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화 (87/170)

도깨비 터

[저기가 바로 도깨비 터라오.]

월직 사자님의 말을 듣고서야 도재호 사장님의 이마에 나 있는 뿔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나쁘신 분으로는 보이지 않던데요?”

[도깨비 일족 중에서도 호국 도깨비 일족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희 저승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위험이오.]

“호국 도깨비 일족이요?”

[호국 도깨비는 예로부터 이 땅을 지키며 살아오는 도깨비 일족이라오. 그래서 도깨비들 중에서는 손에 꼽히게 강한 일족인데, 문제는 그들이 판단하기에 천운님이 이 땅에 위협이 된다면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오.]

월직 차사님의 설명으로는 인간을 직접적으로 해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을 추종하는 인간들을 통해 각종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야만 합니다. 중요한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고, 저를 초대하실 때 정중하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나쁜 일로 부르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천운님이 하시고자 하시면 막을 수야 있겠소? 다만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깨비 터에서 탈출을 하시오. 도깨비 터에서만 빠져나온다면 우리가 도와줄 수가 있소.]

정말 나를 걱정해주시는 월직 차사님의 말에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월직 차사님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험험.. 그럼 나중에 거.. 중요한 일을 하실 때 모른 척 하시면 안 되오.. 험..]

“나중에 죽게 되면 의지할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그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커허험.. 여부가 있겠소이까? 내 최선을 다하겠소!]

부끄러워하시며 조용히 사라지시는 월직 차사님을 뒤로 하고, 차를 몰아 GB 그룹 회장님의 저택으로 향하였다.

“도재호 사장님의 초청으로 왔습니다.”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경호원을 향해 말을 하였다.

“반갑습니다. 부회장님. 차는 저희가 주차를 하겠습니다. 혹시 가지고 가실 짐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차에서 내리며 말씀을 드렸다.

“트렁크에 음식이 있는데, 세 분이 나눠서 들어야 할 겁니다. 무거우니 조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동네에 엄청나게 커다란 저택이었다.

그런데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어떤 막을 통과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 이게 뭐지? 바깥과 격리되는 기분이네.’

무언가 이 저택과 바깥을 분리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오셨습니까? 그런데.. 손에 아무것도..”

도재호 사장님이 웃으시며 나를 반겨주시다가 내 빈손을 보고는 굉장히 실망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그러다 내 뒤를 경호원 세 분이서 낑낑거리며 들고 올라오는 물건들을 보시고는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정말 귀한 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들어오시죠.”

방금 전까지 내 쫓으려고 하시는 것 같으셨는데..

도재호 사장님은 나를 안내하며 저택 안으로 들어가셨다.

현관문을 지나니 지나치게 넓은 거실이 보였고, 거실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쇼파에 앉아있는 노년의 남성이 보였다.

그리고 그 분의 이마에도 분명하게 뿔이 솟아나 있었고, 나이 같지 않게 탄탄한 체형의 몸을 유지하고 계셨다.

나를 발견한 그 분이 쇼파에서 일어서는데, 거대한 산악이 일어서는 것 같은 환상이 보였다.

마치 관악산이 인간의 모습을 한다면 바로 저 모습이었을 것이다.

“반갑소! 내가 GB그룹의 도범석이오.”

중저음의 중후한 목소리마저도 너무나 어울리는 그 분은 GB그룹의 회장이신 도범석님이셨다.

“안녕하십니까. 주식회사 힐링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천운이라고 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시던 회장님은 곧이어 경호원들이 들고 오는 내 선물을 보시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허허허허. 저게 재호가 말하던 그 메밀묵 국수가 맞소? 우선 식사부터 합시다.”

회장님의 그 거대한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음식을 좋아하는 철없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변신을 하셨다.

“제 비법으로 만든 메밀묵입니다. 저건 얇게 썰어도 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국수형태로 드실 수 있으십니다. 제가 얼른 만들어 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말에 회장님은 손뼉까지 치시며 좋아하셨다.

“그래도 직접 하시는 건 그렇고, 주방에 요령만 알려주시지요. 아버님. 우선은 귀인 분 좀 앉게 해주시죠. 하하하”

도재호 사장님이 회장님에게 말씀을 드렸고, 그제야 회장님은 정신을 차리신 듯, 나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해오셨다.

“험험. 나이가 들다보니 좋아하는 음식만 보면 정신을 놓게 되는 것 같소. 어서 앉으시오.”

나는 주방 쪽에서 나오신 분에게 간단한 설명을 해드렸다.

뭐 별다른 비법이 있는 건 아니고, 메밀묵을 자르는 두께와 자를 때 칼에 메밀묵이 달라붙으면 면 형태로 만들 때 으깨지거나 부러질 수가 있어서 칼에 참기름을 바른 상태로 자르라는 정도의 팁이었다.

설명을 하는 내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회장님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그래. 귀인께서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오?”

“아. 이제 스물아홉입니다.”

“그렇군. 이리 젊은 나이에도 나라를 위해서 노력을 하시니 정말 보기가 좋소. 군대는 다녀오셨고?”

“네. 현역으로 만기 제대 했습니다.”

그 말에 도범석 회장님은 자신의 무릎을 탁! 소리 나게 치시고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지!! 남자라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한 몸을 바쳐야지! 우리 일가 쪽 남자들도 전부 현역으로 다녀 왔다오! 허허허허! 아주 좋아!”

정말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다.

“저 그런데 어쩐 일로 저를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까?”

내 말에 도범석 회장님은 그 큰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셨다. 그러자 영혼을 느끼는 내 재능이 다시 한 번 회장님의 거대한 영혼을 느끼기 시작했다.

거대한 산악이 인간의 형상이 되면 이런 모습일까?

하늘을 떠받들고, 인간 세상을 아우르는 그 거대한 힘과 의지가 똑똑하게 내 눈에 비춰지고 있었다.

“미스릴을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었소. 인간 세상에 미스릴이 전해진다면 크나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음에 내가 직접 귀인의 인물됨을 확인하고 싶었소.”

“그래핀 말씀이십니까?”

“인간들이 만든 그런 조잡한 그래핀 말고, 귀인이 만든 미스릴 말이오. 그건 신들의 세계에서도 귀한 재료이지. 몰랐소?”

몰랐다.

그저 이론상 동일한 물건이라서 그래핀이 불순물이 없고, 조금 더 정제되면 미스릴이 되는 줄 알았다.

“차이가 있습니까?”

“당연히 차이가 있지! 용궁에서 재배한 니그룸 푸미에 귀인의 영력에 영향을 받은 물건이 귀물이 아니면 뭐겠소?”

그냥 자동화 생산 시설에서 만드는데 무슨 영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만들 때 소유자의 영향을 받는 건 귀물들의 특징이오. 인간들이 다룰 때야 영향이 없을 테지만, 용궁에서 만드는 물건들은 다르지. 벌써부터 이쪽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소. 다른 세계의 신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오.”

“어차피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팔 겁니다. 그리고 GB전자에도 당연히 팔 건데.. 팔지 말까요?”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말한 것뿐이오! 하하하 당연히 우리한테도 팔아야지! 동해 용왕이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에잉! 아니 저번에 영상통화로 자기가 새로 만든 옷을 어찌나 자랑을 하더라니까!”

그랬구나.. 부러워서 그러신 거구나..

“조만간에 따로 그래핀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험험.. 우리 일족에서 보유한 대장간에서 만들면 신기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 할 것이오. 감투와 방망이의 성능이 지금보다 세 배는 올라갈 것이니 이 나라를 지키는데 큰 힘이 될 것이오. 고맙소. 하하하”

“네. 회장님 사용하실 재료도 따로 챙겨드릴 테니 옷이라도 한 벌 하시죠.”

“아니.. 뭘.. 그렇게까지... 험험... 귀인이 주시는 거라 받기는 받겠지만.. 이거 참.. 허허허”

너무 티 나게 좋아하셔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아버님. 받기만 하면 카르마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걸 드려야죠. 뭘 드려도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뭐라도 드려야죠.”

도재호 사장님이 회장님에게 조용히 말씀을 하셨다.

솔직히 이제 동해 쪽 공장이 완공이 되어 양산 체재를 잡아가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험험. 아니오. 그러면 안 되지. 그러면 둘 중에 하나를 고르시오. 무술과 도술.”

무술과 도술이라니 뭔가 애매한데..

“무술은 제가 쓸 일이 있을까 싶고, 도술은 사용하면 국정원에서 잡아 갈 것 같은데요?”

“허허허. 원래 우리 호국 도깨비들이 인간들의 영웅에게 전수한 무술들이오. 수박, 씨름, 택견 등 맨손 격투술은 우리 도깨비들이 최고이지. 저기 저쪽 세상의 헤라클레스와 베오울프와 맞설 수 있는 무술이란 말이오.”

내가 아는 무술들과 같은 게 맞나 싶은 설명이었다.

“그리고 도술은 안 들키게 사용하면 되는 문제요. 그런데 도술을 선택한 인간들은 하나같이 문제를 일으켜서 조금 그렇긴 하지. 홍길동이나 전우치도 이 땅에 큰 혼란을 주었소. 개인적으로는 무술을 선택하기를 바라오.”

그렇구나. 그런데 둘 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다른 건 없습니까? 그냥 역사서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서적들이 차라리 나은데요.”

“오! 역시나 훌륭하신 선택이오! 우리 일족들 대대로 모아온 서적들과 기술들이 있소. 사람들은 우리를 어리석다 말을 하지만, 사실 순진한 것뿐이지 기술력은 이 땅에서 우리가 제일이오. 내 우리 도서관 서버에 접속할 코드를 알려주겠소. 마음껏 읽어보시오.”

“감사합니다. 정말 큰 선물을 주셨군요.”

‘무슨 내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술이나 도술보다는 낫겠지’

“회장님. 식사 준비가 되었습니다.”

“오! 먹고 합시다. 하하하”

“아버님. 부회장님. 어서 식사하시러 가시죠. 어서요.”

두 분은 나를 기다리지도 않으시고 바로 식당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웃으며 일어나 식당으로 들어가니 이미 두 분은 메밀묵 국수를 흡입하고 계셨다.

그런데 국수뿐만이 아니라 메밀묵 면을 이용해 정말 다양한 음식들이 식탁위에 있었고, 두 분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열심히 드시고 계셨다.

“두 분은 원래 저러시니 신경 쓰지 마시고 드세요. 손님 음식은 이쪽에 있습니다. 오랜만에 메밀묵 음식 말고, 정상적인 음식을 만드니 정말 좋더군요.”

주방장님이 나에게 웃으며 자리를 권해주셨다.

내 쪽은 각종 전과 생선구이, 갖은 채소들을 이용한 겉절이까지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그렇게 각자의 음식을 탐닉하는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거실 쇼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 호국 도깨비들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오. 그러나 천상의 법 때문에 직접 나서지를 못했지. 나라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영웅들에게 우리의 무술과 도술을 전수해 주어 위기를 넘겼다오. 무술은 도깨비 방망이를 통해 전수하였고, 도술은 감투를 이용해 전수했는데, 나라의 터가 안 좋은지 항상 침략만 받았고, 우리는 그게 너무나 안타까웠다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많은 희생을 해오셨나 보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나의 아버지께서 결심을 하셨다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놔둔다면 저 간악한 놈들에게 영원히 빼앗기겠구나.’ 그래서 그때부터 아버지께서는 금기를 어기시고 독립군을 도와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셨고, 끝내는 우리에게 허락되었던 영원한 수명을 빼앗기고 인간의 수명으로 살 수밖에 없으셨다오. 인간들의 학교를 만들고,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를 위해 기업을 만드셨지. 그리고 천상으로 떠나시는 날 나에게 이일을 이어 받기를 원 하셨다오.”

회장님의 말씀에 나는 숙연해져왔다.

“우리는 영원한 수명 때문에 이별이 익숙하지 않다오. 그러나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익숙하지 않은 이별을 몇 번이고 반복을 해야겠지. 이제는 무술과 도술로 나라를 지키는 시대가 지나고, 돈이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오. 그러니 이제는 귀인이 우리를 도와주시오.”

내가 살아가는 이 땅을 위해 이렇게 노력을 해온 일족이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하고, 미안했다.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독립을 위한 투사들도 그저 나에게는 학교 공부의 한 페이지였을 뿐이다.

사건이 일어난 연도를 외우고, 이름을 외웠었다.

그저 시험 문제 하나를 맞추기 위해서.

그 분들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사실이 시험 문제에 나오기 때문에 외웠을 뿐이다.

학창 시절의 나는 여유가 없었다.

아마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 주위의 모두가 역사를 배우며 그 분들의 숭고함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시험 범위인지, 얼마나 출제 빈도가 있는지가 중요했다.

만약 수능에서 한국사 과목이 없었다면 한 번도 안 읽어보거나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 겪으신 당사자의 입으로 듣게 되는 이야기는 내 뇌리에 박혀버렸다.

그리고 나도 이 숭고한 의지에 같이 하고 싶어졌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같이 하겠습니다.”

“하하하 좋소! 아주 좋아! 우리는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일을 한다오. 그게 우리가 이 땅을 지키는 방법이오. 귀인께서 기술력을 빌려주신다면 마땅히 이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이미 하고 계신 선구자가 계셨다.

그러고 보면 세상사에 전혀 관심이 없을 때부터도 GB그룹은 자주 눈에 보였다.

용감한 시민에게 드리는 기업상, 사회적으로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을 도와주는 일들, 수해지역 복구에 성금 보내기.

그 모든 것이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일들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이 땅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 이었나보다.

나도 내가 주식회사 힐링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고, 그 말에 회장님과 사장님은 너무나 좋아하셨다.

“인간 중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인물이 있었다니 정말 기특하오! 역시 천상에 이름이 올라간 귀인답군! 존경하오! 내 그 숭고한 의지를 지지하오.”

우리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1위 기업인 조선그룹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놈들은 매국노들이오! 나라의 안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돈! 돈! 돈!! 그때 우리 할아버지가 속아서 금은보화들만 주지 않았어도 저 일족들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혹시 혹부리 영감 말씀이십니까?”

“흠흠.. 우리 할아버지께서 그 인간을 위해서 혹도 떼어주시고, 재물도 주셨지.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오. 그 인간이 나라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오. 그때 청나라와의 전쟁 때문에 나라가 혼란스러워서 인간 영웅을 찾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 혹부리 인간이 우국충정을 부르짖으며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우리는 그 마음에 속아 무술과 재물을 주었지. 그리고 그는 우리를 배신했다네. 그리고 조선그룹은 그 인간의 후손들이 만든 기업이네.”

악연이었다.

아주 긴 세월동안 이어져온 악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었다.

“그때 그 인간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빨리 인간 영웅에게 무술을 전수해 줄 수 있었고, 그랬으면 백성들이 그렇게 큰 피해를 받지 않았을 게야! 그 인간 때문에 수십만 명의 목숨들이 허무하게 죽어나갔어! 너무나 원통하네!”

그 때 생각이 나시는지 머리카락은 하늘로 치솟고 뿔에서는 번개가 ‘파직파직’ 거리셨다.

몸에서 새어나오는 엄청난 기운에 주변의 공기가 밀려나가며 공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모습에 당황하였는데, 어느새 그 기운에 대항하듯이 내 온 몸에서 밝은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험악한 그 기운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괜찮다고 다독이듯이 분노의 기운을 중화시켰다.

결국 내 몸에서 나온 빛이 회장님의 몸에까지 스며들며 치솟아 올랐던 머리카락이 다시 단정하게 내려앉고, 뿔에서 새어나오던 번개들도 얌전히 사라졌다.

“정말 미안하오. 아직도 이렇게 감정을 조절 못하다니 정말 면목이 없소이다!”

회장님은 정말 미안해하시며 나에게 크게 사과를 하셨다.

나는 나도 모르는 능력으로 회장님의 흥분을 가라앉히게 하자 내 스스로도 너무나 놀랐다.

그렇게 괜찮다고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천운님! 제가 막고 있겠소! 어서 피하시오!! 부디 나 월직 차사를 잊지만 말아주시오!]

한 발 늦은 월직 차사님이 도깨비 터를 침범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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