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170)

가장 큰! 인물.

퀘스트를 하면서 남을 돕는 소소한 일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너튜브도 이제는 다이아몬드 버튼을 바라보는 구독자수 920만까지 달성을 하였다.

80만 명만 더 구독해주시면 다이아몬드 버튼이다.

모든 게 다 좋았다.

특히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리고 퀘스트를 완료하면 얻을 수 있는 재능들이 좋았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얻는 재능들을 이용해서 너튜브를 찍는 것도 좋았지만, 그 재능들을 하나씩 얻을 때마다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서 좋았다.

이번에 얻은 [내 발가락은 무적]과 [돌팔매]도 그렇다.

[내 발가락은 무적]은 말 그대로였다. 문턱에 발가락이 부딪쳐도 멀쩡했다. 아무리 강하게 부딪쳐도 아프지 않고, 뼈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너튜브 촬영을 할 때 나는 멀쩡했지만, 지켜보던 스태프들과 송이는 비명을 질렀다. 영상의 댓글들도 전부 비명들이었다. 정작 당사자인 나만 멀쩡했다.

그리고 [돌팔매] 스킬은 더욱 대박이었다. 이 재능은 ‘이게 왜 최하급 재능인지 모르겠다.’ 클럽에 등재되었다.

던지는 물건들이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날아갔다. 완전히 백발백중이다.

이상한 곳으로 던지더라도 무조건 맞고 그런 게 아니라, 정확한 곳으로 던질 수 있는 감각을 받은 것에 가까웠다.

이정도 힘에 이정도 각도로 던지면 맞겠다는 감각. 그리고 내 몸의 움직임도 그것에 맞춰서 던질 수 있는 감각을 주었다.

‘내가 투수였다면 정말 대박이었겠다.’

돌팔매 스킬을 실험해본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진짜 야구선수처럼 강하게 던지지를 못하니 별 의미가 없긴 하다.

이 돌팔매 스킬을 이용해 촬영한 영상은 생각보다 엄청난 화재가 되었다.

5미터, 10미터, 20미터, 50미터에 설치된 목표물들을 야구공으로 맞추는 촬영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압권은 50미터 거리에 서있는 사람이 머리위로 양동이를 들고 서있으면 내가 거기에 넣는 것이다.

양동이를 들고 서있을 사람은 제비뽑기로 결정하였는데, 역시나 김상구 pd님이 걸리셨다.

엄청 울상인 표정으로 걸어간 pd님은 양동이를 들고 계속해서 소리를 치셨다.

“진짜 조심하셔야합니다! 위험할 것 같으면 도망 갈 거예요!! 진짭니다!!”

도망간다는 건 농담이시겠지만, 조심하라는 건 정말이신 것 같다.

힘차게 어설픈 와인드업을 하고 야구공을 하늘 높이 던졌다.

하늘 높이 날아간 야구공이 서서히 하강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이 날아오는 동안 pd님은 양동이를 머리위에 올리고 벌벌 떨고 계셨다.

[텅!!!]

“으악!!”

야구공이 정확히 양동이에 들어갔다.

눈을 감고 서 계시던 pd님은 갑작스러운 소음에 화들짝 놀라시고는 후다닥 뛰기 시작하셨다.

“으아아아아!!”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연속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텅! 텅! 텅! 텅! 텅! 텅! 텅!]

달려가는 pd님은 너무 놀라서 그러셨는지 여전히 머리위로 양동이를 얹고 달리고 계셨다. 그리고 내가 던진 야구공들은 거짓말처럼 연속으로 양동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에에에에!! 으어어!!”

이상한 괴음을 내며 달려가던 pd님이 갑자기 양동이를 머리에서 내려버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양동이를 계속 들고 있었다는 상태를 자각 하시고는 내리신 것 같다.

“위험해요!!!”

“응?”

김상구 pd님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고, 야구공은 정확히 pd님의 이마를 강타했다.

[텅!]

“꾸엑!!!”

쓰러진 pd님을 뒤로하고, 황급히 마무리 멘트를 하였다.

“오늘 영상은 여기까지입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정리하시고, 거기 몇 명가서 pd님 병원 좀 모시고 가고!”

능숙하게 카메라 감독님이 현장을 지휘하셨다.

그 사이에 몇 명의 직원들이 pd님을 들쳐 업고 차로 향하였다. 괜찮으셔야 할 텐데.

“카메라 감독님. 수고들 많으셨어요. 여기 회식하시고 택시비도 하세요.”

“아이고. 항상 이렇게 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천운님 촬영만 기다린다니까요. 하하하”

카메라 감독님의 말씀에 나도 따라 웃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말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는 것 같다.

“그럼 다음 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수고들 많으셨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힐링님 오늘은 정말 대박이었어요!!”

“회식 감사합니다!”

직원들의 환호성과 함께 퇴근을 하였다.

그렇게 기분 좋은 마음으로 퇴근을 하던 길에 갑자기 퀘스트가 발생하였다.

‘띠링’

[퀘스트 발생 - 설사 때문에 옷에 실수를 한 고등학생을 도와주시오. 제한시간 5시간.]

‘응? 설사?’

뭔가 굉장히 다급한 퀘스트였다. 제한 시간은 5시간이었지만, 마음이 굉장히 급해졌다. 실수를 한 학생이 얼마나 당황을 했을지 생각하니 나까지 마음이 급해진다.

지하철에 내려서 퀘스트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니 나의 모교인 파랑 고등학교였다.

‘정말 다행이다.’

나의 모교는 남자 고등학교이기 때문이다.

‘여학생이었으면 정말 난감했을 것 같네.’

퀘스트 시간도 아직은 넉넉하다.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이 하교 할 때까지 어딘가에서 숨어있을 계획인 것 같다.

‘집에 교복을 남겨둬서 정말 다행이네.’

이번에 이사를 하며 정리를 하다 보니 교복이 남아있었다. 버리기가 조금 그렇다보니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상황 파악은 끝났고, 이제 교복이랑 몇 가지만 챙겨서 학교로 찾아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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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차!”

오랜만에 넘어가려니까 많이 힘들다.

그나마 가장 넘어가기 쉬운 위치에 있는 담이어서 조용히 넘어갔다. 먼저 던져놓았던 쇼핑백을 손에 들고 퀘스트 네비게이션을 확인하였다.

“아무래도 화장실에 있나보네.”

확인해보니 1학년 화장실이었다.

아직 수업중이어서 그런지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심히 교실 창문에 내가 보이지 않게 허리를 숙이고 걸어가,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몇 번째 칸이지? 오! 저기 끝인가 보네.’

마지막 칸의 문이 닫혀있었다. 조용히 그 앞으로 가서 말을 했다.

“교복 바지 필요한 사람?”

안쪽에서 흠칫 놀라면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학생. 밑으로 넣어줄 테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이걸로 갈아입어. 그리고 비닐백도 넉넉히 넣어놨으니까 속옷이랑 바지는 거기에 넣어서 밀봉하면 냄새 하나도 안날거야. 향수도 하나 넣어놨으니까 살짝 뿌리고”

“감..감사합니다. 크흡.. 흑..흑...”

“학생. 살다보면 더한 일도 많아. 이런 건 나중에 친구들하고 술 한 잔 하면서 추억하는 안주거리일 뿐이야.

사실 나도 여기 학생이었어.

그런데, 계속 왕따였어. 어떤 놈이 지독하게 괴롭혀서 반에서도 왕따가 되었거든. 여러 번 자살하려고 했었어.

결국은 용기가 없어 이렇게 살아있는데, 지금은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가 용기가 없어서 살아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

아직도 가끔 꿈에서 그놈이 나를 계속해서 때리는 꿈을 꿔. 아마 평생 꾸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어쩌겠어. 살아야지.

그러니까.. 내 말은... 힘내라고..

학생이 겪은 일은 정말 별거 아니야..

이만 갈게. 힘내!”

위로의 말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말을 한 내가 위로가 되었다.

위로를 하면서 내가 위로를 받는다니 신기하기는 했다. 그리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내 과거를 이야기를 하니 뭔가 쉽게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선생님들이 상담을 해주실 때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나 보다.

화장실을 떠나기 위해서 걸음을 떼는 순간,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는 학생이 뛰쳐나와서 말을 했다.

“형. 힘내세요. 다 잘 되실 거예요. 저도 힘낼게요. 파이팅!”

오른손을 들며 파이팅을 외치는 학생은 윗도리와 운동화만 신고 있었다.

하체는 운동화만... 그놈 참 늠름하네!

밑을 한 번 봐주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워줬다!

“넌 크게 될.. 아니 이미 큰 인물이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내가 원하면 누구든지 싼다’을 습득하였습니다.]

마지막 재능까지 환장의 콜라보다. 도대체 이게 무슨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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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천송이에게 실험해본 결과는 완벽! 이었다.

“아!! 신호가 온다! 변비약도 안 먹었는데? 오빠 나 화장실 좀 쓴다!”

그리고는 저녁 내내 화장실에서 살았다.

“크악! 냄새!! 환풍기 좀 틀고 싸라니까!!”

“오빠...나 기운이.. 하나도.. 없어.. 그런데, 나.. 3키로나 빠졌어...으헤헤헤...”

이 스킬은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위험한 스킬이다.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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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과거는 천송이만 알고 있었다. 부모님에게 말을 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안 그래도 힘드신 부모님이 이 문제까지 아시게 되면 정말 힘드실 것 같아 숨기고 살았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아버지가 사기를 당하셨을 때, 나와 어린 송이는 원룸에서 둘이 지내게 되었다. 원래 살던 집은 이미 경매로 빼앗겼다.

그러다 학교까지 따라온 사채업자들 때문에 부모님의 빚 문제가 학교에 소문이 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진정한 지옥이 펼쳐졌다.

우리 집 사정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 놈이 있었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실 때는 오히려 친하게 지내던 놈이었다.

처음에는 말로만 나를 놀리던 놈이 어느 순간부터는 뒤통수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는 문제를 일으키면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참고 넘어갔다.

그게 가장 큰 실수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먹질이 시작되었다. 쉬는 시간에 지나가면서 한방씩, 점심시간이 되면 본격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들 눈치를 봤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더 난폭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놈 아버지가 시의원에 당선되면서부터는 정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였다.

선생님들조차도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의 지옥 같은 고등학교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생활이 무려 2년이 넘었다. 고 3까지 나는 그놈과 같은 반이었다. 그때부터 신을 믿지 않았다. 신이 있었다면 최소한 3년 연속으로 같은 반만은 안 되게 했었어야지 이건 너무한 일이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고 3 여름이었다.

이놈의 횡포가 도를 넘기 시작했다. 주먹질만 하더니 이제는 술 좀 마시자며 집을 내놓으라고 하기도 하고, 여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 부터는 동생을 희롱하는 말까지 하였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아무런 반항도 못하였고, 동생을 희롱하는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괴감에 빠져 살았다.

주먹에 맞는 것보다 동생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괴로웠다.

그러다, 결국 우리 집까지 들어와 행패를 부리고, 폭행하는 모습을 하교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송이가 보게 되었다.

그리고 히죽거리며 송이를 향해 걸어가는 그놈을 보았을 때, 내 기억은 거기서 끊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송이는 울고 있었고, 내 손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리고 입에는 놈의 살덩이가 물려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너무 놀라 119에 신고를 하고, 송이와 부둥켜안고 울고만 있었다.

부모님이 없다는 게 그렇게 서러운 일인지는 그때 느꼈다.

가해자였던 그놈은 선량한 피해자가 되어 있었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놈이 되어 있었다.

보호자가 없다는 것은 내가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을 넘어섰다. 실질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퇴학만은 겨우 면하고, 죽은 듯이 학교를 다녔다. 그놈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을 준비한다며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하셔서이다.

그때 진심으로 그놈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을 준비한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했다. 혹시나 국회의원이 안 되시면 다시 나를 용서해주지 않을까봐 불안에 떨며 살았다.

그러다 신에게 처음으로 감사의 기도를 했다. 그놈이 전학을 갔으니까.

이제는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

여전히 학교 학생들[친구들이 아니다. 그놈들은 친구가 아니다.]과 선생님들은 나를 무시하고 없는 존재 취급을 했지만. 그래도 살만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어제와 같은 이야기이다. 얼마 전까지도 꿈에서 겪었으니까. 그래도 이제는 그 꿈을 꾸는 일이 많이 적어졌다.

최소한 오늘은 푹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그 꿈을 꾸더라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내 스스로가 그 악몽 같은 날들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이다.

나는 이제 과거의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비가 고치를 깨고 나오듯이 나도 그렇게 과거의 나를 벗어 던질 것이다.

고맙다. 설사 후배. 너는 정말... 저엉말!! 큰 인물이다.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큰!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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