경비 역할도 하는 것인지, 금속성의 울림을 토하며 턱시도 차림의 거인이 수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인들 역시 반응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곧장 기가스를 향해 온갖 기술을 쏘아 냈다.

그러나, 그들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일은 없었다.

“흥.”

세라스가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물결 같은 황금색 기운이 뻗어 나가더니 수인들이 쏟아 낸 기술들을 모조리 막아 내고 그들과 기가스의 사이를 갈라 놓았다.

그런 그녀가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콰아아앙!

그녀의 발에서 태어난 충격파가 폭풍처럼 전방을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충격파에 부딪힌 장식장과 카운터가 와사삭 과자처럼 부서지고, 무언가를 찾아 사방으로 뻗어 나가려 하던 수인들이 거대한 거인의 주먹에 얻어맞은 것마냥 뒤로 날아갔다.

“……!”

“뭐야, 저 인간은!”

당황한 목소리가 수인의 언어로 튀어나오고, 위험을 깨달은 그들이 세라스를 향해 화력을 퍼부으려 할 때였다.

나직한 말소리가 수인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멈춰. 함부로 적대할 인간이 아니다.”

수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부서진 구멍 바깥에서, 천천히 한 명의 수인이 걸어 들어왔다.

검은 털과 흰털이 뒤섞여 있다. 수인 치고도 커다란 덩치, 그리고 잘 정돈된 털이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다른 수인들과 비교되어 더욱 돋보인다.

흑백의 털을 가진 늑대인간이 정면으로 세라스를 마주 보았다.

‘뭐지? 어쩐지 눈에 익은데?’

묘한 기시감에 세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늑대인간이 먼저 말을 걸었다.

“넌 누구지? 이곳의 경호원인가? 아니면 그냥 사건에 휘말렸을 뿐인가?”

자연스럽게 텔레파시를 통해 언어를 전달해 왔다. 세라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후자야. 그냥 손님이지.”

그러자 늑대인간이 말했다.

“그러면 그냥 가라. 우리의 목표는 이곳이지, 너와는 상관이 없다.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흐으음…… 너, 바보는 아니구나?”

세라스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에 담긴 의도를 알아챈 늑대인간이 칫, 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세라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말로 해 줄게. 여기까지만하고 꺼져. 그러면 봐줄 테니까.”

“……꼭 피를 봐야겠나?”

“냅다 테러부터 시작한 범죄자 새끼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니네.”

그때였다. 늑대인간의 뒤편에 있던 수인 중 한 명이 손안에 떠올라 있는 마법진을 조작하던 와중에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늑대인간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놈의 손가락이 어쩐지 세라스를 향했다.

늑대인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놈은 크르릉, 신경질적인 콧소리를 내더니 물었다.

“너…… 혹시 최근에 우리 수인들이 사는 선계에 왔던 적이 있나?”

“대답해 줄 이유를 모르겠네.”

“왔든 안 왔든 상관없다. 네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 중, 화염의 보주가 있나?”

“화염의 보주? 그게 뭐야?”

긴장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대답하는 세라스. 그런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늑대인간은 이를 악물며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붉은 보석이다. 불타고 있지만, 기이하게도 뜨겁지는 않지.”

“이거 말하는 거야?”

세라스는 아까 유미와 재하에게 줄 선물을 꺼낸 주머니를 불러내더니, 거기서 늑대인간이 말한 것과 똑같은 특징을 지닌 물건을 꺼냈다.

그녀의 손아귀에 쥐어진 붉은 보석이 활활 불타고 있었다.

그것을 본 늑대인간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의 뒤에 도열한 수인들도 단박에 긴장된 기색으로 세라스를 쳐다보았다.

늑대인간이 말했다.

“그거, 내놔라.”

“뭐에 쓰려고?”

“그건 우리의 신물이다. 정성스럽게 모셔야 할 것이지, 사용하고 자시고 할 것이 아니야.”

“이게? 그냥 정령족이 남긴 잔해잖아. 좀 더럽긴 하지만 사실 똥이랑 다를 바 없는데.”

세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공놀이를 하듯 보석을 집어던졌다가 다시 받았다. 그리고 킥 웃었다.

“너희들, 누군지 알 것 같네. 최근에 몇몇 선계에서 아그니스를 추종하는 자들이 차원을 넘나들면서 기승을 부린다던데, 그게 너희들이구나?”

“닥치고 그 물건이나 내놔라.”

“안 내놓으면?”

으르렁, 늑대인간의 이빨 사이로 낮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놈은 무시무시하게 눈을 빛내며 선언했다.

“죽인다. 너뿐만 아니라, 네 뒤에 있는 아이들도 다 죽여 버리겠다.”

살기가 터져 나왔다. 살얼음판이 깔린 것처럼 공기가 차가워진다. 광기로 희번덕거리는 늑대의 누런 동공이 세라스의 등 뒤에 숨어 있던 유미와 재하를 노려보았다.

힉, 하고 유미가 숨을 들이켰고, 재하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난치듯이 그들을 대하던 세라스의 얼굴이 단숨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너…… 미쳤구나? 지금 누구를 협박하는 거야?”

늑대인간은 콧방귀를 뀌었다.

“자신 있는 척해 봐야 소용없다. 조금 강한 듯하긴 하나, 그래 봐야 나약한 인간. 머릿수만 많은 그린스킨들이랑 다를 바가 없어.”

“너희들이 신격화하는 아그니스가 그 나약한 인간한테 죽은 건 모르나 보네.”

“불경한 소리 하지 마라. 아그니스 님은 기린의 모략에 빠져 돌아가신 것이다. 하지만 그분의 의지는 우리가 이어 나갈 것이다.”

“아주 망상에 빠져서 사시는구만.”

세라스는 픽 헛웃음을 흘리고는 뒤편에 있는 유미와 재하의 어깨를 짚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액션 영화 본적 있니?”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세라스는 웃었다.

“지금부터 조금 난폭하고 시끄러운 장면을 보게 될 텐데, 영화 본다고 생각하렴.”

“…….”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 너희들은 스크린 밖에 있는 것처럼 절대적으로 안전하니까.”

평범한 아이들이었으면 그 말이 어느 정도는 먹혔을지도 모른다.

당황해서 울어 버릴 수는 있을지언정,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인지하는 아이들은 적을 테니까.

하지만 재하와 유미는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지금,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유미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울음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재하가 그 손을 꽉 잡았다. 그는 이를 악물며 동생을 지키듯 작은 손을 잡아당겼다.

세라스는 그런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무서우면, 눈 감아도 되고.”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늑대인간이 고개를 까딱였다.

자신이 세라스를 상대할 테니, 나머지 인원들은 뒤편에 있는 아이들을 인질로 잡으라는 신호였다.

알았다는 듯이 주변의 수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황금색 눈이 그들을 향하는 순간.

아이들의 앞을 황금색 오라가 뒤덮는 것과 동시에 폭음이 터져 나왔다.

세라스의 몸이 사라지고, 황금색 번개가 수인들의 중앙을 꿰뚫었다.

수인들의 진형 한가운데에 세라스가 출현. 음속을 초월한 초고속이동의 후폭풍이 주변을 휩쓸고, 수인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뭣?”

“무슨!”

인질을 잡니 뭐니, 대응할 시간도 없었다.

한순간에 그들의 중심을 빼앗은 세라스의 온몸에서 금빛이 분출했다.

뻗어 나가는 황금색 빛줄기. 그다음에 울린 것은 거창한 파괴음이었다.

퍼퍼퍼펑!

폭음과 함께 수인들이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십여 명이 넘는 인원이 일시에 벽과 천장에 몸을 들이받았다.

부서진 벽과 유리 조각이 사방에 난자하고,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세라스는 난장판이 된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운 좋은 줄 알아. 보는 눈만 없었으면, 다 조각내 버렸을 테니까.”

그녀는 그러면서 등 뒤로 솟아오른 금색의 팔을 회수했다.

수인들의 중앙으로 파고든 뒤, 오라로 만들어 낸 황금색 팔을 모조리 뿜어내어 일거에 그들 전부를 소탕해 버린 것이다.

그때, 직원 중의 누군가가 연락을 한 듯, 바깥쪽에서 삑삑 경찰차가 울리는 신호음이 들렸다.

이걸 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세라스가 고민할 때, 문득 벽에 처박힌 수인들 중 한 명이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세라스와 대화를 나누던, 리더 격으로 보이는 늑대인간이었다. 놈은 세라스에게 두들겨 맞아 가슴뼈가 조각나고 내장이 진탕되었는데도 살기를 흘리며 세라스를 노려보았다.

“이년…….”

“꼴에 대가리라고, 좀 튼튼하구나?”

다시금 세라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늑대인간의 머리를 붙잡은 그녀는 그대로 그것을 벽면에 꽂아 버렸다. 호쾌한 소리와 함께 늑대인간의 머리가 통째로 벽 속에 처박힌다.

바깥으로 빠져나온 몸이 축 늘어진다. 누가 봐도 전투불능의 상태.

하지만 그 순간, 늑대인간의 몸이 발작적으로 움직였다.

쐐액!

놈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길쭉한 손톱이 세라스의 목덜미를 노렸다.

예상외의 일격이었지만, 세라스는 가볍게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두 팔로 벽면을 짚은 늑대인간이 머리를 빼 냈다. 코뼈와 안와가 무너져 엉망진창으로 된 머리가 순식간에 원상태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불온한 기색을 감지한 세라스가 손을 휘둘렀다. 그녀의 손끝에서 황금색 실이 초고속으로 뻗어 나가 늑대인간의 머리를 노렸다.

늑대인간은 고개를 틀어 그것을 피했다. 대신 공격에 적중당한 팔이 아무렇지도 않게 잘려 날아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잘려 나간 단면에서 새로운 팔뚝이 뿜어져 나오듯이 튀어나와 빈자리를 메웠다.

상상을 초월하는 재생 능력이다. 세라스가 눈썹을 찌푸렸다.

“너, 뭐야?”

클클클, 웃음소리를 흘리며 늑대인간이 다시금 세라스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에 보았던 노란 동공이 어느 샌가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늑대인간의 몸에서 폭발적인 마력이 흘러나왔다.

검고 희던 털이 순식간에 은빛으로 물들고, 그 위로 펼쳐진 마력이 황금색 비늘의 형태가 되었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럽게 발현된 신격이 정신에 충격을 준 것이다.

늑대인간의 등 뒤로 둥그런 구체가 떠올랐다.

“인공 여의주라는 거다. 이것이 있으면 일시적이지만, 화신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지. 이것이야말로 아그니스 님이 내게 남겨 주신 기적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들어 뿜어져 나오는 신격에 비틀거리고 있는 유미와 재하를 가리켰다. 그 손끝에 방대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두 아이를 조준했다.

늑대인간은 세라스에게 말했다.

“네가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건 알겠다. 하지만 아무리 강해 봐야 화신의 힘에는 따라올 수 없지. 마지막 경고다. 네가 가지고 있는 신물을 내놔라. 거부한다면 저 어린 것들을 잿더미로 만들어 주겠다.”

화신의 힘 운운하는 늑대인간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사람의 숨통을 조이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늑대인간의 주변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세라스는, 그런 놈의 위협 앞에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화신의 힘이라고? 기린의?”

“그래.”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이는 늑대인간. 그리고 세라스가 말했다.

“그럼 꿇어.”

절대적인 명령이 떨어졌다.

늑대인간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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