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가 있다.
홍로와의 수영 대결은 나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딱히 수영 관련한 재능은 없었지만, 이미 나의 신체 능력은 프로 운동선수들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것 뿐 만이 아니라, 홍로가 수영을 너무 못했다.
“아니 홍로씨! 분명히 프로필에 수영 선수 출신이라고 했었잖아요! 이거 뭐 10살짜리 애들 수준인데요!”
분명히 프로필에 수영 선수 출신이라고 해서 준비한 게임이었다. 항상 당하기만 하던 김상구 PD가 힐링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획한 게임이었다.
그런데 홍로의 수영 실력은 정말 많이 부족했다.
“맞습니다.”
“네? 뭐가 맞다는 거죠?”
“10살 수준이라고 하신 거. 그거 맞습니다. 사실 YMCA 아기스포츠단 수영반 출신입니다.”
“......”
그렇게 김상구 PD님은 또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제가 선택할 멤버는 라이언 몬과 영웅 몬입니다.”
“우와......”
“유한의 계단도 괜찮은데...”
그렇게 우리는 한 팀이 되었다.
홍로와 스파크, 민기의 팀이 큰 섬으로 떠났고, 우리는 작은 섬에 도착하였다.
“지금부터 오후 5시까지는 섬 탐사를 하시면 됩니다. 오후 5시에 미션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보물은 몇 개 숨겨져 있나요?”
“각 섬에 총 5개씩이 숨겨져 있습니다.”
김상구 PD님의 말씀에 나는 눈을 빛냈다. 우리를 찍어주시는 몇 명의 VJ님들만 남겨놓고 제작진들은 큰 섬으로 떠났다.
나는 아이들을 해변가에서 쉬게 해놓고, 섬을 한 바퀴 쭉 돌아보았다. 섬은 생각보다도 더 작았다. 한 바퀴를 도는데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우선은 보물부터 찾자. 찾으면 필요한 물품과 교환을 해준다고 하셨지? 좋아!’
하수구에 빠진 핸드폰을 찾아주고 얻은 재능이 있었다.
[선생님! 찾았어요! - 보물찾기를 할 경우, 문제를 풀면 숨겨진 보물 한 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 찾았어요!’
[문제가 생성됩니다. 토끼가 강한 이유는?]
‘어? 이거 넌센스 문제였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모르겠다.
토끼가 강하긴 한 건가? 한 참을 생각해도 감이 안 잡혀서 아이들이 쉬고 있는 해변으로 걸어갔다.
“형! 뭐 찾은 거 있으세요?”
나에게 말을 거는 라이언을 향해 다짜고짜 물어봤다.
“토끼가 강한 이유는?”
“그게 뭐에요? 퀴즈? 갑자기?”
라이언도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깡과 총이 있어서요오~”
“뭐라고? 깡과 총?”
[정답! 첫 번째 보물 위치를 표시합니다.]
영웅이의 대답에 시스템이 반응을 하였다. 그렇다면 연속으로 시도해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선생님! 찾았어요!’
[문제가 생성됩니다. 유모차 타면 긴장되는 이유는?]
“유모차 타면 긴장되는 이유는?”
“애가 타서어~”
“레스토랑에서 스튜를 주문하면 나오는 말은?”
“스튜어디스으~”
“투명 인간은 몇 명이나 있을까?”
“2명이요오~”
......
순식간에 모든 문제들을 맞혀버렸다.
그리고 보물의 위치를 10개 찾아내었다. 왜 10개냐면, 큰 섬에 있는 보물 위치까지 표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 잠시 다녀올게. 쉬고 있어.”
“저도 같이 가요!”
라이언이 나를 따라 일어섰다.
“수영 할 수 있지?”
“수영이요? 할 수 있기는 한데. 왜요?”
“가자!”
나는 라이언을 데리고 큰 섬 방향 해변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물속으로 들어가니 라이언과 카메라를 든 VJ 스태프들이 당황을 했다.
“우리의 목표는 큰 섬에 있는 보물이다! 라이언 일병! 준비 되었나?”
“네! 준비 됐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수영을 시작했다.
큰 섬 해변에 도착해 바위 뒤에 숨어서 바라보니, 큰 섬 멤버들과 제작진들이 파라솔 밑에 앉아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전쟁에서 지는 병사는 용서하지만, 경계에 실패한 병사는 사형이다! 다 방심한 너희의 잘못인 줄 알아라!’
라이언을 바위 뒤에 숨겨놓고, 낮은 포복으로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다녔다. 군대에서 배운 낮은 포복과 높은 포복을 이용해 큰 섬 멤버들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지렁이는 꿈틀꿈틀] 재능이 힘을 발휘했다. 못 쓰는 재능은 없다는 내 신념에도 불구하고, [지렁이는 꿈틀꿈틀]재능은 사실 쓸모가 없다고 내심 인정하는 재능이었다.
그런데 포복과 만난 [지렁이는 꿈틀꿈틀]은 나에게 엄청난 속도를 안겨주었다.
눈에 쉽게 띄게 바닥에 떨어져있는 상자, 나무 옹이구멍 안에 있는 상자, 꽃 밑에 파묻혀 있는 상자, 갯지렁이가 가득 들어있는 바구니 안에 있는 상자까지 순식간에 찾아내었다.
‘아.. 마지막은 어려운데..’
마지막 보물은 바로 김상구 PD님의 주머니 안쪽에 있었다.
‘마지막까지 전부 다 쓸어가겠어! 진짜 아무것도 주지 않다니! 복수 할 거야!’
웃고 떠들고 있는 멤버들과 스태프들 사이로 조용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웃사이더의 존재감]을 최대로 발휘하여 조용히 김상구 PD님의 뒤까지 이동을 하였다.
“하하하하 그러니까 스파크씨 이름이 영웅씨 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는 차량에서 따왔다는 건가요?”
“네! 팀장님이 원하는 활동명이 있냐고 해서 생각나는 게 없었거든요. 그때 영웅이 형이 스파크라고 해서요. 뭔가 강렬하기도 하고 톡톡 튀는 것 같아서 바로 썼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그거 영웅이 형 아버지가 타고 다니는 차 모델이라고 했어요.”
“하하하하 쿠업!”
웃고 있는 김상구 PD님의 뒤를 잡고 소리를 질렀다.
“다들 움직이지 마!!”
나를 발견한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
“어? 천운이형? 아니. 여기는 어떻게! 그런데 왜 PD님 목을 잡고 있어요?”
“다들 그 자리에서 꼼짝 마! 움직이면 PD님의 얼굴을 일그러트리겠어! 캡쳐각 나오지 않게 다들 움직이지 마!”
PD님의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협박을 하였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PD님의 바지 주머니에 있는 상자를 꺼냈다.
“역시! 이거 반칙 아닙니까? 보물을 가지고 계시면 어떻게 찾으라고 그러신 겁니까?”
“어.. 어떻게... 스파이! 스파이가 있다!!”
“다들 움직이지 마세요! 저 갈 때까지 조용히 계시면 PD님은 무사하실 겁니다!”
“다.. 다들 움직이지 마! 어어? 조명 감독님! 왜 머리를 긁는 겁니까? 막내 작가! 웃지 마!! 웃으면 몸이 움직이잖아!!”
콧구멍에 들어가 있는 내 손가락을 느끼며 PD님은 최선을 다해 소리를 지르셨다.
슬금슬금 물러서던 나는 PD님을 놔주고, 황급히 뒤로 돌아 뛰기 시작했다.
“라이언 일병! 빨리 돌아가자!! 고고고!”
“옛썰!! 라이언 일병 갑니다!!”
우리는 미친 듯이 헤엄을 쳐 작은 섬에 도착을 했다.
“헥.. 헥..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형?”
“우선은 이거 가지고 영웅이 옆에서 쉬고 있어. 우리 섬에 있는 것도 전부 찾아올게.”
“어? 이건.. 보물 상자? 이거 찾으러 가신 거였어요? 어떻게 이걸..”
놀라는 라이언에게 상자들을 건네주고, 나는 작은 섬에 있는 보물 상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스태프 중에 한 분이 마지막 상자를 가지고 있었다.
영웅이를 찍던 VJ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상자.”
“어? 어... 헙!!”
뒤를 돌아 도망가려던 그 순간 영웅이가 VJ분을 덮쳤고, 나와 영웅이는 VJ분을 가볍게 제압하여 상자를 빼앗았다.
“열개 전부 모았다.”
“오!! 대박이네요! 어서 열어봐요!”
우리는 힘들게 모아온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쿠폰이 하나씩 들어있었고, 쿠폰에는 김상구 PD님의 윙크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이거 보물 상자 아닌 거 아니에요? 딱 봐도 꽝이네.”
“싫어하는 사람을 암살 해주는 쿠폰인가?”
우리가 쿠폰의 정체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하고 있을 때, PD님과 몇몇의 스태프를 태운 배가 우리가 있는 섬에 정박을 하였다.
“힐링님! 어떻게 되신 겁니까!! 스파이는 누구입니까아!! 으악!”
잔뜩 흥분한 PD님이 서둘러 배에서 내려오다가 물에 빠지셨다.
빠르게 주변에 있던 안전요원들이 PD님을 구해주셨고, 역시나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촬영 감독님이 촬영을 지휘하시기 시작하셨다.
“자! 빠른 시간 안에 보물 상자들을 전부 구하셨네요. 어떻게 다른 섬에 있는 것들까지 구하셨는지는 궁금하지만! 룰에 다른 섬에 있는 것은 찾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인정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촬영 감독님의 깔끔한 진행이었다.
“그럼. 이 쿠폰으로는 뭘 할 수 있는 건가요?”
“쿠폰만 보시면 꽝인 것 같지만, 보물 상자가 맞습니다. 자! 쿠폰은 여기에서 원하는 물건과 교환이 가능합니다. 확인해 보시죠.”
촬영 감독님이 우리에게 주신 종이에는 각종 생존 도구들이 빼곡했다. 텐트부터 식재료까지.
우리는 열심히 회의를 하였고, 교환할 물품을 선택하였다.
“우선 텐트 주시고요. 버너 세트, 냄비 세트, 요리 도구 세트, 생수, 세면도구 세트, 각종 소스, 마지막으로! 가야금 주세요.”
열심히 받아 적던 작가님이 마지막 가야금에서 고개를 갸웃 거리셨다.
“어.. 가야금이 있기는 한데, 이거 저희 촬영 소품이 아니고 김상구 PD님 개인 물품이에요. PD님께 여쭤봐야 하는데...아직 상태가..”
작가님의 말에 촬영 감독님이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PD님이 정한 룰이잖아! 저 쿠폰을 봐봐! PD님의 얼굴에 먹칠을 할 셈이야? 어서 드려! 신나게 쓰시고 박살... 어! 아니 조심히 사용하시겠지!”
중간에 촬영감독님의 속마음이 살짝 들어난 것 같은데, 잘 넘어갔다.
그런데 PD님은 왜 가야금을 들고 다니시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가야금을 연주 하시는 것도 못 봤고, 연주 가능하시다는 말도 못 들었었다.
“자. 그리고 말씀드렸던 섬 탐색 시간이 다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하실 일은 식재료 구하기입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제작진이 드리는 미션을 성공 하시거나, 직접 구하시는 방법입니다.”
“형. 아까 쿠폰으로 가야금 대신에 식재료 바꿨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나만 믿어봐. 형이 맛있는 거 해줄게.”
“저는 회요오~ 아니며언 전복이나아~”
영웅이가 열심히 원하는 음식들을 말하고 있었다.
“자! 결정하셨나요? 참고로 미션은 쉬운 것입니다.”
미션이 쉽다고 하니 왠지 혹했다.
미션을 해서 식재료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고로 먹을 것은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게 좋다고 했다.
“미션이 무엇인가요?”
“도전을 승낙하셔야 공개가 됩니다.”
우리는 잠시 눈을 마주쳤고, 다들 무언의 동의가 오갔다.
“도전 하겠습니다.”
“네! 그럼 미션 공개합니다. 미션은 바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음... 이거 PD님이 미션 정하신거죠?”
작가님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어제 킥킥 대시면서 열심히 정하시던데요. 저희는 전부 말렸습니다.”
“바늘 찾으면 바로 PD님 찌르러 갑니다.”
“자! 우선은 바늘을 모래사장에 던지겠습니다. 모두 뒤를 돌아 주시기 바랍니다.”
촬영 감독님의 말에 우리는 뒤로 돌아섰다.
“형. 이거 그냥 대충하고 얼른 식재료나 구하러 가죠. 저걸 어떻게 찾아요. 말도 안 되는 미션이네.”
“형만 믿어라.”
박스를 모아 버신 돈을 잃어버리신 할머니를 돕고 나서 얻은 재능이 있었다. 할머니가 잃어버리신 돈들이 동전뿐이어서 그런지 받은 재능도 그것과 비슷한 재능이었다.
[옆집 형은 금속 탐지기로 탐지하는 게 취미지! - 금속으로 된 물건이 사용자에게만 보이는 특수한 이펙트를 보여줍니다.]
“이제 찾으시면 됩니다. 제한 시간은 30분입니다.”
보통 같으면 바로 포기 할 미션이다. 제한 시간도 30분밖에 안 되는 걸 보면 어차피 깨지 못하는 미션이니 적당히 하라는 것 같다.
‘옆집 형은 금속 탐지기로 탐지하는 게 취미지!’
내가 재능을 사용하자마자 온갖 금속들이 반짝거리며 내 눈을 사로잡았다. 여유롭게 백사장을 훑어보았다.
‘생각보다 금속들이 많네.’
백사장에는 생각보다 금속들이 많았다. 각종 쓰레기들과 어구들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음.. 촬영 끝나면 청소라도 해야겠다.’
아무래도 촬영이 끝나면 사람들을 동원해서 깨끗하게 청소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대로 둔다면 쓰레기는 점점 더 쌓이게 될 것 같다.
‘찾았다!’
바늘이 반짝거리며 자신을 바라봐 달라는 듯이 유혹을 하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이제 식재료 주시죠.”
“어? 어? 그걸 어떻게.. 던진 저희도 못 찾겠던데요..”
“확인 해보시죠.”
“어..네. 맞긴 하네요.. 와.. 대단하시다.. 아! 식재료는 이중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목록에는 다양한 식재료가 있었다.
고추냉이, 개 사료, 까나리 액젓, 캐롤라이나 리퍼 페퍼[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츄르, TOXIC WASTE(가장 신 사탕), 뷰 블로뉴 치즈(가장 냄새가 고약한 치즈), 수르스트뢰밍(냄새가 고약한 청어 통조림)
전부 내가 너튜브에서 먹었던 음식들이다.
‘음.. 음식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가?’
“으악!! 이거 다 이상한 거잖아요!! 이걸 어떻게 먹어요!!”
“전부 힐링님이 드신 음식들입니다.”
“어. 얘들아 미안!”
나는 해맑게 사과를 하였다.
“그래도 저 중에서는 개 사료가 제일 낫긴 하더라. 개 사료로 주세요! 그런데 브랜드가 어떻게 되나요?”
“어. 아리젠 인 것 같네요.”
“오! 제가 좋아하는 거네요! 감사합니다.”
바로 받아서 먹기 시작하자 전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조심히 개 사료를 텐트 안쪽에 숨겨놓았다.
‘이따가 먹어야지~’
“자! 그럼 이제 자유 시간입니다. 식재료를 구하셔도 되고, 쉬셔도 됩니다.”
촬영 감독님의 말씀에 우리는 잠시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형. 우리 정말 뭐 먹어야 돼요? 개 사료는 정말 아니에요..”
“회... 매운탕.. 전복...”
영웅이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먹고 싶은 음식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잠시 쉬고 있어. 물도 좀 마시고, 텐트 안에서 조금 자. 금방 갔다 올게.”
“저도 같이 가요!”
큰 섬을 털고 온 전우인 라이언 일병이 따라 나섰다.
“그럼 저기 냄비 가장 큰 거 하나 들고 와.”
“넵! 알겠습니다!”
우리는 바닷가로 향하였다.
“라이언은 여기서 기다렸다가 내가 물고기 던져주면 냄비에 잘 넣어줘.”
“뭘로 잡으시게요? 맨손으로?”
라이언의 물음에 나는 씩 웃어주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허리 정도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의 깊이까지 걸어간 나는 나의 비장의 무기인 재능을 살펴보았다.
[물고기들이 줄서는 맛집 - 손가락을 물속에 넣고 흔들어주면 물고기들이 줄을 서서 손가락을 문다.]
단순한 효과와는 다르게 무려 상급의 재능이다. [차붐의 말 근육]과 동급의 재능이라는 것이다.
손가락을 물속에 넣은 상태에서 살짝 살짝 흔들어 주기 시작했다. 잠시 그렇게 손가락을 흔들고 있자 갑자기 물고기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물고기들은 줄을 설 엄두도 못 내고, 오로지 내 팔뚝보다 큰 물고기들이 내 손가락 앞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자! 간다!”
[휘익!]
“어? 물고기다!”
“또 간다!”
[휘익! 휘익! 휘익! 휘익!]
연속으로 다섯 마리의 물고기를 잡아서 라이언에게 던졌다.
라이언은 정신없이 냄비에 물고기를 넣으려고 했지만, 너무나 큰 물고기는 몸의 반도 들어가지를 못했다.
“내가 도와줄게.”
어느새 물속에서 나온 나는 헤매고 있는 라이언을 도와서 물고기 아가미 쪽으로 손가락을 넣고 네 마리를 들었다.
“너는 저기 한 마리 들고 와~”
라이언은 한 마리의 물고기와도 힘 싸움을 벌이다 꼬리에 뺨을 얻어맞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양손으로 물고기를 끌어안고 걸어왔다.
“우와!!! 저거 뭐야?”
“여기 무슨 양식장 있어? 어디서 저런 걸..”
어마무시하게 큰 물고기를 본 제작진들은 다들 깜짝 놀랐다.
원래는 이상한 식재료들로 당황하는 우리들을 찍고, 잠시 뒤에 요리 재료들을 주면서 요리를 하는 컨텐츠를 찍으려고 하였는데, 내가 잡아온 물고기에 제작진들의 준비는 허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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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더 못 먹어... 살려줘요.. 형..”
“아직 전복을 못 먹었어어~ 그런데 배가아...”
라이언과 영웅이는 볼록하게 올라온 배를 움켜쥐고 숨만 쉬고 있었다.
회부터 시작해서, 물고기 튀김, 매운탕으로 이어지는 풀 코스는 배가 불러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엄청나게 큰 물고기들이어서 우리는 한 마리만으로도 충분했고, 나머지는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 대접을 하였다.
“역시 힐링님 쪽이 정답이었어! 완전 포식했다.”
“자연산이라 아주 그냥! 여기에 쏘주만 있었으면! 캬!!”
나는 그 모습을 웃으면서 흐뭇하게 바라봤다.
[오도독! 오독!]
‘역시 개 사료는 아리젠이야. 오랜만이라 더 맛있네.’
배도 부르고, 행복한 밤이었다.
그리고 낮에 발생했던 퀘스트를 바라보았다.
[퀘스트 발생 - 신곡을 발매한 팍스 보이즈들을 위해 가야금으로 신곡을 연주해 주시오. 제한시간 2일.]
내가 가야금을 쿠폰으로 바꾼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