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 (64/170)

나는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남을 돕는다.

나는 집들이를 온 저승사자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다들 너무나 바쁜 분들이신데도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어 축하해주시러 온 착하신 분들이다.

기절한 착하신 무당님은 쇼파에 눕혀드렸고, 그 옆에는 동자신님이 오돌 오돌 떨고 계셨다. 그리고 장군신님은 뭐가 그리 좋으신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신나있으셨다.

저번에 악귀를 쫓던 저승사자님을 도와주는데, 장군신님도 같이 도움을 주셨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카르마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기뻐하며 나에게 감사인사를 하셨다.

그리고 가끔 산책을 나가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시는 게 느껴졌다. 혹시나 또 그런 일이 생기면 한 다리 걸치고 싶다고 하셔서 웃으며 알겠다고 해드렸다.

실제로 동자신님을 보니 장군신님이 훨씬 강해진 것 같다.

“으음.. 어? 여기는 어디지?”

“어? 깨셨네요? 몸은 괜찮으신가요?”

“아.. 제가 또 클럽에서 술 먹고 쓰러졌었나요? 고마워요. 이제 집에 가볼게요.”

비틀거리며 일어나시는 무당님이 서둘러 현관으로 걸어가셨다.

“하하하.. 조심히 가세요.”

“연락처는 서로 쿨 하게 교환하지 말죠. 만약에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게 될 거에요.”

무당님은 아주 쿨 하게 갈 길을 가셨다.

집을 계약하고 그림도구들을 먼저 가지고 왔는데,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감정들 때문에 그림을 그리느라 며칠을 소모해버렸다.

그리고 오늘 겨우 이사를 마무리하고, 얼마 남지 않은 짐 정리들도 하였다.

이삿짐 업체에 연락을 하고 시간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시간에 쫓기는 나의 모습을 느끼게 되었고, 그런 내 모습을 도시 사람들의 모습에 투영하며 그림을 그렸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풍을 유지하던 내가 초현실주의까지 장르를 넓히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자. 이제 산책 좀 나가볼까?’

며칠째 이어진 작품 활동에 몸은 피곤하지 않았지만, 정신이 피곤해져 왔다.

그리고 아무리 환기를 했다지만 물감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 들어서 맑은 공기가 필요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빌라 촌 쪽으로 조깅하는 중이었다.

‘띠링’

[퀘스트 발생 - 무거운 생수를 주문하고, 반품을 반복하는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배달 기사를 도와주시오. 제한시간 3시간.]

“아니! 여기는 주문 받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보고 했는데! 바로 반품할 걸 왜 자꾸 주문받냐고!”

택배차에서 생수팩들을 내리는 아저씨가 계속해서 투덜거리셨다.

“엘리베이터도 없고! 거기에다가 5층인데! 여기 배달하고 나면 다음번 물건은 어떻게 하냐고! 아.. 정말.. 싫다..”

아저씨의 혼잣말을 듣고 있으니 대충 무슨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이 더운 날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 5층에서 생수팩들을 주문하고, 바로 반품을 하나보다.

‘이유가 뭘까? 뭐 원한관계가 있나?’

혼자서 저 큰 생수팩들을 계단으로 배달 하셔야하니 눈앞이 막막하실 것 같았다.

나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물 옮기시기 힘드시면 제가 조금 도와드릴까요?”

물을 택배차에서 내리시며 이미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계신 아저씨께서 나를 바라보셨다.

“괜찮습니다. 제가 할 일인데요.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으시는 단호한 어조에 다시 한 번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힘들고 불만이 있더라도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낸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나는 아저씨에게 고개를 숙이고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이온 음료수를 하나 사서 나왔다.

한참을 기다리니 온몸이 땀으로 젖어계신 아저씨가 숨을 헐떡이시며 빌라 입구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수고 많으셨어요. 이거라도 좀 드세요. 제가 보기에 너무 안타까워서 그러니까 이건 좀 받아주세요.”

나를 잠깐 바라보신 아저씨는 웃으시면서 내가 내민 음료수를 받아주셨다.

“하아.. 하아.. 감사합니다.. 힘들긴 하네요.. 하하..”

“저 실례가 안 되신다면 무슨 일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잠깐 스마트워치로 시간을 확인하시더니 말을 시작하셨다.

“여기가 하루에 한 번씩 꼭 생수를 시키시거든요. 안 그래도 가장 큰 생수팩을 시키셔서 힘든데, 엘리베이터도 없어요. 거기에 5층이니 여기 배달하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다음 번 배달부터는 정말 죽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배달을 완료하자마자 반품을 하신다는 거예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차분히 말씀을 하시다가 화가 치밀어 오르시는지 마지막에는 언성이 많이 높아지셨다.

“그래서 본사 쪽에 여기 상황을 말씀드리고, 주문을 받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정책상 그렇게 할 수가 없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반품 할 거 알면서도 배달을 하는 겁니다.”

“그래도 아저씨는 배달하시면 돈은 받지 않으세요?”

내 물음에 아저씨는 한 숨을 쉬며 말씀을 하셨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제 개인적으로는 몸이 너무 힘들고요.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많습니다. 저도 우리 회사 어플로 주문을 하는데, 이번에 연회비가 오르더군요. 그런데 정작 제 배달비는 안 올랐어요. 그럼 그 돈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다 이런 사람들 케어비용으로 나가는 거예요. 아니!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배달비를 더 내야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아저씨의 말대로 연회비가 오른 게 전부 블랙 컨슈머들 케어비용으로 들어간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갈수록 쇼핑몰들에서 배달이나 환불 관련한 정책들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은 맞다.

블랙 컨슈머들의 활약이 이러한 정책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나에게 말을 다 하신 아저씨는 서둘러 택배차를 몰고 다음 장소로 출발하셨다.

‘여기 5층이라고 하셨지?’

계단을 올라가서 5층에 도착하니, 문 앞에 아까 보았던 생수팩들이 산처럼 쌓아져 있는 집이 보였다.

잠시 계단 쪽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니 문이 열리고,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분이 나오셨다.

“이거 봐! 생수를 이렇게 쌓아놓으면 어떡해? 매일 주문하고 반품하면 내 불만을 알아차렸어야지! 왜 이렇게 못 알아차려? 소비자의 권리를 보여주겠어!”

바로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조작하는 그 여성분을 향해 나는 걸어가며 말을 걸었다.

“잠시 만요. 혹시 이 생수팩 시키신 분인가요?”

갑작스럽게 말을 거는 나를 보고, 그 여성분은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그 집 초인종을 누르며 말을 걸었다.

“잠시만 이야기 좀 하시죠. 생수팩을 자꾸 반품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러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기자나 그런 거세요?”

그 말에 나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을 하였다.

“너튜버입니다.”

“너튜버요? 그럼 제 불만사항을 너튜브에 올려주실 수 있나요?”

“네. 들어보고 타당하다 싶으면 올려드리겠습니다.”

문이 다시 열리며 여성분이 문밖으로 나오셨다.

“어? 촬영은 안하시나요?”

여성분의 말에 나는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저만 나오는 건가요? 그쪽은 마스크 끼고 하시는 거예요?

계속되는 질문에 진땀이 났지만, 최대한 침착 하려고 노력을 하였다.

“제가 컨셉이 업체들의 비리나 부족한 점을 고발하는 거라서요. 얼굴이 공개되면 위험합니다. 그래서 인터뷰 영상을 올리고, 저는 말로만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후로는 그 여성분의 주도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이것 좀 보세요! 물을 가지고 오는데 생수병이 찌그러졌잖아요! 이게 돈 받고 파는 물건 맞나요?”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보았지만, 잘 보이지 않아서 눈으로 보는데도 잘 모르겠다.

그러자 그 여성분이 손가락으로 직접 가리켜 주시는데, 그때서야 살짝 찌그러진 부분이 보였다.

“그리고! 쌓아놓은 걸 보세요. 이게 이렇게 틀어져 있잖아요! 이러다가 쓰러지면 누구 다치라고! 이건 정신적 피해 보상도 받아야 하는데! 제가 그냥 반품만 하는 거라고요! 고마운 줄 알아야지!”

아주 미세하게 틀어져있다.

배달해주시는 아저씨가 아주 정성들여서 쌓아놓은 티가 난다.

“내가! 반품사유에도 적어보고! 상담원하고도 이야기를 했는데도 안 고쳐지잖아요! 이건 완전히 나를 무시하는 거라고요! 이거 명예훼손? 그거 맞죠?”

아무래도 반품하시면서 이런 저런 사유를 적거나 상담원에게 항의를 하셨나보다. 그리고 명예훼손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만약 지금 찍고 있는 걸 내 너튜브에 올린다면 그게 명예훼손이 되겠지. 자신이 이야기를 한 것이니까 아니려나?

“그러니까! 그쪽 너튜브에 올려서 확실하게 알려주세요! 이거 제대로 안 알려지면 당신도 고소할거야! 사기죄 알지?”

갑자기 나한테까지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쭉 들어보았는데, 원하시는 게 정확히 어떻게 되시나요? 그냥 손상 없이 물을 배달해주고, 쌓을 때 잘 쌓기만 하면 되는 건가요?”

내 말에 순간적으로 살짝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으셨다.

“아니! 그.. 내가 지금까지 주문하고 반품사유 적고 한 게 보통 고생한 게 아니에요. 내가 사명감이 없었으면 이런 걸 할 수나 있었겠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고생한 값은 해줘야지! 그 현금이나.. 뭐. 상품권도 좋고! 아무튼 성의 표시가 있어야지!”

“구체적으로 얼마를 원하시는데요?”

“어.. 한 50만 원 정도면.. 아니! 저번 쇼핑몰에서 그 정도 했으니까! 여기는 더 큰 데잖아요! 두 배는 줘야겠어요! 확실하게 전해요!”

나는 녹화를 마무리 짓고 그 여성분에게 말씀을 드렸다.

“증거는 제 핸드폰으로 저장되어 있으니까 다시 이상한 사유로 반품하시면 이 영상을 쇼핑몰 쪽에 제공하고,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부당하게 돈을 요구하면 공갈죄에 해당하고, 너튜브나 인터넷상에서 악의적으로 비방하면 명예훼손죄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됩니다.”

내 말에 그 여성분은 움찔 하셨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행패를 부리시면 업무방해죄까지 추가될 수 있으니까 잘 생각하세요.”

내 말에 그 여성분은 소리를 지르셨다.

“당신 뭐야! 뭔데? 너튜버 맞아? 당신 그 쇼핑몰에서 나왔지? 나 언론사에 다 이야기 할 거야! 당신 나 협박했어!”

알아듣게 잘 말씀드리는데도 바뀌는 게 없다.

어차피 이정도로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녹화한 내용은 그 쇼핑몰 쪽에 제공하고 내용증명이라도 보내 압박하라고 이야기를 해볼 예정이다.

그 쇼핑몰에서 선택할 일이기는 하지만, 이정도 증거면 쇼핑몰 쪽에서도 움직일 것이다.

만약 쇼핑몰에서도 안 움직인다면 그 쇼핑몰까지도 같이 싸잡아서 혼내줄 생각이다. 회사 직원들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회사라면 혼 좀 나봐야 한다.

그리고 이 여성분에게는 지금 바로 효과가 나는 방법을 써야겠다.

“내가 디지털 난독증이라니!”

[내가 디지털 난독증이라니 - 두 달 동안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들을 사용할 때 난독증이 발생합니다.]

“무슨 소리야! 당신 사진 찍어 놓을 거야! 각오해!”

핸드폰을 들고 내 사진을 찍으려는 그 여성은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한 참을 만지작거렸다.

“어.. 이게 무슨 글이지? 이건가? 아닌데... 아... 아무튼! 당신 얼굴 전부 기억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알레르기 파!!”

[알레르기 파 - 한 달간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킵니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은 매일 변합니다.]

“자꾸 뭐라고 하는 거야! 이..이엣취! 내가...이엣취! 크흥.. 코가 왜 이리 막히는 거야!”

이제는 매일이 괴로울 것이다.

코가 막히는 게 별거 아닌 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알레르기 비염을 앓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집중력은 평상시의 반도 안 되고, 항상 코가 막히니 편안한 잠을 잘 수도 없다.

잠을 못자면 두통이 오고, 온갖 질병들도 같이 오게 된다.

“반성하시면 알레르기 비염은 해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한 달 뒤에 뵙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는 내 뒤에 대고 온갖 저주의 말을 해대는 그 여성분을 진심으로 동정하였다.

‘한 달만 코 막혀 살아봐라. 그게 사람 사는 삶인지.’

이 [알레르기 파] 재능을 얻고 실험삼아서 나에게 써봤다가 지옥을 맛봤다.

음식 맛도 느껴지지 않고, 콧물만 줄줄 흘렀다.

[응원] 재능을 얻기 전에 얻었던 재능이라서 밤에는 잠을 잘 수밖에 없었는데,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입으로 숨을 쉬다가 목이 너무 부어서 고통 받고, 코를 풀어 봐도 그때뿐이었다. 너무나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엄마가 사다준 알러지 약을 먹지 않았다면 쓰러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약을 먹고 효과가 있는 동안은 그래도 조금 나았다.

하지만 매일 바뀌는 원인 물질에 약도 무조건 효과를 보는 건 아니었다. 나는 약국에서 파는 모든 알러지 약을 사놓고 하나씩 먹어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사는 게 아니었다.

‘으윽.. 그때 생각이 났네. 내가 너무 했나?’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히어로는 마스크를 써도 못 알아본다.’를 습득하였습니다.]

[히어로는 마스크를 써도 못 알아본다. - 마스크를 쓰면 사용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오!! 대박! 이거 완전 좋아!”

드디어 나의 정체를 숨길 수 있는 완벽한 재능을 얻게 되었다.

뭐 어차피 마스크를 쓰면 신뢰감이 떨어져서 고생은 하지만, 나인지는 모르게 되니까 좋다.

‘어? 그런데 어차피 마스크 쓰면 나인지 모르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애매했다.

어차피 마스크를 쓰면 지금도 나인지 모르는데,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뭐..’

한참을 뛰다보니 오랜만에 예전에 살던 동네가 보이기 시작했다.

‘와..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엄청 오래 된 것 같은 기분이네.’

사람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다보면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리고 적은 시간이 지났어도 같은 일을 하면 시간이 정말 지루하게 지나간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산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주 바쁘게 살아온 것 같다.

‘힐링 타운도 잘 되어 가고 있고, 그림도 계속 판매가 되고 있으니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네. 이제 정말 내 인생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할 시간인 것 같다.’

여전히 내 인생 목표는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데 두려움은 없어졌다. 다만, 한 가지를 배우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얼마 전에 잡지사에서 인터뷰할 때 나에게 질문을 하셨었다.

“힐링님은 왜 그렇게 사람들을 도우시는데 열심히 신가요?”

나는 그 말에 한참을 고민했다.

인터뷰를 진행하시는 분이 대답이 어려우시면 괜찮다고 하시는데, 내가 그때서야 답변을 해드렸다.

“할 수 있어서요.”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범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만,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남을 도왔다.

내가 성인군자처럼 나의 모든 것을 걸어서 남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나 스스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저 내가 가진 돈이 충분히 많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충분히 많았기 때문에 남들이 볼 때는 남을 돕는데 목숨을 건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도왔을 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만,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하려고 한다.

신호등 앞쪽에 한 아이가 보였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지나치는데 옆쪽 도로에서 굉음이 들렸다.

[쾅! 콰앙! 끼이이익!]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건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승용차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방금 지나쳐 온 아이가 멍하니 다가오는 그 차를 바라보며 서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당황한 표정의 아저씨까지.

나는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범위에서 남을 돕는다.

“젠장!!!”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만 남을 돕는다.

‘잡아당기기에는 너무 늦다!’

[끼이익!! 콰앙!!]

나는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남을 돕는다.

아이를 겨우 밀어내었지만, 결국 나는 차를 피하지 못하였다.

‘엄마... 송이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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