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2)
장흥의 밤이 깊어지고 있을 때, 제작진이 멤버들을 소집하였다.
드디어 무박 2일의 하이라이트인 야외 당직 게임을 시작하였다. 야외 당직 게임에서 진 멤버는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부업을 하며 날을 샌다.
오늘의 부업은 인형 눈알 꿰기.
“이번에는 힐링님이 활약하기 힘든 게임으로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게임은 개인전입니다.”
“뭔데? 또 힐링이가 잘하는 거 하면 이건 조작이야!”
“맞아! 이거 힐링이가 유명하다고 막 띄워주기 하는 거 아냐?”
방금 전까지 나의 성공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멤버들이 돌변하였다. 이게 무박 2일의 매력이지.
“이번 게임은 노래방 점수 내기입니다! 점수가 가장 낮은 세 분은 야외 당직입니다.”
제작진이 고민 끝에 선택한 게임은 노래방 점수 내기였다.
멤버 중에 가수들은 신이 나서 춤을 추고 있었고, 연정후 형님과 너인후는 소심하게 반항을 해보았지만 금방 진압되었다.
“자! 저는 라바랑 합동 공연 하겠습니다!”
“예! 컴온!!”
단단 형님과 라바 형님은 엄청난 퍼포먼스를 부리면서도 거의 완벽하게 노래를 하였고, 점수는 무려 95점이었다.
“와... 역시 가수가 맞네. 대단하다!”
“형님. 형님도 가수잖아요.”
“어? 나? 나는 노래를 거의 안 하는데? 으허허허허”
강정민 형님이 나의 말에 바보 웃음으로 대답을 해주셨다. 그래도 의외(?)의 노래 실력으로 강정민 형님이 88점을 맞아 선전을 하였다.
다음은 문서윤 형님 차례였다.
“제 노래 틀어주세요!”
문서윤 형님의 멘트에 다른 멤버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어? 형이 무슨 노래가 있어?”
“형 가수야? 도대체 정체가 뭐야?”
“다들 서윤 형 노래 몰라? 은근히 낯가려요! 다들 멤버들에 대해서 관심들이 없어?”
“오! 단단이! 너는 알고 있었구나!”
문서윤 형님과 단단 형님이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끌어안았다.
어느새 노래방 기계에서는 경쾌한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문서윤 형님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의외로 세련된 음악과 춤이었다.
문서윤 형님의 노래 실력도 상당했다. 충격적인 첫 소절이 지나가자 단단 형님이 합세하여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은근히 둘이 잘 어울려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렙 구간이 시작되자 뒤에 있던 라바 형님이 조용히 마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엄청나게 빠른 렙인데도 귀에 쏙쏙 받히는 발음과 마치 외국 래퍼처럼 완벽한 영어 발음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자신의 노래처럼 부르는 모습에 나는 감탄만 하였다.
점수는 98점. 나는 감탄하며 라바 형님한테 말을 하였다.
“라바 형님. 형님 곡처럼 정말 잘하시네요! 렙이 대박입니다.”
“내가 피처링 한 건대?”
“네?”
“뭐! 왜! 내가 작곡하고, 내가 작사하고, 피처링 한 거라고!”
진짜인지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웃는 걸 보면 재밌는 장면이 나온 것 같다.
다른 멤버들은 60점대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남았고, 나는 88점만 넘으면 실내 취침이 가능했다.
노래방 기계에 번호를 입력하고, 시작 스위치를 눌렀다. 그리고 익숙한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 최정민 형님의 노래잖아!!”
“슬픈 결혼식!!! 이건 못 참지!”
나의 최상급 재능인 [위로의 목소리]는 노래를 잘 부르게 하는 능력도 있었다. 그리고 내 회심의 재능인 [목에 핏대를 세우면 나도 최정민].
오로지 최정민 가수님의 노래만 반응을 하는 재능이다.
[목에 핏대를 세우면 나도 최정민 - 가수 최정민의 노래를 부르면 박자와 음정이 정확해집니다. 가수 최정민의 모창이 가능합니다.]
전주가 끝나고 드디어 내 노래가 시작되었다.
“너와 함께 하려고 지금껏 혼자 인거야”
[우와.... 대박.. 어머!!]
첫 소절에 제작진들에게서 감탄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멤버들도 같이 즐기려고 나서다가 내 첫 소절을 듣고는 조용히 감상 모드로 돌변했다.
“이~젠! 미소만 지~ 어~”
노래가 클라이막스로 넘어가기 시작하자 이제는 감탄 소리도 없이 조용해졌다.
처음에는 최정민 가수와 똑같다며 놀랐는데, 이제는 점점 내 감정에 사람들의 마음이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두손 모아 기~도~할~ 게...”
.........
촬영장에 정적이 흘렀다.
여성 스태프들은 조용히 눈물을 닦고 있었고, 남자 스태프들은 하늘만 바라보며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야! 너 정민이 형이랑 완전 똑같다야!”
이름이 똑같아서 최정민 가수님과 친한 강정민 형님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멘트를 하셨고, 그제야 다들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빰빠라빰! 와우! 가수이신가요?]
노래방 기계에서 100점과 함께 멘트가 흘러나왔다.
“야! 노래까지 그렇게 완벽하면 어떻게 하냐?”
“그러니까. 훌쩍. 나는 쪼금 울었다.”
“야! 너 진짜 대박이다. 나랑 앨범 작업 좀 하자.”
멤버들의 진심어린 호들갑과 함께 부업 멤버들이 정해졌다.
연정후 형님과 너인후, 그리고 강정민 형님.
“어? 나 엄청 점수 잘나왔는데? 나도 걸린 거야? 으허허허”
“아니 형! 가수 체면이 있지. 뭐에요?”
단단 형님에게 잔소리를 듣는 강정민 형님이셨다.
“자! 수고들 하셨습니다. 실내 취침이신 분들은 잘 준비를 해주시고, 부업 멤버들은 부업 받아가세요!”
연정후 형님이 부업거리를 받아오시고는 평상에 펼쳐 놓으셨다.
나를 포함한 실내 취침 멤버들은 씻고 나와서 잠시 부업 멤버들을 놀려주다 방에 들어갔고, 부업 멤버들은 카메라 몇 대만 거치된 평상에 앉아서 부업을 시작했다.
스태프들도 주변 정리를 하고 수면을 취하러 들어갔다. 그렇게 부업 멤버들만 남았을 때, 나는 조용히 방에서 나와 평상으로 다가갔다.
“어? 천운이 너 안자고 왜 나와?”
“화장실 가게? 으허허허”
나를 보고 말을 걸어주시는 형님들이시다. 그리고 너인후는 열심히 쉬지도 않고 인형 눈을 붙이고 있었다.
“잠이 잘 안와서 나와 봤어요. 그거 저 좀 주세요.”
나는 실과 바늘을 받아들고 인형의 눈을 달기 시작했다.
“야~ 안 해도 돼~ 이겼으면 쉬어야지~”
연정후 형님이 웃으시면서 나에게 말을 하셨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인형들을 내 앞에 밀어주셨다.
“으허허허 그래도 같이 하니까 빨리 끝나겠다.”
그렇지. 빨리 끝나겠지. 왜냐하면 내 재능들이 있으니까.
[엄마의 바느질은 재봉틀]과 [내 눈을 달라]는 인형 눈 달기에 최적화가 되어 있었다.
[엄마의 바느질은 재봉틀]은 바느질 속도를 엄청나게 올려주는 재능이고, [내 눈을 달라]는 인형의 눈을 쉽게 달아줄 수 있는 재능이다.
처음에 [내 눈을 달라]는 이름만 보고, 내 눈의 색이 달라지거나 눈이 더 좋아지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설명을 보고는 급 실망했다.
[내 눈을 달라 - 인형의 눈을 달 때 평소 속도의 세 배로 바느질이 가능합니다. 인형에 가장 어울리는 눈의 각도를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그런데, 역시나 아무리 하찮은 재능이라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전부 다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 오니까. 세상을 살다보니 엄청난 재능보다도 오히려 이런 소소한 재능들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엄청난 업적을 세울 수는 없을지라도 삶이 편해진다.
“야! 천운이 너. 이런 것도 이렇게 잘해? 와...”
연정후 형님이 일을 하다말고 내 바느질 솜씨만 보고 있었다. 두 재능의 시너지는 정말 엄청났다.
마치 인형의 눈이 스스로 알아서 붙는 것 같았다. 바느질은 한 번의 막힘도 없이 물 흐르듯이 이어졌고, 인형의 눈은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으허허허 이야~ 우리는 구경만 해도 되는 거 아냐?”
“그래도 열심히 해야죠!”
강정민 형님과 너인후가 말을 했다.
“다들 이제 조금 쉬세요. 얼추 30분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나는 쉰다~ 으허허허”
“야! 그래도 한 개라도 해! 천운이 한 테 다 미루면 돼?”
대 놓고 쉬고 있는 강정민 형님보다 은근슬쩍 인형들을 발로 내 쪽으로 밀어내는 연정후 형님이 더 웃기시다.
너인후는 허리를 잠시 두드리다 다시 눈을 붙이기 시작했다.
“끝! 이제 다들 주무시러 가시죠.”
“고맙다. 천운아. 덕분에 처음으로 날 새기 전에 부업 끝낸 것 같다.”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아득하다야.”
연정후 형님과 너인후가 나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주었고, 강정민 형님은 이 추위에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야! 입 돌아가! 일어나!”
“응? 아침이야? 아침 미션 뭐야? 으허허허”
정말 깊이 잠들었었는지 이상한 소리를 하며 일어났다.
“다들 얼른 들어가서 주무시죠. 지금 자도 3시간 정도밖에 못 잘 것 같아요.”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빈 방으로 들어가 누었다.
“천운아. 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 같다야. 변하지 말고 그렇게 있어주면 좋겠다.”
옆에 누운 강정민 형님이 나에게 말을 하셨다.
항상 바보처럼 웃고만 사는 형님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말을 해주신다.
“그거 아무 이득도 없이 남을 도와주는 거 어렸을 때나 가능하지 나이 들면 바보 소리 듣거든. 그래도 너는 남을 돕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런 소리 안 듣고도 남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야.”
강정민 형님은 자신의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도 내 힘이 닿는 한 도와주고 싶었거든. 그런데, 사람들이 바보 같대. 가끔은 도움을 받은 사람도 나한테 그러더라. 그래도 자주는 아니지만 나도 계속 도와줄 수 있으면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
진심이 느껴지는 형님의 말에 나도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천운이 너가 그렇게 있어주면 나도 힘이 날 것 같아. 나보다 더 대단한 너가 남을 도와주면서 옳은 일을 한다는 사실에 나도 힘이 나거든. 이번에 인터뷰 잘 봤다. 그리고 나도 [#상식이 있는 사회] 운동 하고 있어. 흐허허허”
“나도 하고 있다.”
옆에서 주무시는 줄 알았던 연정후 형님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사실은 나도 하고 있어. 하하하”
너인후도 옆에서 거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오늘은 정말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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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요리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인가보다.
‘아.. 렉오 블록도 가지고 올 걸’
잠시 후회되는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나려고 노력했다.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아침밥은 거를 수 없으니 일어나야 한다.
“우리 함께 가고 싶은 곳들을 적어 놓은 노트~
캐릭터 스티커 대신에 너와의 스티커를 붙이고 싶어~”
노래가 끝나기 전에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눈앞에는 스태프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회사 소속 아이돌 그룹인 러브러브가 있었다.
“어? 뭐지?”
다른 방에서 먼저 잤던 단단 형님과 라바 형님이 문을 열고 나오다가 눈을 비비며 러브러브를 쳐다보았다.
“우와!! 러브러브!!!!”
“뭐야! 이거 뭐야!! 코디! 나 정장 가져와!!”
현재 대한민국에서 여자 아이돌 3대장으로 불리는 청순과 러브 컨셉을 맡고 있는 러브러브였다.
“나의 마음이 너에게 들킨 것만 같아~”
노래가 끝나고 러브러브들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러브러브입니다!”
“우와와와!!”
멤버들뿐만 아니라 남자 제작진들도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멤버 중에서 은근히 진행을 맡고 있는 단단 형님이 러브러브들에게 말을 하였다.
“오늘 여기에 우리 힐링님이 있다고 하셔서 아침 요정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러브러브의 멘트에 멤버들을 포함한 남자 제작진들의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사실 나는 너무 억울했다.
러브러브들과 같은 소속사였지만, 일면식도 없었다. 실제로 오늘 처음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어? 저요? 왜 저를? 예솔이 아버님이 시키셨나?”
“응? 예솔이 아버님이 누구신데?”
“아! 우리 회사 회장님이요.”
“뭐야!! 최 회장님하고 엄청 친한 거야? 대박!!”
“힐링아!! 나 이번에 계약이.. 하하하 어떻게 좀. 하하하”
사납던 멤버들의 눈빛이 다시 간신배의 눈으로 변하였다.
“오빠들! 아침 미션 드릴게요! 집중~~”
러브러브의 멘트에 멤버들이 다시 눈이 하트로 변하며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아침 미션은! 저희 [안무 따라하기]에요! 가장 못하신 분 두 분만 아침밥이 없어요~”
러브러브는 청순과 사랑스러움이 컨셉인 그룹이다. 그리고 안무 또한 그 컨셉에 정확히 맞는 동작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걸 남자들보고 추라니, 아침부터 너무 추하다.
“PD님. 채널 돌아가는 소리 안 들리시나요?”
“제작진들이라면 아침부터 남자들의 단체 군무를 보고 싶습니까? 네? 평균 연령이 40대입니다!”
문서윤 형님의 멘트에 연정후 형님이 의문을 품고 물어보셨다.
“우리 평균 연령이 그렇게 높아?”
“형님이 60대니까! 당연히 그렇죠!”
“야!! 내가 무슨 60대야!! 와!”
역시 그 순간에도 센스 있는 개그가 나와 준다. 역시 탑 클래스 개그맨은 다르기는 하다.
“그럼 안무는 어떻게 따요? 러브러브님들이 또 춰주시나요?”
“네! 오빠들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라도 더 출 수 있어요!”
두 손을 꼭 쥐고 귀엽게 파이팅 포즈를 취해보는 러브러브 멤버들이었다.
“이거 보니까! PD가 러브러브 춤 더 보고 싶어서 꾸민 거네! 야! 하불복 PD 너도 이따가 춤 춰!”
연정후 형님이 PD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맞아!! 우리만 당할 수는 없지! 나와! 나와!”
행동대장 역할의 단단 형님이 분위기를 이끌었고, 나와 라바 형님이 조용히 걸어가 하불복 PD의 양팔을 잡고 연행해 왔다.
“와~ PD님 춤 보고 싶어요! 파이팅!”
러브러브 멤버들이 쐐기를 박아버렸다.
이윽고 음악이 나오고, 러브러브 멤버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PD님의 오른팔을 단단히 잡고 춤에 집중을 하였다.
그리 길지 않은 안무가 끝이 났다. 그리고 우리는 춤 대형으로 서기 시작했다. 옆에서 하불복 PD님은 멍한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고, 우리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 부분은 다들 어느 정도 따라 추었다. 그러다 조금 더 진행되자 역시나 다들 엉망이 되었다.
그나마 잘 추는 건 나와, 의외로 하불복 PD님이었다.
“뭐야!! 힐링이야 그런다 치지만 PD님 뭐야!!”
“어? 하 PD 뭐지? 뭐야?”
하불복 PD는 멍한 얼굴로 몸을 움직이는데, 동작이 막힘없이 이어졌다. 부드럽게 턴을 하고, 손끝의 움직임도 역겨울 정도로 사랑스럽게 움직였다.
다른 멤버들은 눈치껏 빠져나와 관전자 모드로 변하였고, 다들 멍한 표정으로 나와 하불복 PD님의 춤을 감상했다.
“사! 랑! 해! 요! 러브러브!”
남자 스태프들과 멤버들은 하나가되어 공식 응원법대로 노래 중간마다 끼어들었다.
여기가 바로 러브러브의 콘서트 장이었다.
“나의 마음이 너에게 들킨 것만 같아~”
마지막 엔딩 장면까지 완벽히 소화한 나와 하불복 PD는 서로를 바라보고, 손을 마주잡으며 서로의 이마를 맞대는 포즈로 끝을 내었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우와!! 두 분 연습하신 거예요? 정말 최고!!”
“이거 평생 소장할게요! 매니저님~ 혹시 찍으셨나요?”
러브러브 멤버들이 엄청난 환호를 해주었다.
“오늘 아침 미션의 승리자는 다들 아시겠지만, 힐링님과 PD님!! 축하드립니다~”
러브러브 멤버들이 폴짝폴짝 뛰며 환호해 주었다.
“저거 봐! 저 하 PD 저거 러브러브 보고 싶어서 부른 거라니까?”
“야! 형수님한테 전화해! 영상 찍었지? 하 PD님 딱 걸렸어!”
멤버들의 맹비난에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PD님은 진행을 하셨다.
“승자는 힐링님입니다. 힐링님만 식사를 하시고, 나머지 분들은 밥에 간장을 드시면 됩니다.”
“우~~ PD는 반성하라! 프로그램을 사리사욕 채우는 용도로 사용하다니!”
“KBBS 방송국 사장님! 이걸 보십시오! 징계가 필요합니다.”
결국 방송국 사장님까지 소환되었다.
잠시간의 소란이 진정되고, 러브러브 멤버들은 벤을 타고 떠났다. 떠나기 전에 무박 2일 멤버들과 사진도 찍고, 싸인도 교환하였다. 그리고 나하고도.
하불복 PD님도 무표정한 얼굴로 동참을 했다.
‘이게 그 성덕이라는 건가?’
러브러브의 싸인지를 조심히 대본 사이에 꽂아두고, 가슴에 소중히 안고 있는 무표정한 얼굴의 하불복 PD님이다.
그렇게 나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자리 잡을 무박 2일의 촬영이 끝이 났다.
“다들 수고 많았어! 다음 주에 보자! 힐링이 너는 꼭 야구 같이하자!”
가장 큰 형인 연정후 형님을 시작으로 다들 차에 타서 떠났다.
“천운아. 연락할게! 형이 라면을 기가 막히게 끓이는데 한번 대접한다! 전화하면 우리 집으로 와! 으허허허”
강정민 형님의 진심이 느껴지는 인사를 끝으로 전부 다 떠났다. 촬영 현장에는 정리를 하는 스태프들만 남아있었다.
그 모습을 구석구석 각인이라도 시키듯이 바라보았다.
‘정말 즐거웠다. 다음에도 오고 싶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나중에는 방송 촬영이라는 것도 잊고 즐겼었다. 특히 관중이 없다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이제 그만 올라가시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차에서 좀 주무세요.”
기다리시던 매니저님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네. 그나저나 매니저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올라가는 길도 먼데 중간에 저 깨우세요. 제가 운전할게요.”
“하하하 네 꼭 깨우겠습니다.”
저렇게 말씀하시고 안 깨우실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 좋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이제는 떠날 시간이다.
‘띠링’
‘응? 퀘스트?’
“잠시만요. 매니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