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녹화가 끝나고, 나는 허종우씨와 같이 사진도 찍고 싸인 CD도 직접 전해 드렸다. 그리고 허정우씨가 보여준 어머니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았다. 끝 부분이 너덜해진 지갑 속 사진을 보고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드렸다.
비록 색을 칠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연필만으로도 그 충만한 사랑의 감정을 그림에 담아 드릴 수 있었다.
너무나 바쁘게 살다보니 같이 찍은 사진이 이것뿐이라는 말에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받은 허종우씨는 녹화 중에도 절대 보이지 않았던 그 눈물을 터트렸다.
“우리 엄마 정말 예쁘네요. 제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 엄마가 못 오신다고 하셨거든요. 저는 엄마 걱정할까봐 씩씩하게 괜찮다고 했었는데, 사실 괜찮지 않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졸업식이 끝나갈 때쯤 나타나셨거든요. 저는 너무나 좋아서 웃고만 있었고, 그때 제 친구 부모님이 이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우리가 같이 찍은 유일한 사진이에요.”
끝이 너덜해진 오래된 사진에 슬픈 사연이 있었다.
“그래도 요즘에는 핸드폰이 있어서 사진을 쉽게 간직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도 우리 처음 찍은 사진보다는 못하지만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감동을 주고 떠나신 허종우씨였다.
“재준아. 수고 많았다. 너무 정신없어서 잘 했는지도 모르겠다.”
“형.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제가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던 건 전부 형 덕분이에요. 형 아니었으면 이 프로그램 시작도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 정말 제 생각보다 더 좋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어요. 고마워요.”
재준이의 고맙다는 말에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져서 말을 해주었다.
“그거 전부 주머니몬 빵 빼앗은 값이야. 그게 엄청 구하기 어려웠던 건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러게요! 그때 점장님한테 욕먹은 거만 생각하면! 아우! 제가 돈으로 메꾼다고 해도 욕만 한 사발 먹었어요!”
“미안하다...”
우리는 옛날 생각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오빠! 오늘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부었어요.. 어떡해요..”
“다들 울어서 티 안나. 괜찮아.”
갑자기 나타난 벌이 혜미 어깨에 앉았다.
“잠시만! 벌이다!”
“꺄악! 도와주세요!!”
나는 손을 조심히 휘저어 벌을 쫓아내주었다.
“됐다! 아무래도 꽃인 줄 알고 왔나보다.”
나의 느끼한 멘트에 몇몇 스태프들이 구토를 할 것 같은 표정으로 변하였고, 혜미는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갛게 변하였다.
“오.. 오빠..”
그런 혜미에게 나는 말을 이었다.
“꼬치! 꼬치에 있는 양념을 벌들이 좋아하거든!”
“히잉!! 이번에는 너무 했어요!! 헹!”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근 대었다.
“우리 부장님하고 똑같은 말한다. 완전 스트레스!”
이상하게 나는 송이랑 혜미만 보면 놀리고 싶다. 이건 내 의지로 되는 게 아니라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고, 혜미와 함께 회사로 돌아갔다.
“오빠. 그런데 진짜 수능 볼 거예요?”
혜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해주었다.
“당연히 봐야지. 몇 달을 공부했는데, 여기서 성적이 잘 나와야 아이들을 위한 수능 컨텐츠도 성공할 수 있지.”
“저도 내년이면 수능 볼 나이인데 고민이에요. 수능을 볼지 그냥 대학교는 포기하고 가수활동만 할지..”
그 말을 들은 나는 혜미에게 섣불리 조언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조언이 도움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 해본 일을 너무나 쉽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도 잘 모르면서 머리로만 생각한 방법들을 쉽게 말을 한다.
그러다 그 말을 듣고 잘못 된 선택을 한다면 그 들이 책임을 져주지도 않을 것이고, 책임을 져줄 방법도 없다.
나는 가만히 혜미의 말을 듣다가 짧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뭘 선택 하던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누가 알 수 있겠니.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안 좋으면 끝이고, 별로 노력 안했는데도 잘 풀릴 수도 있지.”
내 말에 혜미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을 하였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라는 말인가요?”
“우선은 그냥 니가 원하는 인생 목표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하는 게 순서인 것 같다. 그런 거 없이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게 아이러니야. 니가 가수가 목표라면 이미 이룬 거잖아. 학교생활을 하면서 쉬엄쉬엄 활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그냥 그렇다고.”
내 말에 혜미는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새삼 생각해보면 정말 어린 나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어린나이에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니 정말 기특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어린나이부터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보니 뭐든지 스스로 고민해야하고, 자기도 모르게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나는 저 나이에 미래를 꿈꾸지도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꿈꾸는 하루가, 누군가에는 그저 살아갈 뿐인 하루라니 뭔가 마음이 복잡해졌다.
‘정작 나도 인생 목표를 세운 적이 없구나.’
그저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살아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인생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더욱 조심히 조언을 건넸어야 했는데,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내 인생 목표를 세워보아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차에서 시작된 고민은 집에 돌아와서까지 이어졌다. 짧게 이루고 싶은 일은 현재까지는 힐링 타운뿐이다. 사실 이건 목표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다.
이미 진행되고 있었고, 큰 일만 없으면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실 무엇을 하던지, 온갖 재능들 때문에 조금은 수월하게 시작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무언가를 시작하기 두려웠다.
너무나 쉽게 익히고 잘하게 되면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을까봐 무섭다. 그래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개그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아주 흉악한 부작용이다.
그래도 이제는 해봐야 한다. 해보지도 않고 미리 겁내는 건 오히려 바보인 것 같다.
‘그래. 해보고 재미없으면 다른 거 하면 되지 뭐. 이 세상에 할 게 얼마나 많은데..’
나는 애써 밝은 생각을 하며 다음을 다잡았다.
사실 이것도 많이 배부른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자 다 괜찮아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인생 목표를 생각 안했다고 고민을 한다.
‘우선은 작업실부터 해결하자.’
이제는 정말 뭉게구름 미술학원에서 나와야 할 시점이다.아니 조금은 늦은 결정이기는 하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다 보니 박고흐 원장님과 아이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갔더니 주변에 마땅한 사무실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생각지도 않은 매물이 있어서 바로 계약을 하기로 하였다.
“어..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그날 이후로 그 분은 안 나타나시죠?”
“아! 네! 이제는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제가 저번에 또 만났을 때 말했으니 이제는 그런 일 절대 없을 거예요.”
“헉!! 또 만나셨다고요?”
“하하하 걱정 마세요. 그런데 이제 집으로 돌아가시려고요?”
“네.. 이제 복직 신청도 해놔서 원래 집이 더 편하거든요..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혜미네 집의 윗집을 김미선씨에게서 구매를 하였다.
집과 아주 가깝고, 낮에 밖에 나가기가 힘들어진 이때 1301호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나는 계약을 하자마자 바로 미술학원에서 모든 짐을 빼왔다.
다행히 미선씨가 가구나 가전제품 하나 없이 살고 계셔서 몸만 빠져나가시면 되었고, 나도 딱히 인테리어가 필요 없어서 계약한 그날 모든 이사가 끝이나버렸다.
“원장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너무 민폐를 끼쳤죠?”
“하하하 아닙니다! 솔직히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기는 했지만, 아이들 숫자가 2배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미술협회에서도 저에게 서양화 1분과 위원장을 맡겨주셨습니다. 저도 이제 목에 힘 좀 주고 다닐 수 있습니다.”
내가 미안해하지 않게 잘 말씀을 해주시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황당할 수도 있었던 첫 만남의 인연으로 나에게 흔쾌히 도움을 주신 원장님은 나에게 미술의 길을 열어준 은인이시다.
기초를 알려주시고, 마음 편히 그릴 수 있는 장소 또한 대여를 해주셨다. 뭐 비용은 드렸지만, 그 정도는 온갖 사람들에게 시달리신 마음고생에 비하면 푼돈이었다.
“그리고 돈도 많이 주셨지 않습니까? 한 달에 천만 원은 정말...”
“그거야 원장님이 100만원만 말씀하셔서 어쩔 수 없었던 거죠. 그 공간을 대여해주신 만큼 아이들을 덜 받으셨을 테니까요.”
“거기 사용해 봤자 달에 200도 못 버는데..”
“네?”
“아이고! 아닙니다. 하하하 아무튼 천운님이 그려주신 저 그림은 제가 잘 보호 하겠습니다. 빼꼼도 신청했습니다. 하하하”
고마움의 표시로 그림을 그려드렸다.
아이들과 원장님이 다 같이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그림이었다. [희망을 그리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을 선물해 드렸는데, 원장님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셨다.
내 그림의 가격을 뉴스에서 보시고는 이거 이대로 놔두면 도둑 들겠다고 하셔서 진본은 원장님이 잘 아시는 미술관에 전시를 조건으로 보관을 맡기셨고, 미술관에는 사진을 걸어놓으셨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안설비도 신청하셨다니 너무 웃겼다.
그런데, 며칠 뒤에 그 사진을 도난당했다고 들어서 더 놀랐다.
아무튼 이제는 주변 정리가 끝이 났으니 이제는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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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셨습니까? 힐링님.”
“안녕하세요. 지점장님.”
소더비 코리아 최철두 지점장님이 직접 오실지는 정말 몰랐다.
한 달에 한 번씩 내가 그린 그림을 소더비에서 가져가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중에 한 작품만 일년에 한 번씩 소더비에서 경매를 진행하고, 나머지는 소더비 코리아에서 보관을 해주기로 하였다.
내가 전시장을 만들 때까지는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는데, 미술품의 경우는 보관에 주의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온도와 습도, 빛의 유무까지 전문가와 전문 시설이 없으면 그림에 손상이 올 수 있다.
그 부분을 소더비 코리아에서 맡아주시기로 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전시장을 만들면 그곳에 그림들을 전시하고, 일 년에 한 번씩 경매를 진행할 그림을 인기투표하여 정하기로 하셨다.
너무 많은 그림이 풀려나가면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윌리엄 회장님의 조언에 그렇게 정했다.
미술학원에 있던 그림들은 이미 소더비 코리아에서 가져가셨고, 이번에는 내가 새로 그린 그림들이었다.
“누구보다 힐링님의 작품을 먼저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사다리차에 싣기 전에 지부장님은 내 그림을 열심히 감상하셨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로는 그림을 옮기기 힘들어서 미술품 운반용 특수 차량을 아래에 대기시키고, 사다리차를 이용해 옮기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드네요.”
[도시의 시간]라는 작품이다.
평범한 생활과 약간 떨어져 생활하는 내가 보기에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시간에 억매여 사는 것 같았다.
항상 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알람을 맞추고, 무엇을 하던지 시간을 체크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이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의 몸에 머리는 시계로 그렸다.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데, 먹고 있는 음식은 시간이다.
물건을 사는데 시간으로 계산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을 선물한다.
“보고 있으면 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네요. 솔직히 여기 오면서도 얼마나 많이 시간을 확인했는지 모릅니다. 작품을 보자마자 제 마음에 꽂히는 느낌이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그림은 전부 옮겨졌고, 떼어 놓았던 베란다 샷시들도 다시 끼워놓으셨다.
다들 되돌아가시고 집안 정리를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띵동!]
‘응? 누구지? 혹시 혜미 어머니이신가?’
동네 마당발이신 혜미 어머니라면 충분히 찾아오실 만 했다.
“네. 나갑니다.”
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니 화려하게 차려입으신 무당복장을 한 여성분이 서있었다.
“어? 어떻게 오셨나요?”
“여기서 귀기가 느껴져! 빨리 이사 나가! 안 그러면 죽어.”
섬뜩한 말을 하시는 무당분에게 말을 하였다.
“밖에서 그러시지 마시고, 안으로 들어오세요.”
“어? 어? 아니 안 그래도 되는데..”
“정리중이라서 조금 복잡합니다. 커피? 녹차? 어떤 걸로 드릴까요?”
자신도 모르게 집안으로 들어오게 된 무당분이 나에게 말을 했다.
“커피로 부탁드릴게요. 설탕은 조금만. 제가 단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네. 그럼 앉아서 계시던지, 귀신이 있는지 확인하셔도 되시고요. 편하신 대로 하세요.”
“아.. 네..”
내가 커피를 타는 동안 무당분은 집안 이쪽저쪽을 확인해 보셨다.
“커피 좀 드세요.”
한참을 둘러보던 무당분이 내가 하는 말에 깜짝 놀라시며 식탁으로 다가오셨다.
“네. 감사합니다.”
“뭐가 좀 보이세요?”
커피를 마시려고 잔을 들다가 내 말에 잔을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여기 귀신이 있어! 아주 독한 놈이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놈은 보통 놈이 아냐! 장군신이 되기 직전의 아주 강한 놈이야! 집을 포기하는 게 제일 좋아!”
“뭐 굿이나 이런 거 하면 되는 건가요?”
“어? 하면 좋기는 한데.. 비싸서.. 그.. 부적으로 조금은 막을 수 있으니까 그걸로 버티면서 최대한 빨리 이사가! 여기 시세 괜찮을 때 가야지 귀신 나온다는 소문나면 집도 안 나가!”
정말 착하신 것 같다. 집값도 걱정해주시고.
“장군신님! 이리로 와보세요. 아주 강하신 분이라고 하시네요. 하하하”
[아닙니다. 제가 무슨 그 정도가 된다고요. 부끄럽습니다.]
사실 김미선씨를 괴롭히시던 장군신이 놀러왔었다. 그래도 안면이 있다고 찾아오셨는데, 손 없는 날이 아니라서 자기도 들어올 수 있다고 좋아하셨다.
나는 그런 걸 따지는 성격이 아니어서 상관이 없었는데, 장군신님을 느끼셨는지 무당 분이 찾아오신 것이다.
“히익!!! 목소리가 들린다! 엄청 강한 신이야!!”
“아이고 놀래라. 목소리 좀 줄이세요. 다른 집에 방해 되요. 그리고 이분은 저랑 잘 아시는 분이니까 걱정 마시고요.”
“어? 잘 안다고요? 아니.. 어떻게.. 혹시 박수무당?”
“그냥 염라 대왕님하고 저승사자님들과 조금 친합니다.”
“아.. 예..”
“아! 그리고 보니 무당님이 데리고 온 아이인가요? 꼬마야 안녕?”
“제 동자신님이 보이시나요?”
“아.. 동자신님이셨어요?”
쭈뼛거리며 다가오는 동자신은 조심히 다가와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내 옆에 선 장군신을 의식하며 구십 도로 인사를 하는 동자신을 보니 너무 귀여웠다.
바로 그때였다.
[축하드리오. 강림 차사가 귀인의 이사를 축하드리러 왔소!]
“이승 차사!!!”
[저도 왔습니다. 금부도사가 귀인의 이사를 축하드립니다.]
“인황 차사까지..”
벌벌 떠는 무당님이 기다시피하며 현관문 쪽으로 도망가는데, 검정색 안개가 문 앞을 막고 있었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그 앞에는 창백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에 머리에는 갓을 쓴 인물이 서있었다.
[이사를 축하드리오. 나 월직 차사 김시덕이 집들이를 왔소이다.]
“히익!!! 월직 차사!!”
마지막까지 잘 참았던 무당님이 기절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