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170)

감정이입

결국 아이들의 원활한 입시 준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 아이들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저녁 7시에 시작한 수업은 간단한 선 긋기부터 시작하였다.

“우선은 가장 기초인 선 긋기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원장님은 나에게 다양한 선 긋기를 시키셨다.

상하로 직선 긋기, 바둑판 그리기, 대각선 긋기, 물결무늬 만들기, 도형 만들기

그러나 나에게는 연습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인간 로봇 팔 -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손 떨림이 사라지고,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아... 이게.. 와.. 저보다 더 잘 하시네요. 무슨 로봇 팔입니까?”

그 이후로도 다양한 패턴들을 알려주셨다.

힘을 균등하게 사용해서 굵기도 일정하게 유지 시켜야하는 고난이도 연습이었지만, 나는 쉽게 끝낼 수 있었다.

“기초적인 스케치 연습은 이제 끝내도 될 것 같습니다. 원래는 한참 연습을 해야 하는데, 천운님은 이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게 있는데요.”

원장님은 나에게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미술은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미술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회화부터 조소, 공예, 서예 등이 전부 미술이다.

그중에서 원장님의 전공은 회화라고 하신다.

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과 그 그림들을 떠올렸다.

“그. 물감으로 막 덧칠하면서 사람도 그리고, 풍경도 그려보는 걸 해 보고 싶습니다.”

“그럼 구상화를 배워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걸로 커리큘럼을 짜보겠습니다.”

구상화는 주변의 자연적인 대상들을 충실하게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고 알려주셨다.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동물화 등이 있다고 하시는데, 내가 생각하던 일반적인 미술이 여기에 해당했다.

[미술은 선긋기부터가 르네상스 시대의 배고픈 화가로 승급하였습니다.]

최하급 재능이 중급 재능인 [르네상스 시대의 배고픈 화가]로 승급을 하였다.

‘어? 이건 뭔가 다른데?’

기존에 재능들은 나의 행동들을 보조해주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기본적인 미술 지식들이 내 머릿속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템페라? 광물을 갈아서 색깔을 만드는 방법들이잖아. 그리고 유화물감 만드는 법도 있고, 그냥 물감을 사용하면 되지. 별 쓸데없는 지식들이네.’

그러나 그런 지식들만 전해진 건 아니었다.

너무 기초만 하면 실증날 수 있으니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시는 원장님의 말에 편하게 그림을 그려보는데, 익숙하다는 듯이 스케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물감을 이용해 색칠을 하는데, 각 물감을 어느 정도로 섞어야 내가 원하는 색상이 만들어지는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붓을 사용하는 방법과 각종 물품들을 다루는 방법들 또한 10년은 그림만 그렸던 사람처럼 쉽게 이루어졌다.

“와.. 내가 그렸지만, 정말 잘 그렸네.”

책상위에 올려져있는 사과와 꽃병이 사진처럼 그려져 있었다. 빛의 방향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상들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었다.

내 그림을 보며 감탄을 이어가는 중간에 갑작스럽게 알람이 울렸다.

‘띠링’

[퀘스트 발생 - 돈이 없어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어린 학생을 도와주시오. 제한시간 5시간.]

‘어? 생리대? 아... 맞아. 생리대가 생각보다 너무 비싸지.’

우리도 이미 겪은 바 있다.

우리 송이가 생리를 시작하게 되고, 가장 난감했던 것은 남자인 내가 여자인 송이를 위해 생리에 대해 알려주고, 준비를 해주는 그런 민망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건 그냥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덤덤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

정작 가장 난감했던 건 바로 비싼 생리대 가격이었다.

빠듯한 생활에 생리대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 물품이었다. 그렇다고 사용을 안 할 수 도 없었다. 처음에는 자세한 지식을 몰라서 최소한의 양만 사주었다.

어느 날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던 송이를 정말 심하게 혼낸 적이 있었다.

부모님 걱정 안 끼치게 우리가 잘해야 하는데, 왜 이런 식으로 못된 행동을 하냐며 처음으로 회초리를 들었다.

나는 울면서 송이의 종아리를 빗자루로 때리기 시작했고, 송이는 몇 대 맞더니 울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 갈 수가 없다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송이를 끌어안고 정말 펑펑 울었다. 너무 무심했던 내가 미웠고, 나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을 했을 송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날부터 내 밥을 굶는 한이 있더라도 최우선으로 사는 건 생리대가 되었다. 쌀이 떨어지는 것보다 생리대가 떨어지는 게 더 불안하였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다 잊고 살았다.

‘이건 이 학생만의 일이 아니야. 이 학생 말고도 많은 학생들이 겪는 일일거야.’

우선은 이번 퀘스트를 끝내고 나면 황재성 재단장님과 방법을 상의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무언가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저 학생인가 보구나.’

미술학원이 있는 건물 화장실에서 나오는 여학생이 보였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 학생은 무언가 불편한 듯 걷는 게 조금 이상했다.

다행히 퀘스트 시간은 넉넉한 편이어서 일단은 뒤를 따라가 보기로 하였다.

여학생은 걷다가 자꾸만 바지를 손으로 만져보고, 엉덩이 부분을 살짝 살짝 돌아보았다. 많이 불편하고 불안해 보였다.

여학생이 도착한 곳은 허름한 빌라였다. 그리고 그 빌라의 반 지하 집으로 들어갔다.

빌라 입구 쪽을 보니 우편함이 보였고, 우편함에 꽂혀있는 주소를 보았다.

‘아. 여기 에어컨하고 난방 지원하는 곳이네.’

주민 센터와 황재성 재단장님의 도움을 받아 에어컨과 난방 시설을 손봐준 가구 중에 하나였다.

‘그래. 내가 너무 한 면만 봤었구나. 많은 게 부족했을 텐데.. 내가 실수 했어.’

나는 집에 돌아와 차를 타고 대형 마트로 향하였다. 그리고 생리대를 큰 박스채로 사왔다. 차를 골목에 잠시 주차해 놓고, 박스를 든 채로 조심히 계단을 내려왔다.

문 앞에 박스를 내려놓고, 포스트잇에 메모를 적어두었다.

[이건 학생 거야. 누구인지는 궁금해 하지 말고, 또 줄 거니까 아끼지 말고 사용해.]

이렇게 적어두지 않는다면 남의 물건인줄 알고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을 두드리고, 황급히 빌라를 벗어났다.

학생이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확인할 필요는 없다. 퀘스트가 알려줄 테니까.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영감을 표현하는 붓 터치’를 습득하였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배고픈 화가가 영감을 표현하는 붓 터치와 융합하여 르네상스 시대의 배고픈 대가로 승급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배고픈 대가 - 자신의 영감을 다양한 미술 작품을 통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집니다.]

간단하지만,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는 상급 재능이었다. 다른 재능들처럼 직관적이지는 않았지만, 원래 예술이라는 게 그런 것이었다.

모호한 감정과 영감을 표현해야하는 것이다.

이 [르네상스 시대의 배고픈 대가] 재능은 미술에 관련하여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재능이었다.

갑자기 엄청나게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나는 황급히 미술 학원으로 돌아갔다. 내가 그리던 그림을 보니 그렇게 완벽해 보이던 작품이었는데, 다시 보니 죽어있는 그림이었다.

그저 내 보이는 대로 그린 그저 그런 그림이었다.

‘이런 그림이면 차라리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서 간직하는 게 낫겠어.’

나는 내가 그렸던 그림을 옆으로 치운 다음 이젤에 캔버스를 다시 걸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생각해 보았다. 아니 그림이 아니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경험과 감정을 떠올려 보았다.

너무 밝게 빛나는 해는 싫었다.

태생적으로 너무나 많은 관심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요즘에 사람들의 많은 사랑에 행복하기는 하지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적당히 밝고, 적당히 내 주변을 비춰주고 싶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달빛이 좋다.

야간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집에 오는 길에 나를 비춰주던 그 빛이 좋았다. 가끔 너무 힘들 때면, 집에 들어가지 않고 공원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그 때 보았던 그 은은한 달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태양보다 밝진 않지만, 구석진 곳까지도 은은하게 비춰주는 그 빛이 좋았다.

너무 강한 태양빛은 그 만큼 짙은 그림자를 만들지만, 그 은은한 빛은 그림자도 짙게 만들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 조용하게 스며드는 달빛이 되고 싶었다.

선명하게 각인 된 내 영감을 캔버스에 그려내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배경을 검정색 물감으로 칠해놓고, 그 한가운데 고요하게 떠있는 달을 그렸다. 그리고 그 달에서부터 서서히 퍼져가는 그 빛들.

어느새 세상은 고요한 달밤이 되었다.

‘아... 이게 그림이구나. 이게 예술이구나. 이게 감정이구나.’

내 그림을 바라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눈에 물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다 괜찮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다독여주는 달님이 보였다. 어느 한 구석도 놓치지 않고, 비춰주는 그 빛이 있었다.

[최상급 재능 우리를 위로하는 감정이 생성되었습니다.]

[우리를 위로하는 감정 - 누군가를 위로할 때 진심이 전달됩니다. 예술 작품에 감정이 스며듭니다. 수익이 대폭 늘어납니다.]

‘응? 마지막에 저건 뭐야? 역시 위로는 금융 치료라는 말인가? 아주 옳게 된 재능이구나.’

뭔가 감동이 박살난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아주 도움이 되는 재능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남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내가 얻은 이 시스템과 너튜브 수익은 결국 내 스스로의 힘으로 얻은 게 아니다.

물론 퀘스트를 죽을힘을 다해 해내고, 하기 싫은 것들도 웃으며 영상을 찍는 나의 노력이 들어갔지만, 결국은 그 대가로 재능을 받고, 그 노력보다 더 큰 수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항상 베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건 나의 능력 안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나도 좋은 음식을 먹고 싶고, 좋은 물건들을 사고 싶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도 조금 더하고 난 다음에 남들을 도와주고 싶다.

‘이제 저 재능이 있으니까 더 많이 도와줄 수 있겠다.’

내일이 되면 황재성 재단장님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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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천운님한테는 배우게 되네요. 저도 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제가 남자다보니 이런 부분은 놓치게 되었네요.”

“제 주변은 주민 센터의 도움을 받으면 원래 하던 일에 더 얹으면 되니까 상관이 없는데, 이런 아이들이 전국에는 더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부분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음.. 그렇지만, 누군가를 도와줄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네? 뭐. 상대방 자존심을 무너트리는 거요?”

“정말 절실하면 자존심은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은 살고 봐야지요. 그게 아니라 자립심을 없애는 겁니다.”

그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누군가가 평생을 도와줄 수는 없습니다. 힘이 들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 한 거지, 아무 대가도 없이 무조건 퍼주는 건 그 사람의 자립심을 거세하는 짓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펀드를 조성하죠.”

“펀드요?”

“돈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융통해주고, 나중에 취업을 하면 갚아 나가게 하죠. 시중 은행들의 협조를 구해서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재원은 우리가 마련하고, 일은 은행에서 처리하면 쉽게 해결 될 겁니다.”

“은행에서 해줄까요?”

“모든 은행에서 해줄 필요도 없습니다. 한 곳에서만 진행한다면 모든 은행에서 먼저 손을 내밀 겁니다. 소외된 이웃을 돕는다는 이미지는 은행들에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니까요.”

역시 경험과 노련함이 있으신 재단장님이시다.

“그럼 자금은 어느 정도나 필요할까요?”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적게나마 시작을 하고, 그렇게 시작을 하면 정부 지원금도 타낼 수 있고, 차후에 돈을 더 넣으면 되는 거죠.”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재단장님은 계속해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시작이 중요합니다. 그래도 은행들을 설득하려면 최소한 100억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몇 년만 유지하면 먼저 빌려갔던 사람들이 갚을 거니까 자금이 순환될 겁니다. 그때까지 필요한 금액은 전문가인 은행에서 계산을 해봐야겠죠.”

‘백억이라..’

고민하는 나를 보며 재단장님은 말씀하셨다.

“그중 절반정도는 저와 다른 시스템 사용자님들이 마련해 보겠습니다. 천운님께서는 나머지 절반만 마련해 보시죠.”

잠시 고민을 하다 말을 하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100억은 저 혼자서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건 이 금액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잘 쓰이느냐 입니다.”

너튜브 채널을 운영한지 1년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에 엄청나게 성장을 한 내 채널의 구독자 수는 어느덧 2억 명이 넘어갔다.

그리고 너튜브 수입과 이런 저런 수입들은 500억이 넘어갔다.

세금과 소속사와의 수익 배분, 송이에게 나누어준 돈을 전부 제하고도 200억 가까운 돈이 나에게 현금으로 있다.

그리고 그 돈은 계속해서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기 힘든 구조이다.

사실 돈만 생각했다면 광고만 열심히 찍고, 너튜브에 광고들만 잔뜩 받아서 컨텐츠를 찍었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정도 수입이면 너무나 큰돈이고, 내가 소화하기 벅찰 정도이다.

“생각보다 엄청 잘 버시는 군요. 하하하 이거 재단에 기부 좀 더 해달라고 졸라야겠는데요?”

“그.. 세금 문제 때문에..하하하...”

“그냥 농담입니다.”

절대 농담 같지 않은 얼굴이었는데.

“아무튼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시죠. 회계 관련한 부분은 제가 직접 검토하면 되고, 대상자 선정은 저희 재단에서 하면 됩니다. 이번에 새로운 시스템 사용자 분을 만났는데, 제가 재단 직원으로 채용을 했습니다.”

“오~ 새로운 분이시군요! 무슨 재능이 있으시죠?”

“하급 시스템 사용자이시기는 한데, 특이한 재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홍딸기. 특이한 이름을 가지신 남성분이셨다.

키는 2미터가 넘으시고, 근육은 마동식을 능가하시는 분이신데, 수줍음이 많으신 분이었다.

“안녕하세요. 홍딸기입니다.”

그 거대한 덩치와 손의 크기에 압도를 당했다. 악수를 하는데, 어렸을 때 잡았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 나를 다시 아이로 만들어 준 손이었다.

“제 재능은 ‘감정이입’입니다.”

“감정이입이요?”

“네. 상대방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생활수준과 감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아.. 정말 특이한 재능이군요.”

“평소에 제가 영화에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이라... 부끄럽네요.”

저 거대한 덩치가 얼굴을 빨갛게 붉히니 정말 무섭다.

얼굴이 빨간 도깨비 같다.

그러나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가는 바로 염라 대왕님을 만나러가는 특급 열차를 탈 것 같아 꾹 눌러 참았다.

“네.. 그래 보이네요.”

“정말요? 그렇죠? 저희 엄마도 제가 너무 눈물이 많다고 항상 구박하셨어요. 아니 어제는 옛날 드라마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그 장면을 보고도 엄마는 울지도 않고! 저한테만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사람이라면 그 장면에서 안 울 수가 없는데!”

“어.. 혹시 드라마 이름이 뭔가요?”

“거침없이 하이킥! 이요. 거기서 나문희 선생님과 윤호가 손을 잡고 마트를 가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이건 뭔가 문제가 많은데?

“그리고 나문희 선생님이 호박 고구마를 발음을 못하셔서 화를 내실 때! 그때 왈칵 눈물이 나서...아.. 다시 생각해도 너무 슬프네요..”

제가 잘못 했습니다. 제발 그만하세요.

“그리고 나문희 선생님이....”

제발 그만!!!

그래도... 그만하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섭다. 어우! 방금 팔 근육에 옷이 찢어졌다. 저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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