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화 (66/170)

(주) 힐링.

“위험한 고비는 겨우 넘겼지만, 사실 언제라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나에게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시고 계셨다.

나의 현재 상태는 너무나 심각해서 가족면회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엄마와 송이가 많이 걱정되었다.

“우선 간이 파열되었고, 왼쪽 신장도 거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대장 쪽에서도 출혈이 있어서 겨우 잡아놓은 상태인데, 상황을 봐서 다시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머리 쪽도 심하게 다치셔서 뇌압이 많이 상승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두개골을 열어놨으니 뇌압이 떨어지면 그때 다시 두개골은 접합할 예정입니다.”

이정도만 들어도 멀쩡한 부분이 거의 없다는 소리로 들렸다.

“그리고 왼손이 복합 골절되며 뼈가 튀어나와서 우선은 고정만 시켜놨습니다. 수술은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일 심각한 곳은 왼쪽 고관절 쪽인데, 완전히 부서진 상태입니다. 아마 회복을 하셔도 영구적인 기능 저하가 우려됩니다.”

영구적인 기능 저하면 못 걸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신장 쪽 기능이 조금은 더 회복되어야 수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덜 심각한 곳은 나중에 수술을 해야 합니다. 진통제와 수면제를 사용하고 있으니 계속 잠이 올 거니까 푹 주무세요.”

정말 살아만 있다는 거구나.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폐 쪽 손상은 거의 없으십니다. 그래서 회복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졌으니 굳게 의지를 가지시면 회복에 도움이 될 겁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말도 하기 힘들었고 잠이 너무나 쏟아져 정신을 잃었다.

중간 중간 정신이 들었다, 사라졌다 하는 시간들이 흘러갔다.

눈을 뜨면 항상 같은 장면과 조명 때문에 시간 감각을 잃어버렸다.

환상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개미들이 벽을 기어 다니다 내 손으로 기어와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온몸에 개미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건 전부 환상이다. 약해지면 안 돼.’

정신이 있을 때는 온갖 환상에 시달리고, 진통제에 기절하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그래도 아버지와 약속한 내 인생 목표를 되새기며 이겨나갔다.

그리고 어느 날은 정말 내가 지금껏 본 여성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났다. 그리고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만신창이가 된 나의 몸인데도 엄청나게 흥분이 되기 시작하였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사세요? 벌어놓은 돈 쓰면서 편하게 지내요. 제가 함께 할게요.]

그 달콤한 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할 만큼 하지 않았을까?

이제는 돈도 쓰면서 좋은 집에 좋은 음식, 아름다운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도 괜찮지 않을까? 내 스스로가 나에게 그래도 된다고 설득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런 환상 따위에게 진다고? 내 의지는 고작 이정도이저도였어? 이러면서 누굴 돕고 싶다고 지껄였던 거지?’

“꺼져라!! 누가 나를 흔들 수 있다는 말인가!”

나의 강력한 의지는 그 환상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갑작스러운 내 외침에 온 몸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닥쳐왔지만, 나는 그 고통보다도 유혹에 흔들린 내 자신의 의지력에 화가 났다.

아버지에게 자신 있게 말을 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누구도 나에게 이런 삶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만은 내 자신을 강요하고자 한다.

“내 의지대로 살 거다! 누구도 나를 흔들지 못해!”

‘띠링’

[신성을 획득하기 위한 시험을 통과하였습니다. 지식의 신을 위한 씨앗이 발아합니다.]

[오류발생, 아직 육신이 남아있어 진행할 수 없습니다.]

[지식의 별 - 신화급 재능이 생성됩니다.]

[지식의 별 - 아카식 레코드의 파편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임의로 접속은 불가능합니다.]

[아카식 레코드 - 인류가 알게 된 모든 지식들이 모이는 기록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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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천운님의 상태창에 처음 보는 재능이 생성되었사옵니다! 저희가 만든 재능이 아니옵니다!”

“음.. 아무래도 잠시 죽었다 살아난 게 문제가 된 것 같군. 천상에 이미 이름이 올라가 있어서 신성이 깃든 게야. 그래도 나는 ‘또라이 신’이 될 줄 알았는데! 로키랑 붙어볼 만한 신이 탄생할 줄 알고 엄청 좋아했단 말이다! 그런데 지식의 신? 허어.. 말도 안 되는 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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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게 다 뭐지? 신성? 지식의 별? 아카식 레코드는 또 뭐고?’

뭔가 많은 메시지들을 보고 있는데도 하나도 이해가 안 되었다.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 이해가 안 되는 메시지인데도 너무나 반가웠다.

‘지식의 별 발동!’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카식 레코드 접속!’

이번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온갖 키워드를 외쳐보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혹시나 입으로 직접 말해야 하나 싶어서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말을 해보았지만, 온몸이 아프기만 하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지식의 별 - 아카식 레코드의 파편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임의로 접속은 불가능합니다.]

임의로 접속은 불가능하다고 하더니 진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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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재능 덕분인지 담당 의사선생님이 놀랄 정도로 나의 회복은 빨랐다.

“이게 며칠 전까지도 위험했던 환자인데, 어떻게 이렇게 회복이 빠른 거지?”

혼잣말을 하시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어버렸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중환자실에 있었다. 그래도 이제 가족면회는 하루에 한 번 가능해서 엄마와 송이를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멸균실 안에 있는 나를, 멸균실 밖에서 엄마와 송이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면회였다.

엄마는 계속해서 울고만 있었고, 송이는 태블릿으로 SNS와 내 채널의 댓글들을 읽어주었다.

- 형! 절대 형은 혼자가 아니에요! 팍스 보이즈 일동.

- 우리 할머니 짐도 들어주셨다고 하셨는데, 너무 착하세요.. 너무 착해서 이렇게.. 저희가 너무 죄송합니다.

- 저 바지 주셨던 그 면접자입니다! 덕분에 지금은 취직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이번 가을에 결혼도 합니다. 제 인생의 큰 빛이 되어 주셨어요.

- 주셨던 돈으로 우리 아가 예쁜 옷 사 입혔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꼭 일어나세요.

- 민속놀이 공장 사장입니다. 덕분에 우리 직원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꼭 쾌차하세요!

- 형. 저 용기에요. 이번에 신작은 형 이야기로 그리고 있어요. 형이 꼭 봐줘야 해요. 얼른 일어나세요.

- 저 유미 아빠입니다. 키즈카페에서 놀아주셨던 노하우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도 유미가 힐링님 이야기를 하더군요. 얼른 기운내서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 형님. 저 형님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그 바지 갔다 주셨던.. 저 그날 이후로 정말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형님인 줄 몰랐는데, 영상보고 놀랐어요. 힘내세요.

- 저 대룡제약 경비입니다. 싸인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벽에 잘 걸어놓고 매일 보고 있습니다.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 치실 잘 간직하고 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 주고 있었다.

이 응원이 응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나는 말을 하기 힘들어서 송이에게 눈짓을 보냈다.

“응. 운전자분은 무사해. 많이 다치시기는 했는데, 안전벨트도 하셨고, 에어백도 터져서 살 수 있으셨대. 아마도 브레이크가 파열되어서 멈출수가 없었던 것 같아.”

송이와는 평소에는 티격태격해도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중환자실에서의 생활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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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탁..]

목발을 짚고 걷는 게 생각보다 겨드랑이가 너무 아팠다. 위쪽에 헝겊으로 감쌌는데도 너무 아프다.

그리고 왼쪽 다리가 아프니 왼쪽 팔로 지탱해야 하는데, 왼쪽 팔 부러진 곳이 아직 덜 나아서 손으로 받치지 못하니 겨드랑이 힘으로 몸을 지탱하게 되어 더욱 아픈 것 같다.

‘너무 비싼 병실로 잡아놓으셨네.’

중환자실을 퇴원하여 일반 병실로 옮기게 되었다.

병실은 특실이었고, 운전자 분께서 전부 비용을 지불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냥 내가 내도 상관이 없기는 한데, 운전자분이 너무나 미안해하시며 지불하시겠다고 보험사를 통해 말씀하셔서, 그 분 마음 편하시라고 그냥 알겠다고 전해드렸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계속해서 ‘이렇게 빨리 회복될 리가 없는데.. 말이 안 되는데..’라고 중얼거리셨다.

예솔이 아버님은 내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자마자 찾아오셨다.

나는 웃으며 이제는 괜찮다고 말을 해드렸고, 같이 못 온 예솔이는 나에게 그림을 그려서 선물해줬다.

영화 강철 남자의 몸에 얼굴은 나를 그려서 선물을 해주었는데, 너무나 잘 그렸다.

우리는 사고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서로의 안부만 묻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만 주고받았다. 물론 나와 예솔이 아버님만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나는 연신 부장님 개그를 시전 하였고, 예솔이 아버님은 예솔이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태어난 순간부터 있었던 모든 에피소드들을 이야기 하셨다.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만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 일방적 대화였지만, 서로가 만족하였으니 좋았다.

우리는 아침까지 서로에게 각자 할 말만 하다가 아주 만족하며 헤어졌다.

엄마는 병실에서 같이 있고 싶다고 하셔서 간단한 짐만 가지고 병실로 들어오셨다. 특실이 호텔방처럼 잘 되어 있어서 생활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송이는 매일 들러서 힐링 타운 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SNS나 내 영상 댓글들을 보여주었다.

아직 내 왼손이 제대로 붙지를 않아 불편해서 노트북을 설치하고 인터넷 서칭만 하고 있었다.

너튜브는 거의 반 은퇴상태로 지내기로 하였다.

내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내가 올리는 공식 영상은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앞으로도 너튜브는 은퇴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워낙에 회사 자체적으로 만드는 영상들의 인기도 좋아서 구독자 전 세계 1위 자리는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사실 웹 드라마에 자체 예능, 노래, 먹방 등 온갖 컨텐츠들이 내 채널에 올라오고 있어서 이미 너튜브 채널의 영역을 뛰어넘었다.

얼마 전에는 방송 채널까지도 승인을 받으셨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가 이제는 우리가 제작하는 컨텐츠의 규모가 방송국에서 만드는 컨텐츠 정도의 규모로 커지고 있었다.

나는 예리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인플루언서 겸 이사 자리를 맡게 되었고, 명예직일 뿐이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렇게 평화로운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텔레포트가 불가능하구나. 그런데 양자역학에서는 가능할 수 있겠네. 아. 중력장 제어가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그럼 우주에서 이동할 때 추진체를 사용하지 않고 영구적으로 항해가 가능하겠는데?”

고등학교 물리에 대해서 적어놓은 게시물을 읽다가 잠깐 생각에 빠졌는데, 어느새 생각이 상대성이론을 넘어서 중력장 제어까지 나아갔다.

배운 적도 없는데, 아주 높은 수준의 지식이 내 머리의 한 구석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마치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운아. 조금 쉬엄쉬엄해. 안 피곤해?”

“어? 아! 괜찮아요.”

엄마의 말에 생각의 바다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이게 뭐지? 어떻게 내가 이런 지식을 알게 된 걸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이런 지식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나지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 이게 [지식의 별] 재능인가 보구나.’

인류가 알게 된 모든 지식들이 모이는 아카식 레코드의 파편에 접속할 수 있다더니 내가 접속을 했나보다.

평소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공부를 하다 보니 그와 관련한 지식을 얻게 되었다. 이게 우연인지 아니면 정상저인 사용법인지는 테스트를 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지금은 남는 게 시간이니까.

심심하기도 하고, 할 일도 없어서 다양한 전문지식 게시물들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생각에 빠져버릴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에 빠져버리면 어김없이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었다.

‘그러니까 자기 인덕턴스랑 상호 인덕턴스를 계산하면.. 음.. 상호 인덕턴스가 없는 경우에는 직렬접속 계산식이...’

‘가전자가 한 개인 경우에는 쉽게 궤도를 이탈하여 다른 원자의 궤도에 들어가니까 이걸 이용하면 환상속의 금속이라는 오리할콘도 제작이 가능하구나.’

헤라클레스의 정강이받이가 오리할콘이라고 하였다.

이 전설의 금속은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최고의 합성 금속으로 개발되었고, 심해 탐사선과 우주 비행선의 주재료가 되었다.

‘어? 진짜 우주 비행선이 가능하다고?’

절대 현대의 기술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언젠가 존재했던 초 고대 문명에서는 이미 우주까지도 그들의 영역이었나 보다.

그렇게 문득 떠오르는 지식들이 신기하였지만, 이것으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나 부실했다. 중간 중간 지식들이 비어있었고, 완전하지 않았다.

‘그래도 공부하다보면 언젠가는 전부 다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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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활 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날이다. 그런데 학생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학생의 오른쪽 다리 정강이 아래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앉아있던 그 학생은 옆에 있던 의족을 다리에 끼우고 일어났다.

“조금 더 쉬어도 되는데 벌써 일어나니?”

“얼른 재활해서 경기 준비 해야죠. 저 이번에는 꼭 국가대표 될 거예요.”

무슨 일인지 궁금하였지만, 내 재활 훈련 스케줄 때문에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나는 왼손과 왼쪽 다리를 사용할 수 있게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왼손은 자뼈 또는 척골이라고 불리는 손과 가까운 길쭉한 뼈가 완전히 부러져서 살을 뚫고 튀어나오는 복합골절을 당하였다.

지금은 뼈가 겨우 붙었지만 그사이에 팔 근육들이 완전히 말라버려서 다시 재활을 해야만 한다. 고무공을 쥐었다 펴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아까 그 학생 쪽을 바라보았다.

“고등학생인데, 킥보드를 타다가 사고가 나서 오른쪽 정강이 아래쪽을 절단했어요. 넘어질 때 하필 버스 바퀴아래에 깔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육상 선수라고 했었는데 너무 안타까워요.”

나의 전담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내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알려주셨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패럴림픽 100미터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 정말 기특하죠?”

기특하기는 한데, 애초에 운전면허증도 없이 킥보드를 타면 불법이다. 다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용하지만 굉장히 위험하다.

“의족 차고 달리면 많이 힘들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사람은 양쪽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아야만 걷거나 뛰는 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이 비대칭으로 발달하거나 척추가 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기술력으로는 완벽하게 사람의 다리를 대신하는 의족이 개발되지 않았다.

절단된 부위나 용도에 따라 다양한 의족들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격이 너무 비싸서 문제가 된다.

그 학생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재활 치료실에서 보게 되었다.

손이 절단된 환자, 발목이 절단된 환자, 아예 양쪽 다리가 절단 된 환자까지.

내 스스로가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러다 병원을 찾아온 황재성 재단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뭔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은 이제 괜찮으신가요?”

“네. 왼쪽 다리는 후유증이 남을 거라고 하지만, 제가 가진 재능 중에 [응원]이라는 게 있어서 금방 회복 할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과 사의 경계에서 저희 아버지를 만났거든요. 그러다가 제 인생 목표를 이야기했는데 재단장님이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저 돈을 아주 엄청 많이 벌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돈은 제가 벌어볼 테니 재단장님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내 말에 아주 기뻐하시며 같이 하자고 하실 줄 알았던 재단장님이 진지한 얼굴로 말씀을 하셨다.

“예전에도 제가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를 도와줄 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네. 자립심을 없애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펀드를 더 크게 조성하는 거죠! 그래서 힘든 분들에게 무이자로 빌려주는 거예요.”

“천운님. 그건 성인이 아닌 아이들이기에 돈을 벌수가 없어서 빌려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었고, 성인들한테도 그렇게 하면 문제가 될 겁니다. 아마 천운님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거예요.”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돈을 빌려서 도박으로 날려버리면 어떻게 추심을 할 수 있을까? 빌린 돈으로 은행에 넣어서 이자를 받는다면? 빌린 돈으로 주식이나 코인을 하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은행의 대출 시스템도 완전히 망가질 수 도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잠깐 사이에도 온갖 문제점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일자리입니다. 일자리가 있으면 대부분이 해결됩니다. 일자리가 없으니 도움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 말에 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아주 거대한 기업.

대한민국 국민들이 전부 내 회사의 직원이 된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전부 내 회사 직원이 된다면?

불가능에 가깝지만, 노력하다보면 100분의 1, 아니 1,000분의 1만이라도 성공한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다.

노동과 그에 대한 정당한 임금.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대로만 하면 정말 좋은 회사가 될 것이다.

내 가슴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재단장님. 제가 얻은 재능이 있는데, 정말 엄청난 재능입니다. 제가 기술연구소를 만들어서 상품을 개발하면 그걸 판매해주시면 안될까요? 현재의 어떤 기술보다도 압도적인 기술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잠시 생각하시던 재단장님이 나에게 말을 하셨다.

“같이 법인을 하나 만드시죠. 지분은 50 대 50으로 하고, 개발은 천운님이 맡아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해보겠습니다.”

내 말만 믿고 벌이기에는 엄청나게 큰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재단장님은 쉽게 결정하셨다.

“천운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망하더라도 저는 제가 가진 재능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중계업만 해도 이익이 20%씩 붙는데 망할 수가 없죠.”

그 말에 나는 재단장님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되었다.

같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단장님이 심하게 부자셨다.

재단장님의 회사와 나의 자본금을 합하여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였다.

인류 역사상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인 (주)힐링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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