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170)

너로 정했다!

[161km]

전광판에 찍힌 어마어마한 구속에 순간적으로 인터넷 댓글창이 멈춰버렸다.

“어...지금 전광판이 약간 고장 난 것 같습니다. 아마 151km가 아닐까 싶은데요?”

“151km치고는 너무 빠른 것 같긴 한데.. 그리고 공이 조금 솟아 오른 것 같습니다.”

- 161? 뭐 속도야 고장 난 것 같으니까 그렇다 치고, 화면상으로도 분명히 솟아올랐는데?

⌎ 라이징? 라이징이 가능하다고??

⌎ 착시 아님? 공이 어떻게 솟아올라! 과학시간에 졸았음?

⌎ 이론상으로는 160km정도의 속도에 3500rpm이상이면 조금은 떠오를 수 있음.

⌎ 그럼 저 161km가 진짜 구속이고, 방금 공의 회전수가 3500rpm이 넘는다는 거임?

⌎ 그냥 착각이겠지! 그래도 낙폭이 많이 줄어들어서 타자 눈에는 진짜 라이징으로 보였을 거야!

인터넷 댓글창에서 난데없는 과학시간이 펼쳐진 것도 모른 채, 나는 다시 집중을 하며 두 번째 투구를 준비했다. 백산이는 내 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받아내고 있었다.

처음 내 전력투구를 받아내지 못한 날부터 남몰래 둘이서만 연습을 해왔다. 그리고 드디어 그 성과를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게 되었다.

평소 70%의 힘으로 던지던 것보다 더 크게 와인드업을 하고, 스트라이드(보폭)를 최대로 가져갔다. 선발 투수의 투구폼이 아닌 마무리 투수의 투구폼으로 변경한 나는 더 크고, 빠르게 몸을 회전시키며 팔을 휘둘렀다.

마지막까지 공을 검지와 중지의 두 손가락으로 꽉 눌러주며, 공을 채었다.

엄청난 회전과 함께 공이 백산이의 미트를 파고들었다.

[콰앙!!!!!]

[162km]

"아... 전광판이 고장 난 게 아니라면 지금 162km가 힐링 선수의 최고 구속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 비현실적입니다.”

“이번에도 분명히 공이 살짝 이지만 분명히 떠올랐습니다. 지금 타석의 타자에게는 완벽하게 라이징 볼로 보일 것입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저 공을 칠 수 있는 타자는 메이저리그를 통틀어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 미쳤다!!! 좌완이 162km라니!!!

⌎ 우리 팀 스카우트 뭐하냐? 빨리 움직여!!!

⌎ 심지어는 제구도 훌륭하다! 좌완 파이어볼러도 놀라운데! 제구도 완벽해! 거기에 162km!!

⌎ 어딜 KBO 구단이 잡으려고 해! 여기는 너무 작은 동네다!

⌎ 이제 프로그램 명칭이 이해가 된다. 야구 정복기 맞네! 천재의 투구 맞네!

⌎ 속보! 프로그램 명칭이 다큐였음!

⌎ 프로그램 명칭 바꿔야지! 힐링의 메이저리그 정복기로!

순식간에 이 소식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져갔고, 시청자 수는 순식간에 2백만을 넘어갔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 중에서는 해외 사이트들에도 글을 올렸고, 해외에서도 유명한 나의 이름과 좌완 162km 소식을 들은 메이저리그 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몰려든 시청자가 500만을 넘어섰을 때, 서버는 버티지 못하고 다운이 되고 말았다.

- 화면이 안 나온다!! 어떻게 된 거야!!

⌎ 너무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나보다!

⌎ 다 나가!! 나는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고! 다 나가라고!

⌎ Is this the channel with the left-handed pitcher who throws 100 miles?

⌎ 두유 노우 힐링?

⌎ 윗 댓 영어로 써야지!!

⌎ 두유 노우 클럽에 힐링도 포함 됨!

⌎ 양키들이 침공했다!!!

- 제발 한국인이면 LA 다저스 갑시다!

⌎ 언제 적 LA 다저스냐?

⌎ 환영하는 양 뽀뽀! 치유! 와라! 우리 돈 많다!

⌎ 번역기 좋은 것 좀 써라! 양 뽀뽀면 양키스냐?

- 화면 나온다!!!

그 사이 경기는 끝나 있었다.

경기가 끝나자 모든 선수들이 모여서 서로 인사를 했다. 덕소고 선수들도 나쁜 표정이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 웃으며 악수를 하였다.

“끝나고 싸인 좀 해주세요!”

“저 구독자에요! 형!”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는 누구냐? 화기애애한 우리를 보며 덕소고 감독님이 덕소고 선수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정신들 못 차려?”

덕소고 감독님의 한마디에 덕소고 선수들이 전부 뒷짐을 지고 고개를 숙였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지. 저부터 싸인 부탁드립니다.”

어느새 가지고 오신 종이와 펜을 내미시는 감독님께 정성들여서 싸인을 해드렸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나는 현동명 캐스터님과 박용태 해설위원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녕하십니까! 힐링님! 아니 오늘은 힐링 선수라고 불러야겠군요!”

“네. 안녕하십니까! 힐링으로 활동 중인 천운입니다.”

“우선 오늘 충격적인 구속을 보여주셨습니다. 모든 시청자분들이 궁금해 하실 텐데! 정말 야구를 처음하신 게 맞으신가요?”

“네. 산일 중학교 황선호 감독님께 투구에 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지도 받았습니다.”

“황선호 감독님은 KBO 레전드 투수이신데, 그 분에게 전수를 받았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죠!”

“아닙니다! 황선호 감독님이 아무리 레전드여도 방금 투구는 그 정도 레벨이 아니에요! 이건 최소한 메이저리그 사이영 상!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어야 할 정도의 수준입니다! 제가 현역 시절에 황선호 감독님에게 삼진을 많이 당해봐서 알아요! 이건 완전히 다른 투구입니다!”

“하하하 박용태 해설위원님은 잠깐 조용히 해주시고요! 계속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원래 계획은 오늘 경기를 한 덕소고에서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덕소고에서 선수로 출전을 해서 대학 야구부와 경기를 하고, 다시 대학 야구부에서 훈련을 이어나가는 게 계획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독립 야구단, 프로야구 2군,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1군에서 연습경기를 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의 계획은 PD님과 다시 이야기를 해봐야겠네요. 하하하”

정확한 일정은 나도 모르기 때문에 PD님과 상의를 해봐야만 한다.

“네. 사실 이정도 실력이라면 국가대표로 출전하셔야 하는 게 아닐까요? 마침 LA 올림픽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올림픽에 야구 경기가 정식 종목으로 다시 채택이 되었습니다. 참가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어? 제가 가고 싶다고 가는 게 아니라서요. 하하하 연락을 주시면 긍정적으로 고려를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보다도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렇죠! 죄송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야구 인프라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많이 약한 게 사실입니다. 오늘 경기를 보신 분들은 다들 동의하시겠지만, 중학 야구와 고교 야구도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프로야구도 재미있겠지만, 중학 리그와 고교 리그가 살아나야 프로야구도 살아나는 겁니다! 언제까지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어야 합니까? 전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박용태 해설위원님은 열변을 토해내셨다.

“그런 의미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야구 용품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도 소소하지만 후원금을 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나는 열심히 홍보를 하며 후원을 부탁했다.

“하하하 듣기로는 억 단위의 돈을 내셨다고 들었는데, 소소하다니요! 오히려 제가 낸 돈이 더 소소하죠! 하하하. 그런데, 박용태 해설위원님은 아직 안내셨다는 소리가..”

“나도 낼 겁니다! 여기! 봉투로 가지고 왔어요! 제가 아직 안낸 건! 어디로 내는지 몰라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 저처럼 어디로 내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아래에 링크를 띄워주세요!”

박용태 해설위원의 멘트와 함께 후원 링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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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천운님! 역시 천운님을 선택한 게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지금 후원금이 목표치를 엄청나게 상회를 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야구 용품 걱정 없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남호인 PD님이 나에게 90도로 인사를 하였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힐링님의 실력이 이렇게 급상승 하실지도 몰랐고, 목표 금액을 한 번에 채울지도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프로그램은 대폭 수정을 해서 야구 경기 위주로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기 위주로요?”

“네. 독립 야구단에 소속되셔서 한 달에 한 번씩 경기를 뛰시는 거죠. 상대팀으로는 대학팀, 독립야구단, 프로 2군과 진행을 하고, 어느 정도 경기력이 검증되면 최종적으로는 마이너리그 팀과도 경기를 진행하는 걸로 준비를 해보겠습니다.”

“하하하... 마이너리그.. 그렇군요..”

“체력 관리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첫 투수 출전 경기가 끝이 났다.

엄청난 화재를 일으킨 이 경기는 우리나라 아마추어 야구의 붐을 일으키는 시작이 되었고, 너튜브에서는 중학 리그, 고교 리그, 대학 리그, 독립 리그를 중계하는 채널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사람들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독립 야구단 선수들을 지켜보며 관심이 가는 선수들에게 후원을 통해 응원을 해주었다.

그리고 각 구단들의 팬들을 주축으로 유망주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자신들의 구단에게 압력을 행사하였다.

어떻게 보면 각 구단의 스카우트들보다도 더 정확한 판단을 통해 각 구단에 필요한 인재들을 드래프트에서 선발할 수 있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투수가 부족한 구단의 팬들은 투수들을, 유격수가 부족한 구단의 팬들은 유격수를 후원해 주었다.

물론 템퍼링 논란이 생길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드래프트에서 선수들을 지명하기 때문에 팬들은 구단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뿐이었다.

우리가 이 선수에게 관심이 있으니 상위 드래프트로 지명하라는 압박.

대한민국 야구계에 좋은 영향력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뚱땅땅 가야금 초보’를 습득하였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상급 재능 ‘스승의 마음’을 습득하였습니다.]

‘어? 아직 방송은 안 끝났는데? 그리고 재능이 두 개? 그리고 하나는 최상급 재능이다!!’

[뚱땅뚱땅 가야금 초보 - 가야금을 연주할 때 음정과 박자를 보조합니다.]

[스승의 마음 - 누군가를 가르칠 때 상대방이 이해를 할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상대방의 숨겨진 재능이 개발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사용자를 존경하는 마음이 커집니다.]

이번에 받은 최상급 재능은 누군가를 가르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이 재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렉오가 뿌려진 내 방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 책상에 놓여있는 수능 문제집들이 보였다. 대학생 때 과외로 생활비를 벌기위해서 기본적인 문제집들을 다시 공부했었다.

물론 과외는 한 명도 해볼 수 없었지만, 책은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다.

‘그래! 이 재능으로 아이들에게 무료로 수능 강의를 해줄 수 있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갑작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기획을 위해서 회의를 요청하였다.

참석자는 나특 팀장님과 김상구 PD님, 천송이다.

“그러니까 힐링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수능 대비 방송을 하고 싶다는 것이죠?”

“네. 과외나 학원을 갈 수 없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뭐. 기획은 좋은 것 같은데, 문제는 힐링님의 공부 실력이 그만큼이 되냐는 것이죠.”

나특 팀장님이 냉정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오셨다.

“그럼 제가 작년 수능 시험을 풀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거기서 좋은 점수가 난다면 아이들도 신뢰가 갈 것 같습니다.”

“그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공개되어 있는 문제이니 차라리 이번에 진행되는 모의고사를 치러보는 건 어떨까요?”

송이의 예리한 지적이었다.

“음... 좋습니다. 그것도 생방송으로 방송을 하면 논란의 여지가 줄어들겠죠. 모의고사가 언제이죠?”

“2주 뒤입니다.”

“그럼 2주 뒤에 모의고사를 본 이후에 이 기획은 다시 이야기를 해보시죠.”

나특 팀장님이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해 주셨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힐링님. 아이돌 데뷔 준비 TF팀 최팀장님이 힐링님 스케줄을 물어오셨습니다. 팍스 보이즈 데뷔 준비 때문이라고 하시던데요? 삼일 정도를 요청했습니다.”

“뭐. 삼일 정도면 괜찮습니다. 야구도 한 달에 한 번 이니까 스케줄이라고 해봤자 모의고사 공부만 하면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정확한 스케줄을 잡아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드디어 라이언이 속한 그룹이 데뷔를 하나보다. 저번에 언뜻 듣기로는 섬을 준비했다고 하셨는데, 뭘 하려는지 알 수 가 없다.

서점에 들러 수능 문제집들을 구매하였다. 그리고 교과서들도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과정부터 다시 살펴보는데, 처음에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아.. 이러다가 중학교 과정부터 공부를 해야 하나?’

그러나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을 찾아보며 하다 보니, 어느새 공부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모르는 문제들이 하나 둘씩 이해가 되기 시작하니,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졌다.

주말에 퀘스트를 구하러 나가지도 않고, 나도 모르게 공부에만 빠져 지냈다.

‘아.. 공부가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것이었구나. 나는 지금까지 이런 재미도 모르고 살았었네.’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

가끔 TV에서 공부가 취미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어떻게 공부가 재미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모든 문제들이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되다보니 재미있어서 다른 건 할 수도 없었다. 화장실조차 가기가 귀찮을 정도였다.

“오빠! 도대체 방에서 뭐하는 거야? 내일이면 팍스 보이즈 촬영 간다고 하지 않았어? 준비 안 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이틀 동안 방에서 공부만 하고 있었다.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거야? 어휴. 시간 빠르네. 뭐 챙길 건 없어. 그냥 추리닝하고 속옷들만 챙기면 돼. 세면도구는 칫솔하고 치약만 있으면 되지 뭐.”

전형적인 남자들의 여행 준비를 따라가는 중이다. 어차피 2박 3일이니 불편해도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마인드로 버티면 된다.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남자들이 제일 참기 힘든 건 귀찮은 일을 하는 것이다.

힘든 일? 더러운 일?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일이 더 싫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성인 남성들은 귀찮은 게 최고로 싫다.

나도 성인 남성이다. 고로 귀찮은 게 가장 싫다. 웬만한 건 그냥 참고 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를 보고 있던 송이가 한심한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구독자들이 이 모습을 봐야 되는데! 가식 쩌는데! 인간이 아닌데! 개 사료 먹는데!!”

“송이님의 간절한 요청으로 용돈 삭감의 기일이 연장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니야!! 내가 오빠 가방이랑 챙겨줄게! 그냥 쉬고 있어!! 뭐! 향수도 넣어줄까?”

향수 같은 소리하네. 샴푸 냄새 좋은 거 쓰는 게 향수다! 마! 내가 남자야!

“꽃향기 있냐? 그 달달한 것이 좋던데.”

==========

배가 항구를 떠나갔다.

나와 팍스 보이즈 다섯 명, 총 6명은 스태프들에게 붙잡혀 섬을 향해 떠나갔다.

“자! 이제부터 팍스 보이즈의 첫 번째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상구 PD님의 멘트에 나와 팍스 보이즈는 환호성을 질렀다.

“우~~~”

“네! 열렬한 환영 감사하고요. 오늘 우리가 가는 섬은 무인도입니다. 큰 섬과 작은 섬이 바로 옆에 있고요. 썰물 때가 되면 두 섬이 이어지는 장소입니다.”

우리는 섬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우선은 팀을 나눌 겁니다. 3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서 큰 섬과 작은 섬에 팀 별로 들어갈 겁니다.”

“큰 섬과 작은 섬에 차이가 있나요?”

손을 들고 귀 옆에 붙인 채로 질문을 하는 막내 민기였다. 팀에서 가장 최장신이지만, 나이는 17살로 가장 어렸다.

"당연히 있어야지!“

민기보다 한 살 더 많은 스파크가 말을 했다. 온갖 운동으로 다져진 짐승돌을 꿈꾸는 인재이다.

“PD님 말씀하시잖아. 우선 다들 들어보자.”

가장 큰형이자 팍스 보이즈의 리더인 20살 홍로가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19살 동갑인 라이언과 영웅이는 서로 장난만 치고 있었다.

“네! 민기씨가 말씀하신대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큰 섬에는 우리 제작진이 미리 설치해 놓은 각종 편의 시설이 있습니다. 안락한 텐트와 넓은 평상, 각종 요리 도구와 생활 도구들이 준비되어있는 럭셔리 코스입니다.”

“오!!! 나 저기 가야지! 나 저기 갈 거야!!”

스파크가 불끈 튀어나온 전완근으로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팔이 신기한지 꾹꾹 눌러보는 막내 민기다.

자신의 근육을 눌러보는 막내가 좋은지 여기 저기 더 눌러보라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여주었다.

“자! 그리고 작은 섬은!”

작은 섬 이야기를 하자 모두들 PD님의 말에 집중을 하였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PD님의 말씀에 모두 화가 나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홍로형! 형이 리더로서 말 좀 해봐!!”

“저기 PD님. 2박 3일간 기아체험 영상을 찍으시려는 건가요?”

멤버들의 강력한 반발에 PD님은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하셨다.

“대신 식재료는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낮 동안에 각 섬에서 각종 게임을 통해 식재료를 얻으시고, 숨겨진 보물도 있으니 찾으시면 원하는 물건과 교환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큰 섬도 보물이 있나요?”

“네! 모든 곳에 보물이 있으니 찾으시면 됩니다.”

“이정도면 할 만 한 것 같은데? 그렇지 영웅아?”

“그럼! 그럼! 라이언과 나의 게임 실력이며언 다 가능하지이 그런데 PD니임?”

“네?”

“섬에 전기가 있나요~오? 섬에 컴퓨터까지 설치하시려면 고생 좀 하셨겠는데요~오?”

영웅이의 말에 PD님이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말을 하셨다.

“컴퓨터라뇨? 전기야, 방송 장비들 충전 문제 때문에 소형 발전기를 가지고 들어가기는 합니다만,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이죠?”

“게임으로 식재료를 얻는다면서요~오. 저는 캐쥬얼 게임을 잘 합니다~아”

앞으로의 미래가 험난해 보인다.

“저 PD님. 빨리 팀 결정하고 섬에 들어가죠. 영웅이가 멀미를 하는지 말을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입으로 토해내네요.”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힐링님의 말씀대로 우선 팀을 나누겠습니다. 팀 선정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은 팀장님들을 뽑습니다. 팀장님들은 수영을 해서 섬에 먼저 도착하신 분이 팀원 두 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수영이요? 그럼 미리 섬을 정하고 가야겠네요?”

“맞습니다! 팀장님들이 먼저 게임을 하나 하시고 이기시면 섬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팀장님은 힐링님과 리더인 홍로님으로 정하겠습니다.”

“찬성!!!”

“영웅아! 우리는 힐링 형한테 가자!”

“테트리스도 잘하는데에.. 그건 핸드폰으로 하면 안 되나~아? 맛있는 거 먹고 싶은데~에...”

영웅이는 아직까지 게임 생각뿐이다.

“자! 바로 이어서 섬을 선택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공정성을 위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섬 선택 게임은 바로! 멤버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맞추는 게임입니다!”

응? 이건 내가 너무 불리한 거 아닌가?

항의하려는 바로 그 순간, 문제를 내버리는 PD님이셨다.

“영웅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홍로!!”

“네! 홍로님이 더 빨랐습니다!”

“지뢰 찾기!!”

“정답입니다!!”

“예쓰!!! 예쓰!!!!”

“아니.. PD님? 저기 발밑에 뭐 떨어져 있으시네요.”

“네? 뭐가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PD님 양심이요. 이게 공정한 게임 맞습니까?”

“게임에 승복을 하셔야죠! 아주! 공정한 룰에 의거해서 진행을 하였습니다. 자! 이제는 팀원들을 선정할 차례입니다! 먼저 섬에 도착하시는 분이 팀원을 먼저 선정하실 수 있습니다! 멤버 분들은 자신이 원하는 팀장님에게 눈인사 한 번씩 해주시죠!”

라이언과 영웅이는 나를 원한다고 했으니 눈인사를 하기 위해서 바라보았다. 그런데 라이언이 어색하게 웃으며 내 눈을 피하고, 영웅이는 아직도 게임 이야기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너로 정했다!”

내 말에 멤버들이 전부 나를 보았다. 나는 라이언을 정확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와라! 라이언 몬!!”

라이언은 본능적으로 외쳤다.

“피카피카!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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