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170)

오리 효과(1)

놀이터 놀이동산 이벤트 이후에 동네 어머니들과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아이들도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송우를 따라서 나를 풍선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리고 송이는 아이들을 울리고 해서 아이들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보다 더 좋아한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송이를 자신들과 수준이 비슷하거나 자신들보다 정신 연령이 어리다고 생각해서인지 잘해준다.

가끔 송이에게 아이들이 사탕도 몰래준다.

돈을 쓴 건 난데, 아이들의 사랑은 같이 즐긴 송이에게 돌아가니 어이가 없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벌어간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우리의 선조들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미리 이런 말을 만들어 놓으셨을까?

그날 이후로 나는 이사 온 동네에서 완전히 적응을 완료하였다.

‘이제 체력이 완전히 붙은 것 같네. 뛰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아.’

새해부터 시작된 운동이 궤도에 올랐나보다. 새벽마다 거의 5km는 뛰는데 힘이 들지 않는다. 속도도 처음에는 거의 걷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그때의 두 배 이상의 속도로 뛰고 있다.

몸은 공원 운동기구를 사용하다보니 골고루 잘 발달하고 있다. 헬스장을 다닐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냥 주변 풍경을 보며 뛰는 게 좋아서 강변 산책로를 계속 이용하고 있다.

‘아~ 오늘도 정말 상쾌한 아침이네. 정말 좋다.’

기분 좋게 뛰어 공원에 도착을 하였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온몸의 근육을 풀고 있을 때였다.

‘띠링’

[퀘스트 발생 - 오리 가족을 구해 주시오. 제한시간 10분.]

어? 오리 가족? 강변 산책로를 뛸 때 보았던 그 오리 가족인가보다. 엄마 오리와 다섯 마리의 아기 오리들이 강가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제한 시간이 오 분? 뭐지? 고양이한테 위협당하나? 일단은 뛰자!’

오리 가족을 보았던 곳은 이곳에서 거의 15분정도는 떨어진 곳이다. 그런데, 제한 시간이 10분이면 전속력으로 뛰어야한다.

[두다다다다다!!!!]

“훅! 훅! 훅! 훅!”

아무리 빠르게 뛰더라도 호흡을 놓치면 안 된다. 최대한 호흡에 집중하며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하니 모든 사물이 빠르게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빠르게 달릴 수 있었나?’

지금까지는 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달렸었는데, 지금 마음먹고 제대로 달려보니 엄청난 속도였다.

온몸에서는 탄력이 넘치고, 다리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움직였다. 아무래도 상급 재능인 [차붐의 말 근육]의 힘인 것 같다.

‘왠지 이 느낌에 중독될 것 같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오리 가족을 보았던 그곳에 거의 다가왔다. 퀘스트 네비게이션도 그쪽 방향을 가리키니 맞나보다.

달리며 바라보니 강변에 한 남자가 서서 돌을 들고 강으로 던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돌은 오리 가족 근처로 떨어지며 오리 가족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으흐흐흐!! 맞아라!! 아이씨! 안 맞네!”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돌을 던져대고 있었다.

“야!!! 뭐하는 짓이야!!!”

다급한 마음에 소리부터 질렀다.

내 고함에 놀란 그는 내 쪽을 한 번 쳐다보더니 산책로를 벗어나 도로가 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빨라졌다고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거리가 있었던 상황이어서 결국 범인을 놓치게 되었다.

“하아.. 하아.. 하아..”

마지막에는 거의 전력질주로 200여 미터를 달렸더니 호흡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다행히 오리 가족은 무사한 것 같다. 엄마 오리를 따라 아기 오리들도 헤엄쳐 도망가고 있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오리걸음으로 우사인볼타’를 습득하였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된 걸 보니 이제는 괜찮은가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기 오리들의 숫자를 세어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휴.. 다행이다. 전부 다 무사하네. 아니 그런데! 도대체 왜 오리들을 괴롭히는 거야? 이해할 수가 없네!”

저렇게 예쁜 오리 가족이 뭐가 밉다고 저리 괴롭힌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또 오면 어떡하지?’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잠복을 해야겠다.

==========

강가에 노을이 지니 정말 아름다웠다.

오늘은 하루 종일 오리 가족을 지켜보며 지냈다. 굉장히 지루할 줄 알고 각오를 했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엄마 오리들을 따라 다니는 아기 오리들이 귀여웠고, 가끔 제일 뒤에 있는 아기 오리가 딴 곳으로 세면 엄마 오리가 데리러 가는 것도 재미있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 보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구절이 있다.

오리 가족을 산책길의 배경으로만 바라볼 때는 그저 하나의 풍경이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니 나에게 의미 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김춘수 시인의 그 구절이 마음에 이렇게 와 닿은 건 처음이다.

‘평화롭다. 정말 좋네.’

나의 직업이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다시 그 놈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시간을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가끔 너튜브에 풍경 영상을 올려놓은 것들이 왜 인기가 있는지 몰랐는데, 오리 가족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 집에 가자. 내일은 혹시 모르니 준비를 좀 해서 와야겠네.’

==========

원래 나오던 시간보다 1시간 더 일찍 집을 나섰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시간이다 보니 거리에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이 시간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보여서 살짝 당황을 했다.

거리를 청소하시는 환경미화원분들과 그 옆을 지나가는 가방을 멘 학생, 쓰레기를 싣고 있는 청소 차량 아저씨와 카트를 끌고 지나가는 할머니.

하품을 하며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는 아가씨와 그 옆을 조심히 지나가는 차 한 대.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조용한 새벽은 누군가에게는 이미 일과가 시작된 일상인가보다.

그렇게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강가 산책로에는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오리 가족이 나타나는 강가에서 조금 떨어져 숨어있었다.

그리고 셀카봉을 이용해서 촬영용 스마트폰을 설치하였다.

‘나타나기만 해봐라. 증거 영상 잡아서 신고해주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어떤 남성이 주변을 수상하게 두리번거리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살짝 어두워서인지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좌우를 둘러보다가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자 돌을 찾아 들고 강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오리 가족을 다시 찾는가보다.

못된 짓을 저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가 싶었다. 저런 열정이면 뭘 해도 성공할 것 같은데, 하필이면 저런 사이코패스적인 일에 열정을 쏟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으흐흐흐. 찾았다.”

집어든 돌을 신중하게 조준을 하며 던지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놈에게 들키지 않고, 오리걸음으로 순식간에 그 놈의 뒤까지 뛰어갔다.

어제 얻은 [오리걸음으로 우사인볼타]재능이 빛을 발했다. 이런 상황을 위해서 준 재능인 것 같았다. 거의 서서 뛰는 것과 비슷한 속도가 나왔다.

“이놈! 뭐하는 짓이야!”

놈의 목을 왼손으로 감아 제압을 하고, 돌을 든 오른손을 내 오른손으로 잡아챘다.

“뭐야!! 너 뭐야!!! 이거 놔!”

사이코패스임이 분명한 그놈이 소리를 지르며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저 오리들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왜 죽이려고 하는 거냐!”

“니가 무슨 상관이야!! 무슨 상관인데!! 오리가 뭐가 중요한데!!”

한참을 그렇게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운동을 통해 힘이 강해진 나는 그놈을 완벽하게 제압을 하고 바닥에 눕혀놓았다.

엎드려있는 그놈의 팔을 등 뒤로 잡아놓고 말을 했다.

“네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오리들도 생명들이다. 네놈이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거야! 너 동물보호법이 뭔지 아냐? 법에 처벌을 받을 수 있어!”

내 말에 소리를 지르던 놈이 순간적으로 흠칫 놀란다.

“뭐..뭐? 저딴 걸 보호하는 법이 어딨어! 거짓말 하지마!”

“네놈이 한 행위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때리거나 산채로 태우는 등의 방식으로 야생생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네놈은 이제 큰일난거야!”

어제 밤에 열심히 법 조항을 찾아보았다. 실제로 동물학대는 큰 처벌 행위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약한 벌금형뿐이었다.

어쨌든 나의 말에 놈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고작 오리일뿐이잖아요. 제발 봐주세요.”

그때 저쪽에서 경찰 두 명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신고를 한 것인지, 원래 순찰 경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가오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 무슨 일입니까?”

다가오는 경찰을 보며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놈을 잡고 있는 것도 문제인데, 때마침 다가오는 경찰들이 반가웠다.

그런데, 그때 나보다 나한테 제압된 놈이 먼저 말을 했다.

“경찰 아저씨! 도와주세요! 이 사람이 갑자기 나를 때리고 괴롭힙니다. 어서 도와주세요!”

이 황당한 상황에 잠시 말을 하지 못했고, 더 황당한 사건은 경찰들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제지를 했다는 것이다.

“거기! 그 사람 빨리 놔주고 옆으로 나와요! 다 큰 사람들이 왜 싸우고 있습니까? 어서 놔주세요!”

“아니! 이 사람이 오리들을”

“어서 놔주라니까요! 안 놔주시면 체포합니다!”

“잠시만요! 제 말 좀.”

“어허! 이 아저씨 안 되겠네. 김순경아 가서 제압해!”

“네!”

이 어이없는 상황에 당황한 나는 놈을 제압한 손을 풀어주게 되었다. 자유로운 몸이 된 그놈은 순식간에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어? 거기서!! 거기 안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놈을 나도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경찰이 나를 덮쳤다.

“이거 놓으세요! 저놈 잡아야 한다니까요!”

“가만있지 못해!”

그렇게 나는 경찰에게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혔다. 그리고 상황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 말을 전부 들은 경장 직급의 경찰이 말을 했다.

“진작 그렇게 말을 하지 그랬습니까? 그리고 그깟 오리 때문에 사람을 때리시면 됩니까? 아저씨도 잘못 하셨네요.”

“아니! 때린 게 아니라 제압을 한 거라고요.”

“뭐. 어쨌든 별거 아닌 일이니까 좋게, 좋게 넘어가시죠. 어차피 도망가서 잡지도 못하니까 그렇게 아세요.”

황당한 대답을 한 경찰들이 자리를 떠나버렸다.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이게 별일 아닌 건가? 나만 이상한건가? 정말 내가 문제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이상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나 빼고는 다들 별거 아니라고 하니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아침이 지나고, 소속사로 너튜브 촬영을 위해서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갑자기 앞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 뭐지?’

나는 본능적으로 비명이 들린 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비명은 지나가는 행인이 지른 것이었고, 이유는 칼을 든 괴한 때문이었다.

“다 죽어버려! 어차피 더러운 세상! 다 같이 죽는 거야!”

얼굴에 멍이든 그 괴한은 아침의 그 오리를 괴롭히던 놈이었다. 그 놈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칼을 들고 위협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건물 안쪽에서는 전화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건물 2층, 3층에서는 사람들이 창문 밖으로 휴대폰을 내밀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완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며, 기회를 노렸다. 그 놈이 칼을 들고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안쪽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때다!’

기합도 지르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이상함을 느낀 그놈이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칼을 내밀었다.

순간적으로 달리는 자세 그대로 멈추며 놈의 칼을 든 손목을 앞차기로 날려버렸다. 그림과 같은 앞차기에 놈은 손에 든 칼을 놓쳐 버렸고, 칼은 날아가 길에 떨어졌다.

“너! 아침에 그놈이지!! 가만 두지 않겠어!”

그놈이 나를 알아봤다.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바로 떨어트린 칼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놈이 떨어진 칼을 들고 허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 나는 공중을 날아 회전을 시작했다.

[휘리리릭! 쾅!!!]

그림과 같은 540도 발차기가 놈에게 적중하였다. 내 발차기에 맞은 놈은 그대로 공중에 떠 날아갔다.

[쿠당탕탕! 와르르르!]

길가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놈은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기절을 했고, 사람들은 나의 몸놀림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경찰들이 도착을 하고, 나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런 경찰들을 보며 사람들이 소리쳤다.

“저 사람이 아니에요! 저기 저놈이 범인이라고요!!”

“저기 쓰러져있는 놈이 그놈이라고요!”

“그 사람 아니라니까!!”

나는 조용히 양손을 들고 서있었고, 경찰들은 여전히 손에는 삼단봉과 테이져 건을 들고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반항하지 않는 나를 한 경찰이 잡더니 업어치기를 하였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그대로 넘어갔고, 잠시 기절을 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양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고, 길에 방치되어 있었다. 내 옆에는 칼을 들고 난동을 피웠던 놈이 경찰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계속해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다짜고짜 나를 때렸다고요! 고소할 겁니다! 고소할거라고요!”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저놈이 칼 들고 설친 놈이라고 몇 번을 말해!! 니놈들이 경찰 맞아?”

오히려 경찰들이 소리친 아저씨를 향해 화를 내었다.

“자꾸 그러시면 공무집행 방해죄로 잡아갑니다. 다 우리가 알아서 할 거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단 말인가. 아침부터 계속해서 황당한 일만 일어나고 있었다.

경찰들끼리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그놈도 수갑을 채웠다. 그놈은 반항을 했지만, 경찰들이 힘을 쓰니 어쩔 수없이 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경찰차에 태워서 출발을 하였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놈이 나에게 웃으며 말을 하였다.

“니가 나 쳤으니까 너 고소할거다! 합의는 없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