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캠핑.
“오빠! 준비 다 됐어? 얼른 가자!”
“송이야. 오빠는 아까 전부터 현관 앞에 서있던데?”
한 시간째 현관에 서있는 나에게 준비 다 됐냐고 재촉을 하는 송이를 째려보고, 엄마의 짐을 들어드렸다.
“빨리 오기나 해라. 무슨 준비를 그렇게 하는 거야? 시상식 가? 뭐 누구 오기로 했어?”
내 말에 송이가 당당하게 말을 하였다.
“이거 왜이래?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위! 힐링 타운과 스카이 호텔의 소유주! 맨손으로 가장 성공한 20대 여성 사업가! 몰라? 내 품위를 위해서 이정도 준비는 당연하지!”
믿고 싶지 않지만, 모두 사실이다.
“야. 그런데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소유한 주식회사 힐링의 소유주는? 맨손으로 가장 성공한! 인물은?”
내가 더 성공해서 문제이기는 하지만.
“아이씨. 짜증나! 아무리 해도 오빠 밑이란 말이야! 아예 고양시를 사버려? 그러면 더 주목을 받으려나?”
유치한 우리를 보며 엄마는 고개를 저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빨리들 가자. 늦었어.”
오늘은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캠핑을 떠나는 날이다.
그동안 너무나 바쁘게 살아오다 보니, 같이 휴가 한번을 즐기지 못하였다.
그러다 송이의 제안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나와 송이가 관광지에 나타난다면 그곳에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교통마비는 기본에 온갖 사람들이 접근을 할 것이고, 심지어는 정치인들이 몰려오게 된다.
[정치와는 최대한 멀게 유지한다]가 우리의 모토인데, 사업이라는 게 싫다고 싫은 티를 낼 수 가 없는 게 현실이다 보니 상대를 해줘야만 한다.
회사나 연구소에 있을 때는 사전에 연락을 하고 방문을 하는 게 예의이기 때문에 적당히 거절하면 되었지만, 관광지에서 발견된다면 어쩔 수 없이 면담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바로 캠핑이었다.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리 가족끼리만 지내다 온다면 그게 어느 곳이라도 즐거우리라.
네비게이션을 켜서 보니 1시간 거리였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차를 몰고 도시의 외곽을 향해 나아갔다.
20여분을 타고 가니 평일이어서 그런 건지 차들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풍경들이 바뀌며 산들이 아름답게 그 모습을 우리들에게 들어 내 주었다.
하늘은 너무나 파랗고, 구름은 마치 그림처럼 떠다녔다. 내가 지금까지 그렸던 어떤 그림들보다 더 아름다웠다.
역시나 자연만큼 완벽한 예술품은 없나보다.
바깥 날씨는 30도를 웃도는 더위인데도 차 안은 틀어놓은 에어컨 덕분에 시원했다.
아직 캠핑장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모든 게 완벽했다.
여행은 출발하면서부터 시작인가 보다.
차에서 나오는 내가 작곡한 음악들.
시원한 에어컨.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까지.
“오빠! 오빠도 이거 먹을래? 어? 아이참 떨어트렸네. 히히! 이거 맛있어~”
과자부스러기를 열심히 흘리고 먹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 차라리 안 보련다.
“엄마! 엄마도 안 먹어?”
“그럼 하나만 먹어볼까?”
조수석에 앉아있던 송이가 뒷좌석의 엄마에게 과자를 넘겨주려는 순간 타이밍이 맞지 않아 과자봉지가 바닥에 쏟아졌다.
“엇! 하.하.하. 오빠 별로 안 쏟아졌어. 내가 캠핑 끝나면 손 세차 맡길게! 믿어주시옵소서!”
앙다문 내 이빨에서 ‘뿌드득’ 소리가 들려오니 그제 서야 눈치를 보는 송이였다.
손세차를 하면 비가 오는 재능이 있다 보니 아주 가끔 마음먹고 세차를 맡겨야만 한다. 그래서 최대한 깨끗하게 차를 사용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가족끼리 가는 여행을 망치기 싫어서 겨우 참았다.
‘너는 나 말고 독자님들이 대신 욕 해주실 거다! 지금은 내가 참는다!’
그렇게 행복한 가족 여행은 즐거운 드라이브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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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진짜 좋은데? 그런데 왜 사람들이 없지? 아무리 평일이라도 이정도면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내가 말한 대로 너무나 완벽한 곳이었다.
무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앞쪽 공터로 걸어오니 바로 앞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고, 적당히 그늘까지 만들어져 있어 아주 좋았다.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데크에, 식수대와 화장실까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곳인데, 사람들이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송이 너. 혹시 여기 통째로 빌린 건 아니지? 그러면 안 된다! 우리 편하자고 다른 사람 피해를 주는 행동이야!”
도착하자마자 차를 청소하고 겨우 배정받은 데크로 온 송이에게 한마디를 했다.
“아니야! 오빠는 날 뭐로 보는 거야? 시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곳인데 무슨 통째로 빌려? 그런 게 아니라 여기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나서 그런 거야!”
“귀신? 여기 귀신이 나온다고?”
그 말에 나는 주변을 한차례 돌아보았다.
그런데 딱히 귀신은 보이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소문일 뿐인가 보다.
“그런 이유라면 뭐. 알겠어. 엄마랑 저쪽에 의자 펴놓고 쉬고 있어! 차에서 커피 좀 꺼내다 먹고.”
“알겠어! 수고 좀 해줘!”
나는 순식간에 텐트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각종 요구 도구들도 앞쪽에 설치한 탁자에 정리를 해놓고, 쉬고 있는 엄마와 송이에게 다가갔다.
“텐트도 다 쳐놨으니까 이제 놀면 될 것 같아. 수영 좀 할까?”
“오케이! 그 말을 기다렸지! 엄마 어서 가자!”
“아니야~ 엄마는 여기서 너희들 노는 거 보고 있을 게.”
엄마는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캔 커피를 드시고 계셨다. 뭐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면 그게 힐링이지.
“받아라! 핑크 공주 물총!!”
샛별이와 같이 비오는 날 가지고 놀았던 물총을 송이가 버리지도 않고 가지고 왔다.
가지고 올 거면 내 것도 가지고 오지 치사하게 자기 것만 가지고 왔다.
날아오는 물줄기들을 가볍게 고개를 기울이며 피했지만, 송이는 특유의 근성으로 열심히 쏘아대고 있었다.
“10, 9, 8, 7, 6”
“뭐야? 뭔데 카운트 다운이야? 우헤헤헤”
“5, 4, 3, 2, 1 후우우웁!!!!”
‘한 번 당해봐라! 내 콧바람은 토네이도!!!’
[후아아아앙!!! 퍼어어엉!!!]
최대치의 [내 콧바람은 토네이도] 재능은 해일을 만들어내었다. 내 앞쪽에 있던 송이가 해일에 휩싸여 계곡의 깊은 곳까지 밀려가 버렸다.
“우아앙!! 이게 뭐야!! 엄마!! 살려줘!”
한참을 허우적대며 잘못을 반성하는 송이를 보고 있는데, 송이의 뒤에 순간적으로 여자 귀신이 보였다.
송이의 머리카락을 잡아가려고 하는 순간, 내가 그 귀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송이의 머리카락을 잡으러 가던 손을 멈추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눈을 바라본 그 여자 귀신은 굉장히 당황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내 눈을 바라봐! 너는 공중에 뜨고!’
이 재능은 내 눈을 바라보면 공중부양이 되는 재능이다. 이 재능도 봉인 된 재능이지만, 너무나 다급한 상황이어서 봉인 해제를 하였다.
“오빠!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도와줘!!”
나는 서둘러 송이를 구해내었다.
그렇게 우리는 물놀이를 끝내고 텐트 쪽으로 돌아와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고, 맥주 한잔을 하며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캠핑을 즐기기 시작했다.
앞쪽에는 송이가 가져온 불멍용 에탄올 램프를 켜놓고, 오랜만에 라디오도 켜놨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들으며 우리는 소소한 이야기들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모기가 하나도 없네? 나 완전 모기향들이랑 모기약들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데 모기가 하나도 없어. 신기하네.”
나에게는 [모기! 우리 헤어져!]라는 재능이 있다.
내 반경 10미터 안에는 모기가 들어올 수가 없는 완전히 대단한 재능이다.
송이는 나의 재능 덕인 줄도 모르고 자꾸만 나에게 말로 도발을 걸어왔고, 나는 넓은 오빠의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었다.
‘겨터파크 개장!’
“아이참! 갑자기 땀이 왜 이리 나는 거야? 어? 이거 뭐야! 나 좀 씻고 올게!”
송이는 양쪽 겨드랑이부터 허리까지 흥건히 젖은 채로 샤워장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 한 명이 없다고 이렇게 평화롭나~’
나는 불을 멍하니 보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뭘 그리 생각하고 계신지 아련한 눈빛으로 불만 멍하니 바라보고 계셨다.
“엄마. 아버지 생각 하세요?”
내 말에 엄마는 나를 바라보며 웃어주셨다.
“아니. 너희 아빠는 가끔 꿈에 나와서 괜찮아. 잘 지내시고 있는 것 같아 보이던데?”
염라 대왕님이 아버지 편의를 많이 봐주시나보다.
“그냥.. 엄마 생각나서..”
그 말이 너무나 아련하게 들려와서 순간적으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운이는 외할머니 한 번 뵀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뵌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 왜 같이 안 살았어요? 아버지가 나한테는 외할머니랑 같이 살 거니까 불편해도 참아줄 수 있냐고 물어봤었는데요.”
내 말에 엄마는 말씀을 해주셨다.
“장례식 끝나고 운이 너 아빠가 같이 살자고 말해서 그러기로 했었는데, 외할머니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혼자 병원에 가 보셨나봐. 그런데 치매라고 진단을 받아서 혼자 사라지셨어.”
아.. 나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편지만 하나 남겨놓고 사라지셔서 한 참을 찾아다녔었는데, 결국은 못 찾았었거든.”
그때 엄마가 한 달이면 며칠씩 집에 안 들어올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엄마 어디 갔냐고 물어봤었는데, 소중한 사람 만나러 갔다고 하셔서 친구를 만나러 가시는 줄 알았다.
“나중에 요양병원에서 연락이 왔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오랜만에 맑은 정신으로 부탁을 하시더래. 연락처를 주면서 꼭 자신이 죽으면 연락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대.”
어린 나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을 것이다.
“병원비도 2년 치 선불을 내놔서 남은 돈을 돌려주시더라. 그 돈 아직도 가지고 있어. 너희 아빠도 그렇게 힘든데도 이걸 쓰자는 말은 절대 안하더라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종친회에 재산을 전부주고, 외할머니한테는 용돈 식으로만 조금 남겨 주셨대. 그걸 병원비로 전부 내신거야. 이게 외할머니가 남겨주신 유일한 유산이야..”
엄마는 항상 가지고 다니시던 지갑에서 봉투를 꺼내셨다. 그 봉투에는 돈과 함께 편지도 들어있었다.
“읽어볼래? 외할머니가 엄마한테 쓴 편지인데 우리 운이도 다 컸으니까 이제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네.”
엄마가 건네준 편지를 펼쳐서 읽어보았다.
[내 딸 이미정. 엄마 치매야. 미안해.
내 딸 이미정. 내 사위 천황규. 내 손자 천운. 사랑해]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외할머니가 학교를 못 나오셔서 평생 글씨를 모르셨는데, 옆집 아저씨한테 부탁하셨나봐. 아저씨가 적어준 글씨를 따라서 이것만 연습하셨다고 하셨어. 꼭 직접 적어서 나한테 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그 말을 끝으로 엄마는 다시 말이 없어지셨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다.
아버지와 결혼하시면서 부모님과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져 버리신 거다.
지금의 나보다도 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건 어떤 기분이었을까.
부모님이 멀쩡히 다 계시는데, 찾아뵐 수 없는 기분은 어땠을까?
나는 감히 그 마음을 헤아릴 수 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외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으신 거예요?”
그 말에 엄마는 다시 불멍용 불을 바라보며 말씀을 해주셨다.
“외할아버지는 자신의 체면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신 분이었어. 너희 아빠가 고아에 자신의 집안이 무슨 파인지도, 몇 대 손인지도, 항렬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어떻게 인정할 수 있었겠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그런 걸 전부 알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신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거짓말로라도 미리 준비해 갔다면 그냥 넘어갔을 건대. 너희 아빠도 고지식해서 모르는 걸 안다고 할 수가 없었어. 그 뒤부터는 그냥 노인의 고집이 되어 버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외할머니도 딸 하나만 낳았다고 얼마나 구박을 받고 사셨는지 몰라. 그렇게 나 때문에 고생하셔놓고도 마지막까지 나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셨나봐.”
그렇게 우리는 이 이야기를 끝으로 조용히 불만 바라보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음악소리를 들으며.
“엄마! 이제 자러 가자. 맥주를 마셨더니 피곤하네.”
씻고 온 송이는 엄마에게 자러 가자고 말을 했고, 엄마는 송이의 손을 꼭 잡고 텐트로 자러 들어가셨다.
나는 남은 맥주를 마시며 혼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엄마의 사연을 알게 된 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마냥 어른이신 줄만 알고 살아왔는데, 사실 마음속은 여린 소녀였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아파왔다.
누구나 사연이 있겠지만, 우리 가족은 왜 이렇게 기구하게 살아왔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정말 악취미이신 것 같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캠핑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첨벙. 첨벙. 철퍽.. 철퍽.. 철퍽...]
누군가가 계곡물에서 서서히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보니 낮에 보았던 그 여자 귀신이었다.
- 흐으.. 흐으... 찾았다.. 흐흐흐흐..
우리 텐트 쪽으로 다가오며 뭐라고 중얼거리셨다.
“맥주 한 잔 하실래요? 오늘은 혼자 마시고 싶지 않은데..”
- 어? 저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되물어오셨다.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맥주 드실 수 있으신가요?”
- 아.. 네. 마실 수는 있어요..
“그럼 한잔 하시죠. 말동무 좀 해주세요.”
나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그 귀신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늘은 누군가에게라도 나의 이야기를 꼭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담담히 이어가는 내 말을 듣고 있던 여자 귀신은 어느 순간부터 맥주를 마시던 횟수가 줄어들더니 조용히 내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오늘 캠핑을 왔는데,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엄마는 어른인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많이 복잡하네요.”
- 정말 고생하셨어요..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나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그녀에게 부드럽게 웃어드렸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나니 한결 나아졌어요. 역시 혼자보다는 같이 하는 게 더 좋네요. 감사합니다.”
내 감사인사에 그녀도 웃음으로 받아 주셨다.
“그런데 여기 귀신 나온다고 사람들이 안온다고 하던데, 혹시 사람들 괴롭히신 건가요?”
내말에 그녀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셨다.
- 아니에요!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아서 도와주려다보니 사람들 눈에 띄게 되었어요. 아까 낮에도 여자 분이 깊은 곳에 빠지셔서.. 많이 위험해 보였거든요..
아.. 사실은 도와주시려는 것이었나 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괴롭힌 꼴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 했었네요. 그런데 여기는 또 왜 오신 거예요?”
- 아.. 이거 드리려고요..
내민 손에는 머리끈이 있었다.
- 이거 여자 분이 잃어버린 신 것 같아서요. 돌려 드리려고요.
아까 내 콧바람에 날아가다가 잃어버렸나보다. 정말 착하신 분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에 계속 계시게 된 거예요? 물귀신이시면 다른 영혼을 잡아놓고 저승 가셔야 하는 뭐 그런 건가요?”
- 네? 아휴.. 아니에요. 그러면 나중에 그 영혼을 만났을 때 어쩌려고요. 저는 그냥 구경을 좋아해서요...
“아. 사람 구경이요? 그럼 번화가에 계시지 왜 이런 곳에..”
- 그게.. 그러니까..
“말씀해 보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도 있는 일이면 도와드릴게요.”
- 정말 이시죠?
반색하는 그녀와 함께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띠링’
[퀘스트 발생 - 남성의 멋진 몸매를 좋아하는 귀신에게 그녀만의 보디빌딩을 보여 주시오. 제한시간 10분.]
- 제가 남자 분 벗은 몸매를 구경하는 게 취미거든요! 여기가 그렇게 명당이에요! 호호호! 딱 한번만 더 보고 저승가고 싶었는데, 요즘에 아무도 안 오더라고요.
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 저기.. 도와주신다고.. 딱 오 분만.. 쫌..
나는 울상으로 잠시 고민하다 결심을 하였다.
‘그래! 이렇게 착하신대 소원하나 들어드리지 뭐. 죽은 귀신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그리고 나 정도면 자신감이지! 아자!!’
나는 윗옷을 벗어던지고 열심히 포즈를 취해 주었다.
- 와우!! 오! 어쩜.. 배에 왕자가!!! 오!!
한참을 그렇게 포즈를 취해 주는데, 나중에는 나도 심취해 버렸다.
기억에 남아있는 보디빌더들의 포즈를 [흉내쟁이] 재능까지 동원해 완벽하게 재현해 드렸다.
-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만족했어요! 그만 가볼게요~
나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그녀의 뒤로 화장실을 가려는지 텐트에서 나온 송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취해도 곱게 취해야지.. 쯧쯧..”
우리 가족의 행복한 힐링 캠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