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화 (55/170)

굴러온 돌

드디어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이게 되었다.

그런데 특별한 행사도 하지 않고, 바로 공항에서 모여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절반 정도의 선수들만 모여서 가고, 나머지는 일정에 따라 각자 알아서 비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었다.

이유는 각 팀들에서 최대한 늦게 선수들을 대표팀에 합류시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구단에서는 대표팀 성적보다 자신들의 성적이 중요하다. 혹시나 올림픽 대회 중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전력에 큰 공백이 우려된다.

그래서 탑급 선수들의 차출을 반대하였지만, 오랜만에 부활한 올림픽에서의 야구 종목의 흥행을 위해 KBO에서 협조를 요청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군 선수들을 차출하게 되었다.

사실 KBO에서도 적극적이지 않고, 형식적으로 진행하려고 하였지만, 정치권에서의 요청 때문에 억지로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의 NPB 올스타급 선수들의 출전과 미국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출전 명단이 알려지면서 KBO에서도 어느 정도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팬들이 실망할거라는 이유도 한 몫을 했다.

나는 여러 차례 대표팀 스태프들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나의 포지션이나 역할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그저 감독님께서 알아서 하실 거라는 대답뿐이었다.

그러면 감독님 연락처를 달라고 하였지만, 알려주지를 않았고, 다른 루트로 연락처를 알아내어 연락을 드렸지만 선수 한명하고 상의하거나 안내해주는 감독이 어디 있냐는 말뿐이었다.

어차피 대회가 시작되면 알게 될 일이니 훈련이나 열심히 해두자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에만 전념했다.

비행기 시간은 14시 30분.

나에게 공지된 소집 시간은 오전 10시.

나는 처음 타는 비행기여서 떨리는 마음으로 일찍 나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첫 번째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오전 6시 53분이었다.

‘아이고.. 길다 길어..’

혼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도 오지를 않는다.

아침 9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니 카메라를 든 기자님들이 한분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기자님들과 방송국 카메라, 너튜버들까지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힐링이도 오겠지? 따로 간다는 소리 없었지?”

“어! 공항에서 대표팀 모이는데 참석한다고 소속사에서 공식 입장 발표했어.”

“그런데 KBO랑 정아집 감독이 힐링이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소리가 있던데?”

“아무래도 성골 출신도 아닌 애가 갑자기 뜨니까 그러겠지. 자기 라인도 아닌데 누가 좋아하겠어?”

“하여튼 특이하긴 진짜 특이해. 선수도 아닌데 프로들보다 더 잘 던지고, 잘 치잖아. 그럴 거면 차라리 메이저 가서 고액 연봉 받겠다. 뭐한다고 너튜브 하면서 탄산 같은 거나 코로 먹고 그러는 거야?”

“메이저리거 고액 연봉이라고 해봤자 500억이 안되잖아.”

“500억이면 어마어마하지!”

“들리는 말로는 힐링이가 일 년이면 천억 넘게 번다고 하더라고.”

“말도 안돼! 너튜브나 하는데 그렇게 많이 번다고?”

아직 1년에 천억은 안 된다.

소속사와 일정 비율로 나누고 있었고, 받은 돈도 송이와 반을 나눈다. 물론 너튜브 광고 수익만.

이것저것 다 합쳐 봐도 아직 일 년에 800억 정도인데, 천억이라니 과장이 심하다.

“저 아직 천억 못 벌어요.”

“나도 못 벌어! 젠장. 겁나 부럽네! 나도 기자 때려치우고 너튜버나 할까?”

“너튜버도 많이 힘들어요. 그리고 구독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으니까 이 정도 벌지. 대다수는 많이 힘듭니다. 치열하지 않는 분야가 어디 있겠어요?”

“아니! 그래도 너뷰버가 천억이면 말도 안 돼지! 어? 그런데 너는 어디 소속이야? 처음 보는데? 잔바리? 어디 라인이야? 너 캡 어딨어?”

모자를 쓰고 있어서인지 나를 잘 못 알아봤다. 그리고 [아웃사이더의 존재감]이 오랜만에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저는 예리 엔터테인먼트 소속입니다. 캡이면 나특 팀장님?”

말을 하며 [아웃사이더의 존재감]을 해제하였다.

“뭐야! 무슨 장난이야!”

화를 내는 기자님 옆에 있던 다른 기자님이 나와 그 기자님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다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 어! 힐링이다!!”

“어디! 힐링 왔어? 입구야?”

“안보이잖아! 장난 하냐? 뭐야!”

기자님의 외침에 다들 입구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고, 막 공항 입구로 들어오던 중년의 커플이 화들짝 놀라면서 떨어졌다.

“우리..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요!”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뭔가 굉장히 이상한 멘트를 하고 서둘러 도망을 갔다.

“진.. 진짜! 진짜 힐링이야...예요?”

“안녕하세요. 아직 천억은 못 버는 너튜버 힐링입니다.”

한 참의 소란 속에서 기자님들의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응해 드렸다.

솔직히 대표팀을 기다리는 것도 너무 지루했고, 이미 얼굴이 팔릴 대로 팔려서 이제는 TV에 나오는 것도 별로 부담감이 안 생긴다.

솔직히 음악방송에서 방송국 임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노래 부르는 게 더 부담이지, 이런 건 부담 축에도 들지 못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자님들에게 해야 할 말도 있었다.

“대표팀 합류를 축하드립니다. 대표팀에서의 역할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나를 가장 먼저 알아보신 기자님이 질문을 하셨다.

“아직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모르겠습니다.”

“1선발 자리를 약속 하셨나요?”

그 옆의 기자님이 황급히 질문을 던지셨다.

“아직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모르겠습니다.”

“타자로도 상당한 가능성을 보이셨는데, 몇 번 타자로 통보를 받으셨나요?”

“아직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모르겠습니다.”

“미국 대표팀에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합류 하였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으십니까?”

“아직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모르겠습니다.”

“.... 아는 게 뭡니까?”

나의 한결같은 대답에 옆에 있던 기자님이 말씀하셨다.

“아직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모르겠습니다.”

이후로는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고, 기자님들은 계속 질문을 해야 하는지, 촬영을 지속해야 하는지 당황하셨고, 우리에게는 묘한 어색함이 감돌았다.

나는 계속해서 기자님들을 향해 서있었고, 기자님들은 나를 향해 둘러싼 상태로 멍하니 서있었다.

“흠.. 흠.. 팍스 보이즈와 친분이 상당하신데 영상 편지라도...”

어떤 기자님이 말을 하자 주변의 기자분들이 죽일 듯이 바라보았다.

“아니.. 물어볼게 없어서.. 그럼! 질문을 하던가!”

“감사합니다. 홍로, 라이언, 영웅, 스파크, 민기.”

내가 말을 시작하자 모든 기자님들이 나를 찍기 시작했다. 숨을 죽이며 나의 말을 기다리는 기자님들을 한 번 돌아보고 말을 이어나갔다.

“형 TV 나왔다!”

“저거 또라이네.”

“또라이였어..”

“확실하네...”

야구와 관련한 질문 외에는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니 기자님들은 다시 신나서 질문을 하셨다.

거의 1시간 반이 넘게 기자님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더니 기자님들도 이제는 더 이상 할 질문도 없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해주셨다.

기자님들은 만족한 얼굴로 각자의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나는 처음에 나에게 말을 걸었던 기자님의 옆에 앉아서 얌전히 다른 대표팀을 기다렸다.

공항에 모이라고 안내된 오전 10시가 훨씬 지나, 12시가 넘어서야 대표팀 스태프들이 공항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기자님들은 황급히 스태프들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고, 촬영도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자마자 수속을 마쳤다.

12시 반이 넘어가자 선수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오후 1시 30분 정도가 다 되어서야 모두 모이게 되었다.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 닫힐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이제 질문은 그만 하시죠.”

선수들에게 질문도 얼마 못했는데, 인터뷰를 끝내게 되니 기자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자님들의 불만은 무시하고 스태프들 중에서 누군가가 말을 하였다.

“아니! 그런데 힐링이는 왜 안와? 모이는 시간 아침 10시라고 알려주지 않았어? 지가 스타라고 늦는 거야? 겁나 싸가지 없네!”

그 말을 들은 내 옆에 계시던 기자님이 말씀을 하셨다.

“힐링 선수는 우리보다 더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 계시잖아요.”

기자들은 한심하다는 듯이 스태프들을 바라봤고, 나는 스태프들에게 다가갔다.

“체크인은 다 했고, 수하물 위탁도 끝냈습니다.”

“아.. 네.. 저기 인터뷰 안하셔도 되나요?”

당황하셨는지 스태프분은 기자님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셨다.

“다 했습니다. 스태프분들을 만나지를 못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으시더군요. 이거 힐링님에 대한 대표팀에서의 대우를 잘 알겠습니다. 좋은 기사 나갈 겁니다.”

기자님의 말에 다른 기자님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고, 스태프들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스포츠 기자들만 있었다면 스태프들과의 친분으로 분위기가 이러지 않았을 것이지만, 여기 모인 기자들은 사회부 기자를 비롯해서 너무나 다양했다.

‘뻔히 나를 무시하는데 당하고만 있으면 호구지.’

얼마 전에 김법규 사부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한국 야구계에서 왕따인데 너도 만만치 않다야.”

“네?”

“대표팀 감독이나 스태프들이 다 너 싫어하더라. KBO 임원들도 싫어한다고 들었고.”

“왜 저를..”

“자기들 라인이 아니라는 거지. 말 그대로 너는 갑자기 튀어나온 돌이니까. 국민들 압박이 심해서 발탁은 했는데, 싫은 거야.”

“그럼 왜 뽑았을까요? 그냥 저보고 대표팀 포기하라고 했어도 되었을 건데. 저도 대표팀에 목매단 것도 아니고요.”

“그냥 그 사람들이 그래. 자기들 손해는 하나도 안 보는 게 중요하지. 너나 나한테 피해 주는 건 생각도 안 해. 나도 사실 야구 예능해서 감독으로 능력을 보이니까 국민 여론에 떠밀려서 코치 자리 하나 준거야.”

사부님은 하기 싫으면 안 하는 성격이신데, 왜 코치 자리를 받으셨는지 궁금했다.

“그럼 왜 코치 자리를 받으셨어요?”

“너 때문에.”

“네?”

“너 대표팀 발탁 됐다고 해서. 궁금하잖아. 천재의 투구! 멋지잖아! 캬아~”

남호인 PD님의 프로그램 작명 센스 때문에 코치로 합류 하셨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분이시다.

“아무튼 너는 너 야구만 해. 딱 보니까 일본전에서 개 털리고 욕 엄청 먹고 너한테 선심 쓰듯이 출전 시켜주겠지. 거기서 너가 실력 좀 발휘해. 그럼 되는 거야.”

사부님의 말씀에 마음속으로 칼을 갈며 다짐을 하였다.

==========

나는 비행기에 타서 김법규 사부님의 말씀을 떠올렸다.

김법규 사부님은 며칠전에 먼저 미국으로 출발을 하셨다. 뭐 현지 적응이 필요하시다고 하는데, 선수도 아니신데 무슨 현지 적응이신지 모르겠다.

‘어디든 굴러온 돌은 욕먹는구나.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는 되는데, 그래도 이렇게 사람을 대하면 안 되지. 아무래도 이제 야구는 취미로만 하는 게 가장 좋겠다.’

올림픽이 끝나면 대표팀에서 은퇴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그래도 끝내기 전에 보여줄 수 있는 건 전부 보여줘야지.’

나는 특별히 주문 제작한 악력기를 양 손에 쥐고 끊임없이 쥐었다가 폈다가를 반복했다.

[호두까기 인형은 손가락 인형과 튼튼한 손가락이 승급하며 하나의 재능으로 합쳐집니다. 상급 재능 임꺽정의 손아귀 힘이 생성됩니다.]

[뿌드득! 빠직!!]

내 손아귀 힘에 특별히 주문 제작한 악력기가 박살났다.

‘제대로 보여주겠어!’

그리고 그런 나를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니 나와 눈이 마주친 선수가 있었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내 옆 자리로 이동하였다.

“여기 옆 자리 비었으면 제가 앉아도 될까요?”

넉살좋게 웃으며 말을 하자 왠지 밉지가 않았다. 어차피 대표팀에서도 왕따 분위기라서 혼자 자리를 배정받았는데,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나에게 말을 거는 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저는 백업 포수로 발탁 된 박노력이라고 합니다. 천운 선수시죠? 정말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셔도 상관이 없으실까요?”

“아.. 저도 그다지 대표팀에서 환영 받는 입장이 아니어서요.”

박노력 선수의 말로는 자신도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고 대학생 때부터 시작을 한 케이스라서 야구의 주류에 들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제가 형이 하나 있는데, 형이 포수였거든요. 저한테는 정말 아버지 같은 형이었어요. 주변에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형하고 사이가 정말 좋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형하고 야구도 같이하고, 저 대학교 등록금도 형이 내줬어요.”

정말 사이가 좋은 형제였다. 나도 송이가 생각나서 감정 이입이 되기 시작했다.

“형은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프로팀하고 계약까지 할 정도는 되었어요. 계약을 하고 2군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했었거든요. 그러다가 국가대표에 선발되었어요. 저는 형이 그렇게 기뻐하는 건 처음 봤어요.”

뭔가 아련한 모습의 그를 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매일 밤늦게까지 훈련하는데도 웃으면서 나한테 영상 통화도 걸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버렸어요.”

뭔가 안타까운 사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해서 컨디션이 안 좋은 줄 알고, 조금 쉬면 나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체중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자꾸 피곤해 해서 검사를 했더니 이미 많이 진행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운동 선수여서 그런지 1년 정도는 병원에서 버티다가 결국은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어요.”

“그때부터 제 꿈이 바뀌었어요. 형이 못 다 이룬 국가대표 포수가 되어서 형의 꿈을 이뤄주기로요. 운 좋게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 야구부가 있었고, 저도 어느 정도는 재능이 있었는지 프로 계약까지는 어찌어찌 가능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결국은 죽기 살기로 했더니 백업이기는 하지만 국가대표도 되었네요.”

박노력 포수의 긴 이야기가 끝이 났다.

대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해서 프로계약까지 맺고, 비록 백업이기는 하지만 국가대표까지 된 걸 보면 엄청난 재능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저한테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 보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까지 한다는 게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 제가 야구를 시작한 이야기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하하하. 사실은 믿지 않으실 수도 있으실 텐데.. 어젯밤에 형이 꿈에 나왔거든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꿈 이야기를 하시는지 궁금했다.

“형이 천운님한테 부탁하면 야구 하는 것도 도와주고, 좋은 일도 생길 거라고 해서요. 뭔가 많이 이상하죠? 하하하”

‘띠링’

[퀘스트 발생 - 동생의 성공을 위해 도움을 요청한 귀신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오. 제한시간 10일.]

웃고 있는 박노력 포수의 옆자리에 귀신 한 명이 홀연히 나타났다. 그리고 나를 보며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아.. 야구장에서 공 받아주시던 그 불펜 포수 귀신 분이시구나..’

“혹시 본인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나의 물음에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왔다.

“저는 수비에 비해서 타격이 많이 약합니다. 야구를 늦게 시작하다보니 포수의 기본기만 익히는 것도 벅찼거든요. 프로에 지명되고 타격을 본격적으로 훈련하려고 했을 때, 백업 포수로 대기 하다 가끔 대타로 타석에 서니 타격 감각이 올라오지 않더군요.”

나는 계속해 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2군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 장점인 수비력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불안한 만큼 수비에 더 힘을 쏟게 되었죠. 그만큼 타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그러다보니 계속 백업에서 발전을 못하게 되었어요. 이번에도 리그의 포수들 숫자가 부족하지 않았다면, 대표팀 구경도 못했을 거예요.”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내가 도울 방법이 생각났다.

“비행기 도착하면 저랑 타격 연습하시죠. 제가 타격 자세 봐드리겠습니다.”

“어? 정말이요? 정말 감사합니다. 와.. 부탁드리면서도 들어주실지 몰랐는데, 정말 제 꿈에 나타난 형이 맞았네요. 좋으신 분이라고 그렇게 말을 하더니.. 하하하”

타격 연습을 계속하다보니 생긴 재능이 있었다.

[초급 교본의 타격 자세]라는 최하급 재능이다. 그리고 지금은 상급 재능이 되어 있었다.

[약점이 없는 타격 자세 - 자신의 신체가 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타격 자세를 보조해줍니다. 타격 스피드가 빨라집니다. 한 경기 한정으로, 한 번 당한 코스와 구질에 다시 당하지 않습니다.]

“우리 둘이서 다 부숴버립시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비행기 시간은 5시간이 넘게 남았다.

“손님. 다른 손님들 주무셔서 조용히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스튜어디스님에게 혼났다.

옆을 보니 어느새 박노력 선수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포수라서 그런지 눈치 하나는 타고 났다.

스튜어디스님이 사라지자 조용히 눈을 뜨고, 나에게 웃어주는 박노력 선수이다.

‘...믿어도 되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