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1/170)

정의 구현과 팬.

“야이 xx야! 집 빌려 달라는 게 그렇게 싫어? 어? 이 xx는 매일 맞아도 반응이 없어?”

[쫙! 쫙!]

교복 와이셔츠를 풀어헤친 남학생이 방안에서 신발을 신고 서있었고, 그 앞에는 어깨를 움츠린 남학생이 방금 맞은 뺨을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그만 가줘.. 금방 동생 온단 말이야..제발..”

"말귀 진짜 못 알아듣네! 야! 천운이! 뭐가 그렇게 잘났냐? 어? 니네 부모도 너 버리고 갔다면서? 빚쟁이 자식이면 너도 똑같은 xx야! 어디서 목 뻣뻣하게 들고 다녀?“

[퍽! 퍽!]

숙이고 있는 내 머리를 그 놈이 손에 들고 있던 트로피로 내려치고 있었다. 처음으로 미술 학원에서 받아온 트로피였다.

아버지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소중한 물건이었다.

“크읔...”

[똑.. 똑..]

내 머리에서부터 시작된 핏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 턱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아..하아.. 너는 학교에서도 그렇게 쳐 맞고도 뭐가 그렇게 멋있는 척이야? 나 예전의 그 호상익이 아냐! 중학교 때 니 친구가 아니라고! 너는 예전부터 재수가 없었어!”

“내일 학교에서 맞을게.. 오늘은 그만 가줘.. 동생 올 시간이란 말이야..”

“니 동생? 그 천송이? 많이 컸겠네? 어렸을 때부터 이쁘장했었는데, 남자친구 있냐?”

“내 동생 건들면 너 죽는다!”

“뭐라고? 이 xx봐라!”

[퍽! 퍼억! 퍽!]

들고 있던 트로피로 내 머리를 죽어라 내려쳤다.

그러나 나는 그 트로피를 맞으면서도 죽일 듯이 그놈을 노려봤고 그놈은 숨을 헐떡이다가 박살이 난 트로피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하아.. 하아.. 독한 새끼!”

[삑! 삑! 삑! 삑! 띠리릭!]

“어? 누구 왔어?”

“송이야! 도망쳐!”

“으흐흐 오랜만이다? 졸라 예뻐졌네? 이리 와봐.”

“어? 어? 뭐야! 오빠!!”

“빨리 도망가! 경찰에 신고해!!”

“어딜 가? 이리오라고!”

나는 송이에게 걸어가는 그 놈의 뒤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가! 송이야 가!! 경찰에 신고해! 어서!”

송이는 머뭇거리다가 나를 보고는 서둘러 문을 열고 도망갔다.

“야! 이거 안 놔? 이 xx가!!”

주먹과 팔꿈치로 미친 듯이 내 머리를 내려찍기 시작했다.

“크윽...”

흘러내린 피가 양쪽 눈에 들어갔다.

눈도 잘 보이지 않고, 정신도 흐려져 왔다. 이대로라면 놈을 놓치게 되고, 우리 송이가 잡힐 것 같았다. 어떡해서든 우리 송이를 지켜야한다.

“크아아악!!! 이거 놔!! 아악!!”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무작정 내 앞에 있는 무언가를 물어뜯었다. 그놈이 비명을 지르며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지만, 이걸 놓친다면 우리 송이가 잘못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

내가 물고 있는 그놈의 다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내 목숨줄처럼 그 놈의 다리를 잡고, 물어뜯고 있었고, 한참을 소리치던 그놈이 어느 순간 바닥에 쓰러져 기절을 했다.

바닥에는 누구의 피 인지도 모를 피들이 흥건하게 흘러 퍼져 나가고 있었다.

[삑! 삑! 삑! 삑! 띠리릭!]

“허억.. 허억.. 헉..”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아직까지 물고 있었던 그놈의 다리를 놔주었다.

“오빠!! 내가 112에 전화했어! 조금만 참아! 조금만 참으면 돼!”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게 내 피 인지 그 놈의 피 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입안에 가득했던 그놈의 바지 조각과 살점을 뱉어내고, 토해내었다.

“우욱.. 우엑.. 허억.. 허억.. 송이야.. 괜찮아?”

“오빠.. 흐에에엥”

나는 송이를 끌어안고 기절을 하였다.

경찰이 출동해서 구급차를 부르는 것까지 이어진 영상은 끝이 났다.

아버지의 빚 때문에 사채업자들이 집안까지 찾아오자 설치 해놨던 CCTV였다.

학교에서 괴롭히던 것으로 모자라 집까지 찾아와 괴롭혔던 그놈과의 그 일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엄마에게는 상황을 설명 드리고, 올린 영상은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 드렸다.

설명을 들은 엄마는 너무나 미안하다며 한참을 우시다가 쓰러지셨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 잊고 살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전 국민이 다 알게 되었다. 그러니 끝까지 갈 것이다.

예고했던 대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나에 대한 악플과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들의 자료를 PDF로 모았다. 출력한 A4용지가 커다란 박스에 30박스가 넘게 나왔다.

“전원 선처 없이 법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걱정 마시고 마음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홍성교 고문님이 나에게 부드럽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문님.”

믿음직한 고문님의 모습을 보니 든든해져 왔다.

내 영상을 본 회사 직원들은 전부 다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셨다.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 해주시며 위로를 해주시는 모든 분들이 고마웠다.

나와 친한 연습생 아이들도 울먹이면서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볼 때는 나도 모르게 같이 울 뻔하였다. 겨우 울음을 참고 치킨을 시켜주니 눈치를 보다 열심히 먹는 모습들이 귀여웠다.

내가 올린 영상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 와... 이거 뭐냐? 이게 고등학생이 저지른 일이라고?

⌎ 대한민국 고등학생이 이렇게 무섭다..

- 정말 맞고 있는 힐링님 보니까 피가 거꾸로 치솟더라! 머리에서 피 흐르는 거 봐..

⌎ 그 상황에서도 동생 지키려고 하는 거 봐.. 눈물 난다..

- 와.. 이런 상황인데도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한 거야?

⌎ 이거 영상 올라오기 전에는 다들 믿었잖아! 사람 하나 보내는 거 한 순간이네!

⌎ 여기에도 악플 단 사람들 엄청 많았는데 다 어디 갔냐? 내가 양쪽 다 말 들어봐야 한다고 할 때는 난리더니!!

- 그럼 여기 나온 호xx가 호XX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거야?

⌎ ㅇㅇ. 그 뻔뻔한 국회의원 아들이다.

- 아니 그러면 지금까지 힐링님의 고등학교 때 동창이라는 사람들은 다 뭐냐?

⌎ 그러니까! 진짜 친구인건 맞는 거야?

[힐링의 고등학교 친구를 사칭한 사람은 사이버 댓글 업체 아르바이트생]

[자신은 월급 받고 한 일일뿐. 나에게 죄를 묻지 말라는 직원!]

[사이버 댓글 업체에 흘러간 자금은 호부선 국회의원의 선거 사무실?]

[밝혀진 추악한 계획! 호부선 국회의원의 선거 사무실 모 관계자가 밝히는 사전 계획서!]

이때 터져 나온 기사들이 있었다.

우리가 미리 제공한 자료들을 토대로 취재를 한 기자들이었다. 이 신문사들은 나에게 미리 정보를 제공받아 나에 대한 마녀 사냥 식 추측성 기사를 쓰지 않았었다.

다른 신문사들과 방송사들에서도 자신들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조회수 장사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기사를 써냈다.

그러나 나에 대한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를 쓴 기자들도 내 소송 명단에 존재한다. 신문사나 방송국이 대상이 아니라 기사를 쓴 기자 개인에게 소송을 걸었다.

신문사와 방송국은 빠르게 관련자들을 해고하고 열렬히 나를 찬양하는 기사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튜브 렉카 채널들의 90% 이상이 운영 정지가 되었다. 너튜브에서 경고 누적으로 영구히 정지를 당하였다.

그리고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로 서울 관악 경찰서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웅성 웅성..]

“거 줄 좀 맞춰서 서세요! 자리가 좁으니까 그렇게 서있으시면 다 못서요! 거기! 똑바로 서라니까! 당신들이 잘해서 여기 있는 줄 알아요? 조서 쓸 사람들이 엄청 많아! 밤새 여기 있고 싶어요?”

그리고 나는 서울 관악 경찰서에 밥차와 커피차를 보내주었다.

[힐링이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맛있게 드시고 조사 열심히 받으세요~ 참고로 선처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보낸 밥차와 커피차 문구에 욕을 해대었지만, 오랜 기다림에 허기진 사람들은 하나 둘씩 밥을 타가기 시작했다.

열심히 먹고 힘내서 조사 잘 받으시길.

그리고 그놈의 아버지인 호부선 국회의원은 지옥을 맛보고 있었다.

여론 조사를 시작한 이후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던 지지율이 2위로 추락을 하였다. 바로 꼴찌로 추락할 줄 알았는데, 지지하는 정당의 지지자들이 생각보다 견고하였다.

60퍼센트에 육박하던 지지율이 20퍼센트로 떨어졌으니 엄청나게 폭락한 건 맞지만, 20퍼센트의 지지율은 견고하였다.

대신 이 사건의 여파로 다른 지역의 같은 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하자 당이 움직였다.

“아니 나 때문에 지지율이 상승해서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제명시킨다고? 내가 이대로 죽을 것 같아?”

당에서 제명당한 호부선은 소속되었던 당을 향해 폭로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혼돈의 시작이었다.

나를 폭행한 당사자인 호상익은 자신의 아버지의 선거를 돕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가 체포를 당하였다.

나 때문이 아니라 몇 건의 강간 사건과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서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건재하였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아버지가 제명을 당하자마자 검찰에서 출두요청이 들어왔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피의자로 바로 입건되었다.

이 사건으로 다시 한 번 나에 대한 평판은 상승하였고, 위로의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학교 폭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호부선이 강제로 일으킨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이제는 진정으로 사람들의 관심 사안이 되었다.

비록 하루 동안만 올리고 내린 영상이었지만, 전 국민이 내가 올린 영상을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너무나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상에 다들 받은 충격은 생각 이상이었다.

말로만 듣고 상상하는 것과 눈으로 보는 영상은 그 파괴력이 완전히 달랐다.

온갖 SNS에 #학교폭력 근절을 올리고 각종 시위도 일어났다. 그리고 전국에서 용기를 낸 학생들이 자신이 당한 사례들도 알리고 신고를 하였다.

전국적으로 천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조사를 받았고, 그 중에서 심각한 사례들은 보호관찰 처분, 소년원 송치, 사회봉사 명령 등을 받게 되었다.

촉법 소년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던 아이들은 충격을 받았다.

나이와 범죄의 강도에 따라 실제 처벌까지 이루어진다는 것을 몰랐던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고, 전국의 학교 폭력은 일시적으로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선생님들도 처벌을 받는 일도 있었다.

물론 이중에는 억울하게 모함을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설문조사를 돌려 일정 이상의 동일한 내용이 발견되면 실제 조사를 하는 식으로 크로스체크를 하였고, 억울한 사례들을 최소한으로 막아내었다.

“오빠.. 이제는 괜찮으시죠? 머리는 괜찮나요?”

오랜만에 만난 혜미는 나의 안부를 계속해서 물어오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상처가 났던 내 머리를 계속해서 헤집으며 상처를 찾고 있었다.

“괜찮아. 다 지난 일이야. 이제는 다 끝난 일이니까 너무 걱정 마.”

나의 말에도 혜미는 계속해서 안절부절 못하였다.

“오빠랑 송이 언니가 저런 일을 당했다는 건 정말 몰랐어요.. 죄송해요..”

“혜미가 왜 죄송해~ 우리 부모님도 몰랐던 일 이었어.”

“그래도요.. 히잉.. 나는 오빠의 모든 걸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반성할게요..”

그러니까 너가 왜 반성을 하고 있니?

오랜만에 본 혜미는 예전의 그 어린 모습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미모] 재능의 덕인지 아주 몰라보게 성숙해졌다.

그러나 잊지 말자. 아직은 미성년자이다.

혜미가 나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혜미가 이렇게 티를 내는데 모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준법정신이 투철한 나의 양심이 애초에 혜미를 여자로 보지 않게 막고 있었고, 자주 보다보니 그냥 동생으로 생각하게 되어 여자로 생각을 아예 하지를 않았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보게 되니 이전과는 다른 성숙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이 울렁거렸다.

“아무튼 나는 괜찮으니까 이제 그만 걱정하고 얼른 스케줄 가. 매니저님 계속 기다리신다.”

“히잉.. 같이 있고 싶은데.. 다음에 꼭 같이 오리배 타러가요~ 송이 언니는 갔다 왔는데 나는 아직도 못 갔단 말이에요!”

“송이? 송이가 왜 오리배를? 혹시 남자친구 있냐?”

[뿌드득!!]

손에 쥐고 있던 머그잡의 손잡이가 뜯겨져 나갔다.

“저 스케줄 갈게요!!! 오빠 담에 봐요!!”

황급히 달려 나가는 혜미를 보고 있으니 확신이 든다.

“어? 혜미야! 어디가?”

“언니!! 도망쳐요!!”

“엥? 뭐야! 무슨 말이야? 뭘 도망쳐?”

이상한 말을 하고 달려가는 혜미를 보며 송이는 어리둥절하였다.

“천송이. 면담을 요청한다.”

“어..어? 담에 해! 담에! 나 힐링 타운 계획서 검토해야 돼!! 바쁘다 바뻐!!”

황급히 도망치는 송이를 보며 나는 심증을 굳혔다.

“누군지 걸리면 뼈를 두 배로 만들어주마!”

영화를 촬영하던 신우가 갑자기 드는 한기에 흠칫 놀랐다.

==========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있었다.

“고요한 달빛이 비춰주는 이 거리를 걸어본다.

아무도 없는 이 거리를 쓸쓸하게 걸어가는 나.

이 길이 끝나는 곳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까.

영원할 것 같은 이 밤에 나를 비춰주는 건 오로지 머리위의 저 달빛 뿐.

달빛에 비춰 주위를 둘러보니

수많은 내가 걷고 있었네.

우리는 같이 걷고 있었네.

저 멀리 빛나는 새벽을 찾아 떠난다.

걷고 걷다보면 언젠가는 밝아 올 거야.

이 손을 잡아.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이 밤의 끝까지 같이 가자.”

내 노래였다.

잘 부른 노래는 아니었지만, 내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누구지? 아련함이 느껴지네.’

노랫소리를 들으며 그쪽 방향으로 걸어가니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남자 귀신이 보였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귀신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짝짝짝짝]

[어? 어!! 힐링님? 우와!!! 저 싸인 좀 해주세요!]

“해주고 싶은데 영혼에게 써줄 수 있는 방법이 없네요. 미안해요. 대신 악수나 한 번 할까요?”

귀신들에게도 인기 있는 나란 남자는 정말... 두렵다. 나의 인기란.. 하아..

[저.. 부탁이 있는데 소원 좀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응? 무슨 소원이요?”

[사실은 제가 힐링님 엄청난 팬인데, 죽고 나서 힐링님 너튜브를 못 봤어요.. 그 새로 올라온 컨텐츠들이 너무 궁금해서 저승도 못가고 이러고 있네요. 하하하]

아... 정말 감동이었다.

내가 올린 컨텐츠를 보고 싶어서 저승도 못가는 영혼이라니.. 한동안 학교 폭력사태 때문에 힘들었던 내 마음이 풀려나갔다.

엄마와 송이를 비롯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괜찮다며 힘든 티를 하나도 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엄청난 분노와 두려움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그때 받았던 폭력의 기억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몰려왔고, 송이를 노렸던 그 놈에 대한 엄청난 분노가 마음속에서 끓어올랐었다.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었고, 표현할 수 없었던 그 감정이 나의 열렬한 팬에 의해 사르르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그 귀신을 옆 자리에 앉혀놓고 핸드폰으로 내 채널을 틀어주었다.

[하하하하하! 아니 엉덩이 힘이 얼마나 강하시면 쇠막대가 구부러지나요?]

내 팬의 웃음이 나를 힘이 나게 해주었다.

[아... 저 그림은 정말 대단하네요.. 저 손들이 정말 우산처럼 힐링님을 보호해주네요. 저도 저 손 중에 하나가 되고 싶어요..]

내 팬의 마음이 나를 치유해 주었다.

[이제 다 봤네요. 정말 꿈만 같아요. 힐링님과 같이 힐링님의 영상을 보다니.. 저승가면 자랑 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나에게 인사를 한 귀신이.. 아니 나의 팬이 먼 길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활짝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그를 향해 나도 밝게 웃어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사라진 나의 팬의 뒤로 아저씨 한 분이 어색하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흠흠.. 혹시 나를 아나?”

너무 당황해서 흔드는 손을 그대로 두고 고개를 숙였다. 어색한 나의 목과 손의 인사를 받던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갈 길을 가셨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일해라 [아웃사이더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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