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화 (58/170)

왕자와 그림.

야구 결승전이 끝나고 대표팀은 아주 당당하게 한국으로 복귀를 하였다.

나는 윌리엄 회장의 초청 연락을 받고, 소더비가 위치한 뉴욕으로 향하느라 같이 귀국을 하지 못하였다. 노력이가 많이 아쉬워했었지만, 내 그림의 경매 금액을 듣더니 갑자기 나한테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특 팀장님이 한국에서 전한 소식으로는 야구 대표팀은 엄청난 환영을 받으며 금의환향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포츠 기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자들이 대표팀에서 나를 홀대한 정황이 의심된다며 일제히 기사들을 올렸다.

뭐. 예림이 아버님의 입김도 상당히 들어갔지만, 기자님들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들이 있어서 기사가 나갈 수 있었다.

내 이름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미친 듯이 올라가는 조회수 덕분이기도 하다.

결국 모두의 축제에서 오로지 정아집 감독만이 웃지를 못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소속팀에서도 경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으니 속이 다 시원하다.

그리고 법규 사부님은 나에게 한 소리를 하셨다.

결승전에서 퍼펙트를 하고, 인터뷰로 이게 다 사부님 덕분이라고 말하라고 했었는데, 하지 않았다고 삐지셨다.

'아니. 인터뷰 자체를 안했는데 어디다가 말 하냐고...’

정말 알 수 없는 사부님이다.

“미스터 천. 도착하였습니다.”

LA에서 뉴욕까지 거의 6시간을 날아왔다. 그런데 일반 항공편이 아니라 전용기를 타고 왔다.

내 그림을 구매한 분께서 나를 한 번 뵙고 싶다고 소더비 측에 정중히 요청을 하였고, 나는 소시민의 마음으로 내 그림을 사주신 하늘같은 고객님에게 서비스를 해드린다는 생각으로 승낙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전용기까지 보내셨다니 얼떨떨한 기분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활주로에 리무진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엄청난 호의를 받았지만, 나는 오히려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얼마나 대단한 부자여야 이렇게 할 수 있지?’

나도 마음만 먹으면 출퇴근 시간에 서울 시내에서 모범택시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나름 재력을 갖추었다고 자부를 했었는데, 이 스케일에는 비교를 할 수가 없었다.

수행 비서라는 분이 안내 하시는 대로 정신없이 이리가고, 저리가다 보니 어느새 엄청나게 화려한 호텔 앞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왕자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왕자님??’

누구인지 아직 듣지 못한 나는 왕자라는 말을 듣고서야 중동 쪽 왕족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어디 쪽일까? 사우디? 이란?’

어디든지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본능적인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저.. 혹시 어느 나라 왕자님이실까요?”

“하하하 저희 무함마드 빈 알파티흐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3번째 왕위 계승자이십니다.”

엄청난 거물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서 내렸다.

20층은 흰색과 금색으로 조화되어 깔끔하면서 화려했다. 푹신한 쇼파에 앉아있던 아랍 사람들의 전통 복장을 한 남성이 나를 보며 일어섰다.

“환영하오! 내가 힐링님을 초대한 무함마드 빈 알파티흐요. 편하게 알파티흐로 불러주시오.”

아주 매끄러운 영어를 사용하는 그는 3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앗살람 알라이쿰”

나의 아랍어에 왕자님은 웃으면서 받아주셨다.

“왈라쿰쌀람”

“우선 제 그림을 구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나 엄청난 가격에 구매를 해주셔서 저도 얼떨떨하네요.”

“오~ 아랍어가 아주 능숙하시오. 이거 그림뿐만 아니라 사람도 탐이 나는군!”

웃고 있는 입매와 다르게 눈은 엄청나게 날카로웠다. 얼굴은 웃는 상이지만, 눈빛은 정복자의 눈빛이었다.

“사실 그림의 가치란 여러 가지가 가미되지 않겠소? 힐링님에 대한 나의 호감표시와 앞으로의 투자 가치까지 생각한 아주 적정한 금액이라오.”

사실 소더비에서 자신하던 경매 낙찰가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에 팔리게 되어 윌리엄 회장님도 깜짝 놀라셨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나한테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곳에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알라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하하하하 정말 알라의 축복이 함께 할 것 같아 기분이 좋소.”

호탕하게 웃던 알파티흐 왕자가 웃음을 멈추고 주변의 인물들에게 눈짓을 하였다. 그러자 근접 경호원 한 분만 빼고 전부 옆방으로 이동하셨다.

“사실 부탁이 있어서 초대를 하게 되었다오. 부디 나의 부탁을 들어주기 바라오.”

알파티흐 왕자는 나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왕위 계승 서열 3위의 왕자이다. 그러나 현 왕세자인 자신의 사촌 형만 제거를 한다면 자신이 왕세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제거라는 말을 할 때 두 눈에서 살기가 보였지만, 나를 보며 제거가 죽인다는 것은 아니니 걱정 말라고 하였다.

현재 국왕인 자신의 아버지만 설득을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한다.

“그럼 제가 어떤 일을 도와드려야 하나요?”

남의 집안일도 간섭하면 문제가 되는데, 심지어는 한 나라의 왕위 계승권에 간섭을 한다니 걱정이 앞섰다.

“우리 아버지를 그려주시오.”

“국왕님을요?”

“우리 아버지는 그림을 아주 좋아하시오. 내가 저번 생일 때는 다빈치의 예수 초상화를 선물로 드렸더니 국방장관 자리를 주셨다오.”

선물의 스케일이 정말 어마어마하구나. 나와 송이의 생일 선물 이벤트는 상대도 안 된다.

“웬만한 그림으로는 우리 아버지의 성에 차지 않을 텐데, 무언가 특별한 그림을 선물하고 싶었다오.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체를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딱 힐링님의 화풍이 그렇더군.”

결국은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말이구나.

“그런데 저는 국왕님을 뵌 적이 없는데.. 사진만으로는 그 영혼의 느낌을 살리기가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영정 사진 한 장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자신을 위해, 영정 사진을 대신할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귀신의 부탁을 들어주고 얻은 재능이 있었다.

[영혼을 그리는 화가]

그런데 이 [영혼을 그리는 화가] 재능이 [르네상스 시대의 배고픈 대가]의 재능과 합해져 새로운 최상급 재능이 탄생되었다.

[영혼을 치유하는 화가 - 영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느낀 영혼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영혼의 그림을 보게 되면 영혼이 치유가 됩니다. 자신이 믿는 신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싶은 대상의 영혼을 느끼고, 그 영혼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아까부터 알파티흐 왕자에게서 느껴지는 정복자의 기질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우리 아버지를 직접 뵙게 해줄 수는 없으니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여주겠소. 그걸로 만족해 주시오.”

그냥 대충 그려줘도 상관없을 테지만, 기왕이면 제대로 그려드리고 싶었다. 내 그림을 처음으로 구매해준 고객이셨고, 또 잠재적인 우수 고객님이시다.

‘고객 감동서비스를 해드리면, 그 만한 대가가 돌아 올 거야.’

“그럼 왕자님께서 모델을 서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부자지간이시니 그 영혼의 느낌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영혼의 느낌이라. 그래 나한테 느껴지는 게 있으시오?”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느껴지는 그 느낌 그대로 말씀드렸다.

“정복자.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고, 굴복 시키는 피의 군주. 강력한 왕.”

내가 말을 하는 동안 마치 화가 난 듯이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알파티흐 왕자는 잠시 후, 정말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어? 이거 대사 위험한데..’

한참을 웃던 알파티흐 왕자가 나를 보며 말을 하였다.

“그대를 초대한 게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군! 그래! 나와 우리 아버지를 그려주게!”

우리는 옆방으로 이동하였다.

옆방에는 이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 사진이 실물 크기로 준비되어 있었고, 벽에 설치된 TV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 사진과 그 옆에 선 알파티흐 왕자를 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백수의 왕이라는 사자가 아니다. 그는 홀로 독존하는 호랑이다. 어떻게 열사의 사막에서 겨울의 산맥을 영역으로 하는 백호가 태어날 수 있었지?’

알파티흐 왕자는 자신의 영역에서 절대자의 위엄을 보이는 호랑이의 영혼이었다. 거대한 산맥을 호령하는 강력한 절대자이자 피의 군주의 영혼이다.

알파티흐 왕자의 영혼의 느낌을 따라 국왕의 모습도 그리기 시작했다.

영상속의 늙은 모습이 아니라 마치 알파티흐 왕자가 10살 정도 더 나이를 먹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젊은 국왕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두 사람이 한 캔버스 안에서 같이 그려지자 묘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성기를 지난 맹호가 젊은 백호에게 자신의 왕좌를 물려주는 느낌이다.

그 기백과 용맹함을 후계자에게 물려주고, 현명한 지혜를 갖춘 신수로서의 모습으로 진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마치 신이 허락을 하는듯한 강렬한 빛이 있었다.

완벽한 왕위 계승식이었다.

“후... 다 그렸습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왕자님.”

1시간이라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그려내었다.

알파티흐 왕자의 영혼에 압도되어 그리다보니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림을 그려내었다.

[응원] 재능 덕분에 버틸 수 있었지, 아니었다면 그림을 그리자마자 혼절 했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아... 이건 신화로다.. 내가 본 모든 그림은 전부 쓰레기였어! 이건 종교야! 알라께서 나에게 후계자 자리를 인정하신 게야!!”

내가 그린 그림을 보게 된 알파티흐 왕자는 그림에 홀린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소리에 놀란 수행원들이 방으로 들어왔다가 알파티흐 왕자가 보고 있던 그림을 보게 되었다.

“아.... 알라신이시여...”

다들 그림을 보며 감동에 차오르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참을 그렇게 그림에 감동을 하던 알파티흐 왕자는 아주 기뻐하며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 왔다.

“내가 왕세자가 된다면 그건 힐링님 덕분이오! 이 그림을 본다면 그 누가 나에게 왕의 자격을 논할 수 있단 말이오! 내 무엇으로 그대의 은혜를 갚아야 할지 고민이오.”

그림을 그려준 값만 주면 되는데, 알파티흐 왕자는 자꾸만 나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고 하였다.

정말 원하는 게 없어서 극구 사양을 했더니 알파티흐 왕자는 더욱 더 나에게 감동을 했다.

“내 생전 힐링님처럼 욕심이 없는 분은 처음 보았소. 음..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장 쉽게 드릴 수 있는 걸로 드릴 수밖에.”

알파티흐 왕자는 수행원에게 무언가 지시를 했고, 수행원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힐링님이 그려준 이 그림에 비하면 약소하지만, 내 마음이라 생각하고 받아주면 고맙겠소.”

“아.. 네. 감사합니다.”

뭘 줬는지는 말을 해줘야지..

[지잉~]

진동으로 바꿔놓은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온 것 같지만, 왕자님 앞이어서 확인을 못해 보았다.

왕자님은 이후 일정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셨고, 나는 호텔에 마련해준 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한국으로 떠나기로 하였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아까 전에 온 메시지를 확인해 보고 기절할 뻔했다.

[입금 500,000,000달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은행.]

5억 원이라니 정말 통이 크시다.

1시간 그림을 그려주고 5억이면 정말 고 소득이다.

‘이대로 그림들만 그려주러 다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에 다시 한 번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입금 500,000,000달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은행.]

원이 아니었네.. 이거 그럼 한화로 얼마인거야?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

한참을 거짓말인 것 같은 상황에 문자 메시지만 들여다보았지만, 숫자와 달러 표시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게 사실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대었다. 두 손을 번쩍 들었다가 허공에 주먹질도 하고, 침대위에서 뛰기도 하였다.

한참을 그러다가 침대에 누웠다.

‘이거 꿈 아니겠지? 돈을 이렇게 쉽게 벌다니.. 정말 현실감이 없네...’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송이 이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행해도 될 것 같다.

‘길고양이 타운도 건설하고, 유기견 센터도 만들자. 동물 병원도 하나 만들면 편할 것 같고, 커피숍은 엄청 크게 지어야지. 아이들을 위한 직업 교육 센터도 만들고, 강사들도 모셔와야겠다. 아! 숙소도 만들어야겠네. 그리고 내 작업실과 전시장도 만들면 딱 이다.’

혼자서 열심히 힐링 타운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밤이 되어 버렸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니 센트럴 파크가 보였다. 공원 주변의 큰 빌딩들의 불빛과 공원안쪽에 있는 가로등 불빛이 아름답게 비춰지고 있었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센트럴 파크 구경 좀 하고 올까?’

LA와 뉴욕이라는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대도시들을 방문하고서도 제대로 관광을 해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센트럴 파크 만이라도 구경하고 싶어 호텔방을 나섰다.

밖을 나가고 싶으면 자신에게 연락을 하라며 말을 해준 수행원에게 전화를 걸려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전화를 걸지 않았다.

‘뭐. 잠깐 갔다 올 건데 무슨 일 있겠어?’

센트럴 파크는 엄청나게 화려한 도시의 빌딩들 사이에 거짓말처럼 아름답게 관리가 되고 있었다. 푸르른 나무들과 호수를 바라보며 산책을 하다 보니 정말 새로웠다.

‘1년 사이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치열했던 내 1년을 돌아보며 걷다보니 무언가 이상한 현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앞쪽에서 걸어오는 남자의 모습이 이상했다. 느껴지는 영혼은 일그러져 있었고, 그 남성의 뒤로 무언가 더럽고, 끈적거리는 악취가 느껴졌다.

‘이상한 사람이네. 피해가는 게 낫겠다.’

나는 걸어오는 그 남성을 피해 옆으로 비켜주었고, 나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 남성은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 크흐흐흐... 너로구나...

“크아앙!!”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그 남성을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태권도 앞차기로 날려버렸다.

[쾅!!]

너무 놀라 힘 조절을 못해버렸다.

“헉! 괜찮으세요?”

죽은 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강도로 발차기가 들어가자 나는 기겁을 하였다.

나의 발차기는 이미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이 아니었다. 다양한 체험을 하고, 익히는 걸 즐기는 요즘에도 격투기는 절대 하지 않는 이유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라 상대가.

턱에 정통으로 들어간 나의 앞차기에 그 이상한 남성의 머리가 완전히 뒤로 꺾였다. 그리고 허공에는 부서진 턱에서 날아간 치아들과 피 분수가 수놓고 있었다.

[투두둑.. 툭.. 툭..]

땅에 떨어진 치아들과 피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사람 죽을 수도 있겠다. 911!! 급하다.’

황급히 전화기를 꺼내 구조 신호를 보내려던 나는 기괴한 장면에 모든 행동을 멈추고 말았다.

- 크흐흐흐흐...

목뼈가 부러져 힘없이 덜렁거리는 머리가 아무렇게나 흔들리고, 입에서부터 흘러내린 피는 바닥에 ‘후두둑’ 하고 떨어지고 있었다.

분명히 저 정도 상태면 중상일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으며 기괴한 웃음만 짓고 있었다.

[부스럭!]

숲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이상한 사람들이 몇 명 더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들 영혼이 일그러져 있거나 찌그러져 있었고, 그 뒤에는 악취가 풍기는 이상한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포위 됐나?’

어느새 그 이상한 사람들은 5명이 더 나타나 나를 둘러쌌다. 처음 나타났던 그 이상한 남성도 꺾여 졌던 머리가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왔고,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

도망갈 틈을 보고 있던 내 앞에 갑자기 서늘하지만 청량한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슈루룩!!]

[모두들 물러 서거라! 악취나 풍기는 악귀들 주제에 어디서 나대는 것이냐!!]

엄청난 호통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주변으로 뿌려졌다.

[월직 차사 김시덕. 귀인을 모시러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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