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놀이동산.
송이는 새해 일출 사건으로 인해서 나한테 2개월 용돈 감봉 조치를 당하였다. 사실 송이는 회사와 계약을 하며 월급을 받고 있었고, 월급은 엄마의 권유로 전부 정기 적금을 들어놓은 상태이다.
결국 송이의 수입은 나의 용돈이 전부였다. 약속했던 너튜브 수입 절반은 회사와 계약을 하며 지급 종료를 하였다. 송이의 극렬한 반대도 나의 카리스마있는 결정으로 가볍게 제압을 했고, 이미 받은 돈은 어딘가에 투자를 한 것 같다.
코인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은데..
판결을 내리던 날 송이는 양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숙소 예약도 없이 나를 지리산 정상으로 보낸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유죄였다.
사실 친구들과 새해를 맞이하여 파티를 하고 싶었는데, 외박한다는 사실을 나한테 들키면 혼날까봐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 것이었다.
물론 봄, 가을 추천 코스였는데, 송이가 대충보고 핫하다는 코스를 선택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아무리 그래도 지리산 정상이라니 스케일이 누구를 닮아서 그리 큰지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엄마의 성격을 더 많이 닮은 것 같은데, 우리 송이는 아버지의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 친구들 좋아하고, 대장부 스타일이 아버지와 완전히 똑같다.
아무튼 용돈 감봉 2개월에 처한 송이는 엄마와 나의 심부름을 하는 대가로 용돈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힘차게 새벽 운동을 하고 있었다. 새해 다짐으로 체력 단련을 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작심삼일이 기본 매너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마동식의 근육 덕분에 운동을 하면 할수록 근육이 생기고, 체력이 좋아지니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운동을 하게 된다.
‘이게 운동 중독이라는 것인가? 아. 나란 놈은 운동에도 재능이 있구나!’
너무 힘든 운동에 정신줄을 살짝 놔버렸다.
강변 산책로를 달리면 조그마한 공원이 있다. 그곳에서 각종 운동기구들과 철봉을 이용해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기구들에 적혀있는 운동 방법대로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근육들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열심히 하는 운동은 바로 철봉이다.
처음에는 10개가 한계였지만, 지금은 30개는 거뜬하다. 30개씩 5세트를 하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니 너무나 개운했다.
“오늘 아침은 엄마가 좋아하시는 된장국을 끓여 볼까나”
운동이 끝나면 마트에 들려 아침밥 재료들을 사서 요리를 하고 있다.
송이와 같이 살 때는 항상 밥을 내가 해주다보니 습관이 되어버렸고, 가족과 같이 살다보니 그때 습관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게 처음에는 그렇게 미안하셨나보다. 그래도 계속해서 해드리다 보니, 지금은 늦잠까지 주무신다.
아침밥을 차려놓고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아침식사를 하면 하루가 행복하다.
마트에 거의 다 와 갈 때, 꼬마 아이 하나가 울고 있었다.
‘아이 혼자 울고 있기에는 너무 이른 아침인데, 엄마가 어디 가셨나?’
아무래도 엄마는 마트에 들어간 것 같다.
‘띠링’
[퀘스트 발생 - 풍선을 놓쳐버린 아이를 위해 나무에서 풍선을 내려주시오. 제한시간 1시간.]
‘아. 풍선을 놓쳤나보구나. 도와줘야겠다.’
사실 요즘에는 퀘스트와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이면 도와주고 있다. 퀘스트가 생성되면 되는대로 좋고, 아니어도 좋았다.
그래도 기왕이면 퀘스트가 생성되는 게 더 좋다. 정확한 상황도 알게 되고, 완료하고 나면 재능도 얻게 되니 퀘스트가 생성되는 게 백배는 좋다.
“안녕? 혹시 풍선 때문에 울고 있니?”
“후에엥.. 훌쩍...네..”
“아저씨가 도와줄까?”
“네...”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꼬마아이였다.
“그런데 우리 친구는 이름이 뭘까?”
“박송우”
“몇 살?”
손가락을 활짝 펴서 다섯 개를 보여주었다.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아저씨가 나무 위에 올라가서 내려줄게.”
“네!”
귀여운 꼬마 아이를 잠시 놔두고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여서 금세 올라갈 수 있었고, 풍선에 연결된 줄도 잡을 수 있었다.
“송우야~ 아저씨가 잡았다! 이제 내려갈게!”
“우와!!! 최고!!”
송우에게 한 번 웃어주고는 살짝 뛰어 내렸다. 그런데, 그 순간.
[펑!!]
나뭇가지에 찔린 풍선이 시원하게 터져버렸다.
“어?”
“우웅?”
상황파악이 아직 안된 송우가 내 손에 잡혀있는 줄을 잡아왔다.
“풍선이..없어.. 죽었어... 후웅.. 우에에에엥!”
“아니야! 아니야! 이런...”
얼른 송우를 안고 달래보았지만, 줄을 꽉 잡고 울고만 있었다.
“송우야! 아저씨가 풍선 사서 불어줄게!!”
“우에엥? 웅”
내 말에 송우가 울음을 그쳤다. 나는 얼른 송우를 안고 ,마트 옆에 있는 [만냥샵]으로 들어갔다.
“풍선!! 풍선 어디 있나요!!”
“어? 어? 저기!! 저깁니다!!!”
내가 뛰어 들어가며 풍선을 외치니 물건을 정리중이시던 남자 직원분이 화들짝 놀라시며 나를 안내해주셨다.
“줄!! 줄!! 선물 상자 묶는 줄이요!!”
“여기!! 여깁니다!!”
직원분의 헌신적인 도움에 무사히 풍선과 줄을 살 수 있었다.
“1,500원입니다.”
“네. 여기요. 감사합니다!”
무사히 풍선을 구매하고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파랑색 풍선을 불어주었다. 적당한 크기로 불어주고 줄을 묶어주니 송우가 다시 함박웃음을 되찾았다.
“아.. 다행이다. 풍선 마음에 들어?”
웃으며 송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줄을 잡고 있는 송우가 바닥에 떨어진 풍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날지 않아...죽은 풍선이야...흑...우에에엥!!”
내 숨은 헬륨이나 수소가 아니어서 풍선이 공중에 뜨지 않았다. 송우는 나라 잃은 독립군처럼 울었다.
“송우야! 이거 혹시 어디서 구한거야? 아저씨가 다시 구해줄게!”
“우에엥? 쩌기!”
송우가 가리키는 곳에는 천막이 쳐져있었고, 그 천막의 앞쪽에는 각종 장난감들이 모여 있었다. 송우를 안고 그쪽으로 가보니 [푸른펜]학습지를 홍보하는 곳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풍선들이 천막 옆에 묶여있었다.
송우를 내려주고는 송우의 손을 잡고 천막을 쳐다보았다. 우리를 보고 영업사원분이 친절하게 웃으며 말을 걸어오셨다.
“어머. 아들하고 아빠가 똑 닮았네~ 그런 소리 많이 듣죠?
나와 송우는 동시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하하..엄마를 닮았나보네요.. 하하하”
나와 송우는 동시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아무튼 학습지 시작할 나이가 된 것 같은데,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자세히 설명 드릴게요.”
나와 송우는 동시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무슨 일로? 설마..저거?”
나와 송우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건 상담을 받아야 드리는 건데...아..”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영업 사원 분께 건네 드리며 말을 했다.
“주시죠.”
송우의 손에는 어느새 풍선 줄이 들려있었고, 우리는 배꼽인사를 하고 다시 마트 앞으로 걸어갔다.
“송우야~ 좋아?”
“네. 쪼아요.”
“그런데 송우야~ 엄마는 어디 있어? 너 혼자 있는 거야?”
“엄마는 마트. 나는 들어가면 안 돼요. 아무거나 사달라고 해서 안돼요. 여기서 풍선 들고 기다려요.”
이미 나와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이제 와서 그런 멘트를 하다니.
잠시 기다리니 송우 엄마로 보이는 분이 큰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서 나오셨다. 누가 봐도 송우 엄마이다.
“송우야. 너는 정말 엄마를 완전 닮았구나?”
“네. 마자요. 나랑 엄마는 붕어빵입니다.”
귀엽기도 하지.
“송우야! 어디 돌아다니지 않고 잘 있었어?”
“네. 잘 이써써요.”
진심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한 건지, 거짓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송우 엄마는 웃으며 넘어갔다. 우리의 스펙타클한 모험담을 들었으면 웃지 못 하실 테지만, 아무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 것이다.
“어? 그런데 옆에 삼촌은 누구시니?”
“풍선 삼촌이야.”
“아. 안녕하세요. 송우가 너무 귀여워서 같이 놀고 있었어요. 그런데, 송우가 풍선을 엄청 좋아하네요.”
“호호호. 우리 송우가 아기일 때부터 풍선을 엄청 좋아했어요. 그런데, 특이하게 공중에 뜨는 풍선만 좋아하네요.”
송우 엄마도 너무나 유쾌하신 분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너무나 맛깔나게 해주셨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유. 송우 엄마! 여기서 뭐해? 놀이터 올 시간인데 안 오길래 와봤더니 마트에서 뭐 산거야?”
한 분, 두 분 모이시더니 어느새 다섯 분이나 모이게 되었다. 다들 한 손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모이시고는 아이들 손을 풀어주셨다.
이른 아침부터 활력들이 넘치신다.
아이들은 서로 익숙한지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들 송우의 풍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고 오디서 산거야?”
“마트”
‘송우야. 마트에서 산거 아니잖아.’
“엄마!! 나도 풍선!”
“나도! 나도!”
아이들이 풍선을 사달라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하자 엄마들이 눈짓을 하시더니, 각자의 아이들 손을 잡고 집으로 헤어지기 시작하셨다.
“아유. 송우야. 너 또 친구들한테 풍선 자랑한 거야?”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였다.
송우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냥 송우는 풍선을 들고만 있었는데, 그게 자랑한 거란 말인가?
“저. 혹시 무슨 일인가요?”
“아. 네. 우리 송우가 풍선만 구하면 친구들한테 자랑을 해서요. 아이들이 풍선을 가지고 싶은데, 그게 쉽나요.”
“공중에 뜨는 거 아니면 죽은 거라고 다들 싫어하고, 무슨 행사 때 아니면 그런 거 구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요즘에 다들 엄마들이 우리 송우랑 잘 놀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민이에요.”
밝아 보이시던 송우 엄마에게도 고민이 있으셨나보다.
“아까 말을 들어보니까. 평소에는 놀이터에서 노시나 봐요?”
“네. 애들이 전부 아침잠이 없어서 새벽에 일어나요. 아침 산책 겸 다들 모였다가 어린이집 보내고, 어린이집이 끝나면 놀이터에서 모여서 놀다가 집에 들어가요.”
“네. 아무튼 잘 들었습니다. 이제 저도 그만 가볼게요. 송우야 안녕! 삼촌 갈게~”
“아유.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에 뵐게요.”
“풍선 삼촌! 안녕.”
송우의 인사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였다.
이쪽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동네가 낯설기도 하고, 주민분들과 인사도 주고받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될 것 같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보고,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태권도 흰띠의 발차기’를 습득하였습니다.]
[태권도 흰띠의 발차기가 마동식의 근육과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여 상급 재능 태권도 국가대표의 발차기로 승급합니다.]
어? 또 상급 재능이다. 퀘스트 전용 재능인 [마동식의 근육]은 운동 관련 재능을 얻으면 업그레이드를 시켜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니 지금까지는 100% 확률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준다.
최상급 재능보다도 더 좋은 것 같다. 마동식 최고!!
==========
오후 3시가 되자 집을 나섰다. 약속 시간은 오후 3시 30분이니, 미리 가서 기다리면 될 것 같다.
“안녕하세요. 해피해피 이벤트에서 나왔습니다. 천운 사장님 맞으신가요?”
“네. 제가 천운입니다. 여기 이쪽 놀이터에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바로 준비를 시작하고, 아이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4시 반 정도가 되자 첫 번째 어머니가 어린이집을 방문하셨다. 어제 송우 엄마와 이야기를 하시던 어머니이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나오는 어머니를 기다렸다가 말을 걸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에 이쪽으로 이사 온 천운이라고 합니다.”
“아. 어제 잠깐 뵀었죠? 송우 엄마랑 있던데.”
“네. 맞습니다. 사실 송우 엄마가 송우 친구들한테 미안하다면서 풍선 선물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그래서 겸사겸사 준비를 좀 해보았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잠시 놀다가세요.”
“어머. 정말요? 송우 엄마가 요즘 계속 신경 쓰는 것 같더라니. 이렇게 크게 준비할 줄은 몰랐네요.”
놀이터에는 솜사탕 기계와 풍선 기계, 간단한 놀이 기구들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미 아이는 엄마의 손을 놓기 위해 손을 비틀고 있었고, 마음은 이미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것 같았다.
드디어 엄마의 손에서 탈출한 아이는 쏜살같이 풍선과 솜사탕에게로 달려갔다.
지켜보는 나는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아이의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하나 둘씩 하원을 하기 시작했고, 처음 방문 하셨던 어머니께서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기 시작하자. 어린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자그마한 놀이동산이 되었다.
“어? 풍선 삼촌!”
송우가 송우 엄마와 함께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려는 찰나에 이미 다른 어머니들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아유! 송우 엄마는 무슨 이런 걸 다 준비했어? 돈 엄청 많이 들었겠네!”
“그러게! 그렇게 풍선 괜찮다고 말했는데도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린 거야?”
“다음에는 남편 이야기를 해야겠어! 그러면 새 남편 준비해 주는 거 아냐? 호호호호”
“호호호호. 아유! 이 아줌마 입이 아주 그러네! 옆에 총각도 있는데.”
“뭐가 어때서? 다 큰 성인 아냐? 맞지?”
어머니들의 아찔한 농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송우 엄마도 이게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웃어주고 있었다.
“송우 어머니. 제가 동네에 이사 온지가 얼마 안돼서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하나 걱정했는데, 겸사겸사 송우 핑계를 좀 댔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된 송우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제가 너무 미안해요. 저는 그냥 한 말이었는데...”
“하하하 제가 아이들을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고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걸 꿈꿔왔는데,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어서요.”
송이가 태어나기 전에 부모님은 나를 데리고 놀이동산을 놀러갔었다. 아마 송이가 태어나면 많이 못 놀아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그러셨던 것 같다.
그날은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너무나 행복했던 하루였다.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좋았지만, 사실 그건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냥 부모님과 손을 잡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너무 좋았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송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그런 시간들이 없었다. 너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도 없었고, 같이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아버지가 많이 바쁘셨다.
엄마 혼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을 가는 건 꿈도 못 꿀 만큼 중노동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기 사건이후로는 그런 건 아예 생각도 못해봤었다.
그래서 송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나만이 부모님과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꼭 송이를 데리고 놀이동산을 가고 싶었었다. 그러다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 같이 가자고 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송우 엄마에게 말한 대리만족은 그런 것이었다.
우리 송이에게 못해준 추억을 이 아이들에게 만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세세한 기억은 못하더라도 즐거웠던 하루의 기억이 평생을 갈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송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오빠 무슨 일이야?]
“수업은 다 끝났니?”
[응. 아까 끝나서 지금 집에 거의 다 와 가는데? 저녁 뭐 먹을지 물어 보려고? 음.. 족발?“
“족발은 너꺼 발 먹고, 심심하면 집 앞 놀이터로 와라. 너 수준에 맞는 걸로 셋팅 해놨으니까.”
[뭔데? 나 지금 놀이터 옆인데? 어? 놀이공원이야? 뭐야? 오빠가 셋팅한 거야?]
전화를 끊고 조금 있으니 송이가 나타났다.
“오빠! 오빠가 준비한 거야? 대박! 나 이런 거 진짜 해보고 싶었어. 오빠가 어렸을 때 맨날 이야기 했었잖아. 오! 회전목마! 저거 목에 꽃 달린 애는 내꺼야! 이야호!”
송이는 한 마리 들짐승과 같이 놀이 기구 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실 정말 좋아서 저렇게 행동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제 21살인데 아이들이 타는 기구들을 타면 뭐가 재미있겠나.
결국은 나를 위해서 기뻐해주는 걸 알고 있었다.
송이가 어렸을 때부터 항상 놀이동산 이야기를 해주었다. 조금만 더 크면 같이 가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은 못 지켰다. 그걸 알기에 송이도 신나 해주는 것 같다.
못난 오빠보다 훨씬 더 사려가 깊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이다.
“이야호!!! 야! 나와! 이건 내꺼야! 오! 저건 솜! 사! 탕! 아저씨! 솜사탕 토끼 모양으로요!!”
음.. 나를 위해서 저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아니 잘 노는 애는 왜 울리고 저러냐?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