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과 로또 번호.
“자! 오늘은 마지막 날입니다. 다들 어젯밤에 잘들 주무셨나요?”
“넵!”
카메라 감독님의 말씀에 우리는 씩씩하게 대답을 하였다.
“듣자하니 어제 해변에 누워 청춘 드라마를 찍으셨다고 하던데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어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미션을 드리겠습니다.”
감독님의 말씀에 우리는 귀를 쫑긋 세웠다.
“이번 미션을 해결하지 못하시면 육지까지 나룻배를 저어 가셔야합니다.”
“우~~~ 감독님도 PD님 닮아가시나요?”
“아니! 그런 심한 말씀을! 흠흠. 이건 PD님이 이미 정해놓으신 룰입니다.”
“아~ 그렇군요.”
PD님의 룰이라고 하니 다들 수긍을 하였다.
“마지막 미션은 여러분의 데뷔곡을 여러 나라의 팬들에게 알리기입니다. 즉! 데뷔곡을 한국어를 뺀 여러 나라 언어로 불러야 합니다. 최소한 3개 국어로 부르시면 인정됩니다.”
“영어는 라이언이 하면 되고, 또 누구 다른 언어 할 수 있는 사람?”
“영웅이가 일본어 가능해요!”
“좋아! 그럼 한 개만 더 하면 되는데. 또 없어?”
아이들이 열심히 사용 가능한 언어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감독님! 혹시 3개 국어를 넘어서면 어떤 인센티브가 있을까요?”
“어.. 그건 아직 안정했는데, 원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음..아이들 소원 하나씩만 들어주세요.”
“소원이요? 다들 무슨 소원들이 있으신가요?”
나와 감독님의 협상에 아이들은 즐거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저는 보컬 트레이닝 시간을 늘려주셨으면 합니다.”
[뜨거운 승부욕]을 가진 홍로는 누구보다 잘하고 싶어 한다. 그게 결과적으로 같은 멤버들의 일그러진 얼굴 표정으로 끝났지만.
“저는 숙소에 트레이닝 룸을 만들어 주세요! 스케줄이 바빠지면 근 손실이 올 수 도 있어요!”
딱 스파크 같은 소원이었다.
“그럼 저는 홍로형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으면 합니다아~”
영웅이는 홍로의 눈치를 받으면서도 할 말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소원이면 어떤 것 까지 가능할까? 우리 회사 지분을 좀 달라고 하면 될까? 우리가 성공하면 내 재산이 더 커지겠지? 그러다가 내가 회장님을 이어서 2대 회장이 되면... 천운이 형을 잡아다가 노예처럼 부려먹으면 엄청난 돈을 벌겠지? 노후 준비는 완벽해!”
민기 소원은 패스!
“저는 우리 멤버들 건강하게 보약 하나씩 해주세요!”
라이언은 역시나 [전우애] 재능을 가진 착한 아이였다.
“보약은 내가 이미 예약 했으니까 촬영 끝나면 나한테 쿠폰 받아서 가.”
“오!!!! 역시 힐링이 형!!”
“어디 한의원인데요? 저 아무 곳에서나 먹으면 안 되는데요.. 저 내추럴이라서 약물은 조심해야 돼요!”
스파크는 무슨 보디빌딩 대회 나갈거니? 무슨 약물이야!
“거기 잘하는 곳이라고 하던데? 허준 한의원이야.”
“허준 한의원이요?”
“대박! 거기 엄청 유명한 곳인데?”
“형! 어서 취소하세요! 거기 엄청 비싸요!!”
황재성 저승재단 재단장님이 소개해주신 시스템 사용자인 한의사분이 굉장히 유명한 분이신가보다.
“거기 실력은 엄청난데,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에요.”
“그래?”
시스템을 이용해서 돈을 버시는 모양이다. 개인의 욕심만 채우면 시스템에서 제재가 올 건데, 어떻게 된 일이지?
“대신에 돈 없는 분들 무료 진료해주시잖아. 거기 예약하기 힘든 이유 중에 하나가 전국을 돌면서 환자 치료해주셔서 그렇대.”
“오~ 대단 하신 분이네!”
“사실은 우리 할머니도 그 한의사분이 살려주셨어.”
홍로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카메라들이 일제히 홍로 쪽을 찍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작년에 암에 걸리셨는데, 몸도 약해 지셨고, 다른 곳으로도 전이가 돼서 병원에서도 손을 못 쓰고 있었어. 우리나라에서 암에 대해서는 최고라는 곳인데도 그랬거든.”
“맞아! 그때 형 엄청 힘들어 했었어!”
“아버지가 그때 엄청 힘들어하시다가 아시는 분한테 소개를 받고, 허준 한의원을 갔어. 그런데 그때는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건물도 아주 허름했다고 했어.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할머니를 모시고 갔대.”
“지금도 그 건물에서 하고 있으시대요.”
홍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계속 하였다.
“그 허준 선생님이 침과 뜸으로 암 세포 크기를 줄여주셨어. 그리고 체력도 수술을 받으실 수 있을 정도로 키워주셨거든. 지금은 무사히 수술 받으시고 건강하게 운동도 다니셔.”
“오!! 대단하다!”
“그런 곳에서 보약을 해주신다고요? 형... 사랑해요!”
나는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그것보다 미션을 신경써야하는 거 아냐? 너희들 소원을 들어주려면 성공부터 해야지.”
사실 들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소원은 스파크의 트레이닝 방 설치뿐이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가능한 언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스페인어 가능한 사람?”
“나!”
“오~ 힐링이 형~”
“그럼 중국어 가능한 사람?”
“나!”
“오~ 힐링이 형~”
“그럼 프랑스어는?”
“나!”
“......”
“형. 그냥 가능한 언어들 불러주세요.”
“영어, 중국어, 아랍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일본어, 러시아어, 태국어, 베트남어......”
대략 20여개의 언어를 말하였다.
“어...노래 부르다가 목 쉬겠다야..”
“저 형은 인간이 아냐. 사이보그야”
너가 사이보그 댓글 달았었니? 잡았다 요놈!
마지막 미션까지 완벽하게 수행을 한 우리는 섬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아. 며칠 안됐는데 한 1년은 있었던 것 같다.”
“맞아. 엄청 오래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우리 촬영은 괜찮을지 모르겠네.”
그 말에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을 시작했다.
“우리 찍었던 것들 너튜브에 올라가면, 우리 데뷔 취소되는 거 아니에요?”
라이언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형이 업로드 되는 거 지워버려요! 형 채널이잖아요!”
막내 민기가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말을 했다.
“다들 걱정 마. 우리 너튜브 팀들 전부 프로들이야. 알아서 잘 편집해 주겠지. 아마도...”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우리의 영상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 다들 개성들이 확실하네!
⌎ 리더 YMCA 아기스포츠단 수영반 출신! ㅋㅋㅋ
⌎ 나 거기 동기임.
- 라이언은 엄마다 엄마!
⌎ 멤버들 뒤치다꺼리는 혼자 다하네.
⌎ 막내 양치시키려고 치약이랑 칫솔 들고 쫓아다니는 거 봐라. 우리 엄마 보는 줄 ㅋㅋㅋㅋㅋ
⌎ 힐링이랑 섬에 침투할 때 진짜 전쟁 영화 보는 줄 착각함.
⌎ 라이언 일병! ㅋㅋㅋㅋ
⌎ 라이언의 별명은 정해졌다!
- 영웅이는 천재이기는 한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해.
⌎ 넌센스 퀴즈 다 맞추던데? 그것도 무표정으로.
⌎ 근데 갑자기 힐링님은 왜 문제를 냄?
⌎ 뜬금없지만 제일 웃겼음.
⌎ 인정!
- 민기는 뭔 상상력이 안드로메다급이냐?
⌎ 하루 종일 노후 걱정만 해. ㅋㅋㅋ
⌎ 민기 나이 17살, 10대 후반부터 노후 대비!
- 스파크! 근 손실 ㅋㅋㅋㅋㅋㅋ
⌎ 하체! 조지고! 상체! 조지고! 벌크 업!! 가자!!!
⌎ 하체! 조지고! 상체! 조지고! 벌크 업!! 가자!!!
⌎ 하체! 조지고! 상체! 조지고! 벌크 업!! 가자!!!
⌎ 그만해!! 근육 바보들 다 몰려왔네!
- 힐링은 역시나 힐링이네.
⌎ 힐링이 힐링했네. 보물 다 찾은 거 봐라. ㅋㅋㅋ
⌎ PD 인질로 잡힘. ㅋㅋㅋ 영화 보는 줄.
⌎ 오리걸음 봄? 나 뛰는 것보다 더 빠를 듯.
⌎ 뭔 하늘을 나냐.. 와.. 그런데 PD 튕겨 날아감. ㅋㅋㅋㅋㅋ
⌎ 피디랑 원수 졌나봐.
⌎ 몸 개그의 제왕. PD! 그리고 카메라 감독 진행 봐라 아주 매끄럽다야. 조만간 카메라 감독 연출에 PD가 연기자로 출연한다.
- 뭐니 뭐니 해도 가야금이 최고였다!!
⌎ 이거 인정! 와... 나는 가야금이 이렇게 세련된 줄 처음 암. 너튜브에서 가야금 연주 영상 보는데, 가요나 팝송도 전부 연주가 가능하던데?
⌎ 처음에 쿠폰으로 가야금 바꿨을 때, 그걸 보던 나 엥???
⌎ 나도!
⌎ 그런데 가야금 반주에 바로 춤추는데 소름이..와..
- 그런데 데뷔곡 각 언어별로 20개 넘게 올라왔는데 신인 그룹들 원래 그럼?
⌎ 이것도 힐링님의 작품.
⌎ 뭘 해도 그 이상을 보여줌.
⌎ 발음 원어민인줄!
⌎ 힐링이 또 힐링했네~
- 허준. 한.의원. 메모.
⌎ 할배 타자가 불편하신 듯. ㅋㅋㅋ
⌎ 반시.. 마비라.. 불편하게 마드러..죄성..
⌎ 헉!!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각 언어로 부른 데뷔곡 영상은 각 나라의 팬들이 몰려와 댓글을 달고 환호를 했다. 자신들의 문화를 존중해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감동을 했다고 한다.
팍스 보이즈는 데뷔곡을 발표하고, 한 번의 음악 방송에도 출연하지 않은 채 각종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하였다.
그리고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로 차트 인을 하였다. 압도적인 인터넷 음원 다운로드 숫자와 너튜브 조회수 덕이었다.
팍스 보이즈의 역대급 성공에 전 세계는 열광을 하였고, 공식 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아이돌이 되었다.
“형..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오히려 걱정이 되요..”
라이언은 이런 갑작스런 성공에 오히려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영웅이만 멍하니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나는 불안해하는 아이들에게 말을 해주었다.
“너희들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되는 아이들이야. 많이 노력했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노력을 할 거잖아. 물론 오로지 실력만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너희들이 그만큼 매력과 실력이 있으니 팬 분들이 그걸 알아봐 주신거지.”
아이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너희가 할 일은 이 불안한 마음을 확신으로 바꾸는 노력이야. 불안한 만큼 죽을힘을 다해서 노력해.”
내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너희들 스스로가 납득될 만큼 노력하면 되는 거야. 지금 이 마음들을 가슴에 새겨둬.”
멍하니 있던 영웅이까지 내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마. 그러면 지금 인기에 어울리는 너희들이 될 거야.”
나의 [위로의 목소리]와 [스승의 마음]의 효과로 나에 대한 존경심이 최대치가 된 아이들이라서 금방 내 말에 동의를 하고, 기운을 내기 시작했다.
“자! 다들 천운이 형 말씀 잘 들었지? 형에게 부끄럽지 않은 동생들이 되도록 노력하자!”
리더인 홍로가 아이들에게 말을 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형! 오늘부터 하체 두 배로 칠겁니다!! 노력!!”
아니. 그 노력 말고.. 하아..
내 헌신적인 케어에 아이들의 멘탈은 다시 단단해졌고, 밀려들어오는 스케줄들을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역대급 아이돌 그룹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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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올해도 초여름부터 덥구나. 너무 더워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은행이다. 은행은 분명히 에어컨이 빵빵하게 켜져 있겠지? 거긴 천국일거야! 아! 냉탕과 온탕 사이가 있었는데!! 그걸 깜빡하다니!!’
온몸이 이미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냉탕과 온탕사이] 재능을 이용해 온도를 24도에 맞추었다.
‘아... 이걸 이제야 생각해 내다니! 재능이 너무 많다보니 잊어버리는 재능들이 너무 많아.’
재능의 숫자가 몇 백 개가 되다보니,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모르는 사이에 재능이 발휘되어서 놀랐던 경우도 있었고,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는 재능들도 많았다.
‘퀘스트를 정말 열심히도 했네.’
사실 퀘스트로 한 달에 버는 돈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직장인들보다 많은 금액을 번다. 생활비와 엄마, 송이의 용돈을 주고도 꽤 많은 금액이 남았다.
아마 퀘스트만 하면서 살아도 생활에는 지장이 없도록 신경을 써주시는 것 같다. 특별히 크게 소비하는 돈이 없으니 은행 통장에는 돈이 쌓여간다.
오늘 은행에 들린 이유도 지점장님의 전화 때문이다. 돈을 입출금 통장에 쌓아두고만 있으니, 재테크 관련해서 추천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할머니. 이제 괜찮은 거 맞지?”
“응. 우리 강아지. 할미는 괜찮어..”
은행에 들어섰는데, 할머니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앉아있었다. 왠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지점장실로 들어가지 않고, 잠시 할머니의 옆자리에 앉았다.
“이따가 은행 문 닫으면 또 쓰러지는 거 아니야?”
“아니야. 이제 괜찮아 졌어. 여기 시원한데서 쉬면 이제 다 괜찮아 질 거야.”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 할머니가 쓰러지셨었나 보다. 어린 손녀는 그런 할머니가 걱정되는지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고민해 보았다. 사실 에어컨 사드리고 전기세를 내가 내드리면 다 해결될 문제이지만, 나도 가난을 겪어봐서 알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자존심이 없는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자존심만 남게 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순간 남는 건 불안한 미래뿐이다.
당장 굶더라도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하루만 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은행보다는 주민 센터부터 들려야겠네.’
바로 은행을 나와서 주민 센터를 찾아갔다. 그리고 복지지원과 복지 조사 관리팀을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
“혹시 저희 지역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나의 물음에 무언가를 기대하며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다.
“저희 관내에 존재하는 편부모나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212가구입니다. 그 중에서 사정이 어려운 가정은 총 52가구입니다.”
“혹시 제가 에어컨과 전기세를 지원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정말 좋은 결정 해주셨습니다. 직접 지정해서 지원도 가능하십니다. 원하시면 익명으로도 가능하시고요. 그런데, 제가 두 달 전에 조사한 자료라서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시면 정확히 확인해서 안내 드리겠습니다.”
“그러시면 확인이 되시는 대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나는 연락처를 남겨놓고 주민 센터를 나왔다. 내 머릿속의 공무원들은 깐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을 안 해줄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친절하고 적극적이셨다.
아마도 직접 한 가정씩 방문하시면서 확인하시는 것 같다. 책상에 놓여있던 수첩이 살짝 보였는데, 지원이 필요한 가정의 상황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쪽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더 좋겠네.’
생각난 김에 황재성 재단장님과 통화를 하고, 재단 사무실을 찾아갔다.
“좋은 결정을 하셨군요. 역시 천운님은 마음이 따뜻하신 분입니다. 그럼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재단장님의 제안은 이러했다.
나는 몰랐었지만, 재단장님의 개인 사업체는 중견기업 규모의 나름대로 큰 회사였다. 다양한 사업부를 거느린 거의 대기업에 버금가는 큰 회사였다.
그중에 에어컨도 만들어 파시는데, 원가로 지원을 해주신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겨울 난방 시설도 손봐주시겠다고 하신다. 너무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에 재단장님을 바라보니, 비용은 확실히 청구할 예정이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 마음 편하라고 그리 말씀해 주시는 것 같다.
나는 주민 센터와 연결해서 전기세와 유류비등만 지원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매년 주민 센터에서 지원이 필요한 가정들을 조사해서 업데이트만 해주시면 나는 편하게 돈만 지원하면 될 것 같다.
역시 전문가에게 맡기니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나는 제일 쉬운 일인 자금지원만 하면 된다.
재단장님과 상의를 하고나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지금까지는 퀘스트에서 시켜야만 이런 선행을 해왔는데, 퀘스트에서 시키지 않았는데도 나의 의지로 행하는 선행이다 보니 기분이 묘했다.
‘이정도면 퀘스트도 생성될 것 같은데 안 생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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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비상입니다!”
“또 왜! 뭔데? 또 허준이가 죽을 생명 살려낸 거야?”
“아닙니다. 대왕! 그 정도는 뭐.. 한 두 번인가요?”
“그럼 뭔데?”
“천운이가 또 일을 벌였습니다!”
“뭐? 또? 저번에 퀘스트 큰 건들은 생성되지 않게 손봤잖아!! 하찮은 것들만 시키라고 했잖아!!”
“네! 업데이트는 확실히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퀘스트와 상관없이 그냥 천운이의 의지대로 진행한 건입니다.”
“허...어떻게 된 게 최상급 사용자들보다 더 일을 많이 만들어내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놈을 최상급 사용자로 임명할걸 그랬어. 그랬으면 이렇게 고민도 안했을 거고, 좋은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도 훨씬 수월했을 거 아냐!”
염라 대왕의 호통에 다들 고개를 떨구었다.
“대왕! 이런 방법은 어떠십니까?”
“뭔데?”
“로또입니다.”
“로또?”
“네. 천운이의 꿈에 현몽을 해서 로또 번호를 알려주는 겁니다. 그럼 로또에 당첨되고, 카르마가 대량으로 사용될 겁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로또가 되면 그놈의 카르마가 소모 될 거야! 그래도 바닷물에 한 바가지 퍼내는 것이겠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바로 진행해!! 잘 되면 주기적으로 로또 꿈꾸게 만들고!”
“네! 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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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꿈에서 염라 대왕님을 만났다.
나는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큰 절을 올리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염라 대왕님. 요즘에도 매일 세 번씩 감사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염라 대왕님은 저의 인생을 바꿔주신 은인이십니다.”
“흠흠... 알면 적당히 좀 해라...”
“네?”
“아.. 아니다! 내가 숫자를 불러줄 터이니 이번 주에 꼭 사도록 하거라!”
“네? 무슨 숫자요?”
“그냥 외워! 1, 2, 3, 4, 5, 6! 이 번호로는 아무도 안 살 것이니! 너 혼자 꼭 사서 1등 하거라! 알겠느냐?”
“저는 로또 필요 없습니다. 지금으로도 너무나 만족합니다. 저보다는 더욱 어려운 사람들에게 알려주시지요.”
“그냥 좀 사!!! 네 놈 때문에 내 머리가 다 빠지고 있단 말이다!! 사라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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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게 무슨 꿈이야.. 완전히 생생하네.”
염라 대왕님이 불러주신 숫자가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1, 2, 3, 4, 5, 6 이라... 누가 이런 번호로 산다는 거야? 말도 안 돼.’
마침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뭐. 밑져야 본전인데 한 번 믿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