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170)

오리 효과(2)

“니가 나 쳤으니까 너 고소할거다! 합의는 없어!”

옆에서 정신 사납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놈이 신경에 거슬렸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경찰서에 도착해서 상황을 차분하게 다시 설명하면 다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야! 내려!”

경찰차가 멈춰서고 그놈이 먼저 내리고 나자 경찰이 나에게 내리라고 소리쳤다. 갑작스러운 반말에 기분이 상했지만, 참고 내렸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 3층으로 이동을 하였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천장에 붙어있는 강력 2팀 명패가 보였다.

“아드님은 저기 앉아계시고, 거기 너! 너는 이쪽에 앉아!”

뭔가 많이 이상했다. 저놈을 부르는 호칭도 그렇고, 나에게 지나치게 강압적인 모습도 이상하다.

나는 자리에 앉아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름과 인적사항들을 이야기하고,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하자 조사를 하는 경찰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질렀다.

“야! 내가 말하는 것만 예! 아니오!로 대답해! 알겠어? 어디서 함부로 말을 하려고 해!”

이건 정말 아니었다.

뻔히 나를 엮어 넣고 저놈은 봐줄 거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았다. 나는 경찰에게 다시 한 번 말을 하였다.

“전화 한 통화만 하게 해주시죠.”

“전화? 전화 같은 소리하네! 너 같은 놈들은 내가 잘 알아! 헛소리 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아무래도 나의 옷차림을 보고 사회경험이 거의 없는 가난한 학생으로 생각하나 보다. 돈을 벌고 나서도 옷차림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런 대우를 받고 나니 조금은 후회가 된다.

“음.. 전화 통화하기 전까지는 진술 거부 하겠습니다.”

“아니! 이 새끼가!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너 진술 거부하면 공무 집행 방해죄에 너가 한 일들 전부 시인 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받는다는 건 알고 있냐?”

경찰이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협박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저놈의 뒷배경이 엄청난가보다.

아까부터 저쪽에 앉아있는 그놈이 나를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래봤자 나한테 맞은 얼굴 한쪽이 부어올라 있는 상태여서 웃길 뿐이다.

그렇게 경찰의 협박에도 진술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는데, 갑자기 형사과 사무실이 소란스러워졌다.

“어디 있어! 어? 어디야!”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거친 고함을 질러대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남성을 본 강력 2팀의 팀장자리에 앉아있던 경찰이 벌떡 일어나 마중을 나가며 말을 하였다.

“아이고. 박 변호사님! 아드님은 저기 저쪽에 잘 모시고 있었습니다. 로펌일도 바쁘실 텐데 직접 오셨습니까? 어련히 저희가 알아서 처리 할 텐데요.”

“최 팀장! 미안하네. 이거 면목이 없구먼. 내가 서장한테는 잘 말해놨네. 신문사하고 방송국도 내가 잘 말해놨으니까 최 팀장이 잘만 마무리해주면 되네.”

“하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중에 검찰 쪽에 잘만 이야기 좀 해주세요. 이번에도 저희가 사건 넘겼는데 자꾸 처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길들이기가 너무 길어지는데 변호사님이 좀.. 하하하”

“알겠네. 내가 지검장한테 전화를 해놓을 테니까 그런 일 없을 거네.”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강력 2팀 팀장과 이야기를 마친 중년 남성이 그놈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중년 남성이 나타나면서부터 그놈은 안절부절 못하며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고개 들어.”

중년 남성의 말에 그놈이 조심히 고개를 들었다.

“아... 아버지.. 그게..제가”

[쫘악!!]

그놈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게 아니라.. 제가..”

[쫘악!!]

그놈의 얼굴이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놈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못난 놈 같으니라고! 아침에 그거 한번 맞았다고 이런 사고를 쳐? 내가 너 때문에 경찰서를 몇 번을 와야 해! 이번 달만 세 번째야! 어? 내가 경찰서장한테 전화해서 부탁을 하게 만들어? 어!”

자식이 잘못한 게 문제가 아니라 경찰서장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문제였나 보다. 아주 대단한 이유다.

‘촬영은 잘 되고 있겠지?’

나는 가슴에 매고 있는 가방이 정면이 가도록 몸을 돌린 상태로 구경하고 있었다. 어제 경찰에게 황당한 일을 겪고 난 이후에 혹시나 하고 구매해둔 가방이었다.

주머니에 투명한 재질로 된 부분이 있어서 핸드폰을 넣으면 카메라 부분이 투명한 부분으로 오게 되는 가방이었다.

가방에 들어있는 핸드폰은 그놈과 격투를 하기 전부터 촬영 중이었고, 지금도 촬영되고 있을 것이다. 촬영이 끝나면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올라가게 셋팅도 해두었다.

그놈과 그놈 아버지의 진상 짓을 보고 있는 상황에 또다시 경찰서 형사과의 사무실이 시끄러워졌다.

“천운님!! 천운님 어디계십니까!”

직함이 어마어마하게 긴 예리 엔터테인먼트 너튜브 기획팀 팀장 나특 팀장님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중후한 인상의 양복 차림의 신사가 같이 들어오시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외침에 사무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특 팀장님과 그 옆의 중년의 신사 분을 쳐다보았다.

“아니! 홍 선배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놈의 아버지가 중년의 신사 분을 향해서 인사를 해왔다.

“음? 자네가 여기는 웬일인가? 나야 내 의뢰인이 여기 있다고 해서 변호를 하러 왔네만.”

“의뢰인이요? 여기는 내 아들놈하고 저놈밖에는..어? 혹시 저놈. 아니! 저분이 의뢰인이신가요?”

“크흠.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예리 엔터테인먼트 법무팀 고문으로 가지 않았나. 저기 저분이 예리 엔터테인먼트 최 회장님이 가장 아끼는 인물일세.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네 아들과 관계있는 일이면 잘 생각해보고 판단하게나.”

“아..예.”

그놈의 아버지에게 말을 한 중년의 신사분이 내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하셨다.

‘그러니까 저분이 우리 회사 법무팀 고문이시라는 말씀이신거지? 그리고 그놈의 아버지는 우리 고문님 후배인거고?’

상황 판단이 빠르게 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법무팀 고문 홍성교라고 합니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분도 나처럼 최상급 재능인 [위로의 목소리]가 있으신가보다. 내 마음이 고문님의 말 한마디에 편안해져 왔다.

“말보다는 영상으로 보시는 게 더 정확하실 것 같습니다.”

나는 말을 하며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고문님에게 건네 드렸다. 그리고 내 핸드폰을 본 나를 조사하던 경찰과 강력 2팀 팀장이 사색이 되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는 내 핸드폰에서 들리는 영상 소리뿐이었다.

내가 그놈과 격투를 벌이는 소리

경찰이 나를 포위하고 있고, 목격자들이 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소리

반항하지 않는 나를 경찰이 업어치기로 기절시키는 소리

내가 기절해 있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이 경찰을 향해 화를 내며 욕을 하는 소리

그런 시민들을 향해 공무집행 방해죄로 잡아 간다고 협박하는 소리

나를 조사하던 경찰의 강압적인 협박 소리

그놈의 아버지와 강력 2팀 팀장의 은밀한 대화 소리

모든 소리가 경찰서 형사과 안에 울려 퍼졌다. 2시간이 넘는 긴 영상이었지만, 아무도 움직이지도 않고 다 듣고 있었다.

“아니! 뭐 이런!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경찰이었어? 아주 개판이구만!”

나특 팀장님의 울분에 찬 고함에 사무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땅을 향해 떨어졌다.

“음. 상황은 잘 알겠습니다. 증거가 명확하니 천운님이 원하시는 대로 처리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걸 원하십니까?”

홍성교 고문님께서 나에게 말씀을 하셨다.

이 사건의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말씀을 하신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내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말 한마디면 관련된 경찰들은 직장을 잃거나 징계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찰들은 한 집안에 가장일 것이고, 그럼 그 피해는 그 경찰들의 가족들에게도 미칠 것이다.

또한 경찰서장과 검찰로 이어지는 권력들에게도 미움을 살 것이다.

그런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저런 나쁜 경찰 같지도 않은 놈들이 계속 경찰 일을 하면 억울한 피해자들이 얼마나 더 많이 늘어날 것인가?

그리고 권력들이 나를 미워하면 뭐 어쩔 것인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법에서 정한! 최대한의 처벌을 받기를 원합니다.”

내 말에 경찰들이 절망에 빠지게 되었고, 그놈의 아버지 또한 사색이 되었다.

“네. 알겠습니다. 천운님이 원하시는 대로 전부 처리될 것입니다.”

홍 고문님의 담담한 말씀에 잠시 격앙되었던 내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그래도! 어.. 과잉진압!! 맞아! 과잉진압을 해서 저기 저 피해자 손목과 얼굴을 구타했잖습니까? 예? 저분이 조용히 넘어가시면 폭행 건으로 고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안 그러면! 고소당하실수도 있어요!!”

나를 조사하던 경찰이 필사적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던 상황에서 최대한의 임기응변을 발휘한 것 같았다.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되었고, 강력 2팀 팀장과 그놈의 아버지의 얼굴은 더 일그러졌다.

“지금 그 말씀은 협박으로 간주해도 되겠죠? 그리고 폭행 관련한 건은 이 사건과 별건입니다. 고소하시죠. 영상을 보니 칼을 든 사람과의 격투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니, 충분히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차분한 홍 고문님의 말씀에 그 경찰은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주저앉은 경찰을 외면한 홍 고문님은 잠시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시더니 강력 2팀 팀장님에게 말을 하셨다.

“그럼 이제 제 의뢰인의 혐의는 없는 거겠죠? 모시고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경찰서 앞에 기자들이 많이 모인 것 같은데, 저희 의뢰인이 조용히 나갈 수 있게 준비 좀 해주시죠.”

기자가 모였다는 말에 강력 2팀장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기자들까지 부르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 말에 나특 팀장님이 비웃으며 말을 하였다.

“기자들을 부르기는 누가 불러요? 기자들이 알아서 온 거지!”

“그쪽이 연예 기획사 중에 탑 클래스 아닙니까! 그래서 아는 기자들 전부 동원한 걸 모를 줄 알아요? 기자들 전부 철수 시켜요! 빨리!”

“답답하시네. 지금 천운님이 누군지 몰라서 이러는 겁니까? 아이고. 천운님 더 노력하셔야겠네요. 아직도 대한민국에 힐링님을 모르는 분들이 이렇게 많네요.”

나특 팀장님의 말에 저쪽에 있던 경찰이 중얼거리다 소리를 질렀다.

“힐링? 힐링이면... 아! 헉!!! 팀장님! 잠시 만요!!”

황급히 달려와 강력 2팀장한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뭐! 구독자가 2천만이 넘어? 코로 탄산 그거? 그 사람이라고??”

“네. 그 아라수 행사에서 얼음물에서 버틴 그 사람이요!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 둘의 이야기를 듣던 나특 팀장님이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어나가셨다.

“이제 아셨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우리 천운님이십니다. 인터넷에 아까 격투장면이 쫙 퍼졌는데 모르셨어요? 우리가 그럼 어떻게 알고 여기를 찾아왔겠습니까? 이제 상황 파악 되세요?”

“빨리 조용히 나갈 수 있게 준비나 해주시죠! 아니면 기자님들 모이신 김에 화끈하게 기자회견이나 해보죠 뭐.”

“빨리 뒷문 준비해! 최 형사가 기자들 시선 끌고! 움직여!!”

나는 나특 팀장님, 홍 고문님과 같이 경찰들의 안내에 따라 조용히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특 팀장님이 직접 운전을 해서 우리 집 앞까지 태워다 주셨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죠!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나저나 천운님 발차기가 아주!! 와!”

“하하하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푹 쉬십시오!”

나특 팀장님의 차가 떠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엄마와 송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아! 다치지는 않았어? 어디 봐!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한 거야! 너까지 그러다가....흑...”

“맞아! 오빠가 무슨 히어로야? 어쩌자고 칼 든 사람한테 덤빈 거야? 어!”

엄마와 송이는 정신없이 말을 하며 울고 있었다.

“둘 다 잠시만 진정해 주세요. 다 말씀 드릴게요.”

나한테 일어난 일들을 차분하게 말씀을 드리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위로의 목소리] 재능덕분인지 둘 다 조금씩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오리 가족과 경찰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이어지자 다시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다 끝나자마자 송이가 폭주를 시작했다.

“와!! 오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미친노...헙!”

엄마의 째려봄에 송이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그런 싸이코패스가 다 있냐? 그리고 경찰들은 도대체 뭐 한 거야? 대한민국 경찰들이 어? 완전 똘아이...헙!”

“송이야!”

엄마의 호통에 송이가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잘 처리해주셨고, 제가 찍은 영상에 내용이 잘 나와서 큰 문제없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맞아 엄마! 우리 회사 장난 아냐! 대한민국 3대 기획사잖아! 걱정 마.”

나와 송이의 말에 엄마는 조금 안도를 하시는 것 같았다.

피곤한 나는 방으로 들어와 렉오 블록위에 누워 쉬고 있었다. 그렇게 누워있으니 오늘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꿈인 것만 같았다.

[띠리리링]

전화벨이 울려서 보니 나특 팀장님이다.

“여보세요. 팀장님?”

[쉬시는데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회사에서는 이번에 천운님이 방송국과 인터뷰를 진행하시는 게 좋겠다고 판단을 해서요.]

나특 팀장님의 말에 따르면, 회사에서는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겪은 일을 자세히 알리고 여론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고 한다.

물론 증거가 명확하니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검찰 쪽과도 엮여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나만 승낙을 하면 오늘 바로 인터뷰를 잡아보겠다고 한다.

생각을 해보면 우리가 법대로 처리하려고 해도 저쪽은 법 전문가에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다. 아무래도 우리도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네. 알겠습니다. 할게요. 인터뷰.”

[네. 그럼 오늘 오후에 매니저 보내겠습니다.]

큰 회사여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워낙에 화제가 된 사건이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인터뷰가 잡혔다. 그것도 무려 공중파 9시 뉴스.

지금 인터넷은 온통 내 이야기뿐이다.

온갖 커뮤니티에는 내 격투 영상이 올라오고 있었고, 패러디 영상들도 봇물 터지듯이 범람하고 있었다.

540도 발차기 장면을 편집해 나를 선풍기로 만드는 영상

앞차기로 칼을 날려버리는 장면을 이용해 고백하는 남자의 꽃다발을 날려버리는 장면, 노래 부르는 사람의 손에 들린 마이크를 날려버리는 장면.

온갖 패러디 영상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역시나 내 격투 장면이었다.

- 와!! 개그 캐릭인 줄 알았는데, 발차기가!

⌎ 개그물에서 히어로물로 채널 변경!!

- 실전에서 540도 발차기가 가능한 거였구나?

⌎ 게임 캐릭터들 고증 완료!!

⌎ 게임들이 오바 한줄 알았는데 적당히 한 거였어?

- 현직 국가대표 상비군입니다. 540도를 저렇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피나는 노력이 동반된 것입니다. 몸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수천 번 반복 훈련을 한 것입니다.

⌎ 그리고 정말 대단한 건 칼을 든 손을 날려버린 저 앞차기입니다. 대회에서 저런 발차기가 나오면 명치를 맞고 바로 ko입니다.

⌎ 그러고 보니 저 앞차기! 영상에 제대로 찍히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네?

⌎ 슬로우로 돌려야 겨우 보이는 앞차기 클라스!!

- 태권도 협회는 뭐하냐? 국가대표로 빨리 뽑아라!

⌎ 다음번 미국 올림픽 금메달 예약?

⌎ 저 정도면 미리 금메달 수여받고, 경기 뛰어야지!

이런 관심은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해외 구독자가 많은 내 채널 특성상 해외에서도 관심이 폭발했다.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올라가고, 심지어는 BBCC같은 대형 방송국에서도 내 이야기를 다루는 뉴스를 내놓았다.

이 모든 게 단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너무나 많은 칭찬들과 관심에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니 고마웠다. 이번 인터뷰도 잘 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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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영상이 있습니다. 잠시 보고 오시죠.”

내 격투 영상이 스튜디오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나오고 있었다. 영상이 끝나자 앵커는 말을 이었다.

“오늘은 이 영상의 주인공을 모셨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이시죠? 인플루언서 힐링님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힐링으로 활동 중인 천운이라고 합니다.”

“네. 사실 저는 힐링님이 더 익숙한데, 오늘은 본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앵커분의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이야기는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내가 제공한 영상도 중간, 중간 활용하여 현장감도 더했다.

오리 가족을 위협하는 그놈을 제압하는 영상

경찰 때문에 그놈을 놓치고, 그깟 오리라고 말하는 영상

칼을 들고 시민들을 위협하는 그놈 영상

그놈을 제압한 나를 포위한 경찰들과 아니라고 소리치는 시민들 영상

반항하지 않는 나를 업어치기로 기절시키는 영상

그리고 마지막은 그놈의 아버지가 말하는 영상

[못난 놈 같으니라고! 아침에 그거 한번 맞았다고 이런 사고를 쳐? 내가 너 때문에 경찰서를 몇 번을 와야 해! 이번 달만 세 번째야! 어? 내가 경찰서장한테 전화해서 부탁을 하게 만들어? 어!]

영상을 지켜보던 앵커 또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영상들이었다.

“네. 이거 문제가 아주 커질 것 같습니다. 지금 영상에서만 봐도 문제가 될 만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은 고생하신 천운님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네. 만약 제가 나름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소속사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가 제 나이 또래의 평범한 청년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옳은 일을 하고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이상한 사회에서 우리 청년들은 살고 있습니다.”

“옳은 일을 하고도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그리고 그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누가 옳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옳은 일을 하면 칭찬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법의 처벌을 받는 그런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다들 동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나의 인터뷰 영상은 다시 한 번 인터넷을 달구었다. 우리나라와 주요 해외 외신들은 이 인터뷰와 관련 영상을 재 보도를 했고, 여론은 경찰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결국 경찰서장의 사임으로 시작하여 관련된 경찰들의 징계가 이루어졌고, 그 놈의 아버지는 로펌에서 계약 해지를 당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놈은 입건 후, 검찰 조사 중이다.

내가 말한 멘트들은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SNS에 [#상식이 있는 사회] 운동이 퍼지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후~웁! 하~ 역시 새벽 공기는 항상 좋다.”

나는 오늘도 새벽 운동을 하고 있다. 강가 산책로를 따라 뛰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았다.

강가를 따라 뛰다보니 한가롭게 헤엄치는 오리 가족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리 가족에서부터 시작된 작다면 작았던 문제가 결국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남겼다.

나는 나비 효과를 빗대어 이번 사태를 [오리 효과]라고 명명하였다.

잠시 오리 가족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다시 뛰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태양이 아름답게 나를 비추었다.

그리고 나는 그 태양을 힘주어 바라보며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악!! 눈 뽕!!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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