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2화 (82/170)

비밀 레시피

“그러니까 투자회사를 만드는 건 어떤지 여쭤보려고요.”

“투자회사를요?”

나는 황재성 회장님에게 투자회사를 만드는 것에 자문을 구했다.

“왜 굳이 투자회사를 만드시려고 하시는 거죠?”

지금 하는 힐링 센터를 운영하는 자금 외에는 아직까지 큰 자금이 들어가고 있지 않는 중이다.

동해의 섬에 짓고 있는 공장의 경우도 그리 큰돈이 드는 공사는 아니어서 자금이 쌓이고 있었다.

정산 비율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정산금이 나오고 있는 너튜브.

시간이 날 때마다 작곡을 해서 소속사 가수들에게 준 노래들이 대박들이 나서 들어오는 저작권료.

일 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소더비 경매 외에도 특별한 인물들만 참여하는 경매를 통해 판매되는 경매 수익금.

송이가 매달 보내오는 힐링 타운 투자금.

가끔 발견하는 출처가 불분명한 검은 돈을 슬쩍한 비자금.

너무나 많은 돈이 내 수중에서 고여 있었다.

“너무 많은 돈이 저한테 모여 있는 것도 문제인 것 같고요. 아무래도 대한민국 사회가 재벌들의 입김으로 돌아가는 부분들이 많다보니 나중의 견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중소기업들 중에 아이디어는 좋은데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한 곳들을 도와주고도 싶어서요.”

내 말을 들으신 황재성 회장님은 잠시 생각을 하시다가 말씀을 하셨다.

“우선은 투자회사를 설립만 하시고, 자금 운용은 시중 은행 몇 곳에 위탁을 하시죠. 어차피 대기업 주식들을 사 모으시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직접 하시지 마시고 은행들과 같이 하시죠.”

“은행들이요?”

“수익이 목적이 아니시면 은행과 함께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방패막이도 되어주고, 최대한 기존 주식들의 흐름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일을 진행해 줄 거니까요. 목표치만 알려주시면 알아서 잘 진행을 해줄 겁니다.”

그것도 맞는 말씀이신 것 같다.

“그럼 그냥 개인적으로 은행과 거래하는 건요?”

내 말에 회장님은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나중에 중소기업들도 도와주고 싶다고 하셨잖습니까? 투자회사는 설립하시는 게 좋으실 것 같고, 나중에 은행의 도움도 받으면 편할 겁니다. 기업들 경영 컨설팅도 가능하고, 회사 재무평가도 전문가들이고요.”

내가 말을 해놓고도 깜빡했다.

너무 많은 일을 벌이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기술 개발과는 별개로 사업이라는 게 생각대로 쉽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었다.

의수, 의족, 의안의 경우에는 내가 직접 생산과 유통을 포함한 전 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처리가 가능했지만, 스마트폰 주변기기는 아직까지 지지부진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의 욕망을 너무 무시한 건 아닌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대기업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방법을 찾다보니 아주 합법적인 방법이 있었다.

주식의 3%이상이면 주주총회 개최가 가능하고, 주식의 5%이상이면 회계장부 열람이 가능했다.

모든 회사의 일처리는 자금의 흐름만 알게 되면, 다 알 수가 있다. 비자금으로 처리하지만 않으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무슨 일을 계획하는지 알 수 있다.

내 목표는 국내 최고 기업이며, 다른 재벌들과 언론사마저 혼맥으로 이어진 대한민국을 조선공화국으로 불리게 만든 ‘조선’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뒤에는 항상 조선의 회장이 있었다는 말과 조선 장학생이라는 법조계 인사들까지 대한민국에서 ‘조선’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나는 이 조선의 가장 핵심인 ‘조선전자’의 주식 5%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주 회사인 ‘조선모직’은 주식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가장 핵심 기업인 조선전자를 노리기로 하였다.

“알겠습니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은행과 함께 해보겠습니다.”

“천운님은 남의 의견을 잘 경청해주셔서 정말 좋습니다. 보통은 이정도 성공하시면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아집이 생기는데, 천운님은 그런 게 없어요.”

“제가 뭐 잘난 게 있어야 우기죠. 하하하. 전문가들이 조언을 해주시는데 다 타당한 말씀들뿐인걸요.”

그 말에 회장님은 웃으시면서 말씀을 해주셨다.

“나름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자신이 성공을 한건 자신의 판단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를 못했어요. 제가 사업을 해보니 사실은 운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다들 노력하는데 성공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나뉘잖습니까. 대부분은 운이 따라줬기 때문에 성공을 하는 것이지요.”

생각해보면 나도 운이 많이 따랐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올 수 있었다.

‘아니. 운이 전부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집이나 고집이 생길 공간이 없었다.

나는 점심시간이 되자 회장님과 같이 밥을 먹으러 외출을 했다.

“여기 식당이 제가 젊었을 때부터 아주 좋아하던 단골집입니다. 아마 천운님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 제가 추천합니다. 하하하”

같이 온 경호원 분들이 문을 열어주시고 별채를 확인 하셨다.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고 별채에 들어가니 이미 음식들이 셋팅이 되어 있었다.

‘경호원 분들은 식사 안하시나?’

“경호원들은 옆방에서 먹을 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내 생각을 어떻게 아셨는지 회장님이 나에게 말을 하셨다.

“어떻게 아셨어요?”

“나이를 먹다보니 그 사람을 보면 느낌이 옵니다. 이것도 재능으로 만들어지려는지 요즘에는 더욱 심해지더군요. 아무래도 독심술 쪽 재능일 것 같습니다.”

아마 독심술이 생성되신다면 최상급 재능이 아닐까싶다.

회장님도 나 못지않게 열심히 남을 도우시니 카르마가 꽤 쌓이셨을 것이다. 새로운 재능이 생긴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여기 오리탕 국물이 아주 진하고 맛있습니다. 어찌나 맛이 좋은지 제가 회사 회식 때 처음 먹어보고, 첫 월급을 받자마자 다시 먹으러 왔다니까요? 하하하”

보글보글 끓고 있는 오리탕을 보며 회장님은 맛보다는 추억을 보고 계셨다.

“한 동안 바빠서 못 왔습니다. 그 사이에 여기 주인분이 돌아가시고, 아들이 이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배운 게 있으시니 맛은 똑같을 겁니다. 드시죠.”

우리는 기분 좋게 오리탕의 국물을 입에 넣어보았다.

[후룩!]

‘음? 뭔가 살짝 부족한데? 회장님이 극찬한 음식이라기에는 조금 부족하네..’

“응? 맛이 왜 이러지? 옛날 그 맛이 아닌데? 좀 더 깊은 맛이 나야하는데, 내 입맛이 변했나?”

회장님도 뭔가 부족하신지 고개를 갸웃 거리셨다.

그래도 다른 밑반찬들은 맛이 있어서 적당히 먹고 일어섰다.

“이거 여기까지 굳이 모시고 왔는데, 맛이 예전 맛이 아니어서 제가 다 죄송하네요. 다음에는 다른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래도 맛있었는데요. 뭘.”

그렇게 회장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주방장으로 보이는 분이 우리에게 인사를 하러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재단장님.”

“오랜만일세. 아버님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네. 너무 상심하지 말게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장례식장까지 와주셨던 것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음식 맛이 조금 변한 것 같은데. 아버님한테 레시피는 전수 받지 못했나?”

그 말에 주방장님은 고개를 숙이셨다.

“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레시피는 받았는데, 그대로 해도 그 맛이 안 나더군요. 다행히 아버님의 일기장을 발견해서 이것저것 확인 중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에도 올 테니 꼭 좀 그 맛을 되살려주시게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사라지면 너무 슬퍼질 것 같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주방장님의 인사를 받으며 회장님의 차량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띠링’

[퀘스트 발생 - 자신의 완전한 레시피를 전달하지 못하고 죽은 귀신을 도와 비법을 전수해 주시오. 제한시간 2일.]

‘응? 퀘스트? 아. 그래서 맛이 조금 부족했나보네.’

“저기 회장님. 제가 퀘스트가 생겨서 해결 좀 하고 따로 가겠습니다.”

내 말에 회장님은 반색을 하셨다.

“혹시 음식 맛을 나게 도와주라는 퀘스트인가요? 그랬으면 정말 좋겠군요. 여기 음식은 정말 저에게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회장님을 배웅해 드렸고, 경호원님들도 이동할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부회장님. 혹시 회장님이 어떤 게임 하시는지 아시나요?”

경호팀장님께서 나에게 물어오셨다.

“게임이요? 무슨 게임이요?”

“자꾸 무슨 퀘스트 이야기를 하시는데, 궁금해서요. 이왕이면 같은 게임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웃으시는 모습에서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직장인의 작은 욕심이 보였다.

“그냥 특별한 게임을 즐기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어서요.”

“아.. 네. 아무튼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애들 몇 명 남겨놓을 테니 경호는 걱정 마시고, 일 끝나시면 차량 보내드리겠습니다.”

“경호는 괜찮고요. 연락드리면 차량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워낙에 경호를 싫어하기로 유명한 나이다보니 금방 수긍하시고는 다들 떠나셨다.

‘자. 우선은 의뢰자부터 만나봐야겠구나.’

퀘스트 네비게이션을 따라서 걸어가니 식당 뒤편에 있는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여기서 생활하시는 건가?’

주위를 살펴보며 안쪽으로 들어가니 조그마한 방과 넓은 주방이 있었다. 아무래도 요리를 연구하기 위해 만든 공간인 것 같았다.

[아.. 그리 간단한 걸 몰라서 저렇게 고생하나! 에휴.. 내가 죄인이지. 죄인이야..]

방금 전에 봤던 주방장님과 아주 비슷하게 생기신 할아버지가 자신의 가슴을 치며 한탄하고 계셨다.

“저기 안녕하세요.”

[헛!! 핫! 엄마야! 당신 뭐야?]

너무 놀라셔서 내가 더 죄송했다.

“아. 예. 놀라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뭐 도와드릴 건 없는지 여쭤보려고요.”

[뭐? 그럼 무당 뭐 그런 건가? 나는 천주교인데? 상관없나?]

“아하하.. 무당은 아니고요. 그냥 귀신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게 무당이지. 뭘.. 아무튼 도와준다고? 그럼 내 아들놈한테 말 좀 전해줘.]

나는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에게 자신의 레시피를 제대로 전수 못해주었다고 한다.

재료 고르는 방법, 보관하는 방법, 심지어는 칼질하는 방법까지도 전부 같이하며 전수를 해주었는데, 육수를 만드는 것만은 전수를 안 해주고 있었다고 한다.

슬슬 버거워지는 체력에 은퇴를 하려고 하던 차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가 찾아오게 되었고, 육수의 레시피를 전달할 시간도 없이 사망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아들은 자신의 일기장을 보며 연구를 하고 있었고, 자신이 해왔던 시행착오들을 똑같이 겪으며 노력중이라고 하셨다.

거의 근접한 맛을 내게 되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재료를 찾아내지 못해 고생중이라고 한다.

[아니! 왜 거기에다가 멸치 대가리를 넣고 있냐고! 거기 멸치새끼 대가리라고 쓴 거는 내 친구 놈 별명인데! 그걸 보고 멸치새끼를 사오고 그래! 멸치 새끼 대가리를 떼서 넣어봤자 뭔 맛이 나겠어?]

자신이 낙서한 친구 별명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화가 나셨나 보다. 그러니까 왜 일기에 낙서를 하셔가지고서는..

[아니! 내 일기를 누가 볼 거라고는 생각이나 했겠어? 사람이 죽었으면 물건을 다 태워줘야지! 저게 뭐하는 짓이야? 에잉...]

“어르신. 그러면 비법이 뭔가요? 말씀해주시면 제가 일기장에 추가해 놓겠습니다.”

[큼.. 큼.. 그래주면 고맙지. 정말 착하구먼. 잘 듣게나!]

[엠!] “엠”

[에스] “에스”

[지] “지”

“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건데.. 유명한 재료인가?”

[흠흠.. 한글이 아실세. 영어로 생각해보게나. 커험..]

“영어면 해외에서 구하는 귀한 재료인가 보네요. MSG.... MSG??"

[아니! 그게 몸에 나쁘지 않아! 다 언론에서 그 난리들을 해대서 그런 거지! 우리 때는 막 넣었다고! 아무튼 그걸 아들한테 알려주기가 조금 창피해서 은퇴하면서 알려주려고 했지!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죽을지 알았나? 커험!]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디에 적어놓을까요?”

[거 아무 대나 적어놔! 못 찾으면 지 놈 팔자지 뭐.]

황급히 말씀을 하시고는 사라지셨다.

나는 부끄러워하시는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일기장을 살펴보았다.

음식과 관련된 부분 외에 한 곳이 유독 많이 펼쳐지는 곳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 적힌 내용을 읽어보고, 그 가장 밑에 비법을 적어놓았다.

‘아마 금방 발견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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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손님들한테는 정말 죄송하네.. 완벽해지면 장사를 했어야 했는데.. 그놈의 돈이 문제지.. 내가 아버지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네..”

고된 식당일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이제는 또 다른 일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새끼멸치들은 왜 따로 안파는 거야? 이거 일일이 다 골라내야 하는데... 이 힘든걸 아버지는 혼자서 그 오랜 시간 해오신건가?”

새삼스레 아버지가 존경스러워져 왔다.

우선은 자신이 배운 기본 방법대로 오리탕을 끓여놓고, 새끼 멸치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살아생전에 그렇게 까탈스러우시고 화를 잘 내시던 아버지였지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셨는지 자신은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 일기장 한 번만 더 보고 해야겠다.’

힘이 들 때 마다 펼쳐보는 그날의 일기 때문이다.

[아들이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고 찾아왔다.

고생하며 들어간 그 직장을 왜 그만두었는지 화부터 냈다.

그러다 ‘아버지와 함께 하고 싶다고, 그게 자신의 어렸을 때부터 꿈 이었다’고 말하는 아들 때문에 마음이 아파왔다.

이 험한 일만은 하지 않기를 바라서 화를 내며 공부를 시켜놨더니, 결국은 나 때문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애 엄마가 건강검진 결과를 말했나보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내 몸 상태이지만 아직은 괜찮다.

조금만 더 하면 아들놈한테 손 벌리지 않아도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들켜버렸을까.

어렸을 때부터 내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던 아들놈인데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결국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내심 나도 아들과 같이 하고 싶었나보다.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무엇부터 가르쳐야할지 걱정이다.

평생을 몸으로 배워왔으니 가르치는 건 자신이 없다.

부디 우리 아들이 덜 다치면서 일했으면 좋겠다.

미안하고 고맙다. 우리아들.

비법은 MSG.]

“이게 뭐야? 누가 낙서를!! 장난해? 우리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데!! 누구야!!!”

소중한 아버지의 일기장에 누군가가 낙서를 해 놨다.

너무나 큰 분노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 탁자위에 올려 져 있는 MSG병을 발견하였다. 누군가가 작정을 하고 자신을 놀리나보다.

“이!! 가만 두지 않겠어!!”

한참을 화를 내다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는 전부 포기하고 싶어지는 하루였다.

아버지의 가장 오래된 단골이신 분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온몸을 옥죄어 오던 날, 가장 최악의 장난을 당했다.

[보글보글]

미리 앉혀놨던 오리탕이 끓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앞에 보이는 MSG병을 집어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 일단 해보고! 아니면 꼭 범인 잡는다!’

다 끓은 오리탕을 불에서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MSG병의 뚜껑을 열고 살짝 뿌렸다.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데..’

MSG를 넣으면서도 아버지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너무 못나다보니 이런 수모를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죄송했다.

숟가락을 들고 맛을 보았다.

‘고작 MSG에 맛이 변할 리가..... 어? 어!’

내려놓았던 MSG병을 들고 조금 더 뿌려보았다.

“이 맛이야!! 이거야!!”

그 깊고 진하며, 맛볼수록 살아나는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아버지의 비밀 레시피의 마지막 조각을 찾아내었다.

“아! 뭐야! 아버지 조미료 빨이었어?”

아버지의 수치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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