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재능.
퀘스트 네비게이션이 발동을 하니, 아이를 찾는 건 쉬웠다.
‘이대로면 쉽겠는데?’
방정맞은 내 입을 저주한다.
“예솔아~ 이제 엄마 전화번호 알려줘~ 원하는 것도 사줬잖아~”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하아....”
두 시간째 이러고 있다.
처음에 아이를 만났을 때는 쉬울 줄 알았다. 어린이집 가방에 이름도 적혀있어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최예솔]
예쁜 이름이다.
나이는 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 귀엽고 예쁜 아이였다.
“안녕? 혹시 엄마 잃어버렸니? 오빠가 도와줄까?”
내가 말을 걸자 나를 예쁜 눈으로 쳐다보고, 활짝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어?? 어? 아냐! 아냐! 오빠 이상한 사람 아냐! 엄마 잃어버렸으면 오빠가 찾아줄게! 전화번호만 알려줘~”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은 친해져야 할 것 같다.
“예솔아~ 그럼 오빠가 아이스크림 좀 사줄까?”
“아이스크림 말고, 주머니몬 빵!”
요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그 빵을?
“어? 그거? 그거 요즘 구하기 너무 어려운데? 다른 거 사주면 안 될까?”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어? 아냐! 아냐! 사줄게! 사줄 수 있어!”
아무래도 거기로 가야 할 것 같다. 정말 다시 가기 싫은데.
예솔이에게 손을 내밀었더니, 내 손을 잡아온다. 조그마한 손이 내 손을 잡아오니,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딸랑!]
“어서오세요~ 어? 형!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점장님 보시면 또 뭐라고 하실 텐데..”
“오랜만? 인가? 일주일만이네. 잘 지냈지?”
내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던 편의점이다. 일주일전에 점장에게 쌍욕을 먹고 잘렸던 전 직장이다.
어떻게 된 사건이냐면, 야간 알바 중에 노숙자 아저씨가 들어오셔서 폐기처분해야 하는 음식을 조금 드렸었다.
그런데, 그 노숙자 아저씨가 다음날 점장님이 있을 때 또 방문을 하셨다고 한다.
다른 노숙자 동료들 세 명과 함께.
그리고는 음식을 내놓으라고 당당히 요구하셨다.
점장님은 처음에는 좋은 말로 보내려고 했는데, 어제 일하던 사람이 다시 오면 음식 또 준다고 했다고 소리 지르고 욕설을 하셨다.
내가 일할 때 오시면 폐기되는 음식들 조금 챙겨주겠다고 했던 건대, 오해하셨나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르바이트 시간이 되어서 출근을 하였다. 그런 나에게 점장님이 다짜고짜 쌍욕을 하시며 화를 내셨다.
사실 점장님 입장에서는 화내실 만한 사건이기는 하다.
그날 편의점에서 잘리고, 아직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였다.
“형. 그때 이후로도 노숙자 아저씨들 몇 번 오셔서 행패 부리셨어요. 점장님이 아직도 화가 많이 나셔서... 여기 오시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응. 그건 내가 정말 미안해. 점장님한테도 정말 미안하지.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아무튼 부탁이 있는데, 좀 들어주라.”
“네. 형. 뭔데요? 주머니몬 빵 달라는 것만 아니면 다 들어드릴 수 있어요. 하하하...하??”
“....하나 만 주면 안 될까?”
“하... 점장님이 단골 준다고 빼놓기는 했는데, 아.. 안되는데...”
“나 말고, 이 아이가 꼭 가지고 싶다고 해서.. 미안..”
예솔이가 카운터에 얼굴을 올려놓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봤다.
“아.... 안 되는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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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 앉아 예솔이는 어렵게 구해온 주머니몬 빵을 나한테 주고, 떼부씰만 손에 들고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피카 피카 피카총!! 피카 피카 피카총!”
기분이 좋은지 흥얼거리고 있다. 이때다 싶어서 다시 말을 걸어보았다.
“예솔아~ 원하는 것도 사줬으니까 이제 엄마 전화 번호 좀 알려주면 안 될까?”
떼부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나한테 말을 하였다.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하.. 너무 교육을 잘 받았네.
“예솔아~ 오빠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니까. 알려줘도 돼~”
전형적인 아이 납치범의 멘트였다.
‘아.. 망했네.. 이제 제한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바로 그때였다.
“예솔아!! 우리 예솔이!!”
“엄마!”
예솔이 어머니가 찾아오셨나보다. 너무나 다행이다.
그런데, 덩치가 엄청나게 크고 험악하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내 멱살을 잡아왔다.
“이놈!! 감히 할 짓이 없어서 우리 예솔이를 납치해? 가만두지 않겠다!!!”
엄청난 힘에 내 두 다리가 공중으로 떠 버렸다.
“켁... 켁... 아.. 아니.. 컥...”
“아니고! 아버님! 안됩니다. 이러다가 사람 죽습니다. 납치범이라고 해도 이렇게 하시면 큰일 납니다.”
같이 오신 경찰 아저씨가 열심히 말려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잠시 염라 대왕님을 뵙고 왔다.
왜 또 왔냐는 표정으로 어이없게 쳐다보시더니,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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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합니다. 아이고. 제가 너무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네. 아버님. 괜찮습니다. 저라도 오해했을 겁니다.”
예솔이의 이야기와 편의점 동생의 증언으로 오해가 풀렸다.
사실 예솔이는 어린이집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주머니몬 빵을 사고 싶어서 어린이집 앞 편의점을 찾아갔는데, 하필 거기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주머님몬 빵을 찾으러 왔나? 여기는 없으니 다음으로 가게!]
순진한 예솔이는 그걸 보고 계속해서 걸었다고 한다.
그러다 나를 만나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예솔이 어머님이 예솔이 가방에 달려있는 미아 방지 추적기를 이용해서 찾아오셨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끝나면 같이 사러 가기로 했었는데,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예솔이 아버님을 보면 어떻게 예솔이같은 딸이 생길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예솔이를 안고 있는 예솔이 어머님을 보니 모든 의문이 풀렸다.
“예솔이가 너무 똑똑해서 저한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잘 가르치셨습니다.”
조금은 뼈가 있는 내 말에 예솔이 아버님은 열심히 웃으면서 말을 하셨다.
“하하하하. 우리 예솔이가 얼마나 똑똑한지 모릅니다. 아니 글쎄, 다섯 살부터 한글을 읽기 시작하는데 아주! 그냥!”
“여보! 그만 좀 하세요. 많이 당황하시잖아요.”
“아.. 그게 이건 꼭 말해야하는 건데.. 아.. 알겠어!”
여리여리한 몸인데도 카리스마가 엄청나시네. 예솔이 어머님.
“저는 이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름이랑 연락처라도 알려주시지요. 소소하지만 사례를 하고 싶습니다.”
“아니요. 별거 아닌데요. 괜찮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솔아~ 안녕~”
“안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오빠 안녕~”
정말 귀엽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탄산은 코로 먹어야 제 맛’을 습득하였습니다.]
‘띠링’
핸드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입금 500,000원. (주)저승. 잔액 1,250,000원.]
아.. 돈도 주는 구나. 앞날이 정말 막막했는데, 열심히 퀘스트만 해도 돈을 벌 수 있다니 정말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염라 대왕님.”
그런데, 재능의 이름이 이상하다.
‘뭐지? 말 그대로면 탄산을 코로 먹을 수 있다는 건가? 이걸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하찮은 재능이었다.
이런 걸 한다고 취직을 하는데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취직을 해서 장기자랑 할 때나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코로 탄산을 먹는다면 신기하기는 할 것 같다. 너튜브에도 이런 영상은 없을 것 같은데, 만약 있으면 대박이 났겠···어? 너튜브?
“이거다!! 이거였어! 역시 쓸데없는 재능을 주실 리가 없지! 염라 대왕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가로운 오후의 힐링 타임]
내가 공부할 때 듣기 위해서 집중이 되는 소리들을 올려놓은 너튜브 채널이다.
구독자는 112명.
‘우선은 기존 영상들은 다 비공개로 하고, 새로 찍어서 올려보자.’
집에 들어가는 길에 캔 음료수를 종류별로 사고, 빨대도 같이 샀다.
집에 돌아와 촬영 준비를 해놓고, 심호흡을 했다.
혹시나 몰라 미리 탄산 한 캔을 코로 마셔보았다. 결과는 너무나 놀랍게도 탄산이 아주 부드럽게 마셔졌다.
‘창피해 하지 말자. 내가 자연스럽게 찍어야 우스워지지 않는다.’
다행히 혼자서 찍는 것이기 때문에 창피함이 덜 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힐링입니다. 오늘은 새로운 컨텐츠로 찾아왔습니다. 앞에 놓여있는 탄산들을 마셔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색하게 멘트를 하고, 탄산 음료수의 뚜껑을 땄다.
[딱! 치익!]
그리고, 캔에 빨대를 꽂았다.
오른쪽 코에 빨대를 넣고, 왼쪽 코를 손으로 막았다.
“후웁! 꿀꺽! 후웁! 꿀꺽!”
단숨에 원샷을 하고, 캔을 들어 머리위에 반대로 들고 흔들었다. 머리 위로 남은 몇 방울의 음료수가 떨어졌다.
[딱! 치익!]
연속으로 다섯 개의 탄산 음료수의 캔을 따고, 전부 원샷을 하였다.
“오늘의 영상은 여기서 끝입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람 설정까지 부탁 드립..끄윽! 니다.”
마지막이 조금 아쉬웠지만, 끊고 다시 찍으면 조작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그대로 올리기로 하였다.
‘요즘 너튜브에서 밀어주는 숏영상으로 올려야겠다.’
톡톡의 인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너튜브에서는 1분 미만의 영상을 숏영상으로 태그를 걸면 시스템으로 밀어주고 있었다.
우선은 구독자를 늘려야 수익 신청이 가능하니, 숏영상으로 올려서 구독자부터 모으기로 결정하였다.
코로 먹는 탄산 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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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 영상을 편집도 없이 핸드폰으로 바로 올렸다. 할 일을 하고 나니, 너무나 피곤했다.
‘아.. 정신없는 하루였다.’
바로 자리에 누웠다. 오늘은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한 숨 자면서 체력을 회복해야겠다.
“끄윽!!”
탄산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트림이 나온다. 아침에 먹은 라면 냄새가 확 올라온다.
‘냄새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