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71/170)

힐링 타운과 편지.

의수와 의족의 판매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해피의수에서 만들어내는 수량이 주문을 따라가지를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다른 제품들처럼 미리 생산해놓고 판매하는 것도 불가능한 제품이어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었다.

급히 시설을 더 늘리려는 해피의수의 이장혁 사장님을 겨우 말렸다. 어차피 일시적인 수량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아무리 절단 사고를 당한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분들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초기이기 때문에 수량이 몰려서 그런 거지. 조금 더 지나면 주문량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던 중에 드디어 힐링 타운이 완공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고양시의 성석동 쪽의 넓은 임야를 전부 사용해서 엄청나게 넓은, 진짜 마을을 만들어버렸다.

생각보다 너무 빠른 준공속도에 부실공사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지만, 송이는 이 공사를 국내 메이저 건설사 3곳에 동시에 수주를 하였고, 각 구역을 나누어 맡겼으니 빠르게 끝난 거라고 말을 하였다.

메이저 건설사 3곳이 제대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송이가 이런 쪽 머리는 정말 잘 돌아간다.

그리고 한 번에 진행하느라 자금 회전이 안 되던 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파티흐 왕세자님에게 그림을 몇 개 더 팔아서 마련했다.

처음에 설계도를 보았을 때 송이의 그 큰 스케일에 깜짝 놀랐다.

“송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 말이 힐링 타운이지 진짜 도시를 만들면 어쩌자는 거야?”

“그거 전문가들하고 열심히 상의해서 만든 거야. 고양이 마을은 너무 크지 않아도 되는데, 강아지 마을은 더 커야 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구역도 많이 나눠놔야 애들 성향에 따라서 나눠놓지. 안 그러면 싸운다고 하네.”

“그럼 여기 실내 공연장이랑 트레이닝 센터 건물은 이해가 되는데, 내 화실하고 전시장은 뭐 이렇게 크게 설계한 거야?”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건물이 내 화실과 전시장이었다.

“그거 오빠 그림을 최대한 넓게 배치해서 중간 중간에 기념품 상점이랑 매점들도 설치할 거라서 그래. 거기서 돈을 뽑아내야 아이들을 가르쳐주실 트레이닝 선생님들도 좋은 분들로 섭외하지. 그리고 커피 매점들도 중간에 설치해서 아이들이 미리 연습할 수 있게 해놓은 거야. 거기 컨셉이 [힐링 산책]이니까 어쩔 수가 없어. 산책이면 많이 걸어야지~ 아무튼 오빠 그림 더 많이 필요하니까 부지런히 그려줘!”

“야! 그림이 막 그린다고 다 그려지냐? 영감이 얼마나 중요한데!”

“진짜 영감되기 전에 그림이나 그리셔! 그리고 황재성 재단장님이 크게 만들어 달라고 하셔서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재단장님이?”

“거기 지하에 무슨 비밀 기지를 만든 다나 어쩐다나. 거기 지하가 엄청 넓고 층이 많아. 이상한 장비들도 엄청 들어갈 거라던데?”

아무래도 내 연구소를 지하에 만드시려나 보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여기 이건 뭐기에 10미터짜리야? 그냥 동상이라고만 써놓으면 어떡하냐? 그리고 그 주변에도 뭐가 이렇게 많아? 이건 5미터, 이건 7미터... 뭐야? 무슨 동상이야?”

“헤헤헤 비밀~ 이게 우리 힐링 타운의 랜드 마크가 될 거야! 전 세계에서 모든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고,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바로! 이곳이 될 거라는 말씀!!”

무언가 자신 있어서 벌린 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아서 하는 일들이니 알아서 잘 걸러주셨겠지.

그리고 중간 중간에 키즈 카페와 쇼핑몰, 만화방, 게임룸, 노래방 등을 배치해서 아이,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각자 놀거나 같이 놀 수 있는 것들도 갖춰놓았다.

그리고 가장 핵심은 놀이공원.

각종 놀이기구들이 설치되었고, 힐링 타운을 한 바퀴 도는 코스의 롤러코스터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이거 한 번 잘 못 들어가면 다들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돈 떨어지면 집에 가시겠지..

그리고 프렌차이즈 연구소.

우선은 커피에 대한 연구부터 진행을 할 예정이다. 원두에 대해서 각종 연구를 하고, 그 옆에 있는 공장에서는 카페에 공급할 원두를 생산할 것이다.

우선은 힐링 타운에서 사용할 원두를 위주로 생산하고, 아이들의 교육이 끝나면 힐링 센터에 만들고 있는 힐링 카페에 공급을 할 것이다.

전국에 있는 힐링 센터의 1층에는 힐링 카페를 만들고, 수도권의 경우에는 1층의 남는 자리들에 네일 샵, 디저트 카페, 식당들을 만들어 원하는 직종에 취업을 시켜줄 예정이다.

원하는 직종에 직원으로 채용을 할 계획이고, 문제없이 잘해나가는 인원 중에 직접 운영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우선 계약권리를 주려고 한다.

그리고 매장 운영 계약은 그 지역의 취약계층들에게 배정하기로 결정하였다.

프렌차이즈 연구소에서 인테리어나 운영 시스템, 홍보 전략들을 연구 할 것이다.

이 모든 업무를 송이가 총괄할 계획이다.

기본적인 사항들을 보고한 송이에게 승인을 해주고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드디어 힐링 타운이 오늘 역사적인 개관을 앞두게 되었다.

개관식은 간단하게 치르려고 했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아주 큰 행사가 되어 버렸다.

커팅식을 하고 개관 선언을 끝으로 바로 운영에 돌입하는 게 처음 계획이었다. 그러나 몰려든 사람들의 성원에 다양한 행사를 하게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원하는 너튜브 장면들을 눈앞에서 보여주기도 하고, 노래도 불러드렸다.

가장 인기 있었던 장면은 역시나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코로 탄산을 마시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눈을 가리고 개 사료를 맞추는 이벤트였다. 백발백중으로 맞추는 그 놀라운 솜씨에 다들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하였다.

그렇게 성황리에 열린 개관식은 전체 시설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곳은 고양이 마을과 강아지 마을이었다.

아직까지 놀이 공원은 공사를 진행 중이어서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어머! 저 애 좀 봐! 저건 꼭 찍어야 돼!”

고양이 마을과 강아지 마을을 입장하기 전에 주의사항들을 먼저 듣고 일정한 숫자들만 입장을 하였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러면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마을과 강아지 마을은 아직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계속해서 전국 각지에서 길고양이들과 유기 견들을 모아오고 있기 때문에 순서대로 구역들이 채워지게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건 나의 그림을 전시해 놓은 전시장이었다.

일반 전시장과 다르게 그림을 철저하게 보호해 놓아서 너무 가까이 가거나 훔쳐갈 수 없게 보호 장치가 되어있었다.

성인의 허리높이에 안전바가 설치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실수로 그림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잘 막아놓았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실수로 그림을 훼손한다면 즐거운 마음에 구경을 온 가족들의 심정이 많이 복잡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은 이곳보다는 키즈 카페로 많이 갔기 때문에 전시장은 어른들이 주로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그때 무슨 동상인줄도 모르고 승인해준 그 동상을 보게 되었다.

“야. 천송이. 이거 뭐냐?”

“뭐긴 뭐야~ 오빠 동상이지! 이게 우리에게 엄청난 돈을 주는 작품이란 말이야.”

힐링 타운의 번화가 정 중앙 광장에 나의 동상이 서있었고, 중앙 광장의 외곽을 따라 그보다는 작지만 큰 동상들이 서있었다.

문제는 그 중앙에 있는 동상이 들고 있는 탄산 캔에서부터 빨대가 내 동상의 코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빨대는 투명하게 되어 있어서 끊임없이 코로 빨려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들고 있는 탄산 캔은 실제 쿨라와 동일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힐링 타운 어디에서나 동상이 보였다.

“그건 그렇고, 저 동상에 캔이 실제 제품하고 똑같으면 소송 걸리지 않을까?”

“오빠. 저게 핵심인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송이를 바라봤다.

“저거 광고비가 어마어마하게 벌리는 거야. 이미 일 년치를 받아놔서 힐링 타운 몇 개월 운영비는 벌어놨지.”

“저게 광고라고?”

“그럼! 저것보다 탄산회사들에게 더 어필되는 광고판이 있는 줄 알아? 전문가들에게 의뢰해서 일 년에 방문하는 방문자 수를 추정해서 광고비를 책정했는데도 아주 치열했어!”

역시나 사업적인 능력은 나를 훨씬 능가하는 송이였다. 혹시나 해서 다른 동상들을 바라보니 역시나 였다.

“저건 개 사료 광고 동상이고, 저건 전통놀이 광고 동상, 무안 양파 광고 동상, 야구팀 광고 동상 아주 골고루 세워놓았네. 대단하다.”

“입장료가 공짜인데 이 정도는 해야 유지가 되지! 두고 봐! 여기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곳이 될 테니까.”

송이의 호언장담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버려서 어쩔 수없이 넘겼는데, 나날이 늘어가는 관광객의 숫자에 깜짝 놀랐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곳 1위가 힐링 타운이고, 죽기 전에 꼭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곳이 내 동상이 있는 중앙 광장이었다.

온갖 SNS에 사진이 올라오면서 광고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더 커지게 되었고, 광고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역시 사업은 전문가에게 맡겨야겠다. 나는 하던 거나 해야지.’

- 천운님. 연구소 정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고했어. 아담. 그런데 내 자리는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있는데? 뭐야! 너 자리만 정리한 거야?”

- 택배가~ 온 것 같은데~ 뭐가 왔을까나~

“야! 아담! 아오! 저걸 그냥!”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연구하다보니 실험할 대상이 아담뿐이었다. 성격 프로그램까지 업데이트를 시켰는데 완전히 밉상이 되어버렸다.

“아니. 내 성격을 업데이트시켰는데 왜 저런 밉상이 나오냐? 내가 저런다고? 말이 돼?”

- 천운님!! 이쪽으로 빨리요!!

나를 급하게 찾는 아담을 향해 황급히 뛰어갔다.

“뭐야! 무슨 일인데!”

- 거기 불 좀 켜주세요. 제가 택배를 뜯느라 손이 부족해서요.

언젠가 저걸 다시 분해해서 새로 만들어야겠다. 아무래도 불량품이 확실하다.

“아담이 너 시킨 거 다 해놓고 놀아. 나 나갔다가 올 거니까! 알겠어?”

- 넵! 알겠습니다.

그래도 시키는 일은 잘하니 참아야지.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꼭 퀘스트를 하러 나간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도 중요하지만, 퀘스트는 나에게 신앙과도 같다.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퀘스트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은혜를 모르는 짐승이 되는 길이다.

그리고 그 퀘스트로 인해서 도움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도 즐거웠다.

마치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사업을 통해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과 소소하지만 한명 한명에게 도움을 주는 일의 경중은 따질 수가 없었다.

똑같이 즐겁고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띠링’

[퀘스트 발생 -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노트북에 남겨서는 안 되는 영상을 남기고 죽은 귀신을 도와주시오. 제한시간 12시간.]

정말 똑같이 즐겁다.

‘아.. 이건 같은 남자로서 무조건 해드려야지.’

퀘스트 네비게이션을 따라 걸어가니 원룸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귀신이 서성이고 있었다.

‘음..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 진짜인가?’

“흠흠.. 저기..”

[네? 저요? 제가 보이세요?]

“아.. 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아.. 감사합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혹시 노트북에 회사 기밀자료나 불법 다운로드한 영화 같은 게 있으신 거죠? 그거 지워달라는 것 맞죠?”

[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야동을.. 그것도 바탕화면에 그냥 놔둬서요.. 그걸 정리 못하고 죽었어요.. 저희 엄마가 보면 충격 받으실 거예요.]

나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 하하하.. 알겠습니다.”

[현관 비밀번호는 2891이에요.]

현관문을 열고 원룸 건물에 들어가니 2층이라고 알려주셨다.

계단으로 올라가니 길게 늘어선 원룸 현관문 중에서 하나의 현관문에만 폴리스 라인이 쳐져있었다.

현관문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려고 하는 그 여자귀신을 제지하고, 건물 밖으로 나와 여자 귀신에게 먼저 물어보았다.

“혹시 사건이 아직 진행 중인가요? 부검을 신청했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나요?”

[경찰에서 엄마한테 어차피 부검을 해도 사인만 알 수 있지, 과로사를 입증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해서 엄마가 부검은 하지 않기로 하셨어요. 딸의 몸에 칼 대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요. 내일이 발인이라서 오늘 안에만 처리하면 돼요.]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경찰에서 사건 현장 사진도 찍어가고 했을 거니, 아무래도 노트북 영상만 지워야겠네요. 가능하면 청소도 해드리고, 냉장고도 채워드리고 싶었는데..”

[네? 왜 청소랑 냉장고를.. 혹시.. 변태?]

“아니!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러세요?”

[추리닝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면 변태일 가능성이 더 높은 듯 한 데요?]

생각해 보니 그렇다.

“그게 아니라 어머니들은 항상 걱정을 하시잖아요. 잘 해놓고 사나. 반찬은 잘 먹고 있나. 그래서 어머니 마음 덜 아프시게 해드리려고 했죠. 그런데 변태라뇨?”

[아.. 정말 그러겠네요... 엄마... 미안해.. 아....]

슬퍼하는 여자 귀신을 잠시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편지를 써서 방안에 넣어놓을게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편지를 써서 영어사전에 넣어주세요. 그건 엄마가 꼭 볼 거예요.]

“영어 사전이요? 요즘에 영어 사전 사용하는 사람이 있나요?”

[저희 엄마가 나이가 많으세요. 제가 늦둥이라서 큰 오빠랑 나이차이가 17살 차이가 나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엄청 옛날 사람이에요. 딸이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간다고 하니까 필요한 걸 사주고 싶은데, 잘 알지 못하셔서요. 서점에 갔는데 거기 사장님이 영어사전을 사가면 좋아 할 거라고 했대요.]

아니 무슨 그런 못된 사장님이 다 있는지 모르겠다.

[제가 그때는 철이 없었어요. 엄마한테 화를 내면서 이딴 거 필요 없다고 던져버렸었는데, 나중에 기숙사에서 짐을 풀다보니까 오빠 편지랑 사전이 들어있었어요. 오빠가 사전을 산 이유를 알려줬어요. 그냥 고맙다고 하고 가지고 올 걸.. 지금은 너무 후회가 되네요.]

왜 이렇게 귀신들은 하나같이 가슴아픈 사연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를 듣는데도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그럼 편지하고 영상만 지우면 되는 거죠?”

[네. 그것만 해주시면 돼요.]

나는 문구점에서 예쁜 편지지와 봉투를 사고 귀신이 불러주는 글을 썼다.

그리고 알려주신 비밀번호를 이용해 원룸에 들어가서 책상 책꽂이에 꽂혀있는 영어사전에 편지봉투를 넣어드렸다.

편지에 쓴 필체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이지만, [선데이 서울 펜팔 친구]라는 재능 덕분에 여자 글씨체를 흉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메인 퀘스트인 영상을 지워야 할 시간이다.

“여기 바탕화면에 있는 것만 지우면 되는 거죠?”

[어... 혹시 C 드라이브에 Windows폴더에 aaaa폴더 확인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혼자 사시는 것 같은데 뭘 이리 꼼꼼하게 숨겨 놓으셨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C드라이브 용량 부족해지면 느려질 건데, 잘 모르시나?

말해준 폴더를 클릭해 보았더니 화려한 이름의 폴더들이 한 가득이었다.

“엄청 많은데.. 이걸 잊어버리셨어요?”

[그건 잘 숨겨놔서 괜찮을 것 같아서 바탕화면만 말했던 거예요. 그래도 갑자기 불안해져서요. 하.하.하.]

지우는 김에 다 지우는 게 좋긴 하지.

그런데 엄청나게 분류를 잘 해놓으셨다. 화질별, 등장인물 숫자별, 어... 음.. 그런 별, 호우! 와우.. 진짜? 이런 분류까지 했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폴더명들 이었지만, 굳은 마음으로 쉬프트와 딜리트 키를 동시에 눌렀다.

[이 폴더를 완전히 삭제 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잠시 흔들렸지만, 나는 과감하게 [예]를 눌렀다. 용량이 커서인지 한참이 걸려 지워졌다.

“휴...”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나보다.

나는 서둘러 원룸을 빠져나왔고, 여자 귀신은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50만원과 최하급 재능 ‘엄마의 레시피’을 습득하였습니다.]

[엄마의 레시피 - 사용자가 요리를 할 때, 상대방 어머니의 레시피가 발동될 수 있습니다. 레시피가 발동되면 요리 방법을 안내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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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삑.삑. 띠리릭]

할머니에 가까운 나이의 중년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놓고, 현관 앞에 서서 원룸 방을 한 번 바라보았다.

“이렇게 좁은 곳에서 살았구나.. 우리 아가..”

천천히 걸어가 냉장고의 문을 열어 보았다.

“반찬이 그대로 있네.. 이걸 어째.. 다 상했네.. 더 자주 보내줄 걸 그랬어.. 버리고 새 걸로 먹게 더 자주 보내줄걸.. 엄마가 미안해 우리 아가..”

천천히 책상을 향해 걸어가다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아... 이게 여기 있었네.. 우리 아가가 가지고 있었어.. 엄마가 잘 몰라서 정말 미안했다.. 엄마가 정말 미안했어..”

책꽂이에 꽂혀있는 영어사전을 조심히 꺼내어 보았다. 마치 누군가를 느끼듯이 아주 조심히 꺼내는 손길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툭!]

영어사전에 꽂혀있던 예쁜 편지봉투가 바닥에 떨어졌다.

“끄응..”

다리가 불편한지 힘겹게 바닥에 떨어진 봉투를 들고 안쪽에서 편지지를 꺼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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