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재 수혜자.
- 오셨습니까. 천운님.
연구소에 들어가니 나를 반겨주는 로봇이 있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지식의 최종 버전이 안드로이드였다. 생체 과학 기술의 정점에 있는 이 지식은 영혼이 없는 완전한 생명체 창조 기술이었다.
그러나 그 기술을 완전히 구현하기위해서는 필요한 장비들과 재료들이 턱없이 부족하여 기본 뼈대에 대한 기술들만 구현하고, 동작과 제어 프로그램은 현재의 로봇 기술을 활용해 완성을 하였다.
이름은 [아담]으로 지어주었다.
“아담. 납땜 다해놨어?”
- 네. 보여주신 회로도대로 완료하였습니다.
“그래. 고마워. 그럼 의수 좀 제작해줘. 정보는 서버에 올라놨거든?”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천운님. 부탁이 있습니다.
“응? 뭔데?”
- 납땜하는데 손이 딱! 하나만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 하나만 만들어주십시오.
납땜을 하다보면 정말 손 하나가 절실하다.
로봇인 아담조차도 같은 부분을 공감한다고 생각하니 동질감이 샘솟았다.
“손 하나 더 달면 균형이 안 맞으니까 로봇 팔 하나 만들어. 그래서 그 팔을 네가 무선 제어 하면 되잖아.”
그 말에 아담은 왼손바닥에 오른손 주먹을 탁! 하고 쳤다.
- 그런 방법이!! 감사합니다. 천운님.
아담이가 로봇 팔을 만들면 나도 뇌파로 제어하는 무선 통신 기기를 하나 만들어서 사용해야겠다. 열심히 만들어라 아담!
의수와 의족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상태다.
바로 아담의 기능을 부위별로 떼어내어 링크 시스템만 장착하면 그게 바로 의수와 의족, 의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뇌파를 측정하고, 뇌에 정보를 전달하는 무선 제어 기술도 개발이 완료되었다. 원래는 뇌와 연결하는 칩을 척수에 삽입해야 사용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면 무선 제어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수술이 필요한 큰 일이 된다.
그러다 새롭게 떠오른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해 내었다.
실제로는 자기장을 이용해 뇌에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인데, 내가 직접 사용해본 느낌으로는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기술의 백미는 영상 정보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눈을 뜬 상태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면 어지럽지만, 눈을 감고 사용하면 생생하게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우선은 의안으로 개발해서 판매를 하고, 차후에 새로운 디스플레이 장치를 개발을 할 예정이다.
VR장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완벽한 디스플레이 장치이다.
‘조금만 더 고민해보면 가상현실 게임도 가능할 수 도 있겠는데?’
넘어야 할 기술적인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구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우선은 의수와 의족, 의안부터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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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선물 할 거라서 선물 포장으로 부탁드립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임수훈은 한국의 천재라고 불리는 피아노 연주자이다.
만 17세의 나이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삼년간 비어있던 1위 자리를 차지한 천재 피아니스트이다.
그의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작품번호11 - 3악장은 너튜브에 공개된 피아노 연주 영상 중에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그를 젊은 천재로 각인시키게 되었다.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임수훈은 얼마 뒤에 있는 어머니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게 되었다.
여자 물건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임수훈은 한 참을 돌아다니다 남자들이 가장 많이 선물로 생각하는 가방을 사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나 비싼 가격에 가방은 포기하고 무난한 지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격이 150만원이나 해서 그동안 모은 용돈은 바닥이 나버렸다.
“손님. 여기 있습니다. 제품에 하자가 있으시면 영수증과 함께 가지고 오세요. 교환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쇼핑 되십시오.”
어색하게 매장 안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매장 직원 분께서 명품 쇼핑백을 건네주셨다.
“감사합니다.”
혼자서 백화점에 온 건 처음이라 조금만 구경을 해보기로 하였다. 지금의 짧은 휴가가 너무나 아쉬웠기 때문에 뭐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휴가가 끝나면 또 콩쿠르 준비와 연주회 투어를 떠나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지만 너무나 바쁘게 생활하는 지금의 자신에게 잠시의 휴식을 주고 싶었다.
‘제일 위에 층부터 내려가며 구경을 해볼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에서 내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식당가였다.
식당가를 구경하는 것마저도 즐거웠다.
‘이따가 여기에서 먹어야겠다.’
수훈이가 제일 좋아하는 한식뷔페 식당이었다.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연습 시간에 지쳐서 투정을 부릴 때면 어머니가 데리고 오던 그 브랜드와 동일한 브랜드 식당이었다.
‘에스컬레이터가 어디지? 아! 저기다.’
다음 층을 구경하기 위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설 때쯤이었다.
“아악! 안 돼!!!”
3살에서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에스컬레이터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으에엥!!!”
“아악!! 현이야!!!”
아래층에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수훈이는 위쪽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아이가 에스컬레이터 끝까지 굴러 떨어진 것을 보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뛰어간 수훈이는 아이를 안아서 들어 올리려고 하였지만, 아이는 바닥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누가 잡아당기듯이 옷이 꽉 끼어 당겨지고 있었다.
‘이런!! 옷이 끼었다!’
에스컬레이터의 마지막 부분에 아이의 윗도리가 끼어들어가서 아이의 몸이 옥죄어 오고 있었다.
“흐아아앙!! 케엑!! 켁!!”
턱에서는 피가 흐르는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면서 울고 있다가 옷이 당겨지게 되자 숨도 제대로 쉬지를 못하고 있었다.
“안 돼! 이잇!!! 이야!!”
아이의 옷을 잡고 죽을힘을 다해 당겼지만, 아이의 옷은 점점 더 빨려 들어갔고, 어느 순간 옷을 잡고 당기던 수훈이의 손까지도 빨려 들어가 버렸다.
“으아아아아!!!! 아악!!!”
[기잉!! 덜컹!]
수훈이의 손가락이 끼어서인지 잠시 멈췄던 에스컬레이터가 다시 작동을 시작하며 수훈이의 손이 더욱 깊숙이 끼어들어갔고, 엄청난 통증에 수훈이는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달려온 백화점 직원이 황급히 에스컬레이터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서 정지를 시켰다.
그리고 아이의 옷을 벗겨내서 아이를 구해주고, 수훈이를 도와주려고 하였지만, 손목 앞쪽까지 빨려 들어간 수훈이의 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황급히 무전기로 상황을 전파하고, 119에 신고를 하였다.
영원할 것 같은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갔고, 소방대원들이 도착하여 엄청나게 큰 기계로 에스컬레이터의 틈을 벌렸고, 겨우 손이 빠져나왔다.
그러나 이미 손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병원에 도착해서 시작된 긴 수술 끝에 의사선생님의 통보가 있었다.
“오른손은 살릴 수가 없어 손목 부근에서 절단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처음 맞이한 휴가에서 어머니의 선물을 산 그날, 미래가 사라져버렸다.
한동안은 임수훈의 사고 소식이 방송과 신문 기사들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젊은 천재의 안타까운 사고에 전 세계의 예술계가 슬픔에 잠기었다.
그렇게 자신의 꿈이 사라져버렸을 때는 솔직히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피아노만 치던 삶에 조금은 지쳐가고 있을 때여서 약간은 기분이 좋기도 하였다.
물론 절단된 손은 너무나 불편하였고, 가끔 발생하는 환상통에 깜짝 놀라 울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렇게 오른손이 없어진 삶이 익숙해질 무렵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날따라 산책하다 본 달빛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피아노 소나타 14번 연주하고 싶네.’
월광 소나타로 알려져 있는 베토벤의 작품이 너무나 연주하고 싶어졌다. 평소에는 그렇게 치기 싫었던 그 곡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그리운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에 왼손을 올려놓고 한참을 울었다. 그때서야 오른손의 상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하루 10시간을 연습하던 그 날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졌다.
‘조금만 더 연주해볼걸.. 조금만 더 즐겁게 연주할걸..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 알았으면..’
젊은 천재의 인생에서 피아노가 사라진 날이었다.
그 뒤로 멍하게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가슴 한쪽이 찢겨져 나간 것 같은 상실감이 수훈이의 영혼을 갉아먹어갔다.
너무나 초췌해져가는 수훈이를 위해 어머니는 정신과 상담까지도 같이 다니셨다. 그러나 약을 먹어도 잠시뿐이었다.
마치 영혼의 한 조각이 사라져버린 표정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다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식회사 힐링의 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는 천운이라고 합니다. 혹시 임수훈 피아니스트님 맞으신가요?”
“아직도 저를 피아니스트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었네요. 네. 제가 임수훈 입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다면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간되실까요?”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고, 남는 건 시간뿐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목소리를 들으니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던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져 왔다.
이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졌다.
“네. 시간은 많습니다. 어디서 뵐까요?”
“감사합니다. 사실 피아니스트님의 집 근처에 있습니다. 여기 괜찮은 카페가 있는데 혹시 아시는지요?”
집 앞 골목에 조그마한 카페가 있었던 게 생각났다.
“네. 휴식이라는 카페라면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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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수를 완성하고 처음으로 의수를 드릴 사람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너튜브 영상을 보고, 첫 번째 수혜자를 선택하게 되었다.
임수훈이라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사고에 너튜버는 너무나 안타까워했고, 그에 대한 영상을 제작 하였다.
그 피아니스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업적을 이루었는지, 앞으로 어떤 모습까지도 기대되는 인물인지를 영상에서 말해주었다.
“수훈님이 얼마나 대단 하냐면요. 실력이 안 되면 아예 1등자리를 비워놓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삼년동안 비어있었던 1등자리를 차지 한 거예요. 그것도 만 17세에요. 엄청난 천재인거죠.”
그리고 그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까지 전해주었다.
“그렇게 아이는 구했는데 정작 자기 손이 끼어들어가서 절단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나는 임수훈이라는 피아니스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너튜버가 말해준대로 정말 대단한 천재였다.
피아노 건반을 얼마나 섬세하게 누르는지 마치 손으로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다. 피아노의 선율 한음, 한음이 너무나 아름답게 들려왔다.
단 한음이라도 놓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였다.
그의 피아노 연주 영상을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연주에 빠져 들어버렸다. 엄청난 표현력과 섬세함이었다.
‘여기에 완숙미만 갖춰진다면 정말 엄청나 대가가 되겠구나.’
그리고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찍은 듯 한 사고 영상을 보았을 때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인류의 보물이 될 그의 손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어들어가 있는 장면에서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까지도 들게 되었다.
‘그래. 이 사람이다. 이 사람을 위해서도, 인류를 위해서도 이 사람이어야만 해.’
나는 임수훈 피아니스트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하여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힘없는 그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어린 나이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모진 풍파를 다 겪은 듯 한 목소리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식회사 힐링의 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는 천운이라고 합니다. 혹시 임수훈 피아니스트님 맞으신가요?”
“아직도 저를 피아니스트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었네요. 네. 제가 임수훈 입니다.”
그의 말에 내 가슴이 아려왔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다면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간되실까요?”
거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은 긴 침묵 뒤에 그의 허락이 떨어졌다.
“네. 시간은 많습니다. 어디서 뵐까요?”
“감사합니다. 사실 피아니스트님의 집 근처에 있습니다. 여기 괜찮은 카페가 있는데 혹시 아시는지요?”
휴식이라는 조그마한 카페였다.
“네. 휴식이라는 카페라면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잠시 그렇게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카페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랑~]
문에 설치된 풍경에서 맑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에 어울리는 미소년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영상으로만 보던 그 피아니스트였다.
두리번거리는 그를 보며 그에게 손을 들었다.
“임수훈 피아니스트님. 여기입니다. 제가 천운입니다.”
그러자 그가 손을 든 나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제가 임수훈입...어? 혹시 힐링님? 맞으시죠? 와...”
우리는 서로를 보며 신기해했다.
영상으로만 보던 서로였기에 더욱 서로가 신기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내 말에 임수훈 피아니스트님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이 자세를 고쳐 앉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제가 [힐링]이라는 주식회사의 연구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는 제품은 바로 의수입니다.”
“의수요? 저도 많이 알아봤지만, 일상생활도 힘들 정도로 불편하더군요.”
이미 많이 알아보신 모양이다.
“보통은 무게도 무겁고, 원하든 대로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서 많이 불편들 하실 겁니다. 그런데 저희가 개발한 이 제품은 기존의 제품들과 다릅니다. 우선은 한 번 착용해 보실 수 있으실까요?”
말을 하며 나는 가방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그에게 내용물을 보여드렸다.
“깜짝이야! 이거 진짜 손 아닌가요?”
“하하하 아닙니다. 인공 피부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실 수는 있겠네요. 영상으로만 보고 설계를 해서 조금은 안 맞으실 수는 있겠지만 우선은 성능을 시험해 보실 만은 할 겁니다.”
내 말에 그는 조심히 의수를 들고 자신의 오른손 쪽으로 가져가다가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끼우는 건가요? 끼울 수 있는 구멍이 안 보이는데요?”
“절단된 면에 가져다대시면 됩니다. 그리고 놀라지 마세요.”
내 말에 그는 자신의 절단된 면에 의수의 팔목 쪽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의수의 팔목 쪽에서 촉수 같은 길쭉한 선들이 튀어나와 절단된 면과 팔목 쪽을 감싸왔다.
처음에는 흠칫 놀랐다가 내가 놀라지 말라고 해준 말이 생각나서인지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원래의 손이었던 것처럼 한 치의 틈도 없이 달라붙었다.
[사용자 확인. 임수훈 확인 완료. 뇌파 확인 중. 확인 완료.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엄지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순서대로 움직여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