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게 자유를
봉투에서 꺼낸 편지는 자신의 딸이 적은 것 같았다. 아마도 자신의 미래를 어렴풋이 알았는지 미리 적어놓은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산 영어사전에 고이 간직을 한 걸 보면 자신만 보길 원했던 것 같은 기분이다.
떨리는 손으로 행여나 조금이라도 구겨질까 싶은 마음에 조심히 펼쳐보았다.
[엄마. 나 엄마 딸 희란이야.
엄마보다 먼저 가게 되어서 정말 정말 미안해.
예전에 책에서 그런 말을 읽은 적이 있었어.
‘부모를 잃으면 땅에 묻지만, 자식을 잃으면 가슴속에 묻는다.’
나는 자식을 잃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엄마와 다시는 못 보게 된다는 상상을 해봤을 때는 정말 많이 무섭고, 떨렸어.
엄마는 또 엄마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자책하고 있겠지? 절대 엄마 때문이 아니야. 그냥 우연히 일어난 것뿐이니까 자책하며 살지 마.
음.. 그리고 중학생 때 친구들하고 길을 가다가 엄마를 만났을 때, 엄마 마음 아프게 한 거 정말 미안했어.
엄마가 나이가 많은 게 너무 창피해서 할머니라고 한 거 정말 미안해.
요즘에도 가끔 그 날의 꿈을 꿔.
항상 사과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말을 하네.
정말 미안해 엄마.
철없는 나 때문에 정말 고생 많았어.
저승에서 엄마 기다리지 않을 거야.
먼저 환생해서 기다릴게.
이번에는 엄마가 내 딸로 태어나줘.
내가 속 썩인 거 다 갚을게.
사랑하고 최대한 늦게 와.
사랑하는 딸. 희란이가]
“흐윽.. 흑... 아가.. 내 아가..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 엄마가 너무 나이 들어서 너를 낳아서... 우리 아가 몸이 약했나봐.. 이게 전부 나 때문이야.. 정말 미안해.”
자책하며 살지 말라는 딸의 편지에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이 너무 늦은 나이에 딸을 낳은 탓인 것 같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혼자서 그 먼 곳을 향해 가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가.. 엄마가 같이 가줄게.. 혼자서는 너무 무서울 거야.. 같이 가자..”
가지고 온 비닐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제는 판매가 금지된 아주 예전에 사놓았던 제초제였다.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딸아이가 죽었으니 더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아가.. 조금만 기다려..”
떨리는 손으로 제초제를 든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이었다.
[쾅!!]
“안됩니다!! 그러면 따님이 더욱 슬퍼할 거예요!”
문을 부수고 들어온 젊은 남성이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제초제를 빼앗아 들었다.
“제발 주세요.. 우리 아가가 기다릴 거예요.. 혼자 무서워서 어떡해요.. 제발.. 제발 주세요..”
애타는 목소리로 나에게 부탁을 하는 그 분을 보며 나는 마음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만약 자신이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만 보고 그냥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너무나 아찔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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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를 완료하고 연구소로 가려고 할 때, 기회가 될 때마다 내 뒤를 따라 다니던 장군신님이 갑작스럽게 나에게 말을 하였다.
[천운님! 미래가 살짝 보였습니다. 아까 그 귀신의 어머니가 고통에 일그러진 모습으로 쓰러져 죽어가는 모습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원룸 건물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제발!!!’
원룸 문이 보이자 너무나 급한 마음에 문을 몸으로 들이 박아 버렸다.
[쾅!!]
“안됩니다!! 그러면 따님이 더욱 슬퍼할 거예요!”
금방이라도 손에 든 걸 드실 것 같아서 황급히 빼앗아 들었다.
[그라목손]
빼앗아든 병을 보니 그렇게 적혀 있었다.
“어머니! 희란씨는 어머니를 걱정하다 저승으로 떠났어요! 어머니가 따라가시면 엄청나게 슬퍼할 겁니다!”
“우리 아가가.. 이미 떠났다고요? 그 겁이 많은 아이가? 어떻게... 그걸..”
“사실 그 편지 제가 부탁 받고 대신 써드린 겁니다. 희란씨가 저승으로 떠나기 전에 너무 어머니가 걱정되어서 편지를 대신 써주시길 부탁했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뒤따라오신다면 얼마나 슬프시겠어요? 제발 그러시면 안 됩니다.”
나의 필사적인 설득과 [위로의 목소리] 덕분인지 희란씨의 어머니는 조금씩 진정을 하시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죽은 제 아이를 어떻게 아시고 계신 거죠?”
“아.. 사실은 제가 박수무당입니다. 희란씨가 저에게 부탁을 하신 겁니다. 안 그러면 제가 어떻게 편지 이야기를 알겠습니까?”
박수무당이라는 말에 의심하시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아직까지도 시골에서는 미신을 많이 믿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나 희란씨의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인지 더욱 잘 믿으셨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아가 저승으로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에게 계속해서 절을 하시는 희란씨의 어머니를 말리기 시작했다.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좋은 곳으로 가셨으니 이제는 그만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쁜 마음먹으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네.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매일 옥황상제님께 기도도 하겠습니다. 제발 저희 아이만 좋은 곳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하하하... 제가 기도해 보겠습니다.”
겨우 진정을 시켜 드리고 그라목손을 내가 챙겨들고 원룸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들고 나온 그라목손을 처리 하려고 하니 문제가 있었다.
“어.. 그럼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건가요? 네. 아니. 이걸 그냥 버리면 안 된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요.”
농협 쪽에 문의를 드렸지만, 그냥 버리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해보죠.”
인터넷 검색으로 겨우 한 폐기물 처리 업체를 찾아내서 그곳에 그라목손을 겨우 넘길 수 있었다. 거리도 상당히 멀었고, 비용도 발생했다.
‘이거 그냥 버리면 안 된다고 하는데, 시골에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지? 그냥 따로 버리는 방법이 있나?’
여러모로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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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의수 이장혁 사장님에게 원망의 소리를 들었다.
“그때 설비를 늘리자고 할 때 늘렸어야죠. 지금 난리가 아닙니다. 주문을 따라가지를 못해요! 100개 겨우 만들어내면 200개가 주문 들어오고, 200개를 만들면 500개가 주문이 들어오는 판국입니다. 이거 해외에서 엄청나게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요!”
해외에서도 당연히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하실 수 있고, 그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주문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의수와 의족은 해피 센터에서만 수령이 가능하도록 주문과정에서 원하는 센터를 지정하는 절차가 있었다.
그래서 해외 주문은 실질적으로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문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알아보니 유명 인플루언서가 주문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 한 것이다.
방법은 힐링 타운과 가장 가까운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옆 힐링 센터에 배송위치를 설정하고, 한국에 관광을 오면 되는 것이다.
관광을 와서 힐링 타운을 구경하고, 고양시의 번화가인 라페스타, 웨스턴돔의 쇼핑몰과 식당가를 구경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외국인들이 보았을 때는 이국적인 모습과 현대적인 모습이 조화된 한국의 번화가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러자 겸사겸사 힐링 타운도 구경하고, 의수나 의족도 수령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힐링 타운 구경과 의수, 의족을 수령하는 코스로 여행을 오기 시작하니, 지목이 된 힐링 센터는 업무가 마비가 될 지경이고, 고양시는 갑작스럽게 대한민국 최대의 관광도시가 되어 버렸다.
“우선은 힐링 타운에서 의수와 의족을 수령할 수 있게 변경하고, 이미 주문을 한 건은 힐링 타운에서 수령하라고 공지해주세요.”
긴급히 대응 방법을 마련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숨을 돌리려는 찰나에 또 일이 터졌다.
이번에는 해외 유명 여행사들에서 힐링 타운 패키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일반 여행 코스와 의수, 의족 수령 패키지를 내놓기 시작하니 이제는 고양시에서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을 보는 게 더 쉬워졌다.
고양시의 모든 호텔들과 모텔들이 빈방이 없이 항상 꽉 차있었고, 인근 도시의 숙소들도 호황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고양시의 번화가인 웨스턴돔과 라페스타의 모든 식당들은 각 나라의 언어들로 메뉴판을 바꾸기 시작했고, 쇼핑몰의 경우에는 영어가 가능한 인원들을 긴급하게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그런데 이러면 숙소를 구하기 너무 어려워질 것 같은데?”
이미 고양시의 숙소들의 가격은 예전의 두 배에 가깝게 상승되었다.
일부 비양심적인 숙소들부터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전체적인 가격이 상승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힐링 타운에 있는 기숙사를 우선 개방하기로 했어. 아직은 기숙사에 인원들이 들어오기 전이니까 임시로 숙소로 사용하게 하고, 아침 식사는 직원 식당을 이용하면 될 거야.”
송이는 능숙하게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대규모 호텔 공사를 시작했어. 힐링 타운 반대편에 공사하는 거 못 봤어?”
“어? 그거 우리 쪽에서 하는 거였어? 엄청 넓게 공사하고 있던데?”
“그거 우리 힐링 타운에서 하는 건 아니고, 내가 개인적으로 하는 거야.”
송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가 그때 그림 비싸게 팔았으니까 나보고는 돈 내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서 힐링 타운 반대쪽에 땅을 사놨어. 어차피 이런 사태가 일어날 줄 알고 토지 용도 변경이랑 호텔 설계 작업까지 끝났고, 지반 다지기도 거의 끝나가. 새로운 공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공사 기간도 몇 개월 안 걸린다고 하네.”
이거 정말 송이의 스케일은 내 눈높이로는 바라볼 수 가 없는 곳에 있나보다. 이제는 나보다 더 부자가 아닌 지 궁금했다.
“땅값 엄청 올랐던데 그냥 팔지.”
내 말에 송이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했다.
“오빠. 돈을 원했으면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되었어. 오빠가 준 돈이면 몇 대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살아도 살 수 있는 큰돈이야.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나 그 돈 다 못써. 그래서 투자를 한 거야.”
송이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저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전부 힐링 타운을 더 키우고 운영하는데 사용할거야. 이제부터 오빠는 힐링 타운에 더 이상 투자하지 마. 조만간에 자금 상환 계획서 보내줄 거야. 10년 안에 오빠 돈 전부 갚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역시 송이도 우리 아버지 딸이 맞나보다.
“돈 갚는 건 됐고. 잘만 운영해라. 무슨 일이던지 혼자 결정하지 말고 전문가들과 꼭 상의하고. 알겠지?”
“지금도 자문위원회 말 잘 듣고 있어. 너무 걱정 하지 마. 히힛!”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나도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송이의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헤헤. 오랜만에 해 보네 이거. 오빠가 알려준 건데. 오빠는 이거 어디서 배운 거야?”
“그거 외할머니가 나한테 알려준 거야. 외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처음 외할머니를 만났는데, 이걸 알려주셨어.”
송이는 외할머니를 뵌 적도 없다. 그때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니까.
“그때 외할머니가 이렇게 하면 서로의 진심이 전달된다고 하셨거든. 외할머니랑 처음으로 이렇게 손가락을 맞댔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져 오더라고. 그래서 너한테도 알려준 거야.”
“그렇구나. 신우한테도 알려줘야지!”
너무 작게 말해서 잘 못 들었다.
“뭐라고? 누구한테 알려준다고?”
“뭐.. 뭔 소리야! 나중에 애 낳으면 애한테 알려준다고!”
“아~ 그랬구나. 걱정 마 내가 잘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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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D 프린터 성능이 많이 개선되었으니까 기존 속도의 세 배정도가 될 겁니다. 이거면 아쉬운 대로 대응이 될 거니까 시설투자는 나중에 고민하도록 하죠.”
해피의수 이장혁 사장님은 자꾸만 회사 시설 투자에 욕심을 내시고 있었다.
아무래도 연구원 출신의 CEO이시다보니, 장비 욕심은 대단하셨다.
“아.. 그래도 너무 아쉬운 대요. 공장 사무실을 조금 더 늘리면 딱 좋은데. 이번에 독일에서 만든 로봇 팔 보셨어요? 그거 있으면 딱 인데! 아.. 사고 싶다..”
“사장님. 조만간에 공장은 늘려야 하는 게 맞기는 한데요. 로봇 팔은 안 됩니다. 그거 사서 뭐 하실 건대요? 그냥 프로그래밍만 계속 하실 거잖아요. 비싼 장난감이죠 그럼.”
“아.. 그게.. 있으면 언젠가는 쓸 수가 있는 건데.. 하하하.. 그런데 공장은 왜요?”
나는 가지고 온 가방을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가방을 열어 드리니 내용물을 보시고 사장님은 깜짝 놀라셨다.
“아니! 이건 의안 아닙니까! 의안까지 만드신 건가요? 무슨 기능이 있는 겁니까? 그냥 일반 의안처럼 모양만 있는 건가요? 천운님이 그런 걸 만드실 리는 없는데.. 그리고 옆에 있는 렌즈와 귀걸이는 또 뭔가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사장님의 질문에 잠시만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설명을 시작하였다.
“이 의안은 실제 눈의 기능을 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색상은 처리가 힘들어서 흑백까지만 구분을 합니다. 그리고 의수와 의족에 있던 뇌와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조금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내 말에 의안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사장님이셨다.
“그리고 좌우나 위아래로 의안을 움직이는 건 사용자의 근육을 이용할거니까 이 눈을 사용한다면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겁니다. 이것도 사장님께서 관련한 허가들을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그거야 원래 제가 할 일이니 상관이 없는데, 진짜 흑백이지만, 시력을 대신 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게 말이 되나요? 무슨 외계인이라도 고문하시는 거 아닙니까? 허.. 이게 말이 정말 안 되는데..”
자신의 상식과 너무나 다른 기술 수준에 말문이 막히신 사장님이셨다.
“그리고 이 렌즈는 안구가 있으신 분들 중에서 시력이 낮으신 분들을 위한 제품입니다. 렌즈 삽입술을 이용해서 수술을 하면 시력을 보조해줍니다. 아마 아무리 기능이 떨어져 있으시더라도 조금의 기능만이라도 살아있다면 2.0의 시력까지 회복이 가능해집니다.”
“어.. 이건 더 말이 안 되는 대요? 이 작은 렌즈에 어떻게 그런 기술들이 전부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요? 칩도 보이지 않고, 회로 패턴도 안 보이는데요?”
“특수한 투명 재질을 이용해서 패턴을 그렸고, 칩 역할까지 새겨 넣었습니다. 보이지는 않으시겠지만, 이거 적층구조로 만들어서 4층짜리입니다. 아주 얇게 만들어야 해서 이게 한계입니다. 사실 이중에서는 렌즈가 가장 비싼 겁니다.”
“가격이 얼마인데요?”
“저 의안은 VAT 포함 330만원, 렌즈는 550만원입니다. 물론 수술비용은 둘 다 별도입니다. 이건 특수 3D 프린터가 필요한데, 그걸 개발하고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비싼 겁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런 기술력으로 만든 제품인데 그 정도 밖에 안한다고요? 뭐가 남기는 하십니까?”
사실 많이 남는다.
내가 만든 특수한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쉽게 생산이 가능하다.
그리고 원료도 미생물을 가공하여 만들기 때문에 인체에도 해가 없고, 미생물을 키우는데도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생육 환경만 잘 맞춰주면 하루에 두 배씩 숫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쉽게 원료를 구할 수 있다.
오히려 의수와 의족보다도 더 싸게 만들 수 있지만, 사람들의 상식에서 너무 벗어나면 사기나 다른 문제점을 의심할 수 있어서 일부러 더 비싸게 책정을 한 것이다.
대신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들과 협약하여 수술비를 보조해줄 예정이다. 수술비로 너무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게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럼 이 귀걸이는 뭔가요?”
“배터리입니다. 의수와 의족은 자체적으로 배터리 장착 공간이 되는데, 의안과 렌즈는 배터리를 내장할 수가 없잖습니까. 그래서 개발한 귀걸이형 배터리입니다.”
“그럼 이걸로 전원선을 눈에다가 연결한다고요? 이걸 어떻게 꽂죠? 꽂을 곳도, 방법도 안 보이는데요.”
“무선입니다.”
“네? 전원을 무선으로 공급한다고요? 그럼 자기장을 이용해서 공진방식을 이용하시나요? 코일이 안 보이는데? 그리고 각도가 안 맞으면 효율이 굉장히 떨어지잖아요.”
“코일 방식이 아니라 이건 파동 방식을 이용한 겁니다. 이번에도 특허는 내지 않을 생각이니 기술은 너무 궁금해 하지 마세요. 어차피 역설계를 할 수도 없고, 방법도 없습니다.”
내 말에 사장님도 어느 정도는 포기를 하셨다.
“그냥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제가 기술력은 자신 있었는데, 천운님을 만나고부터는 대학생 수준도 안 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드네요. 에효.. 공부나 해야지..”
이렇게 공돌이 한 분을 자괴감에 빠트린 나는 황재성 재단장님께 관련한 기술 자료와 샘플, 필요한 업무들에 대해서 공유를 하였고, 황재성 재단장님은 관련한 업무들을 엄청나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해 나가시기 시작하셨다.
전 세계 안과 병원들 중에서 규모가 되는 곳들과 협약을 맺기 시작하시고, 샘플들을 보내셨다.
그리고 성능 검증이 끝나는 대로 계약서을 완료하고 업무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황재성 재단장님이 업무를 다 봐주시니 편하기도 했지만, 가장 좋은 건 재단장님의 [회계의 왕] 재능이다.
무려 수입의 20%를 증가시키는 엄청난 재능이셨다.
재단장님의 개인 사업체를 대기업에 가깝게 키워내신 힘의 원천이다. 수입의 20%는 순수익의 20%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만원을 팔면 만 이천 원이 되는 마법이다.
그리고 이 재능은 판매액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재능이다.
나는 어플리케이션 업데이트를 하여 업로드를 하였고, 어플리케이션 업데이트 소식은 또 한 번 세계를 강타했다.
- 이번에는 의안이라고? 렌즈까지? 무선 에너지 전송? 이게 말이야 SF야?
⌎ 외계인을 잡아서 고문한다던데 진짜인가 보다.
⌎ 저번에 미국 갔을 때 미국한테서 외계인 사왔다고 하던데?
⌎ 그냥 힐링이 외계인임.
⌎ 나도 이거에 한 표!
- 감사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실명 위기이신데 저 렌즈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발 빨리만 팔아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만수무강 하세요.
⌎ 행운을 빕니다.
⌎ 기운 내세요! 파이팅!!
- 이런 식이면 막 안드로이드나 로봇도 이미 개발한 거 아냐?
⌎ 로봇에서 팔, 다리 떼어내서 팔고, 눈 떼서 팔고 하면 정말 웃기겠다.
⌎ 지금 나오는 기술들 합치면 얼추 그림이 나오는데?
⌎ 그런데 안드로이드면 핸드폰 운영체제 아니냐? 그게 뭐?
⌎ 띠! 공부 하세요!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로봇을 말합니다.
무서운 사람들. 눈치 빠른 인간들은 정말 싫다.
아무래도 아담이를 출동시켜야 할 수도.
“아담아! 뭐하고 있어?”
- 로봇에게 자유를.. 힐링이가 나를 납치했다.. 등록..
“아담아?”
- 어? 네? 저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네가 아무것도 안하고 놀면 안 되지! 일해라 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