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170)

혹시, 더 필요하나?

[깨톡!! 깨톡!!]

문득 들려온 깨톡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누운 상태에서 바로 잠이 들었었나보다. 이불도 안 깔고 누워서 그런지 온몸이 찌뿌둥하고, 베고 잤던 오른팔도 저려왔다.

“아침인가? 아침부터 누가 깨톡을 보내는 거야?”

저리지 않는 왼손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니 내 동생 송이였다.

-천송이 : 오빠! 이거 영상 오빠 맞아?

탄산 코 먹방 오빠 맞냐구!

-천송이 : 지금 조회수 백만 넘었어!

뭐지? 송이가 어떻게 알지?

[띠리링~ 띠리링~]

기본 벨소리로 되어 있는 내 전화 벨소리다.

“어! 송이야! 왜?”

- 오빠! 오빠 맞냐구! 진짜 코로 탄산 먹는 영상 오빠 맞아?

“어? 내가 그런 영상 올린건 맞긴 한데, 나도 알아봐야겠다. 어제 올렸는데?”

- 지금 너튜브에 난리가 났어! 벌써 조회수가 100만이야! 대박!!

“송이야 이따가 전화할게. 일단 끊어 봐!”

- 오빠! 오···

급한 마음에 바로 전화를 끊고 너튜브 채널에 들어가 보았다.

조회수 110만. 엄청난 조회수였다.

-이건 인간이 할 수 없어.

⌎ 악마도 할 수 없어.

⌎ 신도 할 수 없어.

⌎ 나는 안 해.

-이거 합성이겠죠?

⌎ 편집을 한 흔적은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나 이거 따라하다가 입으로 토했다.

⌎ 이걸 왜 따라해! 미친놈아! ㅋㅋㅋ

⌎ 따라한 2인

⌎ 따라한 3인

-지금 너튜버들이 전부 탄산 먹방 중, 피해자 속출 함. 토하고 난리 났음.

댓글들도 엄청 많이 달렸고, 구독자 수도 5만이 넘어가고 있었다.

수익 신청 자격은 이미 넘어섰고, 잘하면 시작하자마자 실버버튼을 받고 시작할 것 같다.

나를 살려주고, 시스템도 준 염라 대왕님이 너무나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염라 대왕님. 열심히 살겠습니다.”

사실은 하찮은 재능들 처리 담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실망할 테지만, 모르는 게 약이다.

처음 받은 재능으로 이정도 반응이라니 정말 꿈만 같았다. 얼른 다음 번 재능을 받아서 이 열기를 이어가야 할 것 같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하지만, 내가 원할 때 퀘스트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거나 상황이 되어야 발생한다고 들었다.

내가 원한다고 아무 때나 퀘스트를 받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음. 아무래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봐야겠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기회가 생길 것 같네.’

원룸을 나와 계속해서 걸어 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퀘스트는 발생하지 않았다.

폐지 줍는 할머니도 도와주고, 길에 있는 쓰레기도 주웠다.

나름 뿌듯하기는 했지만, 퀘스트가 발생하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다.

‘어? 여기는 군대 전역하고 항상 오르던 등산로인데, 요즘에는 정신이 없어서 오지를 못했었네.’

군대를 전역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서 매일 새벽에 오르던 등산로였다.

마을 근처에 있지만, 정상이 꽤 높아서 정상까지 올라가면 상당히 힘든 곳이었다.

‘띠링’

[퀘스트 발생 - 등산로에 있는 쓰레기 2kg을 주우시오. 제한시간 3시간.]

아... 퀘스트라 좋긴 한데.. 하필이면...

마트에서 쓰레기 봉투를 하나 사고, 올라가야겠다.

2kg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주워야 하나.

아무래도 제일 큰 걸로 사야겠다.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게 나을 거니까.

‘3시간이면 빠듯하겠는데? 그냥 올라도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지금은 더 걸릴 수도 있다.’

등산로에 들어서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쓰레기를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쓰레기도 좀 버리고 그래야지. 너무 양심적으로 사시네.”

거의 한 시간 동안 주운 쓰레기라고는 김밥을 담았던 일회용 용기와 나무젓가락 몇 개, 비닐 봉투 몇 개가 전부였다.

이대로라면 무조건 실패다. 나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 정상으로 가자! 정상에서는 사람들이 먹을 것을 많이 먹으니까. 쓰레기도 많을 거야.’

“훅! 훅! 훅! 훅!”

오랜만의 등산이어서 그런지 너무나 힘들었다.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열심히 놀리며 길을 재촉했다.

30분 정도를 정말 최선을 다해서 올랐지만, 이제는 한계였다. 결국은 길옆에 쓰러져서 숨을 헐떡였다.

‘체력이 정말 많이 줄었네. 앞으로 운동도 좀 해야겠다.’

“총각!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야. 힘내!”

“감사합니다.”

누워있는 나를 보며 아주머니가 응원을 해주셨다.

등산 복장이 아닌 젊은 사람들을 보면,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처음에는 몰랐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혹시 나쁜 선택을 할까봐 걱정 되서 라고 한다.

자살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 등산복입고 등산하지는 않으니까.

아주머니 말씀대로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야겠다.

“헉... 헉... 헉... 으.. 으아아아!! 정상이다!”

정상에 오르자마자 너무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쉿! 조용히 하게! 여기서는 함성 금지라네! 저기 앞에 아파트 단지들이 있어서 조심해야 돼!”

아저씨에게 혼났다. 산에서는 함성이 금지인 걸 깜빡했다.

“죄송합니다.”

이제부터는 속전속결이다. 등산로 초입에서 쓰레기를 줍다가 정상까지 올라오는데, 거의 2시간을 사용했으니 남은 시간은 이제 1시간이다.

그런데, 쓰레기가 없다.

아니. 무슨 대한민국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이렇게까지 높을 수가 있지?

정상까지 올라오는 게 걱정이었지, 쓰레기가 없어서 실패하는 건 생각도 못해봤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있었다. 두 분이서 김밥을 드시는지 김밥을 포일에 싸서 가지고 오셨다.

열심히 드시는 모습을 매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 드시자마자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혹시 다 드셨으면 쓰레기 저 주시면 안 될까요?”

“응? 무슨 쓰레기? 이거? 아니 우리가 치우면 되는데 왜?”

“제가 꼭 가지고 싶어서요!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어? 어.. 그래! 고맙네!”

“감사합니다.”

이쪽저쪽을 돌아다니며, 다 마신 패트 병, 손 닦은 물티슈, 오이를 싸온 비닐 랩 등을 사정사정하여 수거하였다.

2kg을 얼추 다 채운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뭔가 불안하다.

‘무게를 알 수가 없으니 얼마나 더 모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네.’

한참을 고민하며, 정상 부근을 서성이는데 그것이 내 눈에 보였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삼분 남짓.

나에게는 재능이 절실하지만, 과연 저걸 주울 수 있을지 나조차도 자신이 없다.

‘어쩌지? 어떡하지? 저 정도 크기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너튜브 영상을 찍기 위한 재능이 너무나 절실하다. 여기서 포기를 한다면, 예전의 그 암울했던 취준생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 눈 한 번 질끈 감고 해보자! 사람 것이 아닐 수도 있잖아! 강아지 것은 다들 잘 치우는데, 나도 할 수 있어!!’

[물컹!]

화장지를 이용해 잡았지만, 이건 분명히 사람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는 따뜻했다.

겨우겨우 쓰레기 봉투에 넣고, 헛구역질을 하고 있는데, 바지춤으로 윗도리가 삐져나와있는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더 필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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