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170)

할머니 집은 십팔 층.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고추냉이는 파인애플 맛’을 습득하였습니다.]

‘띠링’

[입금 500,000원. (주)저승. 잔액 1,750,000원.]

이번에는 고추냉이인가? 집에 가는 길에 사가야겠다.

그리고, 입금 된 50만원. 너무나 고마웠다. 사실 지금은 재능보다도 입금되는 돈이 더 절실했다. 이번 달 생활비며, 동생 송이의 용돈, 다음 학기 등록금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잘리고 나서 돈 나올 구석이 없었다. 이렇게 퀘스트를 완료하면 나오는 돈이 너무 소중했다.

애써 다른 생각으로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내 손에 그 감각이 남아있었다.

“잊어야 돼!! 잊을 수 있어!!”

너무나 끔찍한 기억이다. 바지춤을 내리던 아저씨를 겨우 말리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등산로를 내려와 쓰레기를 처리하고, 집에 겨우 도착을 하였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영상 촬영을 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힘들어서 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오랜만의 등산으로 몸도 힘들었지만, 더 큰 문제는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공황상태였다.

아무래도 한 숨 자고 해야겠다.

[똑! 똑!]

누구지? 아무도 올 사람이 없는데? 집 주인이신가?

움직이지 않는 몸을 겨우 일으켜서 문을 열어주러 걸어가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오빠!! 나 송이야! 들어간다~”

[띡! 띡! 띡! 띡! 띠리릭!]

“어? 너가 웬일이야?”

“오빠가 전화를 안 받고, 내가 말하는데 끊어서 왔잖아”

“어? 아. 미안! 정신이 없었네”

“오빠! 너튜브 어떻게 된 거야? 진짜 한 거야? 어? 탄산을 코로 마시다니 어떻게 한 거야?”

마침 목이 타서 냉장고에 남아 있는 탄산을 꺼내 빨대를 꽂아 먹어 보았다.

“와~ 대단하다!”

“뭘? 이정도 가지고”

칭찬에 약한 나는 금방 얼굴이 빨개졌다. 기분 좋네.

“그럼. 구독자랑 구독시간은 수익 신청 자격 넘었을 것 같은데, 오빠 혹시 수익 신청했어? 그리고, 영상이 너무 편집 없이 올라가서 조금 별로였어. 조금만 손보면 더 나을 것 같은데, 내가 조금 도와줄까?”

한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선택한 동생은 너튜버 제작자를 꿈꾸고 있다.

“아직 수익 신청은 못했어. 구독자 수랑 구독 시간은 넘긴 했지”

“그럼 우선 수익 신청부터 하고, 다음 영상부터는 내가 좀 도와줄게.”

“너 학교 공부도 해야 하는데, 너무 시간 뺏기는 거 아냐?”

“아냐! 아냐! 어차피 내가 공부하는 것들이 다 이쪽 관련된 거야. 이정도 스케일이면 교수님들한테도 현장 학습을 신청하고, 레포트로 학점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사실 앞으로도 나는 퀘스트 하러 다녀야해서, 너튜브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쓸 수가 없다.

재능을 모아야 너튜브 영상을 찍는데, 그러려면 퀘스트를 하느라, 너튜브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럼. 송이야. 너가 내 채널 운영 좀 해볼래? 컨텐츠는 내가 찍어서 너한테 보내줄게. 그럼 편집부터 관리까지 너가 하고, 수익이 나오면 반씩 나누는 거 어때?”

“어? 돈까지? 아니야. 나는 경험만 쌓아도 돼”

“그래도 사람이 일을 하면 돈을 받아야지. 안 받으면 다른 사람을 알아보고.”

“할게!! 할 수 있어! 열심히 해볼게!”

좋아! 그럼 나는 퀘스트만 열심히 하면 되겠다. 아무래도 학과도 관련된 학과이고, 송이가 맡아서하면 나도 걱정이 안 된다.

“오빠. 그런데 코로 탄산 먹는 거 말고 또 뭐 할 줄 아는 거 있어? 같은 주제로 계속하면 사람들이 흥미를 잃거든.”

“그럼 온 김에 하나 찍어 가면 되겠다.”

==========

“안녕하세요! 힐링입니다. 코로 탄산 먹는 영상 많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은 다른 컨텐츠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바로 고추냉이입니다.

고추냉이를 한 번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코로 먹는 건 아니구요! 이번에는 입으로 먹도록 하겠습니다.”

멘트를 하고, 앞에 있던 고추냉이 튜브를 내민 혀에 대고, 쭉 짰다.

[오물, 오물]

오~ 진짜 파인애플 맛이다. 맛있네!

순식간에 고추냉이 튜브를 짜먹은 다음, 곧바로 또 하나의 고추냉이 튜브를 까서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파인애플 맛이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연속해서 다섯 개를 먹고 나니, 고추냉이가 다 떨어졌다.

“고추냉이가 다 떨어졌네요. 아쉽다. 오늘의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람 설정 부탁드립니다.”

활짝 웃는 내 치아에 고추냉이의 녹색 찌꺼기들이 잔뜩 끼어있었다.

“여기까지! 좋았어! 아주 좋아!”

송이가 열심히 좋아! 좋아! 를 외치고 있다.

“오늘 가서 편집하고, 올리는 건 수익 신청 완료하고 나면 할게. 일주일에서 10일정도 걸릴 것 같으니까 우선 예고편 만들어서 관심 좀 끌면 될 것 같아.”

“그래. 부탁 좀 할게. 그리고 용돈 좀 보내줄 테니까 맛있는 거 먹으면서 일해.”

“아니야! 오빠도 힘든데, 나 아르바이트 알아보고 있어”

“아르바이트말고 공부해. 돈은 내가 열심히 벌어볼게”

“그래도, 아직 오빠가 수입이 없는데...”

착한 동생을 겨우 설득해서 보내고, 계좌이체로 20만원을 보내주었다. 초등학생때부터 내가 키우다시피 한 동생이어서 그런지 딸 같은 마음이 든다.

정말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얻는 돈이 큰 힘이 되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등산을 하고 왔더니 너무나 힘들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아무래도 운동도 좀 해놔야겠다. 퀘스트 중에서는 힘쓰는 것도 있을지 모르니 미리미리 해놔야지.

그래도, 일단은 한숨 자고 생각해 봐야겠다.

‘띠링’

[퀘스트 발생 - 힘들게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를 도와 문 앞까지 옮겨주시오. 제한시간 2시간.]

제한 시간 두 시간? 애매하다. 바로 움직여야겠다.

“끄응!!”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슬리퍼를 신고, 하품을 하며 나오니 퀘스트 장소를 알리는 화살표가 아주 멀리 있었다.

“이런! 두 시간이면 많이 빠듯한데!”

열심히 뛰었다. 10분간 정말 열심히 뛰었다. 슬리퍼도 한 번 날아가고, 슬리퍼가 발목에 끼기도 하면서 열심히 뛰었다.

“헉!! 헉!! 헉!! 우욱!!”

10분정도만 뛰었는데도 죽을 것 같았다. 안 그래도 힘든 몸 상태였는데, 전력질주를 했더니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할머니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도로가에 짐을 놓아두시고는 쉬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제가 도와 드려도 괜찮을까요?”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을 한 남자가 땀을 한 가득 흘리면서 말을 거니 할머니가 놀라신다.

“응? 아니.. 괜찮아요.. 가던 길 가요..”

“아닙니다. 할머니. 제가 요즘 운동중인데요. 헬스장 가는 것보다 할머니 짐을 좀 들어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지만, 할머니는 나를 위 아래로 보시다가 말씀을 하셨다.

“그럼. 부탁 좀 할게요.”

됐다!!

“할머니는 길만 좀 알려 주세요. 하하하”

다행히 짐도 무겁지 않았고, 할머니의 집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다행히 이번에는 쉽게 끝나려나 보다.

“할머니 여기 맞으시죠? 몇 층인가요?”

“아이고. 괜찮아요. 여기 내려주면 내가 들고 올라가면 돼요. 엘리베이터도 있어요.”

분명히 퀘스트에는 문 앞까지로 되어 있었다.

“할머니. 제가 꼭 들어다 드리고 싶어서요. 부탁 좀 드릴게요.”

“다 왔는데, 미안한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반응이 없다.

“어? 수리 중? 할머니 수리 중인데, 몇 층이신가요? 제가 계단으로 올려다 드릴게요.”

“아이고. 아니에요. 우리 집 높은데 있어요. 놔두고 가면 엘리베이터 고치고 나서 타고 가면 돼요.”

퀘스트 완료 시간은 1시간 정도 남았다.

“그럼. 심심한데 같이 앉아서 이야기 좀 하다가 올려 드릴까요?”

“참. 총각이 싹싹도 하네. 그래요. 옆에서 말동무나 좀 해줘요.”

한참 이야기를 하는데도 수리를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하고, 앞쪽 경비실에 가서 문의를 해보니 수리 기사를 부르긴 했는데, 세 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큰일 났다. 이제 퀘스트 완료까지 20분 남았다.

“할머니!! 수리 기사 세 시간 뒤에나 온다고 하네요! 혹시 몇 층이시죠? 제가 올려드릴게요!”

“18층...”

“네?”

“십...팔...층...”

==========

“헉.. 헉... 헉....”

하늘이 노랗다. 위에서 쓴물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그래! 위액도 액체이니 갈증을 해소해줄 거야!! 라는 헛생각을 하며 겨우 겨우 삼키고,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었다.

처음 5층까지는 거뜬했다.

“이정도면 할 만 한데?”

저주의 그 말을 뱉고 나서 또다시 후회했다. 8층부터 급격히 힘들어졌다.

13층인 지금은 거의 세 발로 기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짐이 가벼워서 망정이지 무거웠으면, 퀘스트를 포기 뻔 했다.

그러다가, 아침의 등산로의 그 경험을 떠올리고는 새롭게 다짐했다.

‘그것도 해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오층...남았다... 헉.. 헉...”

땀에 젖은 슬리퍼가 미끄럽다. 이대로라면 다칠 수도 있어서 슬리퍼를 벗어 손에 들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한 계단. 한 계단. 마치 천국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17층. 마지막 층이다.

“가자!!!”

[촤압! 촤압! 촤압! 촤압!]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서 계단을 올라가니 맨발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다.

“으아아아!!! 드디어!!”

18층 도착.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바닥에 누워버렸다. 시원한 아파트 복도 바닥이 온몸의 열을 시켜준다.

다행히 퀘스트는 5분을 남겨놓고, 겨우 성공을 하였다.

바로 그때.

[띵! 문이 열립니다. 쿠르릉]

문이 열리며 할머니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셨다.

“총각. 경비아저씨가 이야기한 세 시간이, 세 시간 전 이야기더라고.. 미안해서 어째...”

“괜... 찮... 습....니... 다...”

겨우 짐을 넘겨드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아파트를 나서는 내 다리가 후들거리며 걷기가 힘들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렉오 지압기’를 습득하였습니다.]

‘띠링’

[입금 500,000원. (주)저승. 잔액 2,050,000원.]

아.. 렉오는 비싼데, 대체품을 써도 괜찮으려나?

이 와중에도 돈을 걱정해야 하는 내 신세가 조금은 처량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